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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추석에 이별하는 연인들, 헤어지는 이유는?

by 무한 2012. 9. 28.
추석에 이별하는 연인들, 헤어지는 이유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늘 한 무더기의 '이별사연'들이 도착한다.
오늘은 솔로부대로 복귀한 그 선배대원들의 사연들을 토대로 '추석 이별 예방법'을 살펴보자.


1. 왜 연락이 없어?


가정마다 '추석을 보내는 방법'이 다르다. 어느 집은 친척들이 다 모이는가 하면, 어느 집은 집에서 단란하게 가족들과 보내고, 또 어느 집은 추석이라고 별다를 것 없이 늘 하던 대로 개인플레이다. 남자와 여자의 집안 둘 다 개인플레이를 할 때에는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추석은 만나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휴일'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 쪽이 친척, 또는 가족들과 추석을 보내는 데 다른 한 쪽은 개인플레이를 하는 중이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플레이를 하는 쪽에서

'난 외롭게 덩그러니 혼자 있는데, 쟤는 즐거운지 연락도 없네.'


의 울퉁불퉁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연락 못 해서 죽은 귀신'이 찾아온다. 그 귀신에 빙의가 되면 상대와 계속해서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으려 하고, 상대가 잠시라도 대꾸를 하지 않으면 즉시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를 한다.

"나 이제 송편 빚느라 전화 못 하니까,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


라고 상대가 다정스레 타일러도 소용이 없다. '연락 못 해서 죽은 귀신'은 1분을 1시간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빙의된 사람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보며 연락을 기다린다.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거라면, 송편은 집어 치우고 나한테 전화를 할 텐데.'


위와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상대에게 심통을 부리며 울퉁불퉁한 말들을 뱉기도 한다. '너도 한 번 당해봐라.'라며 폰을 꺼두는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말이다.(폰을 켰을 때, 상대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분노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흔치는 않지만, 명절에 가장 바빠지는 직업을 가진 상대 때문에 '집착의 병자'가 된 대원들도 있었다. 한 여성대원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과일을 판매하는 직업을 가진 까닭에 추석 내내 연락을 하지 못했다. 남자친구는 새벽까지 과일을 팔고 들어와 잠깐 잔 후 다시 일어나 과일을 팔러 나갔다. 그녀는 사연에

"밥 먹는 시간에라도 연락해 줄 수 있는 거잖아요?"


라고 적었는데, 난 그녀에게 "시즌에는 좀 이해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나에게 연락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괘씸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별 것 아닌 걸로도 상대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힘든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늘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대원들은, 이 때 헤어질 수 있으니 좀 덜 기대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며 복근을 단단히 만들길 권한다.


2.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안 와?


'사귄지 이쯤 되었으면, 이제 서로의 집에 찾아가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헤어지는 연인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 발행한 [초식남, 무심남 때문에 고통 받는 여자들에게]라는 매뉴얼 중 '함께 책임지자고 말하기' 부분을 참고하길 권한다.

같은 얘기라고 해도,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번 명절엔 우리 부모님들께 인사드릴까? 자기 생각은 어때?"


라고 말하면 상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몇몇 대원들은

"우리는 명절인데 부모님들께 인사 안 드려? 자기는 우리 집 언제 올 거야?"


라며 상대에게 묵직한 물음만 던진다. 자존심 때문에 저런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얘는 나랑 결혼 할 생각까지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연애만 하려는 건가?'


따위의 생각을 하는 대원들도 있다. 그 생각은 결국 '얘는 지금 시간만 질질 끌고 있어. 이건 내가 손해 보는 연애야.'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되고, 상대에게 앙심을 품은 채 연애에 임하게 된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3. 난 국산 한우 선물인데, 넌 수입산?


이게 참 빈정 상하기 쉬운 부분인데, 서로 교환한 선물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쪽은 23만원짜리 화장품 세트를 사 가지고 상대의 부모님을 찾아뵈었는데, 다른 한 쪽은 2만원짜리 포도 한 박스를 사 가지고 온, 뭐 그런 사연 말이다.

길게 말 할 것도 없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 서로의 부모님들께 동등한 선물을 해 드리길 권한다. 또, 첫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 위해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선물을 마련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선물은 명절마다 해 드릴 수 있는 정도로만 하자.

아 그리고, 선물의 '하한선'에 대한 얘기를 좀 적어두고 싶다. 백화점에서 양말 한 켤레 사가지고 선물이라고 내 놓는 대원의 사연도 있었는데, 그러진 말자. 요즘 양말 못 신어서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그런 선물을 했다간 양말로 따귀를 맞을 수도 있다. 최소한 축의금이나 부조금 낼 때의 금액에서 선물 하한선을 잡길 바란다.


4. 쟤는 글러 먹었다?


상대의 부모님이 까칠한 경우도 많다. 추석음식을 나누고자 집에서 한 음식들을 가지고 갔다가, 훗날 욕먹은 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걔는 뭐 색 다 바랜 플라스틱 통에다가 음식을 담아 왔냐?"


그러니까 '난 사람 딱 보면 안다.'라고 주장하시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그 어르신들은 저런 사소한 것들로 상대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구성하는 걸 '사람 보는 눈'이라고 생각하시기 마련이다. 거기엔 맞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누군가가 저녁 9시 넘어서 집에 찾아오는 걸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이 계시면, 그 분은 저녁 9시 이전에 찾아뵈어야 할 것 아닌가.

연인과는 편할지 몰라도 연인의 부모님과는 편한 사이도 아니고, 집안마다 '예절'은 다를 수 있으니 그 부분에 주의하길 권한다. 

"다 먹고 설거지통에 담가놓기만 하면, 설거지는 내가 하라고?"


다시 말하지만, 까칠한 어르신들에게는 맞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하나 더, 어른을 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상대의 부모님을 뵈러 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기만 하다 온 대원들도 있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소 닭 보듯 멀뚱멀뚱 있다가 인사만 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대원들. 낯을 가리는 까닭에 그 자리가 부담스럽고 불편해서 그랬겠지만, 그렇더라도 최대한 상대의 부모님께 질문을 많이 하길 권한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연세만큼의 이야깃거리를 속에 품고 계신 법이니, 질문을 통해 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게 유도하자. 경청과 리액션과 칭찬은 남자친구 아버님도 문워크를 하게 만든다.


5. 무시하냐?


안타깝게도, 가족이 연애의 안티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명절을 맞아 여자친구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한 남자대원. 그는 여자친구의 아버님께 '심층면접'을 당했다. 여린마음이었던 그는 아버님의 공격적인 질문에 멘붕을 경험했고,

'내가 이런 취급까지 당하면서 연애를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어느 대원은

"딸을 팔아먹으려고 거래하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질 않더군요."


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난 그 대원들에게 좀 여유를 가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 부모님들과 결혼해서 살 것도 아니고, 또 그 부모님이 대화에 소질이 없으신 관계로 울퉁불퉁한 질문들만 던지셨던 것일 수 있지 않은가. 어느 군대에나 있기 마련인 '꼴통 선임'의 갈굼도 참아냈을 그대인데, 대대장이나 연대장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의 '심층면접'을 못 참겠는가. 어르신들이 보시기엔 아직 그대가 '아이' 같을 거라는 점을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차별을 경험한 까닭에 헤어졌다는 대원도 있었다. 그 대원은 소형차를 몰고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갔는데, 대형차를 타고 온 '여자친구 언니의 남자친구'가 오자,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차를 좀 빼달라고 했다. 큰 차는 길에다 세우면 긁힐 수 있으니, 주차장에 있는 소형차와 자리를 바꾸라고 하신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대화의 대부분을 '여자친구 언니의 남자친구'와만 나눴다고 한다.

완벽한 집을 구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현실에선 완벽하지 못한 집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더욱 많다. 경치가 정말 좋은 집인데 수도의 수압이 약하다든가, 남향이라 자연적인 냉난방이 훌륭한데 집 주변에 상가가 별로 없다든가, 출퇴근 하기 더 없이 편한데 집에 해가 안 든다든가, 뭐 그런 결점들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어렵겠지만, 넓은 마음으로 상대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상대의 부모님'을 포용하길 권한다. 복수는 십여 년만 지나도 할 수 있다는 건 훼이크고, 가장 훌륭한 복수는 부모님이 쩔쩔맬 정도로 잘 해 드리는 것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솔로부대원들의 한풀이도 많이 도착한다. 대부분 친척들에게 들은 "결혼 언제 하냐?", "연애 안 하냐?"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연들이다. 그럴 땐 그 말을 '공격'이라 생각해 날카로운 대답으로 방어하려 하지 말길 권한다.

"나도 연애하고 싶어. 이모가 좀 도와줘~ 괜찮은 사람 소개 좀 시켜줘~"
"집구할 돈이 모자라서 결혼을 못 하고 있어요. 삼촌이 돈 좀 대줘요~"



등의 '어리광 모드' 정도로 장난스레 대처하면 된다. 어른들에게 말대답 해봐야 '버릇없다'는 얘기밖에 돌아올 것 없으니, '어리광 모드'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도와달라고 어리광 부리면 저런 얘긴 쏙 들어갈 것이다. 어리광 부려서 도와주면 좋은 거고 말이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와 이어진 추석연휴, 명절음식 먹으며 풍성하게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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