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 무심남 때문에 고통받는 여자들에게
초식남, 혹은 무심남을 좋아하거나 그와 연애 중인 여성대원들에겐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보통의 연애가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타는 것'이라면, 그들과의 연애는 '남자에게 운전을 가르쳐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상대의 고백을 이끌어낼 생각으로
이라고 여지를 흘린다면, 그는 아마
라며 즉시 거리를 둘 것이다. 얼핏 보면 남자가 어장관리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장관리는 아니다. '너도 좋지만 다른 여자도 싫진 않아.'의 상태가 아닌, '난 내 삶과 나 자신을 사랑해.'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는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같은 거다. 그녀가 그에게
라고 묻는다면, 그는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남자들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는, 그들은 '신대륙'과 같기 때문이다. 척박하긴 하지만, 가꾸고 나면 그 어느 곳보다 훌륭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신대륙에 첫 쟁기질을 하는 마음으로 오늘 글을 출발해 보자.
그의 단답을 받는 데 익숙해지면 지는 거다. 많은 대원들이 그렇게 실패를 한다. 보통의 남자들을 대하듯 별 의미 없는 말을 카톡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그 말이 '같이 놀자'임을 깨닫고 캐치볼 하듯 하나 둘 이야기를 던져가며 대화하겠지만, 초식남은 그렇지 않다. 그는 공을 던지면 잘 받아주지만, 먼저 던지는 법은 없다. 공놀이에 별 흥미가 없는 꼬마와 캐치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답은 참 잘한다. 시간 질질 끌며 답을 미루지도 않고, 성의 없이 단답형 대답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단, 언제 끊겨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대화를 한다는 게 문제다. 마치 면접을 보러 온 남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최선을 다해 대답하지만, 면접관에게 먼저 말을 걸진 않는다. 면접관이 물으면 그때서야 충실하게 대답을 할 뿐이다.
많은 여성대원들이 초식남, 무심남들과 저런 대화를 하며 무너져 간다. 아침 인사, 점심 인사, 퇴근 후 스케줄 얘기, 굿나잇 인사 등을 하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지만 모두 위와 같은 식 '면접의 느낌'만을 느끼다가 지쳐 쓰러지는 것이다.
이럴 땐 엎드려서라도 일단 절을 받기로 하자.
약간의 능청을 섞어 "이럴 땐, 너도 던지는 거야."를 알려 주는 거다. 다음에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상대가 '아 맞다, 이럴 땐 물어봐야지.'라며 질문을 하면, 그 땐 칭찬을 해주자. 엎드려 절 받기 하는 까닭에 흥은 안나겠지만, 지금은 서두에서 말했듯 쟁기질을 하는 시기다. 수확에 대한 기쁨은 일단 밭 갈고, 씨 뿌리고, 좀 키운 뒤에 느끼도록 하자.
늘 얘기하지만, 상대의 관심사를 파고들어 그에 관한 '부탁'을 하는 것도(ex - 미드에 빠져 사는 초식남에게 미드 추천 부탁하기) 잊지 말길 권한다. 이후 추천 받은 미드에서 나온 것과 관련된 사물이 나오면 사진 찍어서 상대에게 카톡으로 전송하며 한 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다. 추천 받은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표현도 될 수 있고 말이다. 큰 그물도 한 올 한 올 짜는 법 아닌가. 잡을 생각 하는 건(응?) 그물을 다 짜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위의 방법을 적용해 상대와 슬슬 친해지고 난 뒤엔,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그게 상대의 관심사와 관련이 있거나 상대가 하고 싶은 일을 같이 하자는 류의 연락이라 뛸 듯이 기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을 한 거다.
헌데 이쯤 되면 문제가 또 하나 발생한다. 만남이나 연락이 모두 상대의 스케줄에 맞춰서 이뤄지는 것이다. 오늘은 그가 수영을 하러 가는 날이니까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없고, 내일은 그의 자동차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이니 만날 수 없고, 뭐 대략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일요일 오후 네 다섯 시 쯤에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지면, 또 한 주는 그의 '자기개발'과 '취미활동'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라는 '애니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대도 그대의 생활이 있지만, 그 중 한 부분을 양보해 그를 만나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줘야 한다. 그 깨달음 없이 애니콜의 상황이 계속되면, 상대는 그 양보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에게 그대는 마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자연히 생기는 포인트 같이 생각될 것이다. 물론 '애니콜'로 밀어붙이다 멀어지고 나면, 훗날 남자가 뒤늦게 그대의 호의를 느낀 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에서처럼
라며 후회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이미 폐허가 된 뒤에야 뒤늦게 돌아올 탕자를 원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어느 정도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걸 깨닫게 해주길 바란다. 그렇다고 또 정 뚝 떨어지게 "오늘 저 약속 있어요."로 끝내지 말고, "오늘 끝나고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죠?" 정도로 좀 달달하게 거절하길 바란다.(단, 만남은 거절해 놓고 그 시간에 손에서 폰 놓지 않은 채 상대와 계속 연락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다.)
초식남이나 무심남은 연애에 대해 '시험 1년 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하긴 할 텐데, 그게 당장은 아니고 '이 다음'에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과거 연애나 집안 문제, 혹은 현재 본인의 사정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결혼은, 좀 나중에, 생각해 보고'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저런 남자를 두고 많은 여성대원들이
만 묻는다는 것이다. 남자에겐 결혼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확신이 없는 상황이니,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따위의 말이다. 저런 남자의 모습을 그저 단순히 '이기적인 좌식'이라고 생각하며 관계를 끝내는 건 쉽다. 실제로 많은 대원이 저런 식으로 헤어진다. 저런 상황에서 단순히 어르고 달래 연애를 지속해봐야, 이미 금간 여자의 마음은 점점 틈새가 넓어지고, 남자는 남자대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편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난 개인적으로 상대에게 '결혼에 대한 의사'를 묻지 말고,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라고 권해주고 싶다.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고 드라이브 하면서 몇 년 만난다가 결혼 할 거냐고 묻지 말고, 둘이 함께 살게 되면 어디서 살 건지, 어떻게 살 건지, 금전적인 부분은 어떤지, 혹은 결혼 전에 하지 못해서 후회될 만한 일은 무엇인지, 지금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만약 나가서 둘이 살게 되면 찾아올 수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막연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부담이 덜어진다. 그것들을 위해 지금 뭘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고, 두려워서 미뤄두었던 것들이 별 것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함께 책임지기로 했을 때, 혼자 가지고 있던 고민이 믿을 수 없이 가벼워지는 것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그러니 '결혼 할 생각의 유무'만 물으며 상대를 더욱 궁지로 몰지 말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함께 책임지는 연습을 하자.
지인 중에 저런 초식남과 결혼해 살고 있는 여자사람이 있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 지금의 남편에게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기쁘고, 어떨 때 그가 제일 사랑스러워 보이는지를 계속해서 가르쳐 줬다. 그렇게 '황무지'를 개척한 결과, 그녀의 남편은 지금 그녀밖에 모르는 남자가 되어 있다.(단점도 하나 있긴 한데, 그는 총각 시절의 초식남 버릇을 못 버리고 현재 '등산 덕후'가 되어 있다. 주말에도 새벽같이 산에 간다고 한다. 그녀에게도 같이 가자고 말은 하는데, 그녀는 종아리에 근육이 생길까봐 등산을 하지 않고 있다.)
초식남, 혹은 무심남과 연애를 하다 좌절의 순간이 온다고 '난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라며 포기하지 말길 권한다. 여자는 무뚝뚝한 남자도 수다쟁이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매뉴얼을 통해 꾸준히 발행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라며, 매뉴얼을 뒤져봐도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는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길 바란다.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 하룻밤만 자면 후라이데이다. 좀 더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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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남, 혹은 무심남을 좋아하거나 그와 연애 중인 여성대원들에겐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보통의 연애가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타는 것'이라면, 그들과의 연애는 '남자에게 운전을 가르쳐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상대의 고백을 이끌어낼 생각으로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만나면 좀…."
이라고 여지를 흘린다면, 그는 아마
"아 그래요? 죄송해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라며 즉시 거리를 둘 것이다. 얼핏 보면 남자가 어장관리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장관리는 아니다. '너도 좋지만 다른 여자도 싫진 않아.'의 상태가 아닌, '난 내 삶과 나 자신을 사랑해.'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는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같은 거다. 그녀가 그에게
"야! 너 나랑 데이트는 안 하고 어디가?"
라고 묻는다면, 그는
"어,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나 시험해 보러. 높이 날면 멀리 볼 수 있거든."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남자들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는, 그들은 '신대륙'과 같기 때문이다. 척박하긴 하지만, 가꾸고 나면 그 어느 곳보다 훌륭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신대륙에 첫 쟁기질을 하는 마음으로 오늘 글을 출발해 보자.
1. 엎드려서라도 일단 절 받기
그의 단답을 받는 데 익숙해지면 지는 거다. 많은 대원들이 그렇게 실패를 한다. 보통의 남자들을 대하듯 별 의미 없는 말을 카톡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그 말이 '같이 놀자'임을 깨닫고 캐치볼 하듯 하나 둘 이야기를 던져가며 대화하겠지만, 초식남은 그렇지 않다. 그는 공을 던지면 잘 받아주지만, 먼저 던지는 법은 없다. 공놀이에 별 흥미가 없는 꼬마와 캐치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자 - 저녁 드셨어요?
남자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여자 - 뭐 드셨어요?
남자 - 그냥 밥이랑, 집에 있는 반찬이랑 먹었어요.
여자 - 오늘은 운동 안 가셨나 봐요?
남자 - 3일 운동하고 하루는 쉬어 주거든요.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해서요.
여자 - 그렇구나. 그럼 다음 주 월요일 날 쉬시겠네요?
남자 - 일요일에 친구들 만나기로 해서 그날 쉬고 월요일은 해요. 화요일에 쉬어요.
남자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여자 - 뭐 드셨어요?
남자 - 그냥 밥이랑, 집에 있는 반찬이랑 먹었어요.
여자 - 오늘은 운동 안 가셨나 봐요?
남자 - 3일 운동하고 하루는 쉬어 주거든요.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해서요.
여자 - 그렇구나. 그럼 다음 주 월요일 날 쉬시겠네요?
남자 - 일요일에 친구들 만나기로 해서 그날 쉬고 월요일은 해요. 화요일에 쉬어요.
대답은 참 잘한다. 시간 질질 끌며 답을 미루지도 않고, 성의 없이 단답형 대답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단, 언제 끊겨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대화를 한다는 게 문제다. 마치 면접을 보러 온 남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최선을 다해 대답하지만, 면접관에게 먼저 말을 걸진 않는다. 면접관이 물으면 그때서야 충실하게 대답을 할 뿐이다.
많은 여성대원들이 초식남, 무심남들과 저런 대화를 하며 무너져 간다. 아침 인사, 점심 인사, 퇴근 후 스케줄 얘기, 굿나잇 인사 등을 하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지만 모두 위와 같은 식 '면접의 느낌'만을 느끼다가 지쳐 쓰러지는 것이다.
이럴 땐 엎드려서라도 일단 절을 받기로 하자.
여자 - 저녁 드셨어요?
남자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여자 - 저도 공짜로 알려 드릴게요~
남자 - 네?
여자 - 제가 저녁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물어보시면 공짜로 알려드릴게요. ㅋ
남자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여자 - 저도 공짜로 알려 드릴게요~
남자 - 네?
여자 - 제가 저녁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물어보시면 공짜로 알려드릴게요. ㅋ
약간의 능청을 섞어 "이럴 땐, 너도 던지는 거야."를 알려 주는 거다. 다음에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상대가 '아 맞다, 이럴 땐 물어봐야지.'라며 질문을 하면, 그 땐 칭찬을 해주자. 엎드려 절 받기 하는 까닭에 흥은 안나겠지만, 지금은 서두에서 말했듯 쟁기질을 하는 시기다. 수확에 대한 기쁨은 일단 밭 갈고, 씨 뿌리고, 좀 키운 뒤에 느끼도록 하자.
늘 얘기하지만, 상대의 관심사를 파고들어 그에 관한 '부탁'을 하는 것도(ex - 미드에 빠져 사는 초식남에게 미드 추천 부탁하기) 잊지 말길 권한다. 이후 추천 받은 미드에서 나온 것과 관련된 사물이 나오면 사진 찍어서 상대에게 카톡으로 전송하며 한 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다. 추천 받은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표현도 될 수 있고 말이다. 큰 그물도 한 올 한 올 짜는 법 아닌가. 잡을 생각 하는 건(응?) 그물을 다 짜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2. 애니콜 벗어나기
위의 방법을 적용해 상대와 슬슬 친해지고 난 뒤엔,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그게 상대의 관심사와 관련이 있거나 상대가 하고 싶은 일을 같이 하자는 류의 연락이라 뛸 듯이 기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을 한 거다.
헌데 이쯤 되면 문제가 또 하나 발생한다. 만남이나 연락이 모두 상대의 스케줄에 맞춰서 이뤄지는 것이다. 오늘은 그가 수영을 하러 가는 날이니까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없고, 내일은 그의 자동차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이니 만날 수 없고, 뭐 대략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일요일 오후 네 다섯 시 쯤에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지면, 또 한 주는 그의 '자기개발'과 '취미활동'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언제든 불러주기만 하면 콜."
이라는 '애니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대도 그대의 생활이 있지만, 그 중 한 부분을 양보해 그를 만나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줘야 한다. 그 깨달음 없이 애니콜의 상황이 계속되면, 상대는 그 양보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에게 그대는 마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자연히 생기는 포인트 같이 생각될 것이다. 물론 '애니콜'로 밀어붙이다 멀어지고 나면, 훗날 남자가 뒤늦게 그대의 호의를 느낀 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에서처럼
넌 한 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
- 버스커버스커, <꽃송이가> 중에서
- 버스커버스커, <꽃송이가> 중에서
라며 후회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이미 폐허가 된 뒤에야 뒤늦게 돌아올 탕자를 원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어느 정도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걸 깨닫게 해주길 바란다. 그렇다고 또 정 뚝 떨어지게 "오늘 저 약속 있어요."로 끝내지 말고, "오늘 끝나고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죠?" 정도로 좀 달달하게 거절하길 바란다.(단, 만남은 거절해 놓고 그 시간에 손에서 폰 놓지 않은 채 상대와 계속 연락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다.)
3. 함께 책임지자고 말하기
초식남이나 무심남은 연애에 대해 '시험 1년 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하긴 할 텐데, 그게 당장은 아니고 '이 다음'에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과거 연애나 집안 문제, 혹은 현재 본인의 사정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결혼은, 좀 나중에, 생각해 보고'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저런 남자를 두고 많은 여성대원들이
"나랑 결혼 할 생각 있냐, 없냐?"
만 묻는다는 것이다. 남자에겐 결혼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확신이 없는 상황이니,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아직 결혼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연애를 계속 하기 위해서 너를 붙잡아 두는 건 너에게 미안한 일인 것 같다.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은데, 결혼하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질 마음은 없지만,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지겠다."
"연애를 계속 하기 위해서 너를 붙잡아 두는 건 너에게 미안한 일인 것 같다.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은데, 결혼하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질 마음은 없지만,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지겠다."
따위의 말이다. 저런 남자의 모습을 그저 단순히 '이기적인 좌식'이라고 생각하며 관계를 끝내는 건 쉽다. 실제로 많은 대원이 저런 식으로 헤어진다. 저런 상황에서 단순히 어르고 달래 연애를 지속해봐야, 이미 금간 여자의 마음은 점점 틈새가 넓어지고, 남자는 남자대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편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난 개인적으로 상대에게 '결혼에 대한 의사'를 묻지 말고,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라고 권해주고 싶다.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고 드라이브 하면서 몇 년 만난다가 결혼 할 거냐고 묻지 말고, 둘이 함께 살게 되면 어디서 살 건지, 어떻게 살 건지, 금전적인 부분은 어떤지, 혹은 결혼 전에 하지 못해서 후회될 만한 일은 무엇인지, 지금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만약 나가서 둘이 살게 되면 찾아올 수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막연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부담이 덜어진다. 그것들을 위해 지금 뭘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고, 두려워서 미뤄두었던 것들이 별 것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함께 책임지기로 했을 때, 혼자 가지고 있던 고민이 믿을 수 없이 가벼워지는 것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그러니 '결혼 할 생각의 유무'만 물으며 상대를 더욱 궁지로 몰지 말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함께 책임지는 연습을 하자.
지인 중에 저런 초식남과 결혼해 살고 있는 여자사람이 있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 지금의 남편에게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기쁘고, 어떨 때 그가 제일 사랑스러워 보이는지를 계속해서 가르쳐 줬다. 그렇게 '황무지'를 개척한 결과, 그녀의 남편은 지금 그녀밖에 모르는 남자가 되어 있다.(단점도 하나 있긴 한데, 그는 총각 시절의 초식남 버릇을 못 버리고 현재 '등산 덕후'가 되어 있다. 주말에도 새벽같이 산에 간다고 한다. 그녀에게도 같이 가자고 말은 하는데, 그녀는 종아리에 근육이 생길까봐 등산을 하지 않고 있다.)
초식남, 혹은 무심남과 연애를 하다 좌절의 순간이 온다고 '난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라며 포기하지 말길 권한다. 여자는 무뚝뚝한 남자도 수다쟁이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매뉴얼을 통해 꾸준히 발행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라며, 매뉴얼을 뒤져봐도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는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길 바란다.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 하룻밤만 자면 후라이데이다. 좀 더 힘을 내자.
▲ 내일은 추석특집 매뉴얼이 발행됩니다. 궁금해요? 궁금하면 추천버튼!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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