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지적질에 시달리다 헤어진 여자
이미 헤어진 사이고 마음 정리도 다 된 상태인데, 그래도 혹시 이야기 속에 자신이 모르던 문제들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며 H양이 보낸 사연이다. 둘은 몇년 간 여러 번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했다.
전체적인 소감을 먼저 얘기하자면, 이 이별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자친구의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능력 결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저 능력은 늦어도 사회 초년생일 땐 형성되어야 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분명 선한 의도로 말 했어도, 그게 타인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둘 줄 아는 습관을 말한다.
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온라인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위와 같은 습관으로 외톨이가 된 후, 온라인에서 익명성에 기대 생활을 한다. "남자가 병신이네."류의 댓글을 남기는 악플러가 그렇다. 오프라인에서 저런 태도를 취했다면 인연이 다 끊기겠지만, 온라인에선 어딘가에서 추방당하면 다른 곳을 찾아가면 되니 끊임없이 '떡밥이 가득한 곳'을 찾아 돌아다닌다.
적절하게 능력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저건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 아닌 까닭에, 다들 반대쪽의 마음을 억누르며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이 울퉁불퉁해진 날이나 궁지에 몰린 상황, 혹은 세상 모든 것에 냉소를 짓고 싶어질 때에는 언제든 저런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아 개인적인 다짐을 할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그 사람들이 모두 한심한 등신처럼 생각될 때도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사귄 지 며칠 만에 목숨을 걸겠다는 둥,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는 자신의 판타지에 충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열정이 '현실의 H양'을 향한 상대의 마음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상상하고 있는 연애',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자친구상'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물론 저런 착각을 모두 배제한 채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흔히 '콩깍지가 씌였다'고 하는 게 바로 저 상태에 빠져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다만 저런 시작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라는 기반 위에 발 딛고서 상상하고, 기대하고, 바랐어야 하는 건데, H양의 남자친구는 그냥 혼자 날아올랐다. 호르몬의 도움을 받은 자신의 마음이 도와주니, 그 즐거운 감정에 빠져 애정표현에 열을 냈던 것이다. H양은 그게 전부 '운명의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말이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는, 현실의 연애가 자신이 꿈꾸던 연애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자기본위적 생각을 먼저 하는 특성상, 그는 그 문제의 원인을 H양에게서 찾는다.
연애 극초반처럼 무작정 행복하지 않은 원인이 위와 같은 것들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H양에게 살 빼라, 힐 신어라, 바지 입지 마라, 애교 부려라 등의 요구를 한다. H양은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그의 지적질에 멘붕을 경험한다. 갑작스런 요구들이라 "알았어. 그렇게 해 볼게. 알았어. 그만 말해."라는 반응을 보인다. 며칠간 H양의 변화를 지켜보던 그는, H양이 변하지 않는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그 후 몇 주가 흘러 눈물의 재회를 하며 둘은 다시 만났다. 이건 뭐랄까, 일종의 관성이다. 갑자기 삶의 일부분이 급격하게 변하자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해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둘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과거는 덮어두고 다시 잘 해보자.'는 슬로건으로 만났을 뿐이다. 한 달 쯤 만났다가 다시 헤어졌다.
그 다음 만남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이성과 연애를 했고,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남자가 H양을 찾았다.
라는 꽤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며 다가왔다. H양의 친구들은 모두 H양을 말렸다.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할 리 없으며, 과거에 헤어지며 했던 상대의 모진 행동들을 생각하면, 절대 받아주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H양은 '뭔가 한 것 없이 시간만 많이 흘러가 버린 느낌'에 빠져 있을 때였고, 과거에 상대가 보여준 열정적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다시 받아 주었다. 저 '탕자의 고백'류의 멘트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이 부분에서 내가 답답했던 건, (H양은 별 것 아니라 생각해 그냥 흘려들었지만)상대가 '최근에 헤어진 여자는 너무 성격이 강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지 같은 여자'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감당이 안 되었던 거고, 다시 (과거에 자신이 잔소리를 해도 죄 지은 사람처럼 황급히 당황해만 할 뿐이었던)H양을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이후의 상황들로 미루어 말하자면, 이 당시에도 남자친구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꽤 오랜 기간 서로 떨어져 있던 까닭에 이제 '미련'이나 '그리움'이 없었기에, 상대는 H양의 마음이 자신에게 향하도록 열심히 애정표현 하고 이런 저런 약속을 했을 뿐이다.
대화를 보자.
"나중에 얘기할까?"라는 여자의 말을, 대부분의 남자는 "너 지금 내 말 듣기 싫어?"라는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저 말에 그러자고 대답하면, 훗날 분명 후폭풍이 불어온다는 걸 본능적으로 예감할 수 있다. H양은,
라고 말했지만, 그게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H양은, 상대가 화를 내다가 자신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 같다. 여기다 적진 않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소한 다툼이 일어났을 때에도 H양은 허둥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인다. 불을 보고 놀란 사람처럼 서둘러 대화를 끊으려 한다.
저 대화에서는 자기본위적 남자의 특성이 보인다. 그런 남자들은 '모든 갈등은 나에 대한 공격상황'이라고 받아들인다. 때문에 '이건 네 잘못이다.'라는 판결을 하고자 힘을 쏟는다. 스스로에겐 정당화와 합리화를 하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네 탓'으로 만드는 것이다.
라는 문장만 봐도, 상대가 자신의 억울함부터 내밀어 방어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화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인데, H양이 실망한 듯한 내색을 하면 상대는 신경질부터 낸다.
라는 반응을 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자신의 심정을 차분하게 얘기할 줄 아는 남자였다면, 저 사소한 일로 인해 싸울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화를 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곤, 그걸 '네 탓'으로 돌렸다. 자기본위적 남자의 저 특성을 달리 말하면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겹도록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남자를 볼 땐 책임감과 존중 딱 두 가지를 중점으로 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갈등이 찾아온다. H양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남친은 자신이 몇 번 얘기했냐며 H양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한다. 오해할까봐 적어두는데, 이게 야하게 입지 말라는 얘기나 치마가 너무 짧다는 식의 '염려'에서 비롯된 지적이 아니다. 치마 입고, 힐 신고, 스타킹 신고, 살 빼라는 얘기다.
그 말에 상처 받은 H양은 진지하게 이별을 고민한다. 그래서 다음 날 하루종일 연락을 안 하다가, 하루가 더 지나 상대와 통화를 한다. 건강하고 예쁘게 살자는 좋은 뜻인 건 알지만, 그 날 선 지적이 자신을 아프게 한다는 고통의 호소였다. 그 말에 상대는
라고 대답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H양 잘못이란 말이었다. 그렇게 이별을 통보한 후 상대는, 마음 편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H양이 연락을 했을 때, 얼굴에 침이라도 뱉을 기세로 "구질거리지 마.", "전화 하지 마.", "짜증나게 하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저런 얘기를 해 놓고도 아마 속으론 '난 정 떼려 모질게 군 것 뿐이야.'라며 자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H양은 사연의 끄트머리에 이런 질문을 적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단 말도 있지 않은가. 별 볼 일 없는 연애일수록 떠들썩한 경우가 많다. 잉꼬부부라고 소문났던 연예인 커플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몇 년 전부터 별거'라는 기사와 함께 사라지고, 이제 막 유명해져 무명시절 힘이 되어 준 조강지처에게 최선을 다 하겠다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소송을 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아침에 부인을 때리고 출근해선 방송에 나와 "고맙죠. 와이프한테 정말 고맙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웹 공간에 무슨 얘기를 하든 거긴 다 에누리가 붙기 마련이니 그걸 상대의 진심과 착각하지 말자. H양이 직접 겪은 것, 직접 본 것, 직접 들은 것이 상대의 실체다.
(참고가 될 수 있는 링크가 하나 있는데, 원 작성자가 글을 삭제한 상태라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 것 같다. 제목만 살짝 공개하자면 '여자친구 임신한 만화'다.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으니 노약자나 임산부는 읽지 말길 권한다. + 여자친구의 해명글이 반전.)
자기본위로만 생각할 땐, 그런 짓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앞으로 상대가 "그땐 내가 너무 모진 말을…."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다가와도, 답장조차 하지 말길 권한다. 수 년 전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보인 '열정적인 들이댐'을 잊지 못해 계속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은데, 그거 유효기간 지난 지 오래다. 교통사고라고 치면 9:1의 비율로 상대 과실이 크니, 마음고생 그만하고 얼른 툭툭 털길 바란다.
▲ "무한님도 지적질 많이 하실 것 같은대요?" '같은대요'가 아니라 '같은데요'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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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헤어진 사이고 마음 정리도 다 된 상태인데, 그래도 혹시 이야기 속에 자신이 모르던 문제들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며 H양이 보낸 사연이다. 둘은 몇년 간 여러 번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했다.
전체적인 소감을 먼저 얘기하자면, 이 이별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자친구의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능력 결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저 능력은 늦어도 사회 초년생일 땐 형성되어야 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분명 선한 의도로 말 했어도, 그게 타인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둘 줄 아는 습관을 말한다.
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온라인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위와 같은 습관으로 외톨이가 된 후, 온라인에서 익명성에 기대 생활을 한다. "남자가 병신이네."류의 댓글을 남기는 악플러가 그렇다. 오프라인에서 저런 태도를 취했다면 인연이 다 끊기겠지만, 온라인에선 어딘가에서 추방당하면 다른 곳을 찾아가면 되니 끊임없이 '떡밥이 가득한 곳'을 찾아 돌아다닌다.
적절하게 능력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저건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 아닌 까닭에, 다들 반대쪽의 마음을 억누르며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이 울퉁불퉁해진 날이나 궁지에 몰린 상황, 혹은 세상 모든 것에 냉소를 짓고 싶어질 때에는 언제든 저런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아 개인적인 다짐을 할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그 사람들이 모두 한심한 등신처럼 생각될 때도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1. 열정적인 애정표현.
사귄 지 며칠 만에 목숨을 걸겠다는 둥,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는 자신의 판타지에 충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열정이 '현실의 H양'을 향한 상대의 마음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상상하고 있는 연애',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자친구상'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물론 저런 착각을 모두 배제한 채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흔히 '콩깍지가 씌였다'고 하는 게 바로 저 상태에 빠져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다만 저런 시작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라는 기반 위에 발 딛고서 상상하고, 기대하고, 바랐어야 하는 건데, H양의 남자친구는 그냥 혼자 날아올랐다. 호르몬의 도움을 받은 자신의 마음이 도와주니, 그 즐거운 감정에 빠져 애정표현에 열을 냈던 것이다. H양은 그게 전부 '운명의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말이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는, 현실의 연애가 자신이 꿈꾸던 연애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자기본위적 생각을 먼저 하는 특성상, 그는 그 문제의 원인을 H양에게서 찾는다.
- H양은 내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지 않는다.
- H양은 내가 원하는 몸매가 아니다.
- H양은 내가 원하는 애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 H양은 내가 원하는 몸매가 아니다.
- H양은 내가 원하는 애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연애 극초반처럼 무작정 행복하지 않은 원인이 위와 같은 것들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H양에게 살 빼라, 힐 신어라, 바지 입지 마라, 애교 부려라 등의 요구를 한다. H양은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그의 지적질에 멘붕을 경험한다. 갑작스런 요구들이라 "알았어. 그렇게 해 볼게. 알았어. 그만 말해."라는 반응을 보인다. 며칠간 H양의 변화를 지켜보던 그는, H양이 변하지 않는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2. 그런데 또 돌아오네?
그 후 몇 주가 흘러 눈물의 재회를 하며 둘은 다시 만났다. 이건 뭐랄까, 일종의 관성이다. 갑자기 삶의 일부분이 급격하게 변하자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해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둘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과거는 덮어두고 다시 잘 해보자.'는 슬로건으로 만났을 뿐이다. 한 달 쯤 만났다가 다시 헤어졌다.
그 다음 만남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이성과 연애를 했고,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남자가 H양을 찾았다.
"너 같은 여자 또 만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라는 꽤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며 다가왔다. H양의 친구들은 모두 H양을 말렸다.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할 리 없으며, 과거에 헤어지며 했던 상대의 모진 행동들을 생각하면, 절대 받아주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H양은 '뭔가 한 것 없이 시간만 많이 흘러가 버린 느낌'에 빠져 있을 때였고, 과거에 상대가 보여준 열정적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다시 받아 주었다. 저 '탕자의 고백'류의 멘트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이 부분에서 내가 답답했던 건, (H양은 별 것 아니라 생각해 그냥 흘려들었지만)상대가 '최근에 헤어진 여자는 너무 성격이 강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지 같은 여자'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감당이 안 되었던 거고, 다시 (과거에 자신이 잔소리를 해도 죄 지은 사람처럼 황급히 당황해만 할 뿐이었던)H양을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이후의 상황들로 미루어 말하자면, 이 당시에도 남자친구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꽤 오랜 기간 서로 떨어져 있던 까닭에 이제 '미련'이나 '그리움'이 없었기에, 상대는 H양의 마음이 자신에게 향하도록 열심히 애정표현 하고 이런 저런 약속을 했을 뿐이다.
3. H양이 실수한 부분.
대화를 보자.
여친 - 내가 어쩌고저쩌고….(회사얘기)
남친 - 어.
여친 - 내가 어쩌고저쩌고….(회사얘기)
남친 - 어.
여친 - 기분 안 좋아? 나중에 얘기할까?
남친 - 아니야.
여친 - 내가 어쩌고저쩌고….(회사얘기)
남친 - 어.
여친 - 나 얘기 안 할래. 자기 얼른 쉬어~
남친 - 또 왜 그래?
여친 - 자기가 축 처진 목소리로 그냥 대답만 하잖아.
남친 - 그럼 난 통화할 때마다 항상 밝아야 해?
여친 - 그게 아니라, 혹시 피곤하거나 그런 거면 나중에 얘기할까 물어봤는데,
자기는 아니라고 대답하고선, 계속 그런 사람처럼 말하잖아.
남친 - 저게 내 반응이야. 그럼 난 맨날 웃으면서 대답해야 하나?
사람이 기분 가라앉은 날도 있고 그런 거지, 넌 진짜 이상해.
들어주면 들어주는 것 갖고도 뭐라고 하냐 왜?
여친 - 알았어. 내가 미안해. 그만 싸우자.
남친 - 넌 내가 항상 밝아야 한다고 생각…(이후 남친의 폭풍 지적질).
남친 - 어.
여친 - 내가 어쩌고저쩌고….(회사얘기)
남친 - 어.
여친 - 기분 안 좋아? 나중에 얘기할까?
남친 - 아니야.
여친 - 내가 어쩌고저쩌고….(회사얘기)
남친 - 어.
여친 - 나 얘기 안 할래. 자기 얼른 쉬어~
남친 - 또 왜 그래?
여친 - 자기가 축 처진 목소리로 그냥 대답만 하잖아.
남친 - 그럼 난 통화할 때마다 항상 밝아야 해?
여친 - 그게 아니라, 혹시 피곤하거나 그런 거면 나중에 얘기할까 물어봤는데,
자기는 아니라고 대답하고선, 계속 그런 사람처럼 말하잖아.
남친 - 저게 내 반응이야. 그럼 난 맨날 웃으면서 대답해야 하나?
사람이 기분 가라앉은 날도 있고 그런 거지, 넌 진짜 이상해.
들어주면 들어주는 것 갖고도 뭐라고 하냐 왜?
여친 - 알았어. 내가 미안해. 그만 싸우자.
남친 - 넌 내가 항상 밝아야 한다고 생각…(이후 남친의 폭풍 지적질).
"나중에 얘기할까?"라는 여자의 말을, 대부분의 남자는 "너 지금 내 말 듣기 싫어?"라는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저 말에 그러자고 대답하면, 훗날 분명 후폭풍이 불어온다는 걸 본능적으로 예감할 수 있다. H양은,
"제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니고, 피곤하면 다음에 통화하자고 말까지 했는데…."
라고 말했지만, 그게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H양은, 상대가 화를 내다가 자신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 같다. 여기다 적진 않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소한 다툼이 일어났을 때에도 H양은 허둥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인다. 불을 보고 놀란 사람처럼 서둘러 대화를 끊으려 한다.
4. 상대의 자기본위적 모습.
저 대화에서는 자기본위적 남자의 특성이 보인다. 그런 남자들은 '모든 갈등은 나에 대한 공격상황'이라고 받아들인다. 때문에 '이건 네 잘못이다.'라는 판결을 하고자 힘을 쏟는다. 스스로에겐 정당화와 합리화를 하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네 탓'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럼 난 통화할 때마다 항상 밝아야 해?"
라는 문장만 봐도, 상대가 자신의 억울함부터 내밀어 방어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화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인데, H양이 실망한 듯한 내색을 하면 상대는 신경질부터 낸다.
"그래서 뭐? 나더러 어쩌라고? 넌 잘못 없어? 네 잘못이 더 커."
라는 반응을 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자신의 심정을 차분하게 얘기할 줄 아는 남자였다면, 저 사소한 일로 인해 싸울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화를 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곤, 그걸 '네 탓'으로 돌렸다. 자기본위적 남자의 저 특성을 달리 말하면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겹도록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남자를 볼 땐 책임감과 존중 딱 두 가지를 중점으로 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갈등이 찾아온다. H양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남친은 자신이 몇 번 얘기했냐며 H양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한다. 오해할까봐 적어두는데, 이게 야하게 입지 말라는 얘기나 치마가 너무 짧다는 식의 '염려'에서 비롯된 지적이 아니다. 치마 입고, 힐 신고, 스타킹 신고, 살 빼라는 얘기다.
그 말에 상처 받은 H양은 진지하게 이별을 고민한다. 그래서 다음 날 하루종일 연락을 안 하다가, 하루가 더 지나 상대와 통화를 한다. 건강하고 예쁘게 살자는 좋은 뜻인 건 알지만, 그 날 선 지적이 자신을 아프게 한다는 고통의 호소였다. 그 말에 상대는
"넌 왜 내가 말한 걸 고치지 않아서 날 '지적질 하는 나쁜 사람' 만드냐.
나도 이러기 싫다. 네가 살 빼고 내가 말한 대로만 했어도 이런 일 없었다.
넌 그냥 너의 모든 걸 다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나도 이러기 싫다. 네가 살 빼고 내가 말한 대로만 했어도 이런 일 없었다.
넌 그냥 너의 모든 걸 다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라고 대답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H양 잘못이란 말이었다. 그렇게 이별을 통보한 후 상대는, 마음 편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H양이 연락을 했을 때, 얼굴에 침이라도 뱉을 기세로 "구질거리지 마.", "전화 하지 마.", "짜증나게 하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저런 얘기를 해 놓고도 아마 속으론 '난 정 떼려 모질게 군 것 뿐이야.'라며 자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H양은 사연의 끄트머리에 이런 질문을 적었다.
"그런데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건,
그가 헤어지자고 하기 전 날까지 자신의 웹 공간에 제 이야기를 썼다는 겁니다.
'여자친구 선물 사러 신촌에 나왔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썼었거든요.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댓글, 멋있다는 댓글도 달았고요.
그런데 그러던 남자가 저렇게 하루 만에 변할 수 있나요?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
전 저게 정말 궁금해요. 바로 전날까지 저러던 사람이 어떻게…."
그가 헤어지자고 하기 전 날까지 자신의 웹 공간에 제 이야기를 썼다는 겁니다.
'여자친구 선물 사러 신촌에 나왔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썼었거든요.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댓글, 멋있다는 댓글도 달았고요.
그런데 그러던 남자가 저렇게 하루 만에 변할 수 있나요?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
전 저게 정말 궁금해요. 바로 전날까지 저러던 사람이 어떻게…."
빈 수레가 요란하단 말도 있지 않은가. 별 볼 일 없는 연애일수록 떠들썩한 경우가 많다. 잉꼬부부라고 소문났던 연예인 커플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몇 년 전부터 별거'라는 기사와 함께 사라지고, 이제 막 유명해져 무명시절 힘이 되어 준 조강지처에게 최선을 다 하겠다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소송을 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아침에 부인을 때리고 출근해선 방송에 나와 "고맙죠. 와이프한테 정말 고맙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웹 공간에 무슨 얘기를 하든 거긴 다 에누리가 붙기 마련이니 그걸 상대의 진심과 착각하지 말자. H양이 직접 겪은 것, 직접 본 것, 직접 들은 것이 상대의 실체다.
(참고가 될 수 있는 링크가 하나 있는데, 원 작성자가 글을 삭제한 상태라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 것 같다. 제목만 살짝 공개하자면 '여자친구 임신한 만화'다.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으니 노약자나 임산부는 읽지 말길 권한다. + 여자친구의 해명글이 반전.)
자기본위로만 생각할 땐, 그런 짓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앞으로 상대가 "그땐 내가 너무 모진 말을…."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다가와도, 답장조차 하지 말길 권한다. 수 년 전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보인 '열정적인 들이댐'을 잊지 못해 계속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은데, 그거 유효기간 지난 지 오래다. 교통사고라고 치면 9:1의 비율로 상대 과실이 크니, 마음고생 그만하고 얼른 툭툭 털길 바란다.
▲ "무한님도 지적질 많이 하실 것 같은대요?" '같은대요'가 아니라 '같은데요'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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