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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분가 문제로 파혼한 J양의 사연, 아쉬운 점 두 가지

by 무한 2012. 5. 7.
분가 문제로 파혼한 J양의 사연, 아쉬운 점 두 가지
J양이 사연을 보냈으니 사연은 J양 쪽으로 에누리가 좀 더 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연을 읽다 보면 남자의 입장에서 서운함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뿐만 아니라 'J양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사연엔 '상대'와 'J양의 어머니'의 의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5년간 흔들림 없이 사랑하던 두 사람을 순식간에 남으로 만들어 버린 문제. 그 문제를 풀지 않고 질질 끌며 신경전만 한 까닭에 남자친구는 증오를, J양은 멘붕(멘탈 붕괴)을 하게 되었다. 자, 전화 걸어서 목소리 듣고 끊는 건 그만하고, 만신창이가 된 문제를 함께 조심히 풀어보자.


1. '무조건 반대'의 아쉬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남자친구가 좀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인 이야기를 한 건 맞다. 효도를 하고 싶으면 자기가 할 것이지, 자기는 부모님께 틱틱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집에 전화 한 통 안 하면서 여자친구보고 결혼하면 합가해서 살며 부모님을 모시자니. 그 얘기를 듣고 정신줄을 놓지 않을 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내를 효도의 도구로 사용하려 하는 일부 남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남자친구에게서 보인다.

그 모습은 여자친구에게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면회와."라고 말하는 군인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부모님과 자신 사이에 거리낌이 없으니, 여자친구도 그러리라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난 그런 사연을 보내는 곰신들에게 "아냐, 우리 부모님이랑 면회 갈게."라는 대답을 하라고 권해주고 있다. 그렇게 대답한 후 '입장의 차이'에 대해 대화하면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J양에게 안타까운 점은, '내 입장'을 상대가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무조건 반대를 했다는 점이다. 똑같이 '반대'를 주장하더라도 '내 입장'을 명확히 상대에게 알려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위에서 든 '군인커플'의 대화를 예로 들어 잠시 살펴보자.

A.
-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면회 와.
- 넌 너희 부모님이라 편할지 모르지만, 난 사실 아직 조금 부담스러워. 
   내가 만약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면회 간다고 해 봐봐. 그럼 너도 좀 그럴걸.
   그러니까 이번 주는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난 다음 주에 갈게.

B.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면회 와.
- 싫어.

 

J양은 B의 대화법으로 대화를 했다. 남자친구는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끼고, J양은 '뭐 저 따위 얘기를 하나.'라며 남자친구를 원망한다. 이후의 대화에서도 J양은 계속 싫다는 얘기만 반복한다.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얻고 자주 찾아뵙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을 내 놓거나, 아니면 "우리 집에 합가해서 살자고 하면 넌 기분이 어떨 것 같아?"를 물으며 좀 더 J양의 입장을 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 남자친구 VS J양 부모님


J양이 J양 부모님의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그대로 전하며 '합가 반대'를 이야기 한 것도 참 아쉬운 부분이었다. 순서를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남 - 합가 하자. 
녀 - 싫다. 우리 부모님도 반대하신다.
남 - 알았다. 분가해서 살자.
녀 - 우리 부모님이 다시 합가하자고 할 지 모른다고 걱정 하신다.
남 - 뭘 더 어쩌라는 거냐.  
녀 - 그리고 합가를 해도 나 보단 네 동생이 나을 것 같다. 며느리보다는 딸.
남 - 지금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이후 상황은 그냥 난장판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증오하고 미워하며 다신 연락도 하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헤어진 두 사람. 시간이 지나 J양은 당시를 후회하며 다시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

난 솔직히 'J양의 생각'이 궁금하다. 부모님이 결혼하는 게 아니라 J양이 결혼하는 것인데, 남자친구와 J양이 한 대화에서 J양은 '부모님의 메신저' 역할만 하고 있다. '나는 이렇다.'가 아닌 '우리 부모님의 생각은 이렇다.'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전하는 부모님의 말씀이 희망차고 긍정적인 것이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J양이 전하는 부모님의 말씀은 근심, 걱정, 우려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결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J양이 남자친구에게 전했다는 이야기들을 보며 J양의 부모님에 대해 그닥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의 생각이 이렇다는 걸 전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을 핑계 삼아 J양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하려 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J양의 말들을 종합하면 '이기적인 부모님'이 그려졌다. 남자친구가 폭발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실 J양의 부모님이 하신 근심, 걱정, 우려는 딸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문제는 J양의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얘기들을 아무 필터링 없이 남자친구에게 전달한 J양에게 있다. 결혼을 앞두고 가족끼리 나눌 대화가 있는 거고, 다 같이 나눌 대화가 있는 것 아닌가. 만약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가족식사 자리에서 '혼수가 좀 적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고 해 보자. 그건 그 식사 자리에 올라왔다가 식사가 끝나면 같이 빈 그릇들과 함께 치워져야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다음 날 J양에게,

"우리 엄마가 혼수가 너무 적은 것 같다고 하시던데?"


라고 말하면 J양은 기분이 어떻겠는가? 남자친구 어머니에게는 어떤 감정이 들겠는가? 우리 집에서 별 무게 없이 그냥 오간 얘기들도, 남 앞에서 꺼내 놓으면 엄청난 의미를 가진 뒷담화가 되는 법이다. 


5년간 연애를 했다면 서로의 배꼽냄새도 알 텐데(응?), '우리'의 결속력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부는 바람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다 뿌리까지 뽑힌 모습이다. 

J양에겐 이 연애는 끝났다고 생각한 채 '기행문' 하나를 써서 상대에게 보내길 권한다. '다시'라든가 '제발'같은 단어는 들어가면 안 된다. 말 그대로 그냥 한 편의 기행문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우리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끝났으며, 내 마음의 변화는 어땠는지를 천천히 쓰는 것이다. 아, 사과의 말도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도 기억하자. 반성문이 아니다. '나는 이랬다.'만 적는 것이다. 바람도 기원도 적지 말고, 연애의 과정과 내 마음의 변화만 적어서 보내자.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사연 메일로 보내주길 부탁한다. 



▲ 아내에게 "너 왜 내 동생한텐 말을 안 거냐. 붙임성을 좀 보여라."라는 남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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