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꿈꾸지만 시작하지 못하는 여자들
시드니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때의 일이다. 친구 하나가 '싱어 송 랩퍼'가 되겠다고 내게 말했다. 난 당최 '싱어 송 랩퍼'가 뭔지 알 수 없었기에 그게 뭐냐고 물었고, 친구는 '싱어 송 랩퍼는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랩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난 친구에게 그런 의미라면 '랩퍼 송 라이터'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고, 친구는 내게 '역시 넌 아이디어 뱅크'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친구와는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이후로 만나지 않고 있다.
여하튼 그 친구에 대해서는 오래 전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한 적 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테니 한 번 더 얘기하자. 그 친구는 작곡 공부 일 년, 가사 공부 일 년, 랩 공부 일 년, 이렇게 도합 3년을 공부해 '랩퍼 송 라이터'가 되겠다고 했다. 랩 공부를 할 때에는 영국으로 유학도 갈 예정이라고 했다. 난 딱히 할 말도 없었거니와 뭔 얘기를 해봤자 별 소용도 업을 것 같아서 훌륭한 '랩퍼 송 라이터'가 되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친구가 '대학가요제'로 데뷔 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잠깐 했기에 난 매 해 대학가요제를 챙겨봤다. 하지만 대학교수가 될 나이가 지난 후에도 그 친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달 전 그 친구가 실용음악학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니 멋지네.'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역시 아버지가 재력가라는 건, 많은 걸 해결해 주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친구를 다시 만나서 '랩퍼 송 라이터'의 얘기를 꺼내면 아마 얼굴이 빨개질 것이다. 방학기간 일과표 그리듯 마음대로 그려놓으면 알아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나이니 말이다.
저 친구의 '랩퍼 송 라이터' 계획처럼 남자를 만나려는 대원들이 있다. 좀 친하고 가까이 살면 우리 고스톱 모임에라도 초대해 '고'와 '스톱'의 타이밍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기에 매뉴얼로 대신 이야기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컴퓨터 용품 판매로 유명한 D사이트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구입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을 해대는데 그 질문은 아래와 같다.
털끝만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며, 물건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죽기 바로 직전에 사면 후회하지 않는 구매가 될 겁니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완벽한 남자를 만나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연애를 할 생각을 하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위와 같은 함정에 빠진다. 그녀들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그냥 아는 남자'들과도 잘 교류하지 않는다. 그런 남자들은 모두 들러리일 뿐이고, 머지않아 백마 탄 왕자를 만나게 되면 그가 이 모든 기다림까지 다 보상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저 공백기 동안 '내적 자아'는 크게 발달하는 반면, '외적 자아'는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두 자아가 사용하는 말을 분류해 적자면, 대략 아래와 같다.
'외적 자아'가 거의 쪼그라들다시피 한 여성대원이 남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다면, 같이 놀러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차려주는 밥만 먹는 친구를 떠올리면 된다. 같이 장 보는 정도의 일만 할 뿐, 재료손질이나 설거지 등을 전혀 하지 않은 친구 말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그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친구들로 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나중엔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라는 넋두리만 하게 된다. 혼자 5층에서 남들을 내려다보며 비웃지 말고, 거리로 나와 그들과 먼저 어울리자.
옛 집 그리워 찾아온 구남친을 상대하느라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초대하지 못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러니까 대략
위와 같은 떡밥을 무느라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그게 한 두세 달 그러다 마는 거면 모르겠는데, 심한경우 이삼 년씩 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대원들이 있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새로운 남자와 썸씽을 만들어 가다가도 구남친이 나타나 떡밥을 뿌리면, 파닥파닥 거리면서 낚이고 만다.
깨진 유리컵을 두고 안타까워하고 있거나, 깨지기 직전으로 시간을 돌리기 바라고 있는 동안에도 세월은 흐른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 시간을 추억하느라 현재를 번외편처럼 살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이 떠맡게 된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자. 상대도 그대와 같은 마음이라면 그대를 고민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간만 보며 시간을 질질 끌지도 않을 것이다. 돌아서면 정말 끝나는 것 같아서 돌아서지 못하고 이는 거라면, 아예 끝까지 가보길 권한다. 추측이나 예상만 하지 말고 직접 그대의 마음을 상대에게 말이라도 해 보잔 얘기다. 그럼 상대의 답이 올 것이고, 그 때는 더 이상 그 답에 미련을 두지 말길 바란다.
카톡에 답도 해주지 않는 남자에게 에너지를 쏟고 있는 대원들도 있다. 가끔 상대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하고 어쩌다 만나서 놀기도 하지만, 상대가 심심하지 않을 때에는 연락이 끊기는 관계.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원들은 엉뚱하게도 상대에게 애교를 퍼주고, 연애의 말랑말랑한 기분을 퍼주고, 상대가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바친다.
쉽게 말하자면, 관계가 기울어진 채로 오랜 기간 길들여 진 경우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날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고 생각하며 방청소 하듯 둘의 관계를 정리하기 마련인데, 어떤 대원들은 그 난장판에 길들여져 청소하길 겁낸다. 어디부터 손대야 할 지 엄두를 내지 못하며, 뭘 버리고 뭘 놔둬야 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위태로운 상황이 되기 전 까지는, 그냥 그대로 두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대원들 역시 그렇게 이십대의 서너 해를 흘려보낸다.
이런 대원들의 각성을 위해 꾸준히 매뉴얼을 발행하고 있으니, 몇몇 대원들이라도 매뉴얼을 읽고 그 시궁창에서 빠져나오길 기원할 뿐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대원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각 모습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사람이라는 게, 딱 그 순간의 감정에만 의지해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를테면, 사춘기시절 "난 앞으로 나가서 내 힘으로 혼자 살 거야."라며 가출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가출했다가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돌아왔는데, 엄마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보자. 엄마는 그대의 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 네가 남기고 간 편지는 잘 읽었다. 어렵겠지만 앞으로 힘내서 혼자 잘 살길 바란다."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참 난감한 상황 아닌가? 급격히 심각해지며, 매사에 진지한 여자가 그렇다. 그녀들은 상대의 말 한 마디나 작은 행동에도 문을 닫거나 잠근다.
"사귀다 헤어지기기라도 하면 전 무너질 거고, 그 처참한 상황을 못 견딜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다. 혹시 문 밖에 나갔다가 사고라도 당할 수 있으니 가장 안전한 집에만 있겠다, 뭐 그런 얘기와 비슷한 거다. <집 안에서만 30년을 사신 이점례 할머니> 따위의 제목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생각이 아니라면, 걱정은 연애를 시작한 뒤에 하도록 하자.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보는 것을 줄이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해 보길 권한다. 가능한 집과 멀리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들로.
나쁘게 보면, 나쁜 모습만 보이는 법이다. 내가 만약 그대를 만나 '저 여자는 돈 때문에 날 만나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면, 모든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 식사를 한 뒤에 어물쩍거리며 앉아 있는 모습이나, 자신은 구두(이십사 만원) 선물을 받고, 내게는 지갑(칠만 원) 선물을 주는 모습 등이 모두 '불공정 거래'로 보일 거란 얘기다. '어디, 무슨 실수를 하나 보겠어.'라며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남자는 지구상에 없다. 화성에 간 '큐리오시티'가 아직 외계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지구에 있는 남자와 연애를 하길 바란다. '똑같은 남자' 중에 그대를 존중하고 그대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말이다.
혹시 한 5년 전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예상한 대원이 있는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라든가, 타고 있는 차라든가, 아니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등을 오차 없이 예상했던 대원 말이다. 기대보다 더 나아졌는지, 아니면 더 나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인생엔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가득하다는 걸 다들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미드 <루이>에서 나온 대사를 하나 소개해 주고 싶다.
저 말에 등장하는 '인생'을 '연애'로 바꿔 읽어보길 바란다. 바꿔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이제 그대가 연애를 시작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 이게 '자의'가 아니라 '타의'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을 위한 매뉴얼도 준비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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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때의 일이다. 친구 하나가 '싱어 송 랩퍼'가 되겠다고 내게 말했다. 난 당최 '싱어 송 랩퍼'가 뭔지 알 수 없었기에 그게 뭐냐고 물었고, 친구는 '싱어 송 랩퍼는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랩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난 친구에게 그런 의미라면 '랩퍼 송 라이터'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고, 친구는 내게 '역시 넌 아이디어 뱅크'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친구와는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이후로 만나지 않고 있다.
여하튼 그 친구에 대해서는 오래 전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한 적 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테니 한 번 더 얘기하자. 그 친구는 작곡 공부 일 년, 가사 공부 일 년, 랩 공부 일 년, 이렇게 도합 3년을 공부해 '랩퍼 송 라이터'가 되겠다고 했다. 랩 공부를 할 때에는 영국으로 유학도 갈 예정이라고 했다. 난 딱히 할 말도 없었거니와 뭔 얘기를 해봤자 별 소용도 업을 것 같아서 훌륭한 '랩퍼 송 라이터'가 되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친구가 '대학가요제'로 데뷔 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잠깐 했기에 난 매 해 대학가요제를 챙겨봤다. 하지만 대학교수가 될 나이가 지난 후에도 그 친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달 전 그 친구가 실용음악학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니 멋지네.'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역시 아버지가 재력가라는 건, 많은 걸 해결해 주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친구를 다시 만나서 '랩퍼 송 라이터'의 얘기를 꺼내면 아마 얼굴이 빨개질 것이다. 방학기간 일과표 그리듯 마음대로 그려놓으면 알아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나이니 말이다.
저 친구의 '랩퍼 송 라이터' 계획처럼 남자를 만나려는 대원들이 있다. 좀 친하고 가까이 살면 우리 고스톱 모임에라도 초대해 '고'와 '스톱'의 타이밍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기에 매뉴얼로 대신 이야기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후회하지 않을 남자 기다리기
컴퓨터 용품 판매로 유명한 D사이트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구입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을 해대는데 그 질문은 아래와 같다.
ⓐ A제품 가격은 언제쯤 내려갈까요? 지금 사면 후회할까요?
ⓑ (몇 달 후)A제품 가격은 다 내려간 것 같은데, 새로 출시되는 B제품 사는 게 낫겠죠?
ⓒ B제품 가격은 언제쯤 내려갈까요? 지금 사면 후회할까요?
ⓓ (몇 달 후)B제품 가격은 다 내려간 것 같은데, 새로 출시되는 C제품 사는 게 낫겠죠?
ⓔ C제품 가격은 언제쯤 내려갈까요? 지금 사면 후회할까요?
ⓑ (몇 달 후)A제품 가격은 다 내려간 것 같은데, 새로 출시되는 B제품 사는 게 낫겠죠?
ⓒ B제품 가격은 언제쯤 내려갈까요? 지금 사면 후회할까요?
ⓓ (몇 달 후)B제품 가격은 다 내려간 것 같은데, 새로 출시되는 C제품 사는 게 낫겠죠?
ⓔ C제품 가격은 언제쯤 내려갈까요? 지금 사면 후회할까요?
털끝만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며, 물건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죽기 바로 직전에 사면 후회하지 않는 구매가 될 겁니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완벽한 남자를 만나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연애를 할 생각을 하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위와 같은 함정에 빠진다. 그녀들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그냥 아는 남자'들과도 잘 교류하지 않는다. 그런 남자들은 모두 들러리일 뿐이고, 머지않아 백마 탄 왕자를 만나게 되면 그가 이 모든 기다림까지 다 보상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저 공백기 동안 '내적 자아'는 크게 발달하는 반면, '외적 자아'는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두 자아가 사용하는 말을 분류해 적자면, 대략 아래와 같다.
[내적 자아]
- (자신에게) 조만간 내 인생에도 볕이 들 날이 오겠지?
- (혼잣말로) 노크해 줄 거라 믿어. 난 기다리고 있으니까.
[외적 자아]
- (타인에게) 그래서 어떻게 됐어?
- (타인에게) 완전 슬펐겠다.
- (자신에게) 조만간 내 인생에도 볕이 들 날이 오겠지?
- (혼잣말로) 노크해 줄 거라 믿어. 난 기다리고 있으니까.
[외적 자아]
- (타인에게) 그래서 어떻게 됐어?
- (타인에게) 완전 슬펐겠다.
'외적 자아'가 거의 쪼그라들다시피 한 여성대원이 남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다면, 같이 놀러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차려주는 밥만 먹는 친구를 떠올리면 된다. 같이 장 보는 정도의 일만 할 뿐, 재료손질이나 설거지 등을 전혀 하지 않은 친구 말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그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친구들로 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나중엔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라는 넋두리만 하게 된다. 혼자 5층에서 남들을 내려다보며 비웃지 말고, 거리로 나와 그들과 먼저 어울리자.
2. 엄한 곳에 에너지 쏟기
옛 집 그리워 찾아온 구남친을 상대하느라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초대하지 못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러니까 대략
- 조건을 걸면(결혼 전제 안 한다 등) 다시 사귈 생각 있다며 다가오는 구남친
- 자신이 잘 해 줄 수 없을 것 같다며 선 그어 놓고 그 앞까지만 다가오는 구남친
-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말해놓고 만나서는 연인처럼 구는 구남친
- 함께 한 시간을 어떻게 잊냐고 계속 여지를 남기면서 다가오진 않는 구남친
- 자신이 잘 해 줄 수 없을 것 같다며 선 그어 놓고 그 앞까지만 다가오는 구남친
-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말해놓고 만나서는 연인처럼 구는 구남친
- 함께 한 시간을 어떻게 잊냐고 계속 여지를 남기면서 다가오진 않는 구남친
위와 같은 떡밥을 무느라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그게 한 두세 달 그러다 마는 거면 모르겠는데, 심한경우 이삼 년씩 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대원들이 있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새로운 남자와 썸씽을 만들어 가다가도 구남친이 나타나 떡밥을 뿌리면, 파닥파닥 거리면서 낚이고 만다.
깨진 유리컵을 두고 안타까워하고 있거나, 깨지기 직전으로 시간을 돌리기 바라고 있는 동안에도 세월은 흐른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 시간을 추억하느라 현재를 번외편처럼 살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이 떠맡게 된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자. 상대도 그대와 같은 마음이라면 그대를 고민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간만 보며 시간을 질질 끌지도 않을 것이다. 돌아서면 정말 끝나는 것 같아서 돌아서지 못하고 이는 거라면, 아예 끝까지 가보길 권한다. 추측이나 예상만 하지 말고 직접 그대의 마음을 상대에게 말이라도 해 보잔 얘기다. 그럼 상대의 답이 올 것이고, 그 때는 더 이상 그 답에 미련을 두지 말길 바란다.
카톡에 답도 해주지 않는 남자에게 에너지를 쏟고 있는 대원들도 있다. 가끔 상대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하고 어쩌다 만나서 놀기도 하지만, 상대가 심심하지 않을 때에는 연락이 끊기는 관계.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원들은 엉뚱하게도 상대에게 애교를 퍼주고, 연애의 말랑말랑한 기분을 퍼주고, 상대가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바친다.
쉽게 말하자면, 관계가 기울어진 채로 오랜 기간 길들여 진 경우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날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고 생각하며 방청소 하듯 둘의 관계를 정리하기 마련인데, 어떤 대원들은 그 난장판에 길들여져 청소하길 겁낸다. 어디부터 손대야 할 지 엄두를 내지 못하며, 뭘 버리고 뭘 놔둬야 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위태로운 상황이 되기 전 까지는, 그냥 그대로 두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대원들 역시 그렇게 이십대의 서너 해를 흘려보낸다.
이런 대원들의 각성을 위해 꾸준히 매뉴얼을 발행하고 있으니, 몇몇 대원들이라도 매뉴얼을 읽고 그 시궁창에서 빠져나오길 기원할 뿐이다.
3. 너무나도 민감한 그녀
이 부류에 속하는 대원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각 모습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 급격히 심각해지며, 매사에 진지한 여자.
사람이라는 게, 딱 그 순간의 감정에만 의지해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를테면, 사춘기시절 "난 앞으로 나가서 내 힘으로 혼자 살 거야."라며 가출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가출했다가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돌아왔는데, 엄마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보자. 엄마는 그대의 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 네가 남기고 간 편지는 잘 읽었다. 어렵겠지만 앞으로 힘내서 혼자 잘 살길 바란다."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참 난감한 상황 아닌가? 급격히 심각해지며, 매사에 진지한 여자가 그렇다. 그녀들은 상대의 말 한 마디나 작은 행동에도 문을 닫거나 잠근다.
- 사귀기 전에 이별 후를 걱정하는 여자.
"사귀다 헤어지기기라도 하면 전 무너질 거고, 그 처참한 상황을 못 견딜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다. 혹시 문 밖에 나갔다가 사고라도 당할 수 있으니 가장 안전한 집에만 있겠다, 뭐 그런 얘기와 비슷한 거다. <집 안에서만 30년을 사신 이점례 할머니> 따위의 제목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생각이 아니라면, 걱정은 연애를 시작한 뒤에 하도록 하자.
- 행복한 세상에 편입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여자.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보는 것을 줄이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해 보길 권한다. 가능한 집과 멀리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들로.
- 남자는 다 똑같다고 말하는 여자.
나쁘게 보면, 나쁜 모습만 보이는 법이다. 내가 만약 그대를 만나 '저 여자는 돈 때문에 날 만나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면, 모든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 식사를 한 뒤에 어물쩍거리며 앉아 있는 모습이나, 자신은 구두(이십사 만원) 선물을 받고, 내게는 지갑(칠만 원) 선물을 주는 모습 등이 모두 '불공정 거래'로 보일 거란 얘기다. '어디, 무슨 실수를 하나 보겠어.'라며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남자는 지구상에 없다. 화성에 간 '큐리오시티'가 아직 외계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지구에 있는 남자와 연애를 하길 바란다. '똑같은 남자' 중에 그대를 존중하고 그대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말이다.
혹시 한 5년 전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예상한 대원이 있는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라든가, 타고 있는 차라든가, 아니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등을 오차 없이 예상했던 대원 말이다. 기대보다 더 나아졌는지, 아니면 더 나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인생엔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가득하다는 걸 다들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미드 <루이>에서 나온 대사를 하나 소개해 주고 싶다.
"근데 있잖아.
인생이라는 건 네 것이 아니야.
그냥 인생은 인생이야.
인생은 말야 너보다 더 큰 거야.
너도 한 번 생각해 보면 알 걸.
인생이라는 건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는 그냥 거기에 참여하고
목격하는 일부일 뿐이라고."
인생이라는 건 네 것이 아니야.
그냥 인생은 인생이야.
인생은 말야 너보다 더 큰 거야.
너도 한 번 생각해 보면 알 걸.
인생이라는 건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는 그냥 거기에 참여하고
목격하는 일부일 뿐이라고."
저 말에 등장하는 '인생'을 '연애'로 바꿔 읽어보길 바란다. 바꿔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이제 그대가 연애를 시작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 이게 '자의'가 아니라 '타의'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을 위한 매뉴얼도 준비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 '크리스 락 모음', '루이스 CK 모음' 검색해 보세요. 드립의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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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처음하는 남자가 저지르는 안타까운 일들
착한 성격 때문에 연애하기 힘들다는 남자,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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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가 망나니 같은 남자와 사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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