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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경험 없는 남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by 무한 2012. 11. 19.
연애경험 없는 남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신근이(28세, 모태솔로) 여자친구 만들어 주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떠있는 대원이 있다. 오호통재라. 연애가 그렇게 남들의 열성적 도움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난 이렇게 매뉴얼을 발행하는 대신, '매일매일 소개팅' 같은 어플을 만들어 솔로부대원들의 만남 횟수만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이 만나봤는데도 인연이 안 닿으면 자신감만 저하되지 않을까요?"라며 지레 겁먹는 것보다는 만나는 게 낫다. 만나봐야 자신의 문제가 뭔 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친구들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에 찬성하지만,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많이 만나기만 하는 것은, 공부는 하지 않고 계속 시험만 보는 것과 같다. 토익시험 열 번 응시했다고 점수가 올라가는 건 아니잖은가.

오늘은 이런 대원들을 위해 '다가감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상대에게 반하면 무작정 무릎부터 꿇는 대원들이나 수틀리면 바로 관계를 팽개쳐 버리는 대원들, 그리고 최선을 다 할수록 상대에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만 듣는 대원들은, 다음 번 '새로운 만남'을 가지기 전에 아래의 이야기부터 한 번 살펴보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1. 큰 거 한 번 말고, 작은 거 여러 번!


동성친구와 스키장에 갔다고 해보자. 스키를 타다가 친구가 넘어졌다. 그 상황에서 남자들끼리의 '챙겨줌'이란, "괜찮아? 안 다쳤어?"라고 묻는 것 정도다. 조금 더 다정하다고 해도 폴대를 주워주는 것 이상으로 넘어진 친구를 챙기진 않는다. 

친구가 스키 타는 법을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너무 나서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기에 시범을 보여주거나 조언을 해 정도로 그친다. 그 이후의 일은 알아서 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남자들끼리의 불문율로 정해져 있다. 스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기름이 떨어져 친구가 당황했다면,

"이 차 보험 어디껀데? 보험사에 전화해."


정도의 얘기를 한다. 이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모태솔로부대원들은 이성을 만나도 저 동성끼리의 '챙겨줌'을 그대로 적용한다. 그런데 그건, 너무 투박하다. 이성은 보다 섬세하게 대해야 한다.

이 얘기를 한 이유는, 모태솔로인 한 친구가 관심 있는 여자사람에게 위의 행동을 그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심녀가 포함된 모임에서 단체로 스키장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나름 챙긴다고 챙긴 것이 위에서 말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자는 스키기술을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닐 텐데, 그는 실용적인 것 위주로 그녀에게 스키를 알려줬다. 그녀가 넘어졌을 땐 괜찮냐고 물어봤을 뿐 일으켜 주지도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차의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녀가 불안해했는데, 그는 그녀에게 "보험 가입했을 거 아냐? 기름 떨어지면 거기에 전화해서 부르면 돼."라고 그녀의 걱정을 일축했다.

훗날 그 친구는 꽃다발까지 사서 그녀에게 고백을 했는데, 거절당했다. 나는 그녀와도 친했기에 거절사유를 물은 적 있는데, 그녀는 "챙겨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데, A오빠에게는 좀 더 어른스런 여자가 어울릴 것 같다. 난 다정한 남자가 좋다."라고 말했다. 다정한 남자란 무엇인가? 바로,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줄 아는 남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모임에서도 그녀가 어떤 물건을 찾을 때, "그거 저 쪽에 있을 걸, 저쪽 한 번 봐봐."라고 말했다. 역시 투박하다. 무슨 큰 결심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럴 땐 '저쪽'까지 같이 가주는 거다. 가서 같이 찾아주는 게 섬세한 배려다. 그런 모습으로 상대에게 작은 감동을 여러 번 주는 게 비법이다. 섬세한 배려는 생략한 채 그저 밥 몇 번 사고 이벤트 열어 큰 감동 주려 해봐야 "고맙지만, 사양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괜찮아? 안 다쳤어? 얼른 일어나."라는 투박한 말만 하지 말고, 다가가 일으켜주며 옷도 털어주는 섬세함을 갖추길 권한다.


2. 심각하지 않게, 상대의 관심부터.


난 식물이나 곤충에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 H군에게 연락을 한다. H군은 숲해설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우리는 그간 식물이나 곤충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이다. 또, 옷이나 신발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 J군에게 연락을 한다. 전에 J군이 '데져트부츠'를 사고 싶단 얘기를 했었는데, 난 웹을 돌아다니다가 그 부츠를 할인판매 하는 곳을 발견해 J군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다.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은, 위에서처럼 환경이 조성된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환경 조성'을 생략한 채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

"날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뭐든 다 털어놔. 괜찮아."
"무슨 일인데? 말해봐. 다 들어줄게."



상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고, 마음 속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 안다. 모르는 거 아닌데, 그게 무작정 "우리 앞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로 지내자."라고 말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와 관련해 솔로부대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보자.

- 상대를 웃기려고 노력하다 실없는 사람 되어버림.
- 공감대를 찾는다며 상대를 취조함.
- 부탁한 적도 없는데, 혼자 상대의 심리치료사가 되려함.
- 묻지도 않은 자기 사생활 털어 놓고 혼자 '속마음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함.



꽤 많은 대원들이 착각하는데, 난 매뉴얼을 통해 '진지한 얘기'를 나누라고 했지, '우울한 얘기'를 나누라고 한 적 없다. 심각하지 않은 공감대부터 찾아가자. 상대의 옛사랑 이야기는 대체 왜 그렇게들 물어보는 것인가? 또, 상대는 잘 살고 있는데 대체 뭘 치료해주겠다고 자꾸 사생활을 캐 묻는 것인가? 그럴 시간에 차라리 함께 곶감축제에 가서 곶감이나 실컷 먹고 오자. 그게 자신의 암울한 과거 털어 놓으며 '속마음 대화'했다고 착각하는 것보다 백배는 나은 일이다.

하나 더. 그저 내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해서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니다. TV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가 관심 있는 여자에게 책과 공연티켓을 선물하는 걸 본 적 있다. 그는

"전에 말했던 그 공연 티켓이에요. 이건 원작인 책이고요."


라며 선물을 하던데, 그걸 보며 난 가슴이 답답했다. "연극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다 긍정적으로 답하지, 딱 잘라서 싫다고 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그런데 그 남자는 상대가 좋다고 대답하자 열심히 연극설명을 하고, 그 원작이 되는 책 설명을 했다. 그러고는 훗날 나름 '화룡점정'이라고 생각하며 책과 티켓을 선물한 것이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에게 권한 것'이지, 공감대 형성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그대에게 책 읽는 것 좋아하냐고 물은 후에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를 선물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아마 "1947년 상무인서관 최종판 중국철학사의 1992년 중화서국 중인본 상·하권을 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라는 일러두기만 보고도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거기다 대고 내가 "책 읽어 보셨어요?"라고 물으면, 그때부터는 나와 별로 만나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다.


3. 시험하지 말고 참여하자.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부산출신 여학생'을 좋아한다는 대원이 있었다. 그는 용기를 내 상대에게 전화번호를 물은 뒤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있다. 그는 모태솔로인 까닭에 여자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했지만, 첨부한 카톡대화에선 별 문제가 없었다. 둘은 수업에 대한 이야기나 학교 근처 식당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둘 다 타지 사람인까닭에 나눌 수 있는 공감대를 조성하며 대화를 했다.

여자의 친구들이 서울로 올라와 놀았던 날, 남자가 너무 카톡을 많이 보냈다는 것 말고는 딱히 흠잡을 게 없다. 뭐, 그것도 여자가 귀찮아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고 잘 받아주었으니 실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남자가 여자의 호감도를 시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 계속 질문을 던진다.

"주말에 시간 있어?"
"오늘 몇 시에 끝나? 끝나고 저녁 같이 먹을까?"
"(빼빼로를 주고 나서)혹시 부담스러우려나?"



저렇게 떼어놓고 보면 별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여자는 이미 주말에 선약이 있다고 말 한 뒤였다. 또 전에 다이어트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 적 있다. 빼빼로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과 자신은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니까, 남자는 호감을 확인하려 계속 빈볼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위의 여학생은 주말마다 집(부산)에 내려간다. 남자는 지금처럼 계속 가까워지다가 어느 날 "이번 주에는 집에 내려가지 말고 나와 함께 주말을 보내자."는 이야기를 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안타까운 거다. 차라리 부산 구경을 핑계로 한 번 같이 내려갔다가 같이 올라오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고 공감대도 많아질 텐데, 남자는 그렇게 참여하는 대신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려고만 한다.

"카톡으로도 할 말이 슬슬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
되도록 빨리 대시를 하려고 합니다. 다음 주 쯤이 어떨까요?"



더욱 가까이서 둘이 긴 시간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이 연애인데, 저 대원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다. 슬슬 할 말이 떨어지고 있어서 고백을 하겠다니. 참여하지 않으니 대화는 계속 겉을 맴돌게 되고, 만남의 횟수나 연락의 빈도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 하니 상대는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제 계획은 이번 주 화요일에 식사를 하고, 금요일 쯤 또 식사를 하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주 수요일에 식사를 한 번 더 한 뒤 금요일 저녁에 대시하는 겁니다.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바로 대시하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주말약속을 잡으며 확인해 볼까 합니다.
아마 저에게 마음이 있다면, 집에 내려가지 않고 저와 주말을 보내겠죠?"



제발 동성친구와 친해질 때처럼 그렇게 친해지자. 당구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 같이 당구장 가고, 당구장에서 짜장면 시켜먹고, 나와서 인형뽑기도 한 번 하고, 그런 게 즐거우니 다음에 또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여러 추억들이 둘을 더욱 촘촘하게 연결시켜 주고, 나중엔 "찜질방 콜?"하면 "ㅇㅋ" 이런 답장 주고받는 것 아닌가. 친구와 찜질방 가기 위해 처음부터 '내일은 같이 당구장 가고, 모레는 함께 짜장면 먹고, 목요일은 쉬고, 금요일에 찜질방 가자고 말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두려 하지 말고, 만남의 순간에 더욱 열정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위와 같은 일들을 벌이고 난 뒤, 고백을 할 생각으로 "줄 게 있으니까 잠깐 만나자."고 했다가, 상대가 거절하면

'나에게 마음이 없나보군.
마음이 있다면 화장 지웠다는 핑계 같은 건 대지 않고 나왔겠지.
싫다는데 뭐 어쩌겠어.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연애냐. 연애는.'



이라며 낙심하는 대원들이 많다. 그러지 말자.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아름다운 궁궐의 음악을 연주해 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하였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 하고 슬퍼하기만 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자기와 같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법'에 대해서는 매뉴얼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를 할 예정이니, 좋은 친구를 곁에 두듯 노멀로그를 옆에 두고 참고하길 바란다. 조만간 시작될 그대의 러브러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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