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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갱스터들, 경찰이 출동한 아파트 사건 정리 1부

by 무한 2012. 8. 30.
파주의 갱스터들, 경찰이 출동한 아파트 사건 정리 1부
파주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일산의 할렘가를 떠나 쾌적한 동네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이곳에는 갱스터들이 살고 있었다. 사건을 다섯 번 정도 목격하면 묶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는데, 마침 어제 다섯 번째 사건이 일어나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각 사건명은 영화 제목을 인용해다는 것을 밝히며, 자 그럼, 경찰이 출동한 다섯 번의 사건 출발해 보자.


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가장 경미한 사건으로, 볼륨을 최대로 한 채 새벽까지 TV를 보시는 한 어르신 때문에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었다. TV소리가 얼마나 컸기에 그랬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단지 앞 상가에서 나레이터 모델들이 마이크 들고 외치는 소리만큼이나 컸다. 

어르신께서는 밤잠이 없으신지 새벽 3시까지 TV를 보신다. 여름이라 발코니 창을 다 열어 놓는 까닭에 TV소리는 동네에 생중계 된다. 참다 못한 사람들이 찾아가서 항의했지만 어르신께서는

"내 집에서 내가 TV보는데 왜 이래라 저래라 하냐."


라며 내쫓으셨다. 결국 참다못한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오자 할아버지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볼륨을 낮추셨다. 

위의 이야기와 비슷한 <나 홀로 집에>사건도 있다. 동네에 사는 어느 강아지가 일 분에 30번 꼴로 짖어댔고, 녀석이 짖자 동네의 모든 개들이 따라 짖었다. 해가 질 무렵부터 시작된 그 '개 짖는 소리'는 새벽까지 그치지 않았다. 신경을 긁는 듯이 짖어대는 녀석 때문에 나도 무척이나 괴로웠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과 경비 아저씨들이 대체 어떤 집 강아지가 짖는 소린가 찾기 시작했는데, 강아지가 사는 집의 문은 잠겨 있었다.

"주인이 개를 놔두고 휴가 갔대요."


사람들이 조용히 시키려고 하면 강아지는 두려워서 더 짖고, 그 강아지가 짖으면 동네의 다른 개들이 따라 짖고, 그 소리에 또 제일 처음 짖은 강아지는 또 짖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나중에는 득음을 했는지 짖는 소리에 카다르시스가 묻어 나왔다.

"아저씨, 저것 좀 어떻게 해요 좀. 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 동에 사는 한 아주머니의 절규가 기억에 남는다.


4.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부부싸움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다. 늦게 귀가를 한 아저씨가 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을 안 열어줄 거라고 말했던 아내가 정말로 문을 잠가버린 것이다. 아저씨는 초인종을 누르며 잘못했으니 문을 열어 달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열어주지 않았다.

"안 열면, 문 부수고 들어간다."


라고 아저씨가 말하자 아내는 "마음대로 해."라고 대답했다. 난감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문을 부술 힘이 없지 않은가. 아저씨가 번호키를 떼어내려고 발로 차 보았지만 번호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잡이를 꺾어서 떼어내려 했지만 손만 아팠다. 문을 부수려 하면 할수록 아저씨의 자존심만 부서졌다.

"야! 문 열어! 이 씨X!"


아저씨는 문을 발로 차며 어떻게든 문을 부수려 했다. 그 때 옆집 사람, 윗집 사람, 아랫집 사람 등이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쪽팔려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열심히 문을 부수려 했다. 하지만 역시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 대답도 하지 않는 걸 수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와서 문을 두드리자 아내는 문을 쉽게 열었다. 부부라는 걸 확인한 경찰은 두 사람에게 주의를 준 채 1층으로 내려왔다.

난 사실 경찰차가 와 있는 걸 보고 저 사건을 알게 되었다. 당시 저 아저씨의 옆집 사는 아주머니가 1층에 내려와 있었는데, 얘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전해주시는지 한참을 들었다. 경찰들도 바로 돌아가지 않고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저 집의 자세한 사항까지 다 알게 되었다. 얘기를 듣던 어느 아저씨는 단지 내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몇 개 사왔고, 우리는 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었다. 그 내용은 남의 집 가정사라 옮기진 않겠다.


3.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저녁 열두 시가 좀 넘었을 때,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꼬꼬마들 십여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었다. '배달 끝나고 집에 가는 녀석들인가.'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녀석들은 삼십 분 넘게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웠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어느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잠시 후 경찰과 녀석들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경찰이 열심히 쫓아갔지만, 목숨을 걸고 달리는 녀석들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얼마간의 추격이 이어지던 중 두 녀석이 우리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다. 그러곤 다른 녀석들에게 전화를 했는지 잠시 후 다른 녀석들도 경찰을 피해 단지로 들어왔다. 녀석들은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세운 뒤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까 녀석들을 경찰에 신고했던 아저씨가 다시 경찰에 전화를 해 녀석들이 여기 숨어있다고 말했다.

단지에 도착한 경찰은

"주차장에 세워둔 오토바이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라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 경찰을 희롱했던 오토바이들이 눈앞에 있는데 손을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때, 신고했던 아저씨가 조용히 무슨 말을 건넸고, 경찰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경찰 한 분은 주차장 근처에 숨고, 나머지 경찰은 경찰차를 몰고 단지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어딘가로 사라졌던 녀석들 중 두 녀석이 나타나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고, 숨어있던 경찰은 바로 뛰어나가 두 녀석을 잡았다. 다른 녀석들은 두 녀석이 잡히는 걸 본 건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이 간 뒤에도 숨어서 오토바이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런데 내가 왜 지켜보고 있지? 난 체포할 수도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맛있게 먹으며 집에 돌아왔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으니, 2위와 1위의 사건은 주말에 이어서 전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우리 동에 엘리베이터에서 자꾸 방귀를 끼는 범인이 있는데 이런 건 신고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대체 뭘 드시는지 장이 썩는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가 한결같다. 당근과 양파가 썩는 냄새.

물론 용의자는 벌써 찾아 두었다. 6층에 사는 여자사람인데, 그녀를 마주칠 때면 늘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냄새가 난다. 그녀가 지나간 아파트 입구에서도 나는 걸로 봐선 틀림없다. 며칠 전 친구들이 그녀의 집에 놀러온 듯 보이던데, 그녀들의 대화를 엘리베이터에서 엿들은 난 심증을 굳혔다. 대화는 대략 아래와 같았다.

용의자 - 우리 집 장난 아닌데. 분리수거 안 해서 냄새도 좀 나고.
친구A - 괜찮아. 내 방도 그래.
친구B - 아 분리수거 진짜 완전 귀찮아.



분리수거 안 해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는 걸 난 알고 있다.



▲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난 요즘 계란과 고구마를 열심히 먹고 있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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