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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를 휘두르는 바람둥이들의 방법 세 가지

by 무한 2012. 5. 4.
여자를 휘두르는 바람둥이들의 방법 세 가지
3년 전, 지인 중 하나가 다단계에 빠졌다. 난 그가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가 그의 회사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맹렬히 회사를 옹호했다. 지인은 거기서 월 1000만원 버는 회원의 경험담도 들은 적 있고, 자신의 직계 선배도 월 500만원을 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다이아몬드인지 골드인지 하는 레벨에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지인은 이미 600만원 대출을 받아 다단계에 깊이 발을 담근 뒤였다. 그는 내가

"600만원? 그럼 내가 6000만원 대출 받으면 게임 끝이네?
난 너보다 레벨이 월등히 올라갈 거 아냐."



라고 말하자 잠시 당황했지만 곧 "그러니까 너도 시작해라. 넌 잘 할 수 있다."라며 다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회사에 당한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려줘도, 지인은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낙오한 패배자들이라고 할 뿐이었다. 나중엔 화가 났는지 "내가 성공하면 어쩔래? 넌 그때 가서 후회만 하고 있을걸."이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그 비아냥 때문인지 내겐 훗날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대출금을 갚아나갈 지인의 표정을 보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들었다. 밥도 내가 샀는데 이 자식이!

바람둥이에게 휘둘리는 대원들도 다단계에 빠진 지인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 대원들은 지금 자신이 만나는 남자는, 다른 여자들이 만났다는 바람둥이와 다르다고 말한다. 만나면 쉬다가자는 얘기만 하는 것이나, 다른 여자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바람둥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바람둥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결혼은 했지만 유부남은 아니다." 뭐 대략 이런 식이다. 

휘둘리는 게 즐겁다면 말리진 않겠다. 다만, 오늘 하늘 세 가지 이야기들과 현재 그대가 '그 사람의 특별함'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잘 비교해 보기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솔직함을 내세워 무장해제 시키기


다단계 전도사들은 상대가 잘 넘어 오지 않으면 인격모독이나 인신공격, 바보취급 등을 하며 도발한다.

"그렇게 찌질하게 살아서 돈 언제 버냐."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부모님께 돈 타서 쓰고 있냐."
"집이 그렇게 찢어지게 어려운데 넌 일으킬 생각 안 하냐."



비싼 밥 먹고 거기 가서 왜 저런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술 더 떠 저 얘기에 고개 끄덕이며 '그래, 찌질하게 사는 것도 오늘까지야. 이 사업으로 내 인생을 꽃 피우는 거야.'라며 회원 등록을 한다. 

바람둥이의 방법 중에도 이와 비슷한 게 있다. 

"너무 보수적이다. 왜 스스로 그런 규칙을 만들어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나도 좋고, 너도 좋은데 마음 숨기고 왜 연극해야 하냐."
"남자는 다 늑대다. 나도 늑대다. 난 속이지 않는다. 그러니 날 믿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야기들로 일단 무장해제 시킨 뒤,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것이다. 물론 바람둥이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위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 둘을 구별하기 위해선 두고 봐야 한다.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바람둥이들은 대개 계절이 한 번 바뀌기도 전에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요컨대 그대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남자라고 해서 그가 제시하는 걸 무작정 따르진 말란 얘기다. 나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고 내 미래까지 덜컥 말기는 건, 내 한심한 생활을 아는 듯 말하는 다단계 전도사를 따라 나서는 것과 같다. 대출금은 600만원은 누가 갚는가? 언제나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사례를 들어 이상한 사람 만들기


위에서 소개한 지인은 이런 말도 했다.

"다단계라고 쉽게 말하기 전에 우리 회사에 어떤 사람들이 있나 봐봐.
우리 회사엔 외국어 선생님도 있고, 전직 모 종목 국가대표 선수도 있어.
중소기업 간부로 있다가 우리 회사 비전을 보고 오신 분도 있고.
그 사람들이 다 바보라서 일을 시작했을까?
내가 아까 말한 월 오백 버신다는 분,
그 분이 그러시더라. 성공한 사람들 많은데, 왜 실패한 사람만 보냐고."



마이클 샌델교수(정의란 무엇인가 저자)가 여행지 가서 바가지 쓰면 "하버드대 교수가 바보라서 바가지를 썼을까?"라고 물을 기세였다. 여하튼 사례를 들어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건 바람둥이들도 잘 한다.

"난 친구들과도 이런 얘기 하는데, 이게 이상해?"
"전 여자친구와는 이렇게 탐색전 안 하고도 솔직하게 얘기 다 했는데."
"난 감정을 숨기는 타입이 아냐. 스킨십도 좋아해. 좋은데 참을 필요 없잖아?"



이런 얘기를 들은 여자들 중 다수가 '아, 그렇구나.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역시 내가 너무 보수적이었나.'라며 얼른 '이상한 사람'에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의 생각을 한 순간에 폐기처분하고 상대의 생각대로 살려 하는 것이다. 

당나귀를 팔러 장에 가던 아버지와 아들의 일화를 늘 기억하기 바란다. 장사꾼이 나귀를 끌고 간다고 뭐라고 하면 아들을 태우고, 노인들이 아버지는 걷고 아들만 탄다고 뭐라고 하면 다시 아버지가 타고, 아낙네들이 아들을 걷게 한다고 뭐라고 하면 다시 아이를 태우고, 아가씨들이 당나귀 힘들게 두 사람이 타고 간다고 하면 당나귀를 짊어지고 간다는 얘기. 바람둥이의 전 여자친구를 따라 하다간, 그 마지막도 똑같은 모양으로 하게 될 것이다.


3. 고의가 아니더라도 결론은 시궁창


다단계에 빠진 사람이라고 무슨 특별한 괴물이 아니다. 지인이 들려준 경험담에 의하면, 그가 속해있던 그룹은 다들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와 파트너가 된 남자는 "어떻게든 함께 돈 벌고 싶다. 우리, 함께 성공하자."라며 고기도 사준 적 있다고 했다.(다들 대출 받은 돈 이자 갚아나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고기를 사 줬다는 건 엄청난 호의라고 한다.)

지인 역시 '나쁜 사람/착한 사람' 둘 중 하나로 소개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착한 사람'이라 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내게 다단계를 권한 것도, 날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알게 된 훌륭한 아이템을 소개해 주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정말 다단계가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라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고, 지인은 인맥과 시간과 돈과 희망을 잃었다. 얻은 거라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피해 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는 사람들의 뒤통수는 죄다 한 번씩 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론은 시궁창이 되고 만 것이다.

바람둥이도 마찬가지다. 바람둥이라고 해서 특별한 괴물이나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악덕 다단계 업자가 있는 것처럼 바람둥이들 중에도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걸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개 바람둥이는 낭만이나 자유나 쾌락을 좇는 남자다. 왜 그럴까?

낭만을 좇는 남자의 경우, 설렘과 스릴과 연애 초기의 말랑말랑함을 즐긴다. 때문에 서로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그의 얼굴은 굳어진다. 건조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그는 새로운 이성에게 설렘과 스릴과 말랑말랑함을 느끼게 된다. 뭐, 그 뒷일에 대해선 길게 적지 않아도 다 알 리라 생각한다.

자유를 좇는 남자는 구속이 느껴지면 자리를 뜬다. 솔로가 되어 자유가 충족되면, 외로워하며 이성을 찾는다. 그렇게 이성과 친해지게 되고 사귀게 되면, 어느 순간 또 자유를 갈망한다. 그 중엔 자신의 특성을 깨닫고 상대에게 '구속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난 너도 중요하지만, 얘도 중요하고, 쟤도 중요해."라고 말한다.

쾌락을 좇는 남자는 쉽게 마니아가 된다. 피자에 꽂히면 피자만 먹다가, 질려서 치킨을 시킨다. 그럼 또 치킨에 꽂혀서 치킨을 평생 먹겠다고 다짐하다가 곧 질린다. 그럼 또 족발을 시킨다. 역시 족발에도 꽂히고, 그 후 다양한 메뉴들을 탐닉하며 비슷한 레퍼토리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나쁜 사람이며 음흉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바람둥이'가 아니란 얘기다. 위에서 이야기 한 남자들 역시 그 순간은 진심이며, 누구보다 열렬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눈물도 흘릴 수 있다. 남자의 눈물을 진심을 알아보는 척도로 삼는 여성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과거에 사귀던 여자에게 울며 전화하는 건 분위기만 조성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난 꼬꼬마시절에 키우던 강아지 씨(See) 생각하면서 운 적도 있다. 부모님이 남의 집에 줘도 목줄을 끊고 우리 집에 돌아오던 녀석인데, 난 녀석에게 겁이나 줬던 일이 너무 미안해서 울었다. 아 잠깐만. 눈물 좀 닦고.


매뉴얼을 통해 길게 보라는 얘기를 질리도록 하지 않았는가. 길게 보면 보인다. 진심이든 눈물이든 여하튼 그 순간엔 충실했지만 길게는 노력하지 못한 것. 오래달리기 시합에 나와선 "전력질주 해서 그만큼 보여줬으면 된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남자. "전력질주 하던 그 순간은 거짓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너, 도망갈 거면 말하고 도망가."


따위의 얘기를 해봤자, 그에겐 남의 아파트 안내 방송처럼 시끄럽게 들릴 뿐이다. 그럴듯한 핑계라도 들으려고 궁상스러운 모습까지 보이진 말자 우리.

여담이지만, 지인이 내게 다단계를 권할 즈음 난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를 봤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고, 그 정도는 현재 매우 심각하며, 조만간 인류는 대재앙을 겪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꼬꼬마시절 주일학교에서 적그리스도가 나타난 미래세계의 모습이라며 보여준 영화를 볼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몇 달 후, 난 <불편한 진실>에 대한 런던 고등법원의 판결 소식과 비외른 롬버그의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런던 고등법원의 재판부는 <불편한 진실>이 기우와 과장의 맥락에서 재작 되었으며,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가공되었고, 9가지 과학적 오류가 있다고 발표했다. 오류 중 일부는 과장의 정도를 넘어 허위사실에 가깝다고도 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환경문제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며 무작정 겁부터 집어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솔직함을 내세워 무장해제 시키고, 사례를 들어 이상한 사람 만드는 남자에겐 "나에게는 '내 생각'이라는 게 있고, 나는 나 자체로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알려주기 바란다. 별 생각 없이 귀를 팔랑 대며 남들 쫓아하다간 남들과 비슷한 결말만 맞게 될 뿐이다. 자, 그럼 쓰나미가 몰려와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그대가 되길 바라며!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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