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소개팅으로 만나 사귀다가 헤어진 골드미스, 문제는?

by 무한 2013. 3. 20.
소개팅으로 만나 사귀다가 헤어진 골드미스, 문제는?
둘이 연인이라는 걸 구실로 상대를 고문하는 여자. '내 감정'만 앞세우면 그런 여자가 될 수 있다. 연애경험이 별로 없는 여성대원들이 주로 저지르는 일인데, 그녀들은 '내가 생각하는 연인상'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다가 이별통보를 받고 만다.

"연인사이에 말하지 않으면 절대 마음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처음부터 맞을 순 없어. 서로 표현하며 맞춰가야 하는 거야."



맞는 말인데, 피곤하다. 남자는 회사 끝나고 Y양 회사까지 가는데 한 시간, 만나서 데이트 좀 하다가 다시 집에 데려다 주는데 한 시간, 그리고 거기서 다시 자기 집까지 돌아가는데 한 시간 걸리지 않는가. 그렇게 주 3회 이상을 만났다. 남자 몸엔 피곤해서 종기가 돋고, 알람을 못 들을 정도로 골아 떨어져 지각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Y양은 어땠는가? 그와 만날 약속을 잡지 않았던 날 -Y양이 친구와 만났던 그 날- 남자친구가 집에 돌아가 먼저 자 버렸다고

"오빠는 여자친구가 집에 안 들어갔는데 걱정도 안 돼?"


라며 몰아붙였다. 남자는 일단 위기에 몰렸으니 사과했지만, 속으로는 '대체 이 연애가 뭐기에 내가 이렇게까지 혹사당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1. 결혼상대로는 낙제점인 여자.


남자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헤어질 때 Y양이 '훼이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고 고마웠다.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
예쁜 마음만 기억하겠다.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라는 답변만 했을 뿐이다. 이후 저 말에 욱한 Y양이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했지만, 그는 그 말에 침묵으로 대응했다. 이런 얘기까지 하지 않더라도, 세 달간(주 3회 이상) 운전에만 하루 세 시간을 들이며 Y양에게 맞췄던 걸 보면, 분명 연애만 하려고 만난 건 아니다.

그런데 Y양은 음주단속 교통경찰 빙의해

"더더더더더더더더더~"


만 외쳤다. 종기 난 몸을 이끌고 Y양을 집에 데려다 주던 어느 날, 남자는 이런 말을 했다.

"Y야, 우린 참 많이 다른 것 같아."


의역하자면, "네가 날 너무 갈궈서 힘들다."라는 뜻이다. 그럼 얼른 눈치를 채고 "오빠 힘드니까 앞으로 집엔 나 혼자 갈게. 오빠 몸도 안 좋은데 너무 무리하지 마."라는 얘기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Y양은 저 순간에도 남자를 갈궜다.

"30년 넘게 다르게 산 사람들이 당연히 다르지.
이렇게 서로 맞춰가는 거야. 처음부터 맞을 순 없어."



세 시간 걸려서 귀가를 책임지고, 거기다 만나지 않는 날에는 전화로 잔소리 들어야 하며, 자기 전에만 전화 하지 말고 퇴근 후에도 전화하라는 독촉에 시달려야 하는 연애. 그걸 두고 "이렇게 서로 맞춰가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이후의 생활이 어떨지도 예측 가능하다. 무서운 조교와 함께 사는 듯 잔소리와 바가지에 시달려야 할 것 같은 결혼생활. 남자는

'얘는 좀….'


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십대 남자는 '너랑 사귀고 싶다'는 감정에 이끌려 팬클럽 활동도 마다 않지만, 삼십대 남자는 보다 현실적인 시각에서 관계를 판단한다는 걸 잊지 말길 권한다.


2. 훼이크 쓰다가 훅 간 연애.


이솝 우화 중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훼이크를 두 번 넘게 사용하면 상대는 관계를 아예 팽개쳐 버릴 수 있다. Y양이 쓴 훼이크를 살펴보자.

(1)
남친 - 오늘 늦잠 자서 출근이 늦었어. 그래서 일이 밀렸는데,
         우리 오늘 보기로 한 거, 내일로 미루면 안 될까? 
         내일도 아마 출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일 저녁에 괜찮아?
Y양 - 일 많구나. 그럼 내일도 일 해. 난 괜찮아.
남친 - 아니야. 오빠가 오늘 저녁 늦게라도 갈 게.
Y양 - 오빠 일 많다며. 나 신경 쓰지 말고 일 해. 괜찮아 정말로.


바보가 아닌 이상, 저 '괜찮아'라는 말이 정말 괜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평소에 하던 말로 미루어 보면 저 "내일도 일 해."라는 말은, "됐어. 안 놀아."랑 같은 의미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냥 "그럼 내일 내가 오빠 회사 근처로 갈게, 거기서 저녁 같이 먹을까?"라고 답했으면 말끔하게 해결되었을 문제다. 돌려 말한다고 상대가 그 속뜻을 못 알아보는 것도 아닌데, 참 안타깝다.

(2)
이건 사생활과 밀접한 부분이니 소개는 생략하자. 다만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애도 아니고,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귀신같이 알 수 있다."라고만 적어두겠다.

(3)
독자 분들이 이해하긴 좀 어렵겠지만, 사실 이 연애에서 이별을 말한 사람은 Y양이다. 물론 Y양 딴에는, 그게 훼이크를 쓴다고 쓴 거다. 마지막 멘트를 보자.

"그동안 먼 길 왔다갔다 하느라 고생했어. 좋은 사람 만나."

안 그래도 남자는 이 연애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을 텐데, Y양이 이별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니, 여기서 그만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더 달랠 여력도 없고, 달래서 다시 만나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이 될 것 같아 그랬으리라. 여하튼 저 훼이크에 남자가 속지 않고, 등을 돌리는 것으로 이 연애는 끝난다. 자신의 훼이크가 실패했다는 걸 깨닫고 Y양은 정신줄을 놓기도 한다.

"오빠가 날 실컷 가지고 놀다가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놓지 말자. 정신줄.


이렇듯 훼이크를 쓰다가 상대를 떠나보내는 게 Y양만의 문제는 아니다. 놀랍게도, '결혼까지 생각'했다는 골드미스들이 저런 짓을 꽤 많이 저지른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소홀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다짜고짜 헤어지려는 제스쳐를 취하는 것이다. 상대는 거기에 몇 번 반응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어, 알았다. 잘 가라.'라며 떠나간다. 그러면 또 그녀들은

'어? 잠깐만.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에 미안하단 말을 앞세워 매달리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보자."라며 멱살을 잡기도 하고,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 줄 수 있는데, 사과 하면…, 아니, 그냥 나 지금 용서 다 했는데, 용서 다 하고 이제 나 괜찮은데, 으허어어엉"하며 울기도 한다. 물론, 소용없다.

훗날 자신이 스스로 부정해야 할 말(마음에도 없는 소리)은, 아예 꺼내지 말자.


3. Y양이 헤어지고 난 뒤 벌인 일들.


늘 얘기하지만, 이별 직후엔 모든 판단과 행동을 중지해야한다. 이건 침수된 폰의 전원을 켜지 않는 것과 같은 거다. 거기서 뭘 더 해봐야 둘의 관계만 뿌옇게 될 뿐이고, 방금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 확률만 더 줄어든다.

"당장 붙잡아야 할 급박한 상황이라면요? 그래도 그냥 놔두나요?"


남들도, 다 '당장 붙잡아야 할 급박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에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한가하고 여유로운 상황이라 생각하면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다. 늦은 저녁 길거리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지금 싸우시는 게, 정말 꼭 싸워야 하는 일인가요?"


열에 아홉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들이 싸우다가 경찰서로 가게 되고, 유치장에서 하루를 지내고 났다면, 다시 같은 질문을 해 보기 바란다. 열 명 모두 후회할 것이다.

연애하다 당연히 싸울 수 있다. 싸워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격해진 감정에서 서로에게 상처 내려 하고, 평소에 마음에 담고 있던 이야기들을 필터링 없이 퍼붓고, 답을 이별로 결론짓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Y양처럼 '혼자 놀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래 문자는 요약본이다.

[다음 날]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4일 후]
이번 일로 크게 배웠어요.

[7일 후 오전]
어떻게 해야 오빠가 나한테 마음을 열어줄 수 있을까? 기회를 줘.

[7일 후 오후]
우리 오래 만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게요.



Y양은 크게 배웠다고 하지만, 자신이 낸 해답을 상대에게 들이미는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보낸 문자 역시 '훼이크'의 연장선에 있고 말이다.


난 이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일반적인 사람이며 Y양에 맞서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면 방법이 없겠지만, 사연에 등장하는 남자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신중한 남자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 그는 Y양과의 관계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다. Y양이 '상대가 생각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 둘 사이엔 분명 왕래할 수 있는 작은 길이 다시 날 것이다. 이후엔 그 길을 점점 넓히면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Y양은 이미 지구력이 바닥난 것 같다.

"3개월 만나고선 무슨 거창한 사랑을 했다고 제가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주일 정도 버티고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Y양은 '앞으로 누군가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면 개선해야 할 부분'을 물었기에, 이야기는 이쯤 하면 충분할 것 같다. 포기하면 편한 법이고, 벤츠 가고 또 벤츠 올 수도 있는 일이니, 이번 연애를 '전례'로 삼을 생각이라면, 뭐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아파하는 나를 위해 돌아와 달라. 미안하다." 이건 또 다른 압박이지, 사과가 아닙니다.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