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면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남자의 변명들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얘기는, 상대의 막장까지 모두 경험해 본 뒤에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원래 그런 사람'은 없고, '그러니까 그런 사람'만 있다는 얘기를 질리도록 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하며 믿고 있다가, '설마'의 뒷발에 차이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오늘 할 얘기는 '지뢰주의'와 비슷하다는 걸 먼저 말해두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꼭
따위의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난 그들에게 안전한 길 놔두고 왜 지뢰밭으로 들어가냐고 묻고 싶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남자도 많은데, 왜 말과 행동이 다를 뿐더러 책임감과 다정함까지 결여된 사람을 붙들고 있냐고 말이다. 그대와 같은 마음으로 믿었던 많은 선배대원들에게 주름살과 흰머리만 남기고 떠난 남자의 변명들, 함께 살펴보자.
이별을 통보하며 떠났던 전 남친이 다시 찾아와 말했다.
저 얘기를 들은 여성대원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저 얘기에 승낙을 하더라도 자신이 손해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렇게 가까이 지내다가 다시 사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애매한 관계로 지내는 것에 동의한다. 음, '미친 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여자는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저렇게 승낙을 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난 그저 '책임질 필요가 없는 관계를 손에 넣는 남자는 십중팔구 즤랄꾸러기가 된다.'고만 적어두겠다. 그걸 온 몸으로 겪어가며 내게
라는 얘기를 해봐야 공허할 뿐이다. 우리 동네 제과점에서 빵을 제한 없이 무료로 시식해도 된다고 하면, 난 매일 가서 시식만 할 뿐 절대 빵을 사지 않을 것이다. 돈 안 주고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뭐 하러 돈 주고 사먹겠는가.
물론 저 '무료 시식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금방 심장을 꺼내 증명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그대에게 들이댈 것이다. '말'이나 '글'로 하는 일이라 돈도 들지 않으며, 계약만 맺으면 책임질 필요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저 얘기 뒤에는 외롭고, 심심하고, 주변에 새로 만날 여자도 없고, 뭐 그런 상황에 처한 남자가 있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그렇다고 그대와 다시 시작하자니 발목이 잡힐 것 같고, 책임지지 않고 얼마간 즐거움만 좀 얻다가 언제든 떠나도 문제 될 것이 없는 관계를 만들어 두고 싶은 것이다. 내 주변에도 저런 지인이 있는데 "우리 추억을 다 없던 일로 할 수가 없다. 너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며 아주 쉽게 계약을 따낸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다시 다가갈 땐 인연을 끊지 말아 달라며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하지만, 다시 떠날 땐 인정사정없이 툭툭 털어 버린다. 너무 쉽게.
'말'이 아닌 '행동'을 보면 보인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하지 않았는가. 이것도 상대의 '행동'을 쭉 지켜보면, 보인다.
저런 얘기를 한다고 다 이상한 건 아니다. 맨 마지막의 대화를 내팽개치는 멘트만 없다면, 진도를 어디까지 나갈건지에 대한 커플의 대화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저 얘기를 하는 남자의 행동이 늘 '그것' 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거다.
저 '하자' 말고는 둘이 특별히 나누는 얘기가 없다. 보수적이라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잠수를 타다가도, 이쪽에서 연락하면
따위의 이야기만 할 뿐이다. 여성대원들은 그래도 저 만남이 남자의 적극적인 대시로 인해 시작된 '연애' 였으니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상대에겐 그게 연애건 원나잇이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 보인다. '할 수만 있으면' 사귀자는 말 꺼내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대원은 '하자'에 목숨을 너무 거는 거 아니냐고 남자친구에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사과했다. 그렇게 사과를 통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뭐, 그랬다고 한다. 그 모습에 실망한 여자친구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깜깜한 길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잘 갔냐는 전화는 한 통 올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보수적이라 문제건 아니건 정말 마음이 있는 거라면, 여자친구를 그렇게 알아서 갈 길 가라며 놔두고 잠수를 타진 않는다. 저 얘기를 하는 남자의 머릿속엔 '그대'가 아닌 '하는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꼭 맞다.
그럴듯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빚'위에 올려져 있는 거란 걸 결혼 날짜를 다 잡고 난 뒤에야 고해성사처럼 말한 여성대원. 상대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저 여성대원이 상대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맞다. 저 사연을 보낸 대원은 상대가 무일푼이라고 해도 품을 생각을 하며 사귄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자꾸 상대에게
라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마음이 아니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서울 노른자위에 큰 집이 있고, 외국을 마음대로 나다니고, 뭐 그런 걸 보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둘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데 날짜를 잡고 나서 '사실 우리 집 망했음. 이것저것 다 팔아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천만 원이 전부.'란 얘기를 들으니 뒤통수 맞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만약 "오빠 나 고백할 게 있어. 아빠가 우리 둘 살라고 아파트 하나 사 준 거 있어."라고 말한 상황이라고 해도, "그걸 왜 이제 말해? 우리 사이엔 신뢰가 없네. 나한테 감추는 게 있다니 이 결혼 무효."라고 말할까? 아빠가 준 것이 '아파트'가 아니라 '갚아야 할 빚'인 까닭에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이게 다 남자의 잘못이란 얘기는 아니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7:3 으로 여자 쪽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돈 들어갈 일 생기자 돈 없다고 얘기한 것이 그렇고, 돈 없다고 말한 뒤 상대보고 다 알아서 하라고 말한 것이 또 그렇다. '고르는 건 내가, 결제는 네가' 식의 진행 아닌가. 남의 눈을 의식해 결혼식은 으리으리하게 준비하면서, 부담은 다 상대가 하라고 하는 경우가 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을 얘기할 땐 그 누구의 시선이나 간섭도 신경 쓰지 않을 것처럼 말하면서, 결혼을 얘기할 땐 남의 눈과 주변 평판 등을 고루 다 신경 쓰고 있으니, 읽는 나 역시 혼란스럽다. 저 멀리 오지에 가서라도 단 둘이 살 수 있다는 사람이 결혼반지는 다이아로 해야 한다고 말하니, 뭐가 진심인지 모르겠다.
돈도 문제고, 신뢰도 문제고, 사랑도 문제다. 그러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야."라는 말에 반박하려 상대에게 빨간펜 선생님처럼 밑줄 쳐가며 반박메일 보내지 말자. 서로 결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 모두 미달인데, 거기다 대 놓고 "그게 어떻게 내가 속이려 한 거야?" 라는 말만 해서 뭐 하겠는가. 이겨도 져도 우스운 말싸움일 뿐이다.
여기까지 읽고도 '그래도 그 사람은 달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래도 괜찮다. 속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상대를 믿는 마음, 그거 살아가며 평생 한 번 가져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당장 뒤돌아 걸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면, 그 마음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주기 바란다. 몰라서 속는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지만 이 인연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믿는 거라고.
그 말은 상대에게 책임감으로, 감사함으로, 깨달음으로 전해질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상대에겐, 팔 운동을 열심히 한 뒤 시원하게 따귀나 한 번 올려 붙여주면 된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길 바라며!
▲ 요즘 노을 질 때 하늘 보세요. 캘리포니아 가을 하늘 같네요. 물론 가본 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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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얘기는, 상대의 막장까지 모두 경험해 본 뒤에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원래 그런 사람'은 없고, '그러니까 그런 사람'만 있다는 얘기를 질리도록 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하며 믿고 있다가, '설마'의 뒷발에 차이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오늘 할 얘기는 '지뢰주의'와 비슷하다는 걸 먼저 말해두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꼭
"지뢰밭에 들어간다고 바로 죽는 건 아니잖아요?
조심조심 걷다 보면 무사히 살아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조심조심 걷다 보면 무사히 살아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따위의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난 그들에게 안전한 길 놔두고 왜 지뢰밭으로 들어가냐고 묻고 싶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남자도 많은데, 왜 말과 행동이 다를 뿐더러 책임감과 다정함까지 결여된 사람을 붙들고 있냐고 말이다. 그대와 같은 마음으로 믿었던 많은 선배대원들에게 주름살과 흰머리만 남기고 떠난 남자의 변명들, 함께 살펴보자.
1. 연애는 그만 하자. 대신 옆에는 계속 있을게.
이별을 통보하며 떠났던 전 남친이 다시 찾아와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평생 너만큼 좋아한 사람은 없다.
다시 사귀자는 건 아니고, 내가 정말 잘 할 테니 옆에만 있게 해 주라.
난 앞으로 연애나 결혼은 안 할 생각이다."
다시 사귀자는 건 아니고, 내가 정말 잘 할 테니 옆에만 있게 해 주라.
난 앞으로 연애나 결혼은 안 할 생각이다."
저 얘기를 들은 여성대원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미친 놈.'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저 얘기에 승낙을 하더라도 자신이 손해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렇게 가까이 지내다가 다시 사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애매한 관계로 지내는 것에 동의한다. 음, '미친 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여자는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저렇게 승낙을 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난 그저 '책임질 필요가 없는 관계를 손에 넣는 남자는 십중팔구 즤랄꾸러기가 된다.'고만 적어두겠다. 그걸 온 몸으로 겪어가며 내게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는 걸까요?"
라는 얘기를 해봐야 공허할 뿐이다. 우리 동네 제과점에서 빵을 제한 없이 무료로 시식해도 된다고 하면, 난 매일 가서 시식만 할 뿐 절대 빵을 사지 않을 것이다. 돈 안 주고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뭐 하러 돈 주고 사먹겠는가.
물론 저 '무료 시식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금방 심장을 꺼내 증명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그대에게 들이댈 것이다. '말'이나 '글'로 하는 일이라 돈도 들지 않으며, 계약만 맺으면 책임질 필요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저 얘기 뒤에는 외롭고, 심심하고, 주변에 새로 만날 여자도 없고, 뭐 그런 상황에 처한 남자가 있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그렇다고 그대와 다시 시작하자니 발목이 잡힐 것 같고, 책임지지 않고 얼마간 즐거움만 좀 얻다가 언제든 떠나도 문제 될 것이 없는 관계를 만들어 두고 싶은 것이다. 내 주변에도 저런 지인이 있는데 "우리 추억을 다 없던 일로 할 수가 없다. 너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며 아주 쉽게 계약을 따낸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다시 다가갈 땐 인연을 끊지 말아 달라며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하지만, 다시 떠날 땐 인정사정없이 툭툭 털어 버린다. 너무 쉽게.
2. 네가 너무 보수적이라 안 맞는 것 같다.
'말'이 아닌 '행동'을 보면 보인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하지 않았는가. 이것도 상대의 '행동'을 쭉 지켜보면, 보인다.
남자 - 나는 솔직히 네가 스킨십이나 외박에 너무 보수적이라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내 친구 여자친구들 보면 부모님이 엄해도 할 건 다 하거든.
여자 - 나도 싫다는 건 아니야. 그냥 좀 두렵다는 거지.
남자 - 하 됐다. 피곤하다. 나 먼저 잔다.
내 친구 여자친구들 보면 부모님이 엄해도 할 건 다 하거든.
여자 - 나도 싫다는 건 아니야. 그냥 좀 두렵다는 거지.
남자 - 하 됐다. 피곤하다. 나 먼저 잔다.
저런 얘기를 한다고 다 이상한 건 아니다. 맨 마지막의 대화를 내팽개치는 멘트만 없다면, 진도를 어디까지 나갈건지에 대한 커플의 대화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저 얘기를 하는 남자의 행동이 늘 '그것' 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거다.
(차를 타면) 차에서 간단하게 하자.
(집에 놀러 가면) 조선시대도 아닌데 그러지 말고, 하자.
(데이트를 하다가) 저기서 쉬다 가자.
(집에 놀러 가면) 조선시대도 아닌데 그러지 말고, 하자.
(데이트를 하다가) 저기서 쉬다 가자.
저 '하자' 말고는 둘이 특별히 나누는 얘기가 없다. 보수적이라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잠수를 타다가도, 이쪽에서 연락하면
"이제 할 마음이 생긴 거야?"
따위의 이야기만 할 뿐이다. 여성대원들은 그래도 저 만남이 남자의 적극적인 대시로 인해 시작된 '연애' 였으니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상대에겐 그게 연애건 원나잇이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 보인다. '할 수만 있으면' 사귀자는 말 꺼내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대원은 '하자'에 목숨을 너무 거는 거 아니냐고 남자친구에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사과했다. 그렇게 사과를 통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뭐, 그랬다고 한다. 그 모습에 실망한 여자친구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깜깜한 길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잘 갔냐는 전화는 한 통 올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보수적이라 문제건 아니건 정말 마음이 있는 거라면, 여자친구를 그렇게 알아서 갈 길 가라며 놔두고 잠수를 타진 않는다. 저 얘기를 하는 남자의 머릿속엔 '그대'가 아닌 '하는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꼭 맞다.
3.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야.
그럴듯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빚'위에 올려져 있는 거란 걸 결혼 날짜를 다 잡고 난 뒤에야 고해성사처럼 말한 여성대원. 상대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저 여성대원이 상대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맞다. 저 사연을 보낸 대원은 상대가 무일푼이라고 해도 품을 생각을 하며 사귄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자꾸 상대에게
"난 입장을 바꿔놓고, 오빠가 집에 빚이 있다고 말했어도
그것 때문에 날짜까지 다 잡은 식을 포기하진 않았을 거야.
빚 있다는 얘기를 늦게 했다고
우리 사이에 신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고.
앞으로 우리 둘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의논했겠지."
그것 때문에 날짜까지 다 잡은 식을 포기하진 않았을 거야.
빚 있다는 얘기를 늦게 했다고
우리 사이에 신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고.
앞으로 우리 둘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의논했겠지."
라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마음이 아니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서울 노른자위에 큰 집이 있고, 외국을 마음대로 나다니고, 뭐 그런 걸 보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둘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데 날짜를 잡고 나서 '사실 우리 집 망했음. 이것저것 다 팔아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천만 원이 전부.'란 얘기를 들으니 뒤통수 맞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만약 "오빠 나 고백할 게 있어. 아빠가 우리 둘 살라고 아파트 하나 사 준 거 있어."라고 말한 상황이라고 해도, "그걸 왜 이제 말해? 우리 사이엔 신뢰가 없네. 나한테 감추는 게 있다니 이 결혼 무효."라고 말할까? 아빠가 준 것이 '아파트'가 아니라 '갚아야 할 빚'인 까닭에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이게 다 남자의 잘못이란 얘기는 아니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7:3 으로 여자 쪽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돈 들어갈 일 생기자 돈 없다고 얘기한 것이 그렇고, 돈 없다고 말한 뒤 상대보고 다 알아서 하라고 말한 것이 또 그렇다. '고르는 건 내가, 결제는 네가' 식의 진행 아닌가. 남의 눈을 의식해 결혼식은 으리으리하게 준비하면서, 부담은 다 상대가 하라고 하는 경우가 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을 얘기할 땐 그 누구의 시선이나 간섭도 신경 쓰지 않을 것처럼 말하면서, 결혼을 얘기할 땐 남의 눈과 주변 평판 등을 고루 다 신경 쓰고 있으니, 읽는 나 역시 혼란스럽다. 저 멀리 오지에 가서라도 단 둘이 살 수 있다는 사람이 결혼반지는 다이아로 해야 한다고 말하니, 뭐가 진심인지 모르겠다.
돈도 문제고, 신뢰도 문제고, 사랑도 문제다. 그러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없다는 게 문제야."라는 말에 반박하려 상대에게 빨간펜 선생님처럼 밑줄 쳐가며 반박메일 보내지 말자. 서로 결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 모두 미달인데, 거기다 대 놓고 "그게 어떻게 내가 속이려 한 거야?" 라는 말만 해서 뭐 하겠는가. 이겨도 져도 우스운 말싸움일 뿐이다.
여기까지 읽고도 '그래도 그 사람은 달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래도 괜찮다. 속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상대를 믿는 마음, 그거 살아가며 평생 한 번 가져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당장 뒤돌아 걸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면, 그 마음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주기 바란다. 몰라서 속는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지만 이 인연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믿는 거라고.
그 말은 상대에게 책임감으로, 감사함으로, 깨달음으로 전해질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상대에겐, 팔 운동을 열심히 한 뒤 시원하게 따귀나 한 번 올려 붙여주면 된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길 바라며!
▲ 요즘 노을 질 때 하늘 보세요. 캘리포니아 가을 하늘 같네요. 물론 가본 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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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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