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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싸운 커플(싱글) 어떡해?

by 무한 2012. 12. 24.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싸운 커플, 혹은 싱글 어떡해?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런 말(또는 행동)을 하고 마는, 고슴도치녀들의 사연이 계속 도착하고 있다. 그간 자신이 고슴도치녀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던 대원들의 '치밍아웃(고슴도치녀 커밍아웃)'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일단 지르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그녀들의 특성상 가슴 아픈 사연이 참 많은데, 다는 살펴볼 수 없고 가장 심각한 것 두 편 정도를 오늘 살펴볼까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제1고지로 삼았다가 무참히 실패한 남성대원의 사연도 <금요사연모음>에 넣기엔 다급하기에 함께 살펴보자. 미리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출발.  


1. 크리스마스에 공부해야 한다는 고시생 남자친구.


남자친구가 '고시생'이니까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을 텐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 남자친구가 '고시생'이라고 내민 핑계와는 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스케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23일 - 교회에서 예배
24일 - 가족들과 식사
25일 - 오전예배



저 스케줄에 맞춰 둘은 25일에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그게 일주일 전의 일이다. 그런데 어제 통화를 하며 다시 한 번 약속확인을 할 때, 남자친구가 괴상한 소리를 했다.

남친 - 25일에 독서실 여니까, 가서 공부 좀 하려고.
여친 - 25일? 우리 만나기로 한 날이잖아.
남친 - 아…. 음…. 이제 정말 공부 좀 해야 하는데….
여친 - 알았어. 공부해.
남친 - 화났어?
여친 - 아니.
남친 - 화났는데 뭐. 너 또 대답 짧게 하잖아.
여친 - 공부해. 끊을게.
남친 - 꼭 사람 속 뒤집어 놓고 끊어야 해?
         이렇게 끊고 나면 내가 공부 할 수 있겠어?



이건 남자가 여자로 하여금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상황이다. 그녀가 크리스마스에 볼 연극 예매하려고 몇 주 전에 얘기했을 때, 그는 "공부해야 해서 연극 보는 건 좀…."이라며 거절했다. 그 이후 그녀는 남자친구가 크리스마스에 데이트 하자는 얘기를 해주길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없었다. 이러다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녀는 남자친구의 스케줄을 함께 확인하고, 며칠 전 "25일에 만나자."라는 약속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자친구는 또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난 솔직히 저 대화 뒤에 이어진 남자친구의

"그럼 독서실 근처로 와. 저녁 먹으면서 잠깐 보는 거 괜찮으면."


이라는 말을 읽으면서 실소를 터뜨렸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저 남자, 그간 여자친구를 저런 식으로 완전히 길들여 놓았다.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이 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타적인 면이 있는데, 그는 그 부분을 철저히 공략해 '우렁각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2주 전 '다른 여자' 문제로 정말 헤어지려 했을 때, 그가 한 말을 떠올려 보길 권한다.

"앞으로 장난으로라도 다른 여자랑 그런 대화 안 할게.
정말 미안하고, 앞으로 내가 잘할 거야. 행동으로 보여줄게."



보여준다는 게, 독서실 앞으로 오면 저녁 정도는 같이 먹어주겠다는 건가? 거짓말을 반복하고, 무책임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반성마저 연기에 그치고 마는, 그런 남자와 왜 사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남친이 대신 연락은 잘 해요. 전화도 잘 하고, 카톡도 내용 충실하게 보내고…."


교도소에서도 밥은 거르지 않고 잘 나온다. 굶지 않는다고 해서 다 잘 살고 있는 건 아니잖은가.


2. 나쁘진 않은데 마음에 안 들어. 왕 고슴도치녀.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의 기분을 딱 두 가지로 나누어 판단한다.

- 기분이 좋다. 
- 기분이 나쁘다.

 

때문에 왕 고슴도치녀가 자주 사용하는 '나쁘진 않은데 마음에 안 들어.'라는 기분을 남자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남자의 입장에선 '마음에 안 들어'는 '나쁘다'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 커플의 대화를 보자. 

여친 - 24일에 회사 끝나고 보는 거야? (1)
남친 - 응. 
여친 - 저녁 먹는 거지?
남친 - 응. 뭐 먹고 싶어?
여친 - 그냥 뭐…. 자긴 뭐 먹고 싶은데?
남친 - 빕스 같은 데는 사람 많을 것 같고, 글쎄…. (2)
여친 - 24일에는 그냥 가족들하고 보내고, 25일에 볼까?
남친 - 왜? 24일에 만나~
여친 - 가족들하고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25일에 보자. 자기도 그 날 쉬니까. 
남친 - 그래 그럼. (3)
여친 - 25일에도 자기 할 거 있으면 해도 돼. 
남친 - 왜 그래? 화났어?
여친 - 아니. 그냥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할 거 없으니까. 
남친 - 화났네. 왜 그래? 
여친 - 화난 거 아니야.

 

저런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남자는 여자가 변덕이 심하며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버린다. 더는 여자의 변덕과 심술을 감당할 수 없겠다고 생각해 이별을 말하는 남자도 있다. 뭐가 문제인지 오늘 확실히 알려줄 테니, 잘 기억해 두길 바란다. 

먼저, (1)에서 여자는 이미 서운함이 축적되어 있는 상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자가 아무 계획도 얘기해 주지 않았고, 24일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얘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가 묻자 짧게 "응."이라고 답했을 뿐이다. 저녁 먹는 거냐고 물었을 때, "뭐 먹고 싶어?"라고 물은 건 아무 계획도 없었다는 걸 반증해 주는 대목이다. 여자의 서운함은 극에 달한다. 

그 후 (2)번에서는 '계획이 없었다.'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판정과 함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남친에게 화가 치민다. 엎드려 절 받는 느낌 때문에 여자의 자존심은 상처를 입는다. '고슴도치녀'에 속하는 대원들을 이런 순간에,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던져 스스로를 방어한다. 24일은 그냥 가족들하고 보내자는 말이 바로 '마음에도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를 두 번 죽이는 건 (3)번이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에도 없는 말'을 정통으로 받아 쳐 버리는 부분 말이다. 여자는 울고 싶어진다. 남자에겐 애초에 별 계획이 없었으며, 자신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나도 되고 안 만나도 되는 가벼운 존재라는 것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저런 모습을 다 이해하고 맞춰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대체 왜 화났는지 모를 남자들을 위해 '힌트'를 적어두는 것이다. 변덕, 심통, 성격이상 판정을 내리기 전에 위의 심리변화를 간파해 '고슴도치녀 핸들링'에 성공하길 바란다. 


3. 데이트 신청으로 승부를 보려는 K씨.


이 사연은 K씨가 적어 준 질문에 대답하는 것으로 풀어볼까 한다.

Q. 그녀는 다른 여직원 차 카풀 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제 차를 탑니다.
제 차를 타려면 좀 걸어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제 차를 탈까요?


A. 난 그녀와 다른 여직원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에 올인 하곘다. 소위 '더럽고 치사하다'고 느낄만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놓고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 스스로가 초라해 보인다. 게다가 안 볼 사이도 아닌데 카풀을 거절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너한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라는 걸 공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기가 어렵다. 그런 와중에 좀 걸어가 K씨의 차를 타면 핑계도 마련할 수 있고, 초라함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K씨의 차'인 것이다. 이걸 '내게 관심이 있어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내 차를 타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건 김칫국일 가능성 98.72%다.

Q. 차 태워주는 거 고맙다고 밥 산다기에 크리스마스에 먹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다른 날로 정해보라고 하더군요. 제 딴에는 머리를 쓴 계획이었는데….
크리스마스에 단 둘이 만나는 걸 시작으로 해서 발전시켜보려고 했거든요.


A. 무리수다. K씨의 과거 연애사에도 무리수의 기록은 곳곳에 남아 있다. '무슨 데이에 뭐 주면서 고백' 식으로 연애를 시작하려는 모습 말이다. 매뉴얼을 통해 중거리 슛을 날리지 말고, 골대 앞까지 일단 드리블을 하라는 얘기를 지겹도록 했는데, K씨는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데이트'라는 중거리 슛을 날리고 말았다. 다른 날로 약속을 잡았으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을, K씨는 무리수를 둔 까닭에 날리고 만 것이다. '한 방'은 그만 노리고 서서히 스며드는 '가랑비 작전'을 시행하기 바란다.

Q. 오늘이라도 다시 한 번 크리스마스에 만나자고 말해 볼까요?

A. 내가 이 부분 때문에 오늘 K씨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거다. 절대 그러지 말길 권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중거리 슛을 한 번 더 날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크리스마스만 날이 아니다. 길게 보자. 우선 같이 커피라도 한 잔 하는 걸 목표로 잡는 거다. 데이트는 너무 거창하니 그냥 '수다' 정도의 느낌으로 시작하길 권한다. 현재까진 운전하는 모습 말고 보여준 게 없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K씨는,

"회사 사람들이 그녀와 제가 카풀 하는 거 눈치 채서,
지금은 잘 될 수 있게 밀어주는 분위긴데요?"



라고 말할지 모르겠는데, 회사 사람들이 밀어주든 동네 사람들이 밀어주든, 연애라는 게 누가 밀어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남의 도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개척하자. 괜히 지금처럼 밀어주는 분위기에서 퇴짜 맞으면 '사내 시련남 인증' 같은 거 하게 된다. 남의 도움 받으려 그녀의 지인들을 찔러보는 것 같은데, 본인의 일은 본인이 하길 바란다. 누가 대신 말해주고 그런 거, 정말 쓸모없고 부작용만 높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녀가 크리스마스 약속이 없을 수도…."


다들 그런 생각으로 들이대다가 무너져 갔다. 몇 주 전 K씨의 생일이라는 걸 지인들 통해 그녀 귀에 들어가게 했는데 축하인사 하나 없지 않았는가. 딱 봐도 아직은 둘이 데이트 할 사이즈가 나오질 않는다. 악마는 "카톡을 보내서 떠봐!"라고 계속 유혹하겠지만 거기에 넘어가면 지는 거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달달한 이야기가 아닌 좀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적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상대에게 예상에서 빗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 아쉬운 사람이 쉬운 사람이니 말이다. 계속 상대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건 이쪽이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상대가 배짱을 부리는 것 역시 이쪽에서 아쉬운 소리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얜 내가 독서실 근처로 오라고 하면, 와서 밥까지 사겠지.'
'크리스마스에 만나자고 한 걸 거절했으니, 저 사람은 외로워하다 연락하겠지.'



저 뻔한 모습에서 좀 벗어나자. 실제로 여성대원은 고시생인 남친이 고생하고 있으니 찾아가서 밥 살 준비하고 있고, 남성대원은 '거절당해도 상관없으니까, 말이라도 꺼내보자.'라며 데이트 신청 준비 하고 있지 않은가. 상대의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려 좀 당황스럽게 만들어주길 권한다. 지금처럼 그대만 상대를 궁금해 하지 말고, 그 반대가 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보자는 얘기다. 그대들을 위해 나는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매뉴얼을 발행하는 것으로 응원하겠으니, 마음 속 응어리는 normalog@naver.com 에다가 속 시원히 털어 놓길 바라며!



▲ "무한님, 저 오늘 솔로대첩 가려고 하는데…."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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