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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타고 무리지어 위협하는 무리 혼내주기 2부

by 무한 2012. 6. 25.
오토바이 타고 무리지어 위협하는 무리 혼내주기 2부
동생 친구 중에 고지식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K군이 있다. 빈말은 전혀 할 줄 모르며, 매사에 직설적인 이야기를 하는 녀석이다. 이 일도 K군의 그런 성격 때문에 벌어졌다.

어느 날 저녁, 주엽역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러 K군이 강선공원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탄 채 공원으로 진입했다. 공원 곳곳에 오토바이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과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배달원은 그것을 무시한 채 공원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달원을 흘겨보며 혀를 차거나, "여기 오토바이 출입 금지에요."라고 소리치는 정도의 항의를 할 뿐이다. 하지만 고지식의 결정체인 K군은 달랐다. K군은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오토바이 앞을 막아섰다.

K군 - 공원에 오토바이 출입 금지에요. 나가세요.
배달원 - 바빠서 그래요. 금방 지나갈게요.
K군 - 아뇨. 돌아서 나가세요.
배달원 - 금방 지나간다니까요.
K군 - 지금 돌려서 나가세요. 차도로 가세요.
배달원 - 아 진짜. 뭔데 그래요?
K군 - 돌아서 가세요. 나가세요.



사실 K군이 고지식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K군의 신체조건 덕이기도 했다. 190Cm에 가까운 키에 유도로 단련된 몸. 학창시절 꼬꼬마들의 서열다툼에서 한 번도 밀린 적이 없기에 K군에겐 무서울 게 없었던 것이다. 배달원은 K군의 그런 기세에 눌려 오토바이를 돌려 공원을 나갔다. K군에게서 멀어지며 욕설을 크게 외친 것이 배달원이 한 복수의 전부였다.

그렇게 배달원을 돌려보내고 나서 K군은 주엽역으로 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내 동생을 포함한 네 명의 친구들을 만나 편의점 앞에서 뭐 하고 놀지를 의논했다. 그렇게 의논하는 사이 둘은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고, 한 명은 상가 화장실엘 갔다. 동생과 K군만 편의점 앞에 앉아 있을 때, 아까 공원에서 오토바이를 돌려 나갔던 배달원이 나타났다. 그는 편의점 옆 차도에서 "야! 야!" 소리를 질렀다. 동생과 K군은 자기들을 부르는지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눴다. 배달원이 경적을 울리며 소리칠 때서야 비로소 자기들을 부른다는 걸 깨닫고 배달원을 쳐다봤다.

"야! 니네 그랜드(백화점) 뒤로 와."


배달원이 눈에 살기를 띈 채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동생은 K군에게 물었고, K군은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K군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배달원은 그랜드 뒤편으로 오토바이를 몰아 떠났고, 편의점에 갔던 친구들과 화장실에 갔던 친구가 돌아왔다. 그 친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친구들은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며 어서 그랜드 뒤로 가자고 했다.

그랜드 뒤편으로 가니, 아까 그 배달원 말고도 다른 배달원 둘이 더 서 있었다. 배달원들은 최대한 불량스럽게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K군 쪽의 쪽수가 더 많자 당황한 듯 서둘러 담배를 껐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두 배달원이 먼저 떠나고, 아까 소리쳤던 배달원이 그 뒤를 따르며 다시 소리쳤다.

"니들 다 강선초(강선초등학교)로 와."


일반 청년들이었다면 이쯤에서 그냥 갈 길 갔겠지만, K군과 친구들은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청년들이었다. 한창 카트라이더가 유행하던 시절, 면허를 딴 K군은 부모님의 SUV 차량에 친구들을 태우고 드리프트를 보여준다고 하다가 전복사고를 낸 적도 있었다. 그게 이 '주엽역 사건'이 있기 바로 한 해 전의 일이다. 여하튼 이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청년들은 강선초로 향했다. 여기까지의 사건을 지도에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 K군과 친구들의 이동경로.(지도 ⓒNHN)


K군과 친구들이 강선초에 도착하니, 배달원 쪽은 한 명이 늘어 네 명이 되어 있었다. 친구들을 다 불러 모으려는 것인지 배달원 두 명은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전화기에 대고 애타는 목소리로 "그냥 와, 일단 와봐. 빨리."를 외쳤다. 공원에서 K군에게 쫓겨났던 배달원이 무리의 앞으로 나섰다. 배달원은 K군을 노려보며 말했다.

배달원 - 너 몇 살이냐?
K군 - 스물네 살.
배달원 - ......



용감하게 물었지만, K군의 대답을 듣고 난 배달원의 얼굴은 난감함으로 얼룩졌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배달원들의 얼굴에도 난감함이 비쳤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운동 삼아 돌고 있던 한 부부가 무슨 일이냐며 다가왔다. 아저씨가 배달원과 K군을 번갈아 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배달원의 얼굴엔 안도감이 가득 찼다. 아저씨를 뒤로 한 채 배달원은 오토바이에 올라타며,

"분수대 주차장(노래하는 분수대 주차장)으로 와라."


라고 말했다. K군이 "장난 하냐?"라고 말했지만 배달원은 "도망가지 말고 와라."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역시 일반적인 청년들이라면 이쯤에서 그만 두었겠지만, K군과 친구들은 분수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K군의 친구 중 하나가 다른 친구를 불렀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바로 달려오겠다고 했는데, 그는 학창시절부터 냉면, 짜장면, 피자, 치킨 등을 배달하며 잔뼈가 굵은 친구였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배달원은 세 명이 더 늘어 모두 일곱이었다. 한 오토바이의 노란 바구니 안에는 빗자루가 여러 개 담겨 있었다. 처음 K군과 마찰이 있었던 배달원의 손에는 이미 빗자루가 하나 쥐어져 있었다. 일행이 늘자 그 배달원은 자신감이 충전되었는지,

"야, 싹 다 일루와. 이 ***들아."


라며 앞장서서 빗자루를 까딱까딱 거렸다. K군과 친구들은 배달원들에게 무기가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K군의 한 친구가 돌을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달원들이 멈칫했다. 서로 거리를 둔 상황에서 아까 그 배달원이 "일루와. **, 니가 뭔데 **이야. 이 ***같은 **야. 일루 오라고."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바로 그때, 아까 전화를 받았던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좀 허무하긴 한데, 이야기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친구가 도착하며 끝나 버렸다. 그 친구가 배달원들에게 어디 애들인지를 묻고, 배달원들이 안다고 한 형이 자기 친구라고 얘기를 하고, 졸업한 학교를 물어 후배 이름을 몇 개 대자 배달원들은 공손해졌다. 배달원들은 온순한 양이 되어 K군과 K군의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 때 K군의 친구 중 하나가(내 동생이라고 굳이 밝히지는 않겠다), 주동자 배달원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그 배달원에게 말했다.

"야, 킨텍스로 뛰어와."


킨텍스에 도착해서는 다시,

"야, 암센터로 뛰어와."


라고 말했다. 그 날 그 배달원은 일산 한 바퀴를 크게 돌아야 했다. 뛰어서.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재미있게 들은 '배달연합'이야기도! '배달연합' 창세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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