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연애사연을 보내는 사람들 BEST3
내 외국인 친구 니프라갓(32세, 방글라데시)은 호기심이 많다. 때문에 종종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데, 그와의 대화를 잠시 옮기면 아래와 같다.
이 외에도 "야쿠르트가 무슨 뜻이야?"라든가 "파리바게트는 프랑스 빵 팔아?" 등의 질문을 하는 까닭에, 그와 대화를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혈압은 높아진다. 니프라갓은 외국인이니까 그렇다 치자. 그런데 같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니프라갓과 대화를 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원들이 있다. 오늘은 그런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개념부터 좀 다시 새롭게 잡아주길 바라며, 출발해 보자.
연애나 결혼에 대해 이상한 공식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이 종종 보이는데, 공식이 잘못 되어 있으면 답을 구하지 못하는 법이다. 우선 "그 오빠랑 사귀다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제가 손해잖아요."라는 이야기를 한 스물네 살 여성대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그녀가 말한 상대의 단점을 아래와 같다.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상대는 지방대를 나왔고, 그녀는 고등학교를 나왔다. 상대는 월급이 180이고, 그녀는 월급이 120이다. 집 밖에 없는 건 상대나 그녀의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봐도 '손익'만 따지면 남자 쪽에서 손해인 것 같은데, 그녀는 왜 자신이 손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과 상황이 비슷한 친구가 '부자인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남자 쪽에서도 같은 방식의 비교를 할 수 있다. '학력'만 놓고 보자면, 2010년 서울 지역 여고생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비율이 67%라는데, 그녀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고학력자'라거나 '고소득자'라는 것을 근거로 비슷한 주장을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에겐 주위를 둘러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거기가 꼭대기인 것 같겠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고학력, 고소득이라 하더라도 다른 부분들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저기서 또 '어느 학교 학위냐' 또는 '10억대냐 100억대냐' 따위로도 갈릴 수 있다. 비교하며 계산기 두드리면 끝이 없다는 얘기다. 위에서 얘기한 것 중 한두 개에 속한다고 꼭대기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길 권한다. 비교를 꼭 해야겠다면, 자기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친구와 비교하며 마음에 바람 넣지 말고,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과 자신을 냉정하게 비교하길 바란다. 자신의 약점이 뭔지는 그대가 더 잘 알지 않는가. 상대를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보자.
종교나 미신의 문제는 그 문제를 낸 곳에서 답을 구하길 바란다. 거기서 낸 문제를 이성의 세계로 가지고 들어오면 방법이 없다.
대시하게 만들려면, 베개 밑에 방울을 넣고 자면 된다. 남자친구가 매달릴 듯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걸 막으려면 부적이 하나 필요하다. 뭐 요따위 얘기들을 해주길 바라는 건가? 기도를 했는데 그 사람이 배필이라는 응답을 받았다거나, 꿈을 꿨는데 헤어질 징조가 보였다거나, 점을 봤는데 8월에 남자를 만나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거나 하는 일들은 거기서 해결하길 바란다.
궁지에 몰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 쉽다. 내게 10분만 주면 난 그를 '전두엽활성술' 따위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있다. 전두엽은 정서통제, 계획과 의사결정에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전두엽을 활용하지 못해 무절제하고 우유부단한 삶을 산다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례는 아무렇게나 꾸며도 좋다. 911 테러 때 잔해에 오랫동안 갇힌 T.R. 제임슨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사실 그 날이 그의 퇴직 날이었다. 퇴사를 하러 들렀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는 무능력하고 잦은 결근을 하는 불성실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는 잔해에 갇혀 명상을 시작했다.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하루를 거꾸로 회상했다. 그러는 와중에 전두엽이 활성화 되었고, 며칠간의 명상 끝에 그는 전두엽의 모든 부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조된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는 그 능력을 발휘해 지금 내셔널 스트럭 사의 사장이 되었다.
"사람이 평생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 한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따위의 얘기를 하며, 그를 설득할 것이다. 명상법은 잔해에 갇혔던 T.R. 제임슨과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엎드린 채 무거운 것으로 몸을 누르고 숨만 쉴 수 있는 상황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명상을 하다보면 깔려 있다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그게 전두엽이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렇게 하루에 20분씩만 해도 한 달이면 전두엽이 모두 활성화 된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체형에 맞는 '무게 추'를 사야 하는데, 200만원짜리를 지금 150만원에 팔고 있다.
궁지에 몰린 듯한 사람은, 내일부터 무게 추에 눌린 채 명상을 할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뭐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방법이 없다고 답할 것이다. 위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같은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새 폰으로 기기변경 한 뒤 위약금을 얹히거나, 약정기간을 모두 채운 뒤 갈아타거나, 위약금을 모두 내고 새 폰으로 옮겨 타는 것 정도가 최선이다.
그런데 연애에 대해 위와 같은 자세를 고집하는 대원들이 있다. "성격상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하는 대원들이다. 이건 뭐랄까, 쌀을 사오는 걸 깜빡 잊었는데, 쌀 없이 밥 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과 같다. 밥 없이 반찬만 먹든가, 다시 마트에 가 쌀을 사오든가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상대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면서 사이버 스토킹을 하거나, 상대를 눈으로만 좇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말을 못 걸겠으면 다리라도 걸어야 '아는 사이'가 될 것 아닌가. 기적이 일어나 말 한 마디 없이 상대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다. 난 누구고, 뭘 좋아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서로 나눠야 할 것 아닌가. 상대가 백마 탄 왕자처럼 연애부터 결혼까지 알아서 이끌어 갈 거라는 건 그대의 상상일 뿐이다. 자꾸 숨지 말고, 대화가 익숙해 질 때까지 시도해 보길 바란다. 몇 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 걱정하지 말고 말이다.
그간 자신과 연이 닿았던 남자들의 현재를 캐고 있는, 고고학자 스타일의 대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난 그녀들에게 제발 '현재'를 살길 부탁하고 싶다. 졸업앨범 들추듯 가끔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아예 거기에 눌러앉아 버리면 삶이 '일시정지' 되어 버린다. 4년 전 이야기는 4년 전 이야기다. 그대가 4년 전 어땠었는지 보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었다.'라는 '과거의 착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 때도 아픔이나 슬픔, 고민과 갈등은 분명 존재했다. 과거의 조각을 캐와 "이 때는 이랬었거든요."라는 얘기를 하는 건 그만 두자. 남들 사는 모습 숨어서 지켜보며 혼자 자괴감을 느끼는 건 그냥 청승이다. 옛 사람들이 남긴 "청승이 늘어 가면 팔자가 오그라진다."는 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위와 같이 틀린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든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길 바란다. 사연은 아무리 길어도 빼놓지 않고 다 읽으니 최대한 자세히 보내주길 바란다. 아, 카톡대화나 메일 등의 자료를 첨부하면 더 없이 좋다. 같은 "네."라는 대답도 대략 32가지 의미로 나뉠 수 있으니, 사연에다가는 어떤 상황에서 왜 저런 말이 나왔는지를 알려주길 바란다.
자 그럼, 얼마 남지 않은 후라이데이까지 의지로 버티길 바라며! 의지!
▲ 아, 각색해 달라고 해서 각색하면 "제 얘기와 다른데요?"라고 말하는 대원도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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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외국인 친구 니프라갓(32세, 방글라데시)은 호기심이 많다. 때문에 종종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데, 그와의 대화를 잠시 옮기면 아래와 같다.
니프라갓 - 양념치킨은 양념치킨인데, 파닭은 왜 파닭이라고 해?
나 - 그냥 그렇게 부르게 된 거지.
니프라갓 - 파닭도 치킨이잖아?
나 - 치킨이 한국말로 닭이야.
니프라갓 - 그럼 파닭은 무슨 치킨?
나 - 그게, '파치킨'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그냥 파닭이라고 하면 돼.
니프라갓 - 후라이드 처럼 '파'도 영어로 하면 되잖아?
나 - 파가 영어로 뭔지 몰라서 그런다. 됐냐?
나 - 그냥 그렇게 부르게 된 거지.
니프라갓 - 파닭도 치킨이잖아?
나 - 치킨이 한국말로 닭이야.
니프라갓 - 그럼 파닭은 무슨 치킨?
나 - 그게, '파치킨'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그냥 파닭이라고 하면 돼.
니프라갓 - 후라이드 처럼 '파'도 영어로 하면 되잖아?
나 - 파가 영어로 뭔지 몰라서 그런다. 됐냐?
이 외에도 "야쿠르트가 무슨 뜻이야?"라든가 "파리바게트는 프랑스 빵 팔아?" 등의 질문을 하는 까닭에, 그와 대화를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혈압은 높아진다. 니프라갓은 외국인이니까 그렇다 치자. 그런데 같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니프라갓과 대화를 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원들이 있다. 오늘은 그런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개념부터 좀 다시 새롭게 잡아주길 바라며, 출발해 보자.
1. 계산기
연애나 결혼에 대해 이상한 공식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이 종종 보이는데, 공식이 잘못 되어 있으면 답을 구하지 못하는 법이다. 우선 "그 오빠랑 사귀다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제가 손해잖아요."라는 이야기를 한 스물네 살 여성대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그녀가 말한 상대의 단점을 아래와 같다.
- 상대가 장남이라 부모님을 모시게 될 것 같다.
- 상대 부모님이 10년 뒤면 은퇴 하실 건데, 집 말고는 없는 것 같다.
- 상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월급이 180이다. 모아봤자 답이 안 보인다.
- 상대는 지방대를 나왔고, 이직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 상대는 격주로 토요일 근무를 하는 까닭에, 사귀어도 잘 놀지 못 할 것이다.
- 상대 부모님이 10년 뒤면 은퇴 하실 건데, 집 말고는 없는 것 같다.
- 상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월급이 180이다. 모아봤자 답이 안 보인다.
- 상대는 지방대를 나왔고, 이직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 상대는 격주로 토요일 근무를 하는 까닭에, 사귀어도 잘 놀지 못 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상대는 지방대를 나왔고, 그녀는 고등학교를 나왔다. 상대는 월급이 180이고, 그녀는 월급이 120이다. 집 밖에 없는 건 상대나 그녀의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봐도 '손익'만 따지면 남자 쪽에서 손해인 것 같은데, 그녀는 왜 자신이 손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과 상황이 비슷한 친구가 '부자인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남자 쪽에서도 같은 방식의 비교를 할 수 있다. '학력'만 놓고 보자면, 2010년 서울 지역 여고생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비율이 67%라는데, 그녀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고학력자'라거나 '고소득자'라는 것을 근거로 비슷한 주장을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에겐 주위를 둘러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거기가 꼭대기인 것 같겠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고학력, 고소득이라 하더라도 다른 부분들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 고학력, 아직 소득 없음, 외모 평범함, 성격 무난함,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평범함, 성격 무난함,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출중함, 성격 무난함,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출중함, 성격 좋음,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출중함, 성격 좋음, 집안 좋음.
- 고학력, 고소득, 외모 평범함, 성격 무난함,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출중함, 성격 무난함,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출중함, 성격 좋음, 집안 평범함.
- 고학력, 고소득, 외모 출중함, 성격 좋음, 집안 좋음.
저기서 또 '어느 학교 학위냐' 또는 '10억대냐 100억대냐' 따위로도 갈릴 수 있다. 비교하며 계산기 두드리면 끝이 없다는 얘기다. 위에서 얘기한 것 중 한두 개에 속한다고 꼭대기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길 권한다. 비교를 꼭 해야겠다면, 자기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친구와 비교하며 마음에 바람 넣지 말고,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과 자신을 냉정하게 비교하길 바란다. 자신의 약점이 뭔지는 그대가 더 잘 알지 않는가. 상대를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보자.
2. 미신 신봉자
종교나 미신의 문제는 그 문제를 낸 곳에서 답을 구하길 바란다. 거기서 낸 문제를 이성의 세계로 가지고 들어오면 방법이 없다.
"점을 봤는데, 결혼 할 사람은 먼 곳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남자친구와는 궁합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근데 정말 신기하게 몇 주 후에 대학 동기를 만났어요.
이 남자 지방에 살아요. 멀리서 온 거잖아요.
마침 그때 남자친구와 싸워서 냉전 중이었거든요.
남자친구 있다는 얘기 안하고 연락을 주고받긴 하는데,
이 남자가 저한테 대시는 안 해요.
대시만 하면 남자친구 정리하고,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저한테 대시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지금 남자친구와는 궁합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근데 정말 신기하게 몇 주 후에 대학 동기를 만났어요.
이 남자 지방에 살아요. 멀리서 온 거잖아요.
마침 그때 남자친구와 싸워서 냉전 중이었거든요.
남자친구 있다는 얘기 안하고 연락을 주고받긴 하는데,
이 남자가 저한테 대시는 안 해요.
대시만 하면 남자친구 정리하고,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저한테 대시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대시하게 만들려면, 베개 밑에 방울을 넣고 자면 된다. 남자친구가 매달릴 듯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걸 막으려면 부적이 하나 필요하다. 뭐 요따위 얘기들을 해주길 바라는 건가? 기도를 했는데 그 사람이 배필이라는 응답을 받았다거나, 꿈을 꿨는데 헤어질 징조가 보였다거나, 점을 봤는데 8월에 남자를 만나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거나 하는 일들은 거기서 해결하길 바란다.
궁지에 몰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 쉽다. 내게 10분만 주면 난 그를 '전두엽활성술' 따위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있다. 전두엽은 정서통제, 계획과 의사결정에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전두엽을 활용하지 못해 무절제하고 우유부단한 삶을 산다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례는 아무렇게나 꾸며도 좋다. 911 테러 때 잔해에 오랫동안 갇힌 T.R. 제임슨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사실 그 날이 그의 퇴직 날이었다. 퇴사를 하러 들렀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는 무능력하고 잦은 결근을 하는 불성실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는 잔해에 갇혀 명상을 시작했다.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하루를 거꾸로 회상했다. 그러는 와중에 전두엽이 활성화 되었고, 며칠간의 명상 끝에 그는 전두엽의 모든 부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조된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는 그 능력을 발휘해 지금 내셔널 스트럭 사의 사장이 되었다.
"사람이 평생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 한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따위의 얘기를 하며, 그를 설득할 것이다. 명상법은 잔해에 갇혔던 T.R. 제임슨과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엎드린 채 무거운 것으로 몸을 누르고 숨만 쉴 수 있는 상황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명상을 하다보면 깔려 있다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그게 전두엽이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렇게 하루에 20분씩만 해도 한 달이면 전두엽이 모두 활성화 된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체형에 맞는 '무게 추'를 사야 하는데, 200만원짜리를 지금 150만원에 팔고 있다.
궁지에 몰린 듯한 사람은, 내일부터 무게 추에 눌린 채 명상을 할 것이다.
3. 아싸(Outsider), 혹은 고고학자
내가 그대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뭐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지금 쓰고 있는 폰을 바꾸고 싶어서요.
그런데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은 까닭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있어요.
위약금 물지 않고 통신사를 옮겨 새 폰으로 사용할 방법 없을까요?"
그런데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은 까닭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있어요.
위약금 물지 않고 통신사를 옮겨 새 폰으로 사용할 방법 없을까요?"
방법이 없다고 답할 것이다. 위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같은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새 폰으로 기기변경 한 뒤 위약금을 얹히거나, 약정기간을 모두 채운 뒤 갈아타거나, 위약금을 모두 내고 새 폰으로 옮겨 타는 것 정도가 최선이다.
그런데 연애에 대해 위와 같은 자세를 고집하는 대원들이 있다. "성격상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하는 대원들이다. 이건 뭐랄까, 쌀을 사오는 걸 깜빡 잊었는데, 쌀 없이 밥 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과 같다. 밥 없이 반찬만 먹든가, 다시 마트에 가 쌀을 사오든가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상대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면서 사이버 스토킹을 하거나, 상대를 눈으로만 좇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말을 못 걸겠으면 다리라도 걸어야 '아는 사이'가 될 것 아닌가. 기적이 일어나 말 한 마디 없이 상대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다. 난 누구고, 뭘 좋아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서로 나눠야 할 것 아닌가. 상대가 백마 탄 왕자처럼 연애부터 결혼까지 알아서 이끌어 갈 거라는 건 그대의 상상일 뿐이다. 자꾸 숨지 말고, 대화가 익숙해 질 때까지 시도해 보길 바란다. 몇 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 걱정하지 말고 말이다.
그간 자신과 연이 닿았던 남자들의 현재를 캐고 있는, 고고학자 스타일의 대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난 그녀들에게 제발 '현재'를 살길 부탁하고 싶다. 졸업앨범 들추듯 가끔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아예 거기에 눌러앉아 버리면 삶이 '일시정지' 되어 버린다. 4년 전 이야기는 4년 전 이야기다. 그대가 4년 전 어땠었는지 보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었다.'라는 '과거의 착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 때도 아픔이나 슬픔, 고민과 갈등은 분명 존재했다. 과거의 조각을 캐와 "이 때는 이랬었거든요."라는 얘기를 하는 건 그만 두자. 남들 사는 모습 숨어서 지켜보며 혼자 자괴감을 느끼는 건 그냥 청승이다. 옛 사람들이 남긴 "청승이 늘어 가면 팔자가 오그라진다."는 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위와 같이 틀린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든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길 바란다. 사연은 아무리 길어도 빼놓지 않고 다 읽으니 최대한 자세히 보내주길 바란다. 아, 카톡대화나 메일 등의 자료를 첨부하면 더 없이 좋다. 같은 "네."라는 대답도 대략 32가지 의미로 나뉠 수 있으니, 사연에다가는 어떤 상황에서 왜 저런 말이 나왔는지를 알려주길 바란다.
자 그럼, 얼마 남지 않은 후라이데이까지 의지로 버티길 바라며! 의지!
▲ 아, 각색해 달라고 해서 각색하면 "제 얘기와 다른데요?"라고 말하는 대원도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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