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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에게 말도 잘 못 거는 소심남, 고쳐야 할 부분은?

by 무한 2012. 8. 9.

여자에게 말도 잘 못 거는 소심남, 고쳐야 할 부분은?
그대들이 보낸 사연은 읽고 난 정말 실망했다, 라고 말하면 벌써부터 시무룩함이 찾아와 옆에 앉지 않는가? 우리는 그 부분부터 손을 봐야 한다. 누가 그대에 대해 실망을 하든 부담을 가지든 그건 일시적인 거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판결을 받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대에겐

"대한민국 부담 다 족구하라 그래.(소리 내서 빨리 읽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의 마인드가 좀 필요하다. 물론 마음만 그렇게 먹는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속으로는 활활 불타면서, 겉으로는 음료수만 주고 도망치면 다 허사다.(부담과 상대를 헷갈려 상대에게 족구하라 그러는 것도 문제가 된다.)

아직 제대로 말도 못 꺼내 봤는데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듣거나, 연락 몇 번 했다가 상대의 싸늘한 표정만 보게 되는 것. 이제 지겹지 않은가? 더 이상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오늘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1. 앞에선 어버버버, 문자로는 옙 베이비~ 암고나매큐뭅~


파란 쫄쫄이에 빨간 팬티를 덧입어야 용감해지는 슈퍼맨 클라크처럼, 그대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엄지로 얘기해야만 용감해지고 뭐 그런 건가? 그대와 내가 친구라고 가정하고, 내가 이런 문자를 보낸다고 해보자.

"야 오늘 정말 재미있었다. ㅋㅋ
당구 잘 못 친다면서 잘 치네!
담에 만나면 100으로 올려~"


서로 별 얘기 없이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장에 갔을 뿐인데 저런 얘길 하는 거다. 다음에 만나서 또 당구장엘 가게 되었는데, 역시 서먹서먹하게 다른 편이 되어 당구만 치다 헤어졌다. 그런데 또 아래와 같은 문자를 보낸다.

"오늘 100으로 올리라니까 그냥 치네 ㅋ
암튼 잼있었어. 나중에 일 대 일도 한 번 치자고~"


정신이 좀 이상한 친구로 보이지 않는가? 만나서는 데면데면하게 지내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문자를 저런 식으로 보내는 좀 황당한 친구.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 살짝 위험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앞에선 음료수만 주고 도망가며, 문자로만 "제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어쩌고저쩌고, 이번 주말에 쉬세요?"라는 얘기를 하는 남자는 위와 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눈 마주치고는 통성명도 못 하면서, 문자로 데이트 신청만 하는 모습을 고치잔 얘기다. 그대는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활활 타오르니 잘 모르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상대는 무서울 수 있다. 문자로는 계속 좀 더 친하게 지내자고 들이대면서, 앞에서는 인사조차 잘 못 하는 그 모습이 말이다. 문자 얘기만 하니까 쪽지로만 용감했던 대원들이 한 숨 놓는 것 같은데, 쪽지가 더 무섭다. 기껏 불러내서는 왜 쪽지만 주고 휙 사라지는가. 현실에서 좀 더 용감해지길 바란다.


2.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그대를 주인공으로 멜로영화를 만들면, 120분 영화에서 한 6번 정도 '이별씬'이 나올 것이다. 첫 번째 이별씬은,

- 음료수를 준 다음 날, 더 이상 웃으며 인사하지 않는 그녀.


에 대해 낙담하며 후회하는 장면이다. 두 번째 이별씬은

- 다시 용기를 내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피곤해서 쉰다는 그녀.


에게 야속함을 느끼는 장면이다. 세 번째 이별씬은 

- 부담 없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에 친구라면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


의 이야기를 듣고 '난 친구 이상은 안 되나 보다.'라며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네 번째 이별씬은 

- 카톡 연락에 답장이 늦는 그녀.


에 대해 '나에게 마음이 없으니 그런 거겠지.'라며 자책하는 장면이다. 없어지지 않는 '1' 표시(상대가 확인하면 '1'이 없어진다.)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다섯 번째 이별씬은

- 다른 남자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는 그녀.


를 보며 절망하는 장면이다. 이젠 정말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등을 돌리는 모습이 이어진다. 여섯 번째 이별씬은

- 결판을 내겠다며 고백했지만 사귈 생각 없다며 거절하는 그녀.


를 종교로 승화시키는 장면이다. 현실에서의 연애는 이제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이며,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이 미칠 듯(응?) 사랑했던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드럽게 재미없고 우울한 영화가 될 것 같지 않은가? 관객은 재미없음에 지쳐 차라리 그녀에게서 연가시라도 발견되길 빌 것이다. 얘기가 좀 진행되다가 약간만 주인공의 바람과 틀어지는 장면에선 여지없이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행복했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그 사람보다 결코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라는 정재욱의 <잘가요>가 흘러나온다. 현실에서 한 거라곤 음료수 한 번 건네고 카톡 몇 번 주고받다가 숨어서 지켜본 것 밖에 없는데, 아주 그냥 이별씬은 블록버스터 급이다. 툭하면 시무룩해지는 주인공, 그의 영화가 위와 같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3. 사과하다 엔딩.


이거 뭐 사과 하느라 바쁘니 연애를 시작할 틈이 없다. 시험을 준비하다 도서관에서 만난 한 여자사람에게 접근했던 어느 대원의 레퍼토리를 보자.

A. (음료수를 준 뒤) 부담을 드린 거라면 죄송해요.
B. (연락을 한 뒤)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해요.
C. (만나자고 했다가 쉬겠다는 답을 들은 뒤) 피곤하실 텐데 죄송해요.
D. (상대가 어색해 하자)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죄송해요.
E. (서먹서먹해진 뒤) 저 때문에 안 웃으시는 것 같네요. 죄송해요.



저렇게 사과를 한 것도 모자라서 저 대원은

"마지막으로 사과를 하려고 합니다.
저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 진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해하는 그녀를 보며 저도 마음이 편치 않네요.
그냥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라며 '마지막 사과 하는 방법'을 묻고 있다. 비겁하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사과는 정말 상대를 부담에서 놓아 주려고 하는 사과가 아니지 않은가. 사과는 그저 구실일 뿐, 그렇게 '모두 내 잘못'이라며 자학을 섞어 상대에게 내 놓으면, 상대가 "아, 그런 건 아니에요."라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은가. 매뉴얼 하루 이틀 쓰는 것도 아닌데 자꾸 사연에 훼이크를 걸지 말길 바란다.

상대의 허락을 얻으려 하거나, 상대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으려 하는 그 꼬꼬마의 모습을 버리자.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 뭔가를 하는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가. 이게 온전히 내가 책임질 상황이라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 들이대다가 아니다 싶으면 사과하며 눈치만 보지 말고 말이다. 상대에게 나쁜 병 같은 걸 옮기려 한 것도 아닌데, 왜 계속 움츠리며 뒷걸음질만 치는가. 어깨 펴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하길 권한다.

"이게 저희 동네 이장님 추천서고요,
이건 예비군 훈련 때 받은 표창장,
이건 학교 졸업증명서예요.
저 나쁜 사람이나 수상한 사람 아닌 거 아시겠죠?
아, 쿨피스 좋아하세요?
쭈꾸미 먹고 쿨피스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제가 쏠게요."


이게 "시간 괜찮으세요?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해요."보다 78배 쯤 낫다.


공성전이 아니다. '그녀'라는 성 앞에서 공격을 퍼부어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 마음의 문만 열게 하면 된다. 문 부수고 들어가려고 두드려 대다가 열리지 않자 "해치지 않을 테니 문 좀 열어주세요. 놀라셨다면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건, 그녀로 하여금 문을 더 굳게 닫도록 만들 뿐이다.

소리쳐 그대가 있다는 걸 알리고, 성 앞을 가꾸길 권한다. 당장은 그대에게 놀라 그녀가 겁을 먹겠지만 흥미롭고 진귀한 것들을 성 앞에다 마련해 두면 그녀가 알아서 걸어 나올 것이다.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에서처럼 말이다.

위에서 제시한 부분들을 모두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애가 어렵다면 주저 말고 사연을 보내주길 바란다. normalog@naver.com 으로. 단, A4용지 한 장도 넘기지 못하는 사연은 보내지 말아 줬으면 한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거리감이 느껴진다거나, 어느 날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든다는 식의 열 줄짜리 사연을 보내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건 "오늘 아침부터 배가 아파요. 왜 그럴까요?"라고 묻는 것과 같다. 그럼 내가 또 뭘 먹었는지, 어떻게 아픈지, 설사는 했는지, 배 말고 다른 곳은 아픈 데가 없는지, 지병이 있는지 따위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게 최대한 자세히 적어주길 바란다. 자 그럼, 힘이 솟는 떨스데이 보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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