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지만 사귀기엔 좀 부담스러운 여자
P양이 내게 사연을 보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P양이 첫 사연을 보냈을 때 군에 입대한 꼬꼬마가, 지금쯤은 제대해 복학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다. 남자 다섯의 얘기가 P양의 사연에 녹아 있다. 공명도 유비가 세 번 찾아가니 따라 나섰다고 하는데, P양의 다섯 번째 사연을 내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P양을 위한 매뉴얼을 준비했다.
그간 P양의 사연을 다루지 않은 이유는, P양이 질문만 했지 정작 내게 들려줘야 할 이야기들은 모두 생략했기 때문이라는 걸 밝혀 둔다. 혼자 만남을 다 분석한 후 "전 이렇게 생각하는데, 무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으면 난 할 말이 없다. 동네 분식집 떡볶이가 맛이 없다는 얘기를 하려면 내게도 떡볶이 한 그릇은 주고 나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P양은
라는 식의 이야기만 해 댔다. 당연히 난 그 떡볶이를 본 적도 없으니 '그런가 보다.'하며 넘기기만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P양이 카톡 대화도 첨부한데다가 자세한 이야기를 보내왔으니, 그걸 가지고 이야기 해 보자.
P양의 지적대로 남자가 좀 들뜬 거 맞다. 더 일찍 만났더라면 행복한 연말을 함께 보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를 적어 보냈을 정도면 푹 빠진 게 맞다. 난 사실 그의 저 말을 가볍게 받아낸 P양의 대응방법에 감탄했다. 그건 분명 남자의 대시를 많이 받아 본 여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대응이었다. 남자의 고백을 처음 받아보는 여자였다면 그 말에 눈물을 쏟으며 '어허허헝… 나도 그래.' 식의 답장을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둘의 카톡대화를 여섯 페이지쯤 읽었을 때 내 생각은 바뀌었다. P양은 그냥 철벽녀다. 내가 위에서 말한 여자라면 남자가 좀 들떠서 들이댈 땐 쉼표 찍듯 거리를 두고, 평소에는 남자가 웃으며 손을 들면 이쪽에서도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 하는 식의 대응을 한다. 쉽게 말해, 남자가 드립을 좀 치면 이쪽에서도 리액션을 해 준단 얘기다. 그런데 P양은
라는 마음으로 계속 거리만 둔다. 다가오는 남자를 멀리서 구경하듯 바라보니 그의 모든 행동을 객관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그런 태도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가 이 추위에 촛불이벤트를 하더라도
이라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다. 감동 같은 게 끼어들 틈이 없는 거다. 게다가 그런 태도는 행동으로 드러나는 까닭에 P양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었던 남자는 머쓱해진다.
당황스럽게, 이 문제가 아래에서 이야기 할 P양의 다른 문제와 맞물려 해결되긴 한다. 더하기를 곱하기로 착각해 계산했지만 우연히 답이 맞은 경우라고 할까.(2+2를 2x2로 계산해도 답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 요행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건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썸을 타는 남자와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을 진행한다는 게 위에서 말함 P양의 '다른 문제'다. 이게 주고받는 리액션이 있는 와중에 진행되면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P양의 경우 상대의 관심은 밀어둔 채 단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남자와 '전시회 함께 가기'를 해보고 싶었던 P양이 한 말이다. 그간 P양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며 의문을 품던 남자는, P양의 저 말을 듣곤
라고 생각한다. 동상이몽이다. P양은 그저 남자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두세 번 정도는 그렇게 오해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이상 만남이 지속되면 남자도 눈치를 채게 된다. 이건 연애로 이어질 만남이 아니라, P양의 위시리스트를 실행하는 것에 그저 자신이 들러리가 된 것일 뿐이라는 걸.
그리고 이 말은 할까 말까 참 많이 망설였는데, 이왕 말이 나왔으니 적어두기로 하자. P양의 위시리스트는 좀 매니악한 데가 있다. 보통의 남자들이 P양을 만난다면 '이 사람과 사귀면 이런 일들을 함께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단 얘기다. 취향에 태클을 거는 건 아니고, 그게 상대도 자연스레 즐길 수 있는 건지를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예컨대 내가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아는 정비소가 있는데, 이번 주말에 비거든요. 가서 제 차 엔진 내릴 건데 같이 가실래요? 분해는 제가 할 테니, P양은 부담 갖지 말고 그냥 구경만 하셔도 돼요."라고 말한다면, P양도 좀 심각하게 고민할 것 아닌가.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적도록 하겠다. P양이 같이 하자고 하는 일들에서 허영이 좀 느껴진다. 실제 취향이 그런 까닭에 한 말이겠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어딘가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한심해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한 개비에 9만원 하는 담배를 예찬하면, 비흡연자인 그대가 보기엔 그저 골이 빈 것처럼 보일 것 아닌가.
대화를 사연에서 그대로 옮길 순 없고, 하나 만들어서 살펴보자.
복합적인 문제다. 저 위에서 말한
라는 태도를 취한 까닭에 상대가 꺼낸 주제는 묵살되고 말았다. 게다가 남자는 경제적으로 바짝 긴장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를 한 건데, 거기다 대고 P양은 매니악한 취미와 연관된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힘겹게 꺼내놓으셨는데, 그 말을 노스페이스 패딩이 따뜻하다는 얘기로 받는 딸 같은 느낌이랄까. 시각에 따라서는 등골브레이커로도 보일 수 있다.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줄 생각으로 뭘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받고 싶은 걸 말하는 것과 묻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며칠 뒤가 자기 생일이라며 뭘 받고 싶다고 요란을 떠는 것. 그 둘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대의 그런 생각과 달리, 정황만 보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앞선 데이트에서의 계산은 모두 상대가 했잖은가. 그대는 계산 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벌어진 결과만 놓고 보면, 거기서 그대의 '계산하려던 생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쪽에서 프랑스 요리를 사겠다는 식으로만 말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그저 먹고 싶다는 얘기만 내비췄으니 등골브레이커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남자가 그대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해서, 그게 그대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대가 갑이고 상대가 을인 계약을 하는 게 아니다. 다시 안 볼 생각으로 약속을 취소하고 담을 쌓은 거라면 모르겠지만, P양은 불만을 표시하려 일부러 '약속취소 통보'라는 카드를 내민 것 아닌가.
P양은 상대가 사과하고 매달리면 마음을 풀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쪽에게 반했다는 상대의 마음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그런 협상은, 참 나쁜 거다. 아쉬워 할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자. 당장은 위기감을 느낀 상대가 문제를 해결하려 무릎을 꿇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도 이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관계라는 걸 깨닫게 된다. 호감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P양에게 신세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채무자의 느낌으로 P양을 만나게 된다는 걸 말이다.
또, 욱한 기분에 상대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지 말길 바란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모여서 P양의 이미지가 된다. 호감 하나로도 연애에 목숨을 걸 수 있는 꼬꼬마 시절엔 그런 태도가 이해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호감 말고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연애상대를 택하는 지금은 이해받기 어렵다. 오히려 그 모습이 '변덕', '성격결함' 등으로 보여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P양은 기분이 좋아졌을 때는 너무 앞서 나가는 단점이 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여자친구가 할 만한 행동은 연인이 된 뒤에 하자. 그대로 옮겨 적으면 P양이라는 게 너무 티 나니 '옷'과 관련된 얘기라고만 적어두겠다. 이전 썸남들과의 관계에서도 P양은 상대가 조금 잘해주면 '여자친구'가 할 만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건 위에서 말한 모습들로 상대가 점점 부담을 느낄 때쯤, 다시 상대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베푸는 '서비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P양이 소개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성을 만나는 게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P양은 지나치게 탐구하는 경향이 있는데(상대의 사이버공간을 모두 뒤져 확인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렇게 탐구를 하느라 상대와 항상 거리를 유지한다. 항상 무장을 한 채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가 헌신과 신뢰를 약속하면 그때 무장해제를 하려 한다. 그게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이기 쉬운 소개팅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까워질 수 있는 방식으로 이성을 만나보길 권한다.
▲ '남자친구로 나쁘지 않은 남자'가 아니라 '꼭 남자친구여야 하는 남자'와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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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양이 내게 사연을 보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P양이 첫 사연을 보냈을 때 군에 입대한 꼬꼬마가, 지금쯤은 제대해 복학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다. 남자 다섯의 얘기가 P양의 사연에 녹아 있다. 공명도 유비가 세 번 찾아가니 따라 나섰다고 하는데, P양의 다섯 번째 사연을 내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P양을 위한 매뉴얼을 준비했다.
그간 P양의 사연을 다루지 않은 이유는, P양이 질문만 했지 정작 내게 들려줘야 할 이야기들은 모두 생략했기 때문이라는 걸 밝혀 둔다. 혼자 만남을 다 분석한 후 "전 이렇게 생각하는데, 무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으면 난 할 말이 없다. 동네 분식집 떡볶이가 맛이 없다는 얘기를 하려면 내게도 떡볶이 한 그릇은 주고 나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P양은
"제가 먹어보니까 너무 맵고 짜더라고요. 무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라는 식의 이야기만 해 댔다. 당연히 난 그 떡볶이를 본 적도 없으니 '그런가 보다.'하며 넘기기만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P양이 카톡 대화도 첨부한데다가 자세한 이야기를 보내왔으니, 그걸 가지고 이야기 해 보자.
1. 밀어내기 전문가
P양의 지적대로 남자가 좀 들뜬 거 맞다. 더 일찍 만났더라면 행복한 연말을 함께 보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를 적어 보냈을 정도면 푹 빠진 게 맞다. 난 사실 그의 저 말을 가볍게 받아낸 P양의 대응방법에 감탄했다. 그건 분명 남자의 대시를 많이 받아 본 여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대응이었다. 남자의 고백을 처음 받아보는 여자였다면 그 말에 눈물을 쏟으며 '어허허헝… 나도 그래.' 식의 답장을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둘의 카톡대화를 여섯 페이지쯤 읽었을 때 내 생각은 바뀌었다. P양은 그냥 철벽녀다. 내가 위에서 말한 여자라면 남자가 좀 들떠서 들이댈 땐 쉼표 찍듯 거리를 두고, 평소에는 남자가 웃으며 손을 들면 이쪽에서도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 하는 식의 대응을 한다. 쉽게 말해, 남자가 드립을 좀 치면 이쪽에서도 리액션을 해 준단 얘기다. 그런데 P양은
'허허, 저한테 왜 이러시는지….'
라는 마음으로 계속 거리만 둔다. 다가오는 남자를 멀리서 구경하듯 바라보니 그의 모든 행동을 객관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그런 태도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가 이 추위에 촛불이벤트를 하더라도
'허허, 추운데 이거 준비하느라 고생 좀 하셨겠구만.'
이라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다. 감동 같은 게 끼어들 틈이 없는 거다. 게다가 그런 태도는 행동으로 드러나는 까닭에 P양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었던 남자는 머쓱해진다.
당황스럽게, 이 문제가 아래에서 이야기 할 P양의 다른 문제와 맞물려 해결되긴 한다. 더하기를 곱하기로 착각해 계산했지만 우연히 답이 맞은 경우라고 할까.(2+2를 2x2로 계산해도 답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 요행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건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2. 위시리스트
'썸을 타는 남자와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을 진행한다는 게 위에서 말함 P양의 '다른 문제'다. 이게 주고받는 리액션이 있는 와중에 진행되면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P양의 경우 상대의 관심은 밀어둔 채 단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전시회 좋아하세요? 같이 전시회 보러 갈래요?"
남자와 '전시회 함께 가기'를 해보고 싶었던 P양이 한 말이다. 그간 P양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며 의문을 품던 남자는, P양의 저 말을 듣곤
'내가 오해했던 거였어. P양도 내게 관심이 있잖아!
먼저 데이트 신청까지 해 주다니!
좀 쑥스러워서 뺐던 거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닌 게 분명해.'
먼저 데이트 신청까지 해 주다니!
좀 쑥스러워서 뺐던 거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닌 게 분명해.'
라고 생각한다. 동상이몽이다. P양은 그저 남자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두세 번 정도는 그렇게 오해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이상 만남이 지속되면 남자도 눈치를 채게 된다. 이건 연애로 이어질 만남이 아니라, P양의 위시리스트를 실행하는 것에 그저 자신이 들러리가 된 것일 뿐이라는 걸.
그리고 이 말은 할까 말까 참 많이 망설였는데, 이왕 말이 나왔으니 적어두기로 하자. P양의 위시리스트는 좀 매니악한 데가 있다. 보통의 남자들이 P양을 만난다면 '이 사람과 사귀면 이런 일들을 함께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단 얘기다. 취향에 태클을 거는 건 아니고, 그게 상대도 자연스레 즐길 수 있는 건지를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예컨대 내가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아는 정비소가 있는데, 이번 주말에 비거든요. 가서 제 차 엔진 내릴 건데 같이 가실래요? 분해는 제가 할 테니, P양은 부담 갖지 말고 그냥 구경만 하셔도 돼요."라고 말한다면, P양도 좀 심각하게 고민할 것 아닌가.
3. 위시리스트에 대한 또 다른 문제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적도록 하겠다. P양이 같이 하자고 하는 일들에서 허영이 좀 느껴진다. 실제 취향이 그런 까닭에 한 말이겠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어딘가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한심해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한 개비에 9만원 하는 담배를 예찬하면, 비흡연자인 그대가 보기엔 그저 골이 빈 것처럼 보일 것 아닌가.
대화를 사연에서 그대로 옮길 순 없고, 하나 만들어서 살펴보자.
남자 - 제가 이번에 개원을 하게 되면 어쩌고저쩌고….
여자 - 힘내요! 아차, 제가 단골로 가는 곳이 있는데 거기 와인이….
여자 - 힘내요! 아차, 제가 단골로 가는 곳이 있는데 거기 와인이….
복합적인 문제다. 저 위에서 말한
"네 얘기는 잘 들었다. 잘 들었고,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시작한다."
라는 태도를 취한 까닭에 상대가 꺼낸 주제는 묵살되고 말았다. 게다가 남자는 경제적으로 바짝 긴장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를 한 건데, 거기다 대고 P양은 매니악한 취미와 연관된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힘겹게 꺼내놓으셨는데, 그 말을 노스페이스 패딩이 따뜻하다는 얘기로 받는 딸 같은 느낌이랄까. 시각에 따라서는 등골브레이커로도 보일 수 있다.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줄 생각으로 뭘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받고 싶은 걸 말하는 것과 묻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며칠 뒤가 자기 생일이라며 뭘 받고 싶다고 요란을 떠는 것. 그 둘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음식 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전 그걸 사달라고 말 꺼낸 게 아닌데요?
같이 그 식당에 갔더라도 제가 계산하려고 했었는데요?"
같이 그 식당에 갔더라도 제가 계산하려고 했었는데요?"
그대의 그런 생각과 달리, 정황만 보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앞선 데이트에서의 계산은 모두 상대가 했잖은가. 그대는 계산 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벌어진 결과만 놓고 보면, 거기서 그대의 '계산하려던 생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쪽에서 프랑스 요리를 사겠다는 식으로만 말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그저 먹고 싶다는 얘기만 내비췄으니 등골브레이커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4. 이상한 처벌
남자가 그대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해서, 그게 그대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 통화를 하다가 기분이 나빠서, 토요일에 보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그대가 갑이고 상대가 을인 계약을 하는 게 아니다. 다시 안 볼 생각으로 약속을 취소하고 담을 쌓은 거라면 모르겠지만, P양은 불만을 표시하려 일부러 '약속취소 통보'라는 카드를 내민 것 아닌가.
P양은 상대가 사과하고 매달리면 마음을 풀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쪽에게 반했다는 상대의 마음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그런 협상은, 참 나쁜 거다. 아쉬워 할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자. 당장은 위기감을 느낀 상대가 문제를 해결하려 무릎을 꿇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도 이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관계라는 걸 깨닫게 된다. 호감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P양에게 신세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채무자의 느낌으로 P양을 만나게 된다는 걸 말이다.
또, 욱한 기분에 상대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지 말길 바란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모여서 P양의 이미지가 된다. 호감 하나로도 연애에 목숨을 걸 수 있는 꼬꼬마 시절엔 그런 태도가 이해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호감 말고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연애상대를 택하는 지금은 이해받기 어렵다. 오히려 그 모습이 '변덕', '성격결함' 등으로 보여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P양은 기분이 좋아졌을 때는 너무 앞서 나가는 단점이 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여자친구가 할 만한 행동은 연인이 된 뒤에 하자. 그대로 옮겨 적으면 P양이라는 게 너무 티 나니 '옷'과 관련된 얘기라고만 적어두겠다. 이전 썸남들과의 관계에서도 P양은 상대가 조금 잘해주면 '여자친구'가 할 만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건 위에서 말한 모습들로 상대가 점점 부담을 느낄 때쯤, 다시 상대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베푸는 '서비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P양이 소개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성을 만나는 게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P양은 지나치게 탐구하는 경향이 있는데(상대의 사이버공간을 모두 뒤져 확인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렇게 탐구를 하느라 상대와 항상 거리를 유지한다. 항상 무장을 한 채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가 헌신과 신뢰를 약속하면 그때 무장해제를 하려 한다. 그게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이기 쉬운 소개팅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까워질 수 있는 방식으로 이성을 만나보길 권한다.
▲ '남자친구로 나쁘지 않은 남자'가 아니라 '꼭 남자친구여야 하는 남자'와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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