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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모임의 오빠를 좋아한 그녀가 저지른 실수들 1부

by 무한 2012. 10. 12.
모임의 오빠를 좋아한 그녀가 저지른 실수 1부
완벽한 사연이 하나 도착했다. 보통의 사연에선 헛발질이 두세 번 정도 등장할 뿐인데, 이 사연에선 헛발질이 여섯 번이나 등장한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그간 매뉴얼을 통해 하지 말길 권했던 일들을 모두 저지른데다가, 최악의 마무리까지 짓고 말았다.

헛발질을 그렇게까지 한다는 건, 자세의 문제다. 한 쪽으로 비뚤게 앉는 습관이 있으면 척추가 틀어져 버리고 마는 것 아닌가. 사연을 보낸 대원이 호소하는 근육과 인대와 관절의 피로, 그리고 통증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자세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매뉴얼로 아무리 물리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다. 의자를 바꾸듯 상대를 바꿔도 통증은 계속 될 것이고 말이다. 잘못된 자세가 몸에 배면 만성통증을 달고 살아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그걸 막을 수 있도록 오늘은 자세교정을 해보자.


1. 도와줘 언니!


지인에게 자신의 연애를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상대에게 직접 전해야 할 말들을 지인을 통해 하니 부담은 덜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거쳐 이야기를 전달하다보면 '당나귀 -> 강아지 -> 반바지' 식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고, 지인이 자신의 생각대로 두 사람을 끼워 맞추려 하다가 둘 중 하나가 튕겨져 나가고 마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인이 오지랖퍼인 경우 계속해서 둘의 관계가 간섭받을 수 있고, 지인이 상대에게 관심이 있을 경우 지저분한 상황까지 맞이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도 아니고, 제한된 인원으로 구성된 모임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연애를 도와달라고 말했다면, 그건 '바보 같은 짓'의 제곱이다. 회사, 유학생 사회, 동호회 등의 모임에서 지인에게 자신의 연애를 도와달라고 말했다면, 그건 자신의 알몸사진을 지인에게 전달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게 어떻게 쓰일 진 아무도 모른다.

"전 그 언니를 믿어요. 그래서 부탁한 거고요."


착각하는 대원들이 많은데, 앞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대원들 모두 믿으니까 부탁한 거다. 남의 호감을 주제로 다른 사람들과 뒷담화를 나누는 지인, 너만 알고 있으라며 모임 내 모든 사람들에게 소문을 낸 지인, 자신이 둘의 큐피드가 되었다며 혼자 공치사 하다 둘을 끝장낸 지인, 그렇게 망쳐놓고 "난 도와주려고 그런 것뿐인데, 고맙다는 말은 안 하고 왜 날 탓해? 너 진짜 어이없다."며 뒤통수를 친 지인 등. 못 미더운데 부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럴 줄 몰랐던 것뿐이지. 

사연을 보낸 대원 역시 '아는 언니'의 설레발과 간섭, 쓸데없는 얘기, 스포일러 때문에 썸남과 애정전선을 형성하는 내내 어려움을 겪는다. 사연 중간 중간 등장하는 멘트에서 그 고충이 잘 드러난다.

"언니가 이미 오빠한테 제가 좋아한다는 걸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전 몰랐는데…."
"언니가 떠보니까, 오빠가 이제 절 동생이 아닌 여자로 좀 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언니가 모임 내 J언니와도 상의했대요, J언니가 오빠랑 더 친하거든요."
"J언니는 저보고 여자로 보일 수 있게 어필하라고, 오빠가 고민하는 중이라고…."



둘을 이어주려 모임의 사람들이 총출동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장면이 아주 눈물겹다. 이건 뭐 영화 찍는 것도 아닌데 지인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두 사람은 그 시나리오대로 데이트를 한다. 여주(여자 주인공)는 상대가 하는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언니들이 해석해서 해주는 말'로 상황을 파악한다. 지인들끼리 의견이 엇갈려 중간에 한 명은 시나리오에서 손을 떼기도 한다. 첫 단추 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지 않은가? 지인의 적성검사 결과가 좋다고 그걸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면, 인생이 산으로 간다.  


2. 기대는 팬클럽 회원


우리, 도도해지긴 힘들어도 막 들이대는 여자가 되진 말자.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는 아름답지만, 다짜고짜 

"
오빠 빨리 내 이름 불러줘요. 내 이름만 불러주면 나 지금 달려가서 꽃 될 준비 중."


이라며 전력질주를 준비하는 그대는 그냥 안타깝다. 

"이번 단합대회 때 저랑 많이 놀아줘요ㅋㅋㅋㅋㅋ"
"제 친구들이 오빠 사진 보더니 소개시켜 달래요 ㅋㅋㅋㅋㅋㅋ"
"오빠가 전에 들고 왔던 책, 그거 저도 읽으려고요. 저 기억력 좋죠?"
"오빠가 가르쳐 줘요~ 저도 보드 타고 싶어요ㅋㅋㅋㅋ"
"기다릴게요. 오빠 시간 나실 때 톡 보내주세요~"
"오빠 바쁘실 때 아니에요? 시간 더 미뤄도 전 괜찮아요~"
"내일 오실 거죠? 안 나오기 없기ㅋㅋㅋㅋㅋ"



첨부된 카톡대화 중 앞의 열두 장에서 뽑아낸 멘트들이다. 저런 멘트가 마흔여섯 장 내내 계속 등장한다. 주엽역 중앙차로 횡단보도에서, 신문 구독하면 돈 주겠다고 지독하게 달라붙는 아저씨 같다. 그 아저씨와 내가 그냥 길 가다가 만난 사이라면 손윗사람이니 예의 있게 대했겠지만, 안 본다고 확실히 대답했는데도 잡지를 끼워 준다느니, 돈을 더 주겠다느니 하며 계속 달라붙어서 난 "안 본다고요!"라고 짜증을 냈다. 

만나서 밥 한 끼 먹은 것 가지고 "즐거웠어요.", "오빠 아까 커피숍에서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오늘 진짜 좋았어요."라며 세 번의 감사인사를 하는 건, 과잉이다. 임금의 간택을 받으려 발악하는 무수리도 아닌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리진 말길 바란다. 
 

3. 'ㅋ'의 향연, 못 끊는 여자


아직 어려서 그런 것도 있고, 좋아하는 오빠와 대화를 하니 오빠가 기침만 해도 마음이 들떠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모든 대화를 발랄하게 나누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연에 첨부된 카톡대화를 보면 여성대원은 'ㅋ 중독증' 이라고 할 만큼 'ㅋ'를 남발하는데, 마지막 대화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화가 너무 가볍다. 사연을 보자.

여자 - 아직도 술자리에요?
남자 - 응. 군대얘기 불 붙었어.
여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 - 군대얘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 나도 축구 한 얘기 좀 해줘야지.
여자 - 축구얘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 축구 잘해요?(궁금)ㅋㅋㅋㅋ
남자 - 초등학교 때 축구부였어.
여자 - 축구부(최고)ㅋㅋㅋㅋㅋ
여자 - 오랜만에 들어봄 ㅋㅋㅋ 전 초등학교 때 육상부ㅋㅋㅋㅋㅋ
남자 - 뭐로? 달리기로?
여자 - 네(부끄)ㅋㅋㅋㅋㅋㅋㅋ 빵이랑 우유 줘서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방청객 알바 하는 것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터진다. 상대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을 때 리액션을 해 주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매 대화마다 저런 식으로 'ㅋ'를 남발하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어진다. 둘은 두 달이 넘도록 열심히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눴다.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눴지만, 둘은 서로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나 더. '팬클럽' 부분과도 관련이 있는 얘긴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대화를 끊지 못한다. 굿바이 인사를 하고 난 뒤에도

"아 근데 오빠ㅋㅋㅋㅋ"
"맞다. 내일 가시는 거죠? 거기로ㅋㅋㅋㅋㅋㅋ"
"약속 꼭 어기기 없기~~~"



라며 계속 말을 건다. 상대가 대답을 하면 그 대답에 대한 질문을 또 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할 얘기가 다 떨어지고 피곤함을 호소할 정도가 되어서야 비로소 대화를 마친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이런 태도는 상대의 진을 뺀다는 걸 기억하자. 그랬다간 '피곤하게 만드는 여자'가 될 수 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전반전'이라면, 다음 이야기는 '후반전'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들뜬 기분이 땅에 발을 딛지 못해 서서히 피곤을 느끼고, 이만하면 대화를 많이 나눈 것 같은데 더 가까워지진 않는 둘의 관계 때문에 그녀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없는데 주변의 부추김 때문에 오빠가 나를 선택하는 건 싫다.
하지만 오빠가 우리 관계를 내치고 웃으면서 잘 지내는 것도 못 보겠다."



그러니까 '사귀는 것도 싫고, 안 사귀는 것도 싫다.'는 안드로메다의 마음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빠라는 이 좌식'이 그동안 자길 재고 따진 것 같고, 다른 측면에선 이유가 어쨌든 이 오빠님과 잘 되었으면 좋겠고, 또 다른 측면에선 오빠와 인연이 아닌 것 같으니 놓아 주어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또 어느 순간엔 둘의 관계를 이렇게 만든 그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상황. 자세한 이야기는 2부에서 나누기로 하고, 다들 손꼽아 기다리던 불금(불타는 금요일) 화끈하게 보내길!



▲ 사연은 normalog@naver.com 으로! 카톡, 문자대화 필수첨부!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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