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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금요사연모음] 밥값 내는 여자 외 2편

by 무한 2012. 11. 23.
[금요사연모음] 밥값 내는 여자 외 2편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번 주에는 아예 '썸'을 타지 못하는 대원들의 사연이 유난히 많았다. 대개 마음에 둔 사람과 이야기를 좀 진행하다가 삐걱거려서 걱정하기 마련인데, 이 대원들은 시작을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또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소개팅에서 밥값 낼 생각만 하는 여자.


독립적인 생활, 그리고 예의바른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까닭에 소개팅에서 애를 먹는 여성대원이 있다. 그녀는 뭐든 꿋꿋하게 혼자 해결하기에 상대에게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신세지기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은 소개팅자리에서도 빛난다.

"소개팅 자리에서도 전 같이 밥을 다 먹고 나서 계산서를 챙겨요.
저도 이런 제가 싫은데, 가만히 앉아서 남자가 계산하길 기다리는 걸 못하겠어서
지갑부터 꺼내들고 계산하러 가요. 그럼 남자가 자신이 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또 계산서를 넘겨주면 스스로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제가 사겠다고 말하곤 그냥 계산해요."



난 저게 별로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는 또

"제가 계산하고 나면 왠지 빈정이 상해서, 그 사람이 싫어지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한다. 본심과 반대로 행동하는 청개구리 스타일이라고 할까.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받고 나서도 "이거 비싼데 왜 샀어? 그냥 환불해. 난 쓰던 거 있어."라고 말하는 타입이다. 물론 속마음은 남자친구가 "내가 주고 싶어서 산 건데 왜. 너 써. 너한테 잘 어울려."라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또 남자친구가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곤 환불하러 가면, 그녀는 빈정이 상하고 말 것이다.

나처럼 누굴 만날 때 집에 지갑을 두고 나가면 깔끔하게 해결된다는 건 훼이크고, 친척 오빠와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자. 그럼 밥 한 끼 얻어먹는 일이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을 것이다. 먼저 계산해 버리고 다음 코스를 상대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멀뚱하게 서 있는 상대를 보며 빈정 상한다고 하니, 첫 식사의 계산은 상대에게 맡기자.(더치페이를 권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녀는 더치페이를 해도 빈정 상할 것이 뻔하기에 적지 않았다.)

남자는 오만 원짜리 밥을 샀을 때 이만 오천 원을 내미는 여자보다, 감사함을 표시하는 여자에게 더 헌신적이 된다. 이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여자들이 어장관리녀인데, 그녀들은 아마 위에서 말한 '선물'을 받았을 때 "나 주려고 산거야? 정말? 안전 감동이야. 고마워."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상대가 '감동을 주려는 노예'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장관리녀가 문제되는 건 '오는 것만 있지 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니, 그 부분만 '받은 감동에 감사하고, 상대에게도 감동을 줄 줄 아는' 것으로 수정해 사용하길 권한다.


2. 이상형 오타쿠 33세 최모씨.


애니를 좋아하거나 만화책을 사 모으는 것은 아니지만, 최모씨는 이상형에 대한 오타쿠다. 그런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인물로 '말년 병장'을 들 수 있다. 그들도 최모씨처럼

'외모가 출중하고, 대화가 잘 통하며, 착하고, 바르고, 나만 바라보는 지혜로운 여자.'


를 원한다. 제대만 하면 곧 그런 여자를 만날 거라 생각한다.

저 증상은 현실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조금씩 치료된다. 애초부터 그런 여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닮아가며 길들여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모씨는 현실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면 물러서 버린다. 소개팅에 나온 사람들을 '내 이상형'이 아니라며 내치고, 이상형과 비슷한 여자와 연이 닿았는데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안 보이면 포기해 버린다. 러브스토리가 운명처럼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 자세는 '농사를 짓기에 최적인 땅'을 찾는 것일 뿐이다. 이미 돌밭을 갈아 비옥한 땅으로 만든 사람도 있는데, 최모씨는 계속 '곱고 기름진 땅'만 찾아 헤맨다. 진작에 땅을 갈고 씨를 뿌려 작물들이 허리까지 자란 사람을 만나면, 그 땅을 부러워 할 뿐이다. 굳은살 박이는 노력으로 밭을 갈았다는 생각은 못하고 그저 그 땅이 처음부터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남들이 추수하고 있을 때에도 혼자 밭을 찾아 떠돌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빈 땅을 일구길 권한다. 그러다 땅 아래 암반이 있는 걸 발견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 땐 그만두어도 좋다. 하지만 지금처럼 땅에 돌멩이 몇 개 있다고 다른 땅을 찾아가진 말란 얘기다. 최모씨가 슬슬 걸어 다니며 '곱고 기름진 땅'을 찾는 중에도, 누군가는 열심히 땅을 갈아 밭을 만들고 있다.  


3. 인기는 많은데 고백하면 차인다는 남자.


인기가 많은데 고백하면 차인다는 건, 딱 두 부분에 문제가 있는 거다.

첫째, 그건 인기가 아니라 '웃기는 사람'이라 얻는 호응이기 때문이다.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바람잡이가 있다. 그의 말에 관객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그가 한 썰렁한 농담에 적극적으로 반응도 하며 분위기를 맞춘다. 그걸 그 사람의 '인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지인 중 하나도 '바람잡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모태솔로부대원인 그 지인은 빠른 속도의 말, 불분명한 발음, 과한 리액션, 그리고 폭풍 설레발을 보유하고 있다. 친목 위주의 모임에서는 그런 행동이 서먹서먹함을 없애기에 다들 '밝고 유쾌한 사람'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진지한 얘기를 좀 나누려고 해도 순식간에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다 자신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다. 싫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꼭 좋아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밝고 유쾌한 사람'이 '항상 함께하고픈 사람'과 같은 말은 아니잖은가.

둘째, 금방 사랑에 빠져 성급하게 들이대기 때문이다. 로미오처럼 첫 눈에 상대에게 반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고, 당장 상대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 놓을 수 있다며 구애한다.

그게 멋있는 것 같지만, 여자에겐 그 모습이 그저 '충동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자기 마음의 속도에 상대가 맞추질 못하면 재촉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상대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 등이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뜬금없이 고백하고는

"난 괜찮으니까,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지금 그냥 말해줘."
"내가 말한 거 생각해 봤어? 대답은 더 기다려야 들을 수 있나?"
"거절이어도 괜찮으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라는 얘기로 상대를 몰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판정만을 기다리는 듯한 저 모습은 진정성이 의심될 뿐더러, 상대에겐 저 모습이 신뢰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부터 하자고 달려드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실, 내 얘기가 사연을 보낸 대원에게는 기분 나쁠 수 있기에 이 사연을 다루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걸 지금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주변에선 "넌 참 밝고 괜찮은 사람인데, 여자들이 그걸 모르네."라는 이야기만 할 수 있기에, 이렇게 적는다. 너무 상처받지 말고, 앞으로는 본인 안의 '진지하고 신중한 모습'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길 권한다.


후라이데이! 지난주에 해물파전에 막걸리를 추천한 것처럼 이번 주에는 방어회에 소주를 추천하려고 했다. 그런데 방어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착하지 않다기에 대하구이, 조개구이로 메뉴를 바꿨다. 딱딱한 껍질 벗겨내 먹으라고 권하면서 싹트는 애정전선!

망설이지 말고 지금 즉시 연락해 저녁약속을 잡자.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 거니까.



"어익후, 지갑을 집에 두고 왔네. 내가 사려고 했는데, 미안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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