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남자의 들이댐 세 가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교회들에서 요즘 이상한 짓을 하는 까닭에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처음엔 우리 집에서 1km쯤 떨어진 큰 교회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 교회는 교인 모집에 사활을 건 듯 전도를 했는데,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러붙었다. 그나마 주중에는 좀 나은 편이었다. 정류장에 한 명, 단지 입구에 한 명, 횡단보도 앞에 한 명, 이렇게 자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만 인쇄물과 사탕 등을 줬으니 말이다.
주말엔 포교 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가 스무 배쯤 늘어났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길거리를 걷는 사람 수보다 포교활동을 펼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았을 정도다. 그들은 두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진을 치는데, 이십 미터 간격으로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걸었다. '맞춤 전략' 같은 걸 미리 짜 왔는지,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은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성별과 나이에 맞춰 접근했다. 이십대 중반 남자가 버스에서 내리면, 이십대 초반 여자들이 다가가 말을 거는 식으로 말이다.
저 교회가 저렇게 포교활동을 하니 다른 교회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엔 근처에 있는 교회의 교인들도 거리로 나와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 집을 기준으로 반경 500m 내엔 편의점이 하나, 슈퍼가 넷, 대형마트가 하나 있는데, 교회는 아홉 개가 있다. 넓은 주차장까지 마련한 큰 교회가 셋, 상가에 들어가 있는 교회가 여섯이다. 이쯤 되면, '포교활동'은 '포위활동'으로 변하고 만다. 시도 때도 없이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라며 초인종을 눌러대는 것에 대해서 말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생략하도록 하자.
저런 막무가내 포교활동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듯, 이성에게 무작정 들이대는 것 역시 불쾌감만 전달하는 바보짓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이상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성대원들의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왜 식사약속까지 흔쾌히 받아들였던 그녀가 핑계를 대며 피하기 시작했는지, 오늘 매뉴얼에서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상대가 꺼내는 이유가 뭐든, 답변이 거절이면 거절로 받아들이자. 그 거절의 말을 붙잡아 수사한 뒤 "네가 제시한 이유는 거절사유로 불충분 해!"라는 말을 한다고 뭐가 좋아지겠는가? 무슨 얘긴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구와 나의 대화를 잠시 들여다보자.
내 대답 이후 나와야 할 친구의 답변은 "아 그래? 그럼 담에 보자." 정도가 적당하다. 내가 오늘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말이다.
"어려울 것 같아."라는 말이 여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대원들도 있을 텐데, 저건 부드럽게 거절하느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은 말일 뿐이다. "이러이러해서 안 돼."라고 말하면 왠지 좀 재수 없지 않은가. 저걸 '여지'라고 생각한 채 대화를 진행하며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싫다는 사람 붙잡고 흔들어 봐야 싫다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괜히 수사한답시고 파고 들어봐야 서로의 감정만 상한 채 불쾌감만 남을 뿐이고 말이다. 저런 식으로 여자사람을 수사하다가 관계를 망쳐버리는 대원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저 여자사람은 남자에게 약간의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자는 계속 저런 식으로 들이대며 '좋은 감정'을 몰아내 버렸다. 어느 날은 여자의 답장이 늦자
따위의 말을 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여자가 땀을 흘리면 원상복구까지 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고, 살 빼려고 운동하는 여자가 저녁에 맥주를 마실 리 없다는 것도 모르는 남자. 거기다가 수사 후 만족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대화를 팽개치듯 던져 버리는 남자. 참 매력 없다.
러시아의 작가 크릴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떠보기'가 몸에 익은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상대에게 "나 좋아하는 남자 없어. 지금 상황에선 네가 아는 남자 1순위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안달 난 대원들이다. 머리털 난 이후 남자의 관심을 전혀 받아 본 적 없는 여자사람이라면 저런 말에도 가슴이 뛰겠지만, 일반적인 여자사람은 저런 말들을 '징징거림'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저렇게 숨어서 돌만 던지다 '너는 아웃' 판정을 받는 대원들에겐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그 다음으로는 상대의 '아는 남자'가 아닌 '베이비시터'가 되려고 애쓰는 대원들이 있다. 상대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상대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애' 취급만 한다.
저 말들은 적절한 시점에 사용하면 분명 둘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만,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나오면 독이 된다. 저 말을 하고 난 뒤 이어지는 행동에 따라서도 효과에 큰 차이가 있고 말이다. 예를 들어, 두 번째 '고민'과 관련된 경우, 둘이 어느 정도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상대가 며칠간 시무룩하게 있는 걸 목격했을 때 꺼내면 도움이 된다. 자신의 고민을 슬쩍 꺼내며 상대가 고민을 꺼내기 편한 상황을 만들어 주면 더 없이 좋고 말이다.
그런데 서로 안부만 묻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이젠 진지한 얘기도 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꺼내면 실례가 될 수 있다. 상대나 자신보다 어리니 '오빠 노릇'을 하려고 꺼내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가랑비 작전'을 오해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게 공짜로 남자친구 노릇하란 얘기가 아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뭔가 대가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료봉사 하다가 결국
따위의 얘기를 할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길 권한다. 상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상대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혼자 설레발치며 일을 벌여 놓고 "왜 이걸 몰라 주냐."라고 말하는 건 '오버'일 뿐이다.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된 상대. 그런 상대가 졸음도 깰 겸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고 말할 때, 커피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는 건 분명 센스다. 평소 상대가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기억해 두었다가 그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는 건 '플러스'가 되는 좋은 선물이다.
그런데 상대가 기프티콘 선물에 기뻐하는 것을 보고 계속 보내는 건, 이전 선물의 의미를 반감 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다. 만약 '감동'을 노린 얄팍한 작전까지 가미했다면 그 부담은 블록버스터급으로 커진다. 한 대원의 사연을 보자.
저 대화를 마지막으로 둘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기프티콘을 보내느라 돈은 돈대로 나가고, '감동 고백'이라며 털어 놓았다가 부담은 부담대로 준 경우다. 케이크 기프티콘 하나 보내 놓고 3일간 생색내다가 인연이 끊긴 대원도 있다. 사연을 보자.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 저 사연 외에도 화분 하나 선물 한 뒤 잘 크냐고 계속 묻는 대원, 비타민제 선물한 뒤 계속 챙겨 먹으라는 얘기를 하는 대원, 책 선물하곤 얼른 읽으라고 계속 재촉하는 대원 등 '생색내기'를 하다가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 대원들이 많다. 보답을 기대하며 하는 선물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그리고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할 것이 확실할 때'에만 선물을 하길 바란다. 줘 놓고 마음에 드냐고 계속 물으면 신세진 느낌 때문에 감동이 불편함으로 바뀌니 말이다.
간을 왜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줄 아는가? 간은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뒤에야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간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챘을 땐, 이미 간이 반 이상 망가진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 이틀 사이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망가져 온 것이다.
부담과 불쾌감을 주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이야기 한 행동들을 저지른다고 순식간에 관계가 잘못되는 건 아니다.(물론, 올인 했다는 걸 밝히며 들이대는 경우 하루아침에 잘못될 수 있긴 하다.) 처음엔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정도의 말로 대답을 하고, 그 다음엔 "아뇨, 괜찮아요." 정도로 거절을 하지만, 부담이 무거워지면 대꾸가 줄어드는 것으로 그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있어서 답장을 못 했다.'는 예의상의 멘트도 사라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절대 나쁜 의도로 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부담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우리 동네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종교인들 역시 믿지 않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좋은 목적' 때문에 거리로 나오고, 초인종을 눌러대지만 그 모습이 주민들에겐 그저 '불편함'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대를 위해 자신이 뭔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과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 한 줄 요약 - 기프티콘은 이 번호로 보내자 010-6543……. 농담이고, 세 밤만 자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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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 있는 교회들에서 요즘 이상한 짓을 하는 까닭에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처음엔 우리 집에서 1km쯤 떨어진 큰 교회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 교회는 교인 모집에 사활을 건 듯 전도를 했는데,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러붙었다. 그나마 주중에는 좀 나은 편이었다. 정류장에 한 명, 단지 입구에 한 명, 횡단보도 앞에 한 명, 이렇게 자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만 인쇄물과 사탕 등을 줬으니 말이다.
주말엔 포교 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가 스무 배쯤 늘어났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길거리를 걷는 사람 수보다 포교활동을 펼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았을 정도다. 그들은 두세 명이 한 조를 이뤄 진을 치는데, 이십 미터 간격으로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걸었다. '맞춤 전략' 같은 걸 미리 짜 왔는지,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은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성별과 나이에 맞춰 접근했다. 이십대 중반 남자가 버스에서 내리면, 이십대 초반 여자들이 다가가 말을 거는 식으로 말이다.
저 교회가 저렇게 포교활동을 하니 다른 교회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엔 근처에 있는 교회의 교인들도 거리로 나와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 집을 기준으로 반경 500m 내엔 편의점이 하나, 슈퍼가 넷, 대형마트가 하나 있는데, 교회는 아홉 개가 있다. 넓은 주차장까지 마련한 큰 교회가 셋, 상가에 들어가 있는 교회가 여섯이다. 이쯤 되면, '포교활동'은 '포위활동'으로 변하고 만다. 시도 때도 없이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라며 초인종을 눌러대는 것에 대해서 말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생략하도록 하자.
저런 막무가내 포교활동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듯, 이성에게 무작정 들이대는 것 역시 불쾌감만 전달하는 바보짓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이상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성대원들의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왜 식사약속까지 흔쾌히 받아들였던 그녀가 핑계를 대며 피하기 시작했는지, 오늘 매뉴얼에서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1. 수사반장
상대가 꺼내는 이유가 뭐든, 답변이 거절이면 거절로 받아들이자. 그 거절의 말을 붙잡아 수사한 뒤 "네가 제시한 이유는 거절사유로 불충분 해!"라는 말을 한다고 뭐가 좋아지겠는가? 무슨 얘긴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구와 나의 대화를 잠시 들여다보자.
친구 - 이따가 진호 일산 온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볼래?
무한 - 나 공쥬님(여자친구)이랑 저녁 먹기로 해서 어려울 것 같아.
무한 - 나 공쥬님(여자친구)이랑 저녁 먹기로 해서 어려울 것 같아.
내 대답 이후 나와야 할 친구의 답변은 "아 그래? 그럼 담에 보자." 정도가 적당하다. 내가 오늘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말이다.
"어려울 것 같아."라는 말이 여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대원들도 있을 텐데, 저건 부드럽게 거절하느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은 말일 뿐이다. "이러이러해서 안 돼."라고 말하면 왠지 좀 재수 없지 않은가. 저걸 '여지'라고 생각한 채 대화를 진행하며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친구 - 저녁 몇 시에 먹기로 했는데?
무한 - 일곱 시에 웨돔에서.
친구 - 그럼 아홉 시 전에 저녁 다 먹을 거 아냐. 다 먹고 보자.
무한 - 아, 밥 먹고 옷 살 것도 좀 볼라고.
친구 - 어차피 상가들 열 시면 문 닫잖아. 라페에서 만날 거니까 열 시에 와.
무한 - 아냐. 그냥 담에 보자. 공쥬님이랑 영화 볼 수도 있어.
친구 - 그래. 알았다. 담에 보자.
무한 - 일곱 시에 웨돔에서.
친구 - 그럼 아홉 시 전에 저녁 다 먹을 거 아냐. 다 먹고 보자.
무한 - 아, 밥 먹고 옷 살 것도 좀 볼라고.
친구 - 어차피 상가들 열 시면 문 닫잖아. 라페에서 만날 거니까 열 시에 와.
무한 - 아냐. 그냥 담에 보자. 공쥬님이랑 영화 볼 수도 있어.
친구 - 그래. 알았다. 담에 보자.
싫다는 사람 붙잡고 흔들어 봐야 싫다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괜히 수사한답시고 파고 들어봐야 서로의 감정만 상한 채 불쾌감만 남을 뿐이고 말이다. 저런 식으로 여자사람을 수사하다가 관계를 망쳐버리는 대원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남자 - 끝나고 맥주 한 잔 할까요?
여자 - 저 오늘 운동가는 날이에요.
남자 - 아, 헬스 다닌다고 했죠? 몇 시에 가요?
여자 - 일곱 시요.
남자 - 그럼 운동 끝나고 맥주 한 잔?
여자 - 열 시 다 되어서 끝날 텐데, 넘 늦을 것 같네요. 죄송해요.
남자 - 무슨 운동을 세 시간씩 해요?
여자 - PT 한 시간 받고, 한 시간은 자유운동, 나머지는 씻고 뭐하고….
남자 - 대단한 체력이네요. 전 늦어도 괜찮은데, 근처에서 맥주 한 잔?
여자 - 죄송해요. 담에 뵈요;;
남자 - 네. 운동 열심히 하세요~
여자 - 저 오늘 운동가는 날이에요.
남자 - 아, 헬스 다닌다고 했죠? 몇 시에 가요?
여자 - 일곱 시요.
남자 - 그럼 운동 끝나고 맥주 한 잔?
여자 - 열 시 다 되어서 끝날 텐데, 넘 늦을 것 같네요. 죄송해요.
남자 - 무슨 운동을 세 시간씩 해요?
여자 - PT 한 시간 받고, 한 시간은 자유운동, 나머지는 씻고 뭐하고….
남자 - 대단한 체력이네요. 전 늦어도 괜찮은데, 근처에서 맥주 한 잔?
여자 - 죄송해요. 담에 뵈요;;
남자 - 네. 운동 열심히 하세요~
저 여자사람은 남자에게 약간의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자는 계속 저런 식으로 들이대며 '좋은 감정'을 몰아내 버렸다. 어느 날은 여자의 답장이 늦자
"지금 딴 거 하고 있죠? 뭐 하는 중이에요?"
"괜찮으니까 말해 봐요."
"에이, 딴 거 하는 게 분명한데?"
"말 안 걸 테니까 하던 거 계속 하세요."
"괜찮으니까 말해 봐요."
"에이, 딴 거 하는 게 분명한데?"
"말 안 걸 테니까 하던 거 계속 하세요."
따위의 말을 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여자가 땀을 흘리면 원상복구까지 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고, 살 빼려고 운동하는 여자가 저녁에 맥주를 마실 리 없다는 것도 모르는 남자. 거기다가 수사 후 만족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대화를 팽개치듯 던져 버리는 남자. 참 매력 없다.
2. 관심과 간섭은 한 끗 차이
러시아의 작가 크릴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게 참견하는 바보는 적보다 더 나쁘다."
우선 '떠보기'가 몸에 익은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야구 보러? 누구랑? 남자랑?"
"약속이라는 게 설마 소개팅?"
"그 모임에 남자도 있는 거죠? 그럴 줄 알았어ㅋㅋㅋ"
"약속이라는 게 설마 소개팅?"
"그 모임에 남자도 있는 거죠? 그럴 줄 알았어ㅋㅋㅋ"
상대에게 "나 좋아하는 남자 없어. 지금 상황에선 네가 아는 남자 1순위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안달 난 대원들이다. 머리털 난 이후 남자의 관심을 전혀 받아 본 적 없는 여자사람이라면 저런 말에도 가슴이 뛰겠지만, 일반적인 여자사람은 저런 말들을 '징징거림'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저렇게 숨어서 돌만 던지다 '너는 아웃' 판정을 받는 대원들에겐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그 다음으로는 상대의 '아는 남자'가 아닌 '베이비시터'가 되려고 애쓰는 대원들이 있다. 상대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상대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애' 취급만 한다.
"회식 끝나면 전화해. 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고민 있으면 다 말해. 불편해 하지 말고, 다 털어 놔도 괜찮아."
"친구랑 담에 만나면 안 돼? 너 푹 쉬어야 하는데. 아, 그리고 감기엔 생강차가…."
"고민 있으면 다 말해. 불편해 하지 말고, 다 털어 놔도 괜찮아."
"친구랑 담에 만나면 안 돼? 너 푹 쉬어야 하는데. 아, 그리고 감기엔 생강차가…."
저 말들은 적절한 시점에 사용하면 분명 둘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만,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나오면 독이 된다. 저 말을 하고 난 뒤 이어지는 행동에 따라서도 효과에 큰 차이가 있고 말이다. 예를 들어, 두 번째 '고민'과 관련된 경우, 둘이 어느 정도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상대가 며칠간 시무룩하게 있는 걸 목격했을 때 꺼내면 도움이 된다. 자신의 고민을 슬쩍 꺼내며 상대가 고민을 꺼내기 편한 상황을 만들어 주면 더 없이 좋고 말이다.
그런데 서로 안부만 묻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이젠 진지한 얘기도 좀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꺼내면 실례가 될 수 있다. 상대나 자신보다 어리니 '오빠 노릇'을 하려고 꺼내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가랑비 작전'을 오해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게 공짜로 남자친구 노릇하란 얘기가 아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뭔가 대가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료봉사 하다가 결국
"난 널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데, 넌 왜 이걸 몰라주고 부담으로 받아 들이냐?"
따위의 얘기를 할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길 권한다. 상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상대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혼자 설레발치며 일을 벌여 놓고 "왜 이걸 몰라 주냐."라고 말하는 건 '오버'일 뿐이다.
3. 선물공세와 생색내기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된 상대. 그런 상대가 졸음도 깰 겸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고 말할 때, 커피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는 건 분명 센스다. 평소 상대가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기억해 두었다가 그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는 건 '플러스'가 되는 좋은 선물이다.
그런데 상대가 기프티콘 선물에 기뻐하는 것을 보고 계속 보내는 건, 이전 선물의 의미를 반감 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다. 만약 '감동'을 노린 얄팍한 작전까지 가미했다면 그 부담은 블록버스터급으로 커진다. 한 대원의 사연을 보자.
남자 - 햄버거 먹을래? 기프티콘 생겼는데 보내줄게.
여자 - 진짜요? 감사감사.
남자 - (햄버거 세트 기프티콘 선물함) 맛 봐봐~
여자 - 우와. 고마워요! 근데 오빠 기프티콘이 왜 이렇게 많아요?
남자 - 공짜로 좀 생겼어. 부담 가지지 말고 맛나게 먹어~
여자 - 고마워요 ^^
(이후 남자는 커피, 케이크, 우유 등 다양한 기프티콘을 여자에게 선물함)
(몇 주 후)
남자 - (도너츠 기프티콘을 선물함) 오늘은 도너츠로!
여자 - 고마워요. 오빠 덕분에 살찌는 중 ㅋ
남자 - 사실, 그동안 보낸 기프티콘들 다 내가 사서 보낸 거야.
여자 - 응? 공짜로 생겼다면서요?
남자 - 아냐. 너한테 뭘 해줄 수 있을까 찾다가, 이게 좋을 것 같더라고.
여자 - …….
여자 - 진짜요? 감사감사.
남자 - (햄버거 세트 기프티콘 선물함) 맛 봐봐~
여자 - 우와. 고마워요! 근데 오빠 기프티콘이 왜 이렇게 많아요?
남자 - 공짜로 좀 생겼어. 부담 가지지 말고 맛나게 먹어~
여자 - 고마워요 ^^
(이후 남자는 커피, 케이크, 우유 등 다양한 기프티콘을 여자에게 선물함)
(몇 주 후)
남자 - (도너츠 기프티콘을 선물함) 오늘은 도너츠로!
여자 - 고마워요. 오빠 덕분에 살찌는 중 ㅋ
남자 - 사실, 그동안 보낸 기프티콘들 다 내가 사서 보낸 거야.
여자 - 응? 공짜로 생겼다면서요?
남자 - 아냐. 너한테 뭘 해줄 수 있을까 찾다가, 이게 좋을 것 같더라고.
여자 - …….
저 대화를 마지막으로 둘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기프티콘을 보내느라 돈은 돈대로 나가고, '감동 고백'이라며 털어 놓았다가 부담은 부담대로 준 경우다. 케이크 기프티콘 하나 보내 놓고 3일간 생색내다가 인연이 끊긴 대원도 있다. 사연을 보자.
(여자의 생일)
남자 - (케이크 기프티콘 선물함) 생일 축하해~ 케이크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여자 - 헉, 감사합니다. ^^
남자 -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할까 하다가, 이걸로 골랐는데 괜찮아?
여자 - 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
남자 - 그래.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다음 날)
남자 - 똑똑똑. 케이크는 먹었어?
여자 - 앗. 안녕하세요. 네 잘 먹었어요. ^^
남자 - 다행이네. 친구들이랑 먹은 거야?
여자 - 아뇨. 가족들이랑 먹었어요. ^^ 엄마가 거의 다 드셨어요 ㅋ
남자 - 어머니께서 생크림 좋아하시나 보다. 넌 생크림 싫어해?
여자 - 저도 좋아해요. ^^
(다다음 날)
남자 - 생각해 보니까 케이크만 주고 선물을 못 줬네.
여자 - 아녜요. 케이크만으로도 감사해요~ ^^
남자 - 무슨 케이크 좋아하는지 알았으면 맞춰서 보냈을 텐데, 뭐 좋아해?
여자 -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어요. 다 잘 먹어요. ^^
남자 - 여자들은 일반 케이크 말고, 치즈 케이크 같은 거 좋아하지 않나?
여자 - 다 그런 건 아니고,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남자 - 치즈 케이크도 하나 보낼 걸 그랬나?
여자 - 아녜요~ ^^
남자 - (케이크 기프티콘 선물함) 생일 축하해~ 케이크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여자 - 헉, 감사합니다. ^^
남자 -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할까 하다가, 이걸로 골랐는데 괜찮아?
여자 - 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
남자 - 그래.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다음 날)
남자 - 똑똑똑. 케이크는 먹었어?
여자 - 앗. 안녕하세요. 네 잘 먹었어요. ^^
남자 - 다행이네. 친구들이랑 먹은 거야?
여자 - 아뇨. 가족들이랑 먹었어요. ^^ 엄마가 거의 다 드셨어요 ㅋ
남자 - 어머니께서 생크림 좋아하시나 보다. 넌 생크림 싫어해?
여자 - 저도 좋아해요. ^^
(다다음 날)
남자 - 생각해 보니까 케이크만 주고 선물을 못 줬네.
여자 - 아녜요. 케이크만으로도 감사해요~ ^^
남자 - 무슨 케이크 좋아하는지 알았으면 맞춰서 보냈을 텐데, 뭐 좋아해?
여자 -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어요. 다 잘 먹어요. ^^
남자 - 여자들은 일반 케이크 말고, 치즈 케이크 같은 거 좋아하지 않나?
여자 - 다 그런 건 아니고,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남자 - 치즈 케이크도 하나 보낼 걸 그랬나?
여자 - 아녜요~ ^^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 저 사연 외에도 화분 하나 선물 한 뒤 잘 크냐고 계속 묻는 대원, 비타민제 선물한 뒤 계속 챙겨 먹으라는 얘기를 하는 대원, 책 선물하곤 얼른 읽으라고 계속 재촉하는 대원 등 '생색내기'를 하다가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 대원들이 많다. 보답을 기대하며 하는 선물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그리고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할 것이 확실할 때'에만 선물을 하길 바란다. 줘 놓고 마음에 드냐고 계속 물으면 신세진 느낌 때문에 감동이 불편함으로 바뀌니 말이다.
간을 왜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줄 아는가? 간은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뒤에야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간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챘을 땐, 이미 간이 반 이상 망가진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 이틀 사이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망가져 온 것이다.
부담과 불쾌감을 주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이야기 한 행동들을 저지른다고 순식간에 관계가 잘못되는 건 아니다.(물론, 올인 했다는 걸 밝히며 들이대는 경우 하루아침에 잘못될 수 있긴 하다.) 처음엔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정도의 말로 대답을 하고, 그 다음엔 "아뇨, 괜찮아요." 정도로 거절을 하지만, 부담이 무거워지면 대꾸가 줄어드는 것으로 그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있어서 답장을 못 했다.'는 예의상의 멘트도 사라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절대 나쁜 의도로 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부담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우리 동네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종교인들 역시 믿지 않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좋은 목적' 때문에 거리로 나오고, 초인종을 눌러대지만 그 모습이 주민들에겐 그저 '불편함'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대를 위해 자신이 뭔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과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 한 줄 요약 - 기프티콘은 이 번호로 보내자 010-6543……. 농담이고, 세 밤만 자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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