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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시크남을 좋아한 모태솔로녀, 그녀의 헛발질은?

by 무한 2012. 10. 19.
시크남을 좋아한 모태솔로녀, 그녀의 헛발질은?
보험설계사 하는 친구에게 궁금한 것 몇 가지 물어봤다가, 그 친구와 멀어진 적이 있다. 만날 때 마다 그 친구가 '실비보험' 얘기를 꺼내기에 대체 그 보험에 가입하면 뭐가 좋은 건지, 다달이 낸 보험료를 나중에 돌려주는 것인지 등을 물어본 것인데, 그 친구는 내가 가입을 하려고 물어본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친구가 오해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뒤, 가입 할 생각이 없음을 세 번쯤 밝혔다. 그쯤에서 보험 얘기는 그만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친구는 여전히 내가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만날 때마다 약관을 가져와 설명해 주기도 하고, 고객들에게 단체로 보내는 문자를 내게도 보내왔다. 내 의사를 밝힐 땐 알았다고 대답해 놓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이번엔 새로운 보험 얘기'라며 똑같은 얘기를 또 꺼냈다.

오늘 소개할 모태솔로녀는 보험설계사인 내 친구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난 그 친구가 보내는 안부문자에도 답을 안 하기 시작했는데, 모태솔로녀 역시 상대에게 답장을 못 받고 있다. 그녀는 답장 없는 상대의 모습을 '시크함'이라고 표현하던데, 그건 '시크함'이라기보다는 '싫어함'에 더 가깝다. 오늘의 매뉴얼이 가슴 아플 수도 있겠지만, 모르면 또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니, 더는 그런 헛발질을 하지 않도록 함께 살펴보자.


1. 관심 가는 여자와 아는 여자의 경계선


내가 솔로부대원이고, 같은 회사 다른 부서의 여직원과 고객을 만나러 나왔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아~ 회사로 다시 가기 싫다.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라는 얘기를 했다. 그럼 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너츠를 사서 그녀와 먹으며 '회사 밖에선 뭐 하고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내가 아는 남자 열에 아홉은 나처럼 행동할 것이고 말이다.

"닥치고 빨리 걷기나 해. 얇게 입고 나와서 추워 죽겠는데 뭔 헛소리야."


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여직원의 말을 무시한 채 그냥 묵묵히 걸어 회사로 돌아가는 남자는 흔치 않다. 물론 여린마음동호회원인 까닭에 '저 말은 무슨 뜻이지? 나랑 더 있고 싶다는 얘긴가? 데이트 신청인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라며 고민만 하다가 회사에 도착해 후회를 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렇게 간식을 함께 먹고 나면, 여직원과 나의 관계는 회사의 다른 갑남을녀를 대할 때와 달라진다. 회사에서 마주쳐도 예전처럼 데면데면 한 것이 아니라 눈인사나 "코난씨 안녕~" 따위의 인사를 나눌 것이다.('코난'이라는 애칭은 함께 도너츠를 먹던 날 미리 지어준 것이다. "나이가 어린데 코난을 알아요?" 따위의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 가면 쉽게 지어줄 수 있다.) 금요일 밤, 퇴근하다가 마주쳐도 전에 나눈 이야기를 떠올려 "이번 주말도 핫요가?" 따위의 인사를 건넬 수 있고 말이다. 그녀와 사귈 마음이 없더라도 '나와 친한 여직원'이니, 그녀와 치맥을 함께 먹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성과 영화 한 편만 봐도 곧 연애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대원들이나 모태솔로부대원들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멘붕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들에게 '관심 가는 여자'와 '아는 여자'의 경계선은 저 정도 까지도 넓게 그려질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상대와 연애 할 생각이 없다고 무조건 이성에게 딱딱하게 굴거나 사무적으로 대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가 보이는 호의를 '예상외의 친절'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함께 도너츠를 먹은 건 도너츠를 먹은 거고, 다시 회사에 돌아왔으니 예전처럼 소 닭 보듯 그렇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볼 때마다 애니팡을 하고 있으니 "애니팡 그만해요! 일 해야죠!"라고 장난스레 카톡을 보낼 수도 있는 건데, 그녀는

'내가 애니팡 한다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 날 주시하고 있는 거야.
관심이 없는 남자라면 내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았겠지. 
도너츠 얻어먹었으니, 밥 산다고 해볼까?'



라며 혼자 연애를 시작해 버렸다. 도너츠에 밥으로 응대하는 진행이 나쁜 건 아니지만, 상대가 나를 이성으로 생각한다는 착각으로 시작한 관계는, '근데 왜 사귀자는 말 안 하지?'라는 생각을 불러올 수 있다. 상대의 모든 행동과 말을 '관심'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류에도 빠질 수 있고 말이다. 

"그 사람이 귀까지 빨개져서는, 쑥스러운 듯이 다가와서 
회사에 뭐 제출하는 거 내일까지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저도 알고 있었는데. 히히. 아 정말 그 사람 풋풋하고 귀엽고~"



그의 귀는 밖에서 담배 피우고 들어오느라 빨개진 건데,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2. 모태솔로녀 라이즈


영화 <록키>를 보면 목에 매운 깍두기 걸린 느낌을 네 번쯤 느끼게 되는데, 그 중 세 번째가 14라운드에 록키가 다운되었을 때다.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록키에게 코치인 믹키가 외친다. 

"Down! Down! Stay down!"


그만하면 됐으니, 그냥 엎드린 채로 일어나지 말라는 거다. 그 믹키의 마음으로 난 사연을 보낸 대원에게 말하고 싶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우리 그만합시다, 라고. 

경기가 끝나기 전 그녀가 넘어진 거라면 일어서서 싸울 수 있게 조언을 하겠지만, 이건 경기가 끝났다는 걸 상대가 세 번이나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이 사람하고 결론을 확실히 내고 싶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 생각해 보자. 우선, 몇 달 전 그가 다른 여자사람과 사귀기로 했다고 말했을 때 그대는 마음을 한 번 접었다. 빼도 박도 못 하는 다운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대는 일어섰다. 일어서서 회사 일을 핑계로 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다가, 결국 그에게

"날 이성으로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면, 정중히 사양할게."


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건 '시크함'이 아니라 '싫어함'의 표현이다. 더 어떻게 표현해야 싫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받아들이겠는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아, 날 싫어한다는 얘기구나.'라고 받아들이겠는가? 여하튼 그렇게 두 번 종이 울렸다. 

세 번째 경기는 '판정패'라고 할 수 있는데, 

여자 - 혹시 내일 휴무세요? 전 내일 쉬는데~
남자 - 난 낼 출근.



저건 거리를 두고 싶단 얘기다. "난 내일 출근해. 이런 카톡 안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수 없으니, 사무적인 대답만 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종종

"그럼 차라리 그렇게 확실하게 얘기해 주면 되잖아요?"


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이 있는데, 이미 상대는 관심을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먼저 연락하는 법 없고, 사무적인 답변만 하며,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명확히 말해 달라고 하는 건, 욕 해달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아래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자. 
 

3. 간쓸개 다 빼주니 당연히 속앓이
 

사연을 읽으며 참 안타까웠던 부분이 두 군데 있는데, 첫 번 째는 

"카톡 보낸 게 정말 완전 대놓고 씹혔어요.
제 카톡을 씹는 게 저한테 선을 긋는 것 같은데, 
그게 제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자기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라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게, 혼자 음모론을 키워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이라크전을 소재로 한 미드 <제너레이션 킬>을 보면, 한밤중에 경계를 서던 미군 병사가 이라크 부대가 다가온다며 폭격을 요청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저 멀리에 있는 불빛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그 병사의 얘기에 다들 전투 준비를 한다. 하지만 다른 병사가 "저건 마을에서 나오는 불빛이잖아. 침착하게 잘 봐봐. 마을의 불빛이 다가올 리는 없으니까."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군인들은 그제야 그게 마을의 불빛임을 확인하게 된다. 차분하게 확인하지 않았으면 적군인 줄 알고 폭격을 가해 한 마을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저 위의 '흔들리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상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아무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상대가 다른 여자와 연애를 했고, 이쪽의 관심을 거절했다는 것이 우리가 가진 증거다. 그저 추측으로만 가설을 키워 가면,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상대가 다른 여직원과 이야기하는 모습만 목격해도, 

'아… 이제 날 일부러 피하는 구나. 
예전 같으면 나와 이야기를 나눌 텐데, 
지금은 애써 다른 여직원과 대화하며 날 피하는 구나.'



라며 엉뚱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한 번 그렇게 샛길로 들어서면, 모든 추측이 더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제가 그냥 모르는 척 했어요. 그 사람 얼굴이 굳어있었거든요. 그냥 저만 보면 얼굴이 굳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표지판도 없는 곳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상대에게 "왜 저만 보면 그렇게 얼굴이 굳어요?"라고 묻는 정도가 되면, 그때부턴 의학의 도움이 필요해 지는 거다. 그러니 빨리 후진 기어를 넣고 지금 즉시 그곳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두번째는,

"어제 보낸 카톡마저 씹히고 나니까 정말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그 전까지 씹은 건, 그냥 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젠 제가 그 사람 비위 맞춘다고 보낸 카톡이었는데,
그것까지 씹다니 정말 매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더 내가 양보하고 굽혀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라는 부분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자존심은 사실 7주 전에 상했어야 정상이다. 두 번이나 상대가 대꾸를 하지 않았던 그 시점에 상했어야 하는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자존심에 인공호흡을 해가며 상하는 걸 막았다. 눈물겹다. 카톡대화를 옮기면 매뉴얼을 읽는 대원들이 경악할 것 같아서 옮기진 않겠다. 날짜는 계속 바뀌는데, 카톡창엔 노란 말풍선만 가득하다. 그간 얼마나 힘겹고, 피가 말랐을까.

챙겨주고, 알려주고, 상대의 답장을 받으려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고, 어렵게 엮은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달달한 칭찬의 말 던지는 대원. 그렇게 밸도 없이 간쓸개 다 빼주니 속앓이를 하는 거다. 양보를 해 달라는 사람도 없는데 뭔 양보를 한단 얘긴가. 그리고 이미 이마가 바닥에 닿아 있어 더 굽힐 수도 없다. 맹목적인 호의는 상대를 더욱 거만하게 만들 뿐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늘 이성과 썸만 타다 끝나는 모태솔로라고 징징거리는 것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괜찮은 남자라는 게, 그냥 징징거리다 어느 날 운 좋게 얻어 걸리는 게 아니다. 연애를 목적으로 이성을 만나려 하다간 '급한 남자'를 만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먼저 없애자. 명절이 되면 명절을 어디서 보내는지, 친척들 중 주로 누구와 어울리는지 등을 물어도 어색할 것 없는 관계를 만드는 거다. 사귈 마음이 없는 이성과 저런 대화를 나눴다고 체포되는 거 아니잖은가. 평소엔 이성과 담 쌓고 살다가, 왕자님이라고 생각되는 남자를 발견하면 그에게 올인 하려는 태도를 바꾸길 바란다.

눈이 마주치니까 그가 고개를 돌린 것 같다느니,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다느니 하는 '여고생이 일반사회 선생님 짝사랑하는 소리'도 그만하자. 그런 건 고등학교 졸업할 때 다 두고 나와야 하는 것들이다. 관심은 연락으로 드러난다. 연락이 없다는 건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망설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붙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고민하면서…."


그 물음에 대해서는 최순옥(72세, 커플부대 재입대 3년차)할머니의 멘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며, 이번 매뉴얼을 마칠까 한다. 

"갈 놈은 묶어놔도 가고, 올 놈은 막아도 오더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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