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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자친구에게 서운해 하다 차이는 남자들, 공통점은?

by 무한 2013. 4. 3.
여자친구에게 서운해 하다 차이는 남자들, 공통점은?
오늘이 작년크리스마스로부터 딱 100일째 되는 날이다. 그 100일 사이에 서로를 북돋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었기에, 지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대원이 아니라면 무사히 버텨왔을 것이다.

[12월]
"우리 새해에는 더 예쁜 사랑 하자~"
[1월]
"새해 복 많이 받아~"
[2월]
"초콜릿 고마워~ 졸업 축하해!"
[3월]
"사탕 고마워~ 새 학기 화이팅!"



대개 위와 같은 레퍼토리로 연인 코스프레를 하다가,

[4월]
"내가 오빠에겐 많이 부족한 사람인가 봐. 미안해."



라며 많은 커플들이 헤어진다. 이것은 솔로부대원들에게 황금과 같은 기회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건 훼이크고, 오늘은 둘의 단단한 기반을 만들지 못해 헤어진 커플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후회 없는 연애?


전에도 한 번 소개했는데, 자전거 라이딩에 불타오르던 친구의 지인이 '일산-해남'의 자전거 국토종주를 한 적 있다. 그는 '자전거타고 땅 끝까지!'를 슬로건으로 삼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달렸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생각에, 몸에 무리를 느끼면서도 패달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완주를 해낸 그에게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도로의 흰 선하고 노란 선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어."


차분히 즐기며 가지 않으면, 연애에서도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첫 연애라고 해서, 아니면 이번엔 정말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났다고 해서 '후회 없는 연애'를 하려 무작정 달리다간, 몇 달을 만나도 기억에 남는 게 없는 연애를 할 수 있단 얘기다.

"뭐 먹고 싶어?"
"어디 가고 싶어?"
"갖고 싶은 거 뭐야?"



저렇게 묻고 그 대답에 따라 함께해야만 즐거운 연애는, 늘 얘기하지만 그냥 '연인 코스프레'다. 그게 상대가 원하는 걸 모두 들어주기 위해서든, 아니면 자신의 '연애 하면 이러이러한 것들은 꼭 함께 해야지.'라는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든, 형식과 행위에만 집중하면 남는 게 없는 법이다.

그대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동성친구가, 호의를 베풀겠다며 뭐든 그대의 의사대로 하려 하고, 갑자기 집까지 찾아와 뭔가를 주고 간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렇다고 '베프'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그대의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려 보자. 그대는 그 친구와 모든 것을 함께 하려 노력하며 친해졌는가? 그런 의식적인 노력 없이, 그냥 만나게 되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베프'가 되었을 것이다. 연인사이에서도 그게 기반이 되어야 한다. 영화 보고, 여행 가고, 전시회 보러 가는 건 그 다음의 일이란 얘기다.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요란한 연애, 그런 연애를 하면, 필연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 이상의 감정은 안 들어."


라는 말을 듣게 될 수밖에 없다. 잊지 말자. 그대는 자원봉사자도, 파티 플래너도, 레크레이션 강사도 아닌, 남자친구다.


2. 다정한 듯하지만 무딘 연애.


여자친구에게 좋은 말만 해 주고 싶고,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싶고, 늘 웃으며 대화하고 싶은 그 마음은 잘 알겠는데, 너무 파이팅만 넘쳐도 문제가 생긴다.

"오늘도 좋은 하루 화이팅!"
"점심 맛나게 먹고 남은 시간도 화이팅!"
"고생 많았어~ 푹 쉬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힘내자!"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아!"



대화를 전부 저런 식으로 하다가 이별한 남성대원들의 사연을 꽤 많이 받는다. 한 대원의 카톡대화를 가져와 살펴보자.

여자 - 아까 자기가 말한 미드 다운 받고 있어 ㅎㅎ
남자 - 응. 그거 정말 재미있어! 얼른 봐~
(몇 시간 뒤)
여자 - 3편까지 봤어~ 재미있더라ㅎ
남자 - 재밌지? 그거 다 보면 내가 다른 거 또 추천해 줄게~
여자 - 응. 고마워. 자긴 뭐해?
남자 - 자려고. 자기도 이제 잘 시간 되었으니까 자야지! 잘자요~
여자 - 응~ 자기도 잘자~
남자 - 즐꿈!



주꾸미 먹으러 가서, 계란찜도 안 시키고 볶음밥도 안 먹고 나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뭔가 부족하다. 다른 대화에서도 여자는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드립을 치며 놀려고 "~하다잉~"하며 툭툭 찔러대는데, 남자는 별 반응이 없다.

파이팅만 넘치는 문제를 떠나,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남자 - 자기 뭐해?
여자 - 돈의 화신 봐~
남자 - 그렇군. 밥 먹었어?
여자 - 응. 오늘은 라면이 땡겨서 오짬 먹었어 ㅋ
남자 - 화요일 날 자기 쉬는 거 맞지?
여자 - 응.
남자 - 그럼 그날 강남 가서 밥 먹을까?



여자친구에게 보고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대화를 저렇게 밖에 못 하는지 참 안타깝다. 화요일 날 밥 먹을 얘기를 하고 싶었으면 처음부터 그 얘기를 묻든지, 아니면 "그 드라마 재밌어?" 정도의 리액션을 해주며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거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대의 대답에 대해서는 툭툭 쳐내면서 결국 자기 할 말만 하고 나니, 상대는 애정을 느낄 새가 없다. 지금 여자친구와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 아닌지, 카톡대화를 열어 천천히 다시 살펴보길 권한다.


3. 위로가 될 수 있는 연애?


내가 그대의 행동을 모방해, 어느 여자사람과 대화를 나눈다고 가정해 보자.

무한 - 걱정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그녀 - 음, 아뇨 괜찮아요.
무한 - 아닌 것 같은데요? 다 털어놔 보세요. 
그녀 - 그냥 저 혼자 좀 생각할게요.
무한 - 전 우리가 서로 위로를 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뭐든 다 털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 - 네….
무한 - 성숙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겁니다. 
         설마 제가 이렇게 물어보는 게 부담스러운 건가요?
         전 선한 뜻으로 위로가 되려고 노력하는 건데요?
그녀 - 죄송해요. 제가 무한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네요.
무한 - 맞춰 가자는 겁니다. 솔직히 다 털어 놓고 맞춰가야,
         성숙한 관계가 되는 겁니다. 절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건 성숙한 대화가 아니라, 차단을 부르는 대화다. 주로 나이차이가 좀 나는, 연하의 여자친구를 둔 남자들이 저런 실수를 저지른다. 이제 겨우 연애의 새싹이 돋았을 뿐인데, 그들은 서둘러 낫을 들이대며 추수를 하려 한다.

"난 그저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내가 너에게 부담이 된다니….
연인이라면 서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성숙한 연애…."



뜻은 좋은데 방법이 잘못되었다. 내 친구 중에 만날 때마다 만화를 추천해 주는 친구가 있다. 웹툰이 널리 퍼지고 나선 그 친구가 웹툰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작년엔 <미생>이라는 웹툰이 재미있다며 내게 보길 권했다. 그런데 그 친구 단점이, 소개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봤어? 내가 말한 거 봤어?"라며 계속 확인을 한다는 점이다.

당시 난 할 일이 많아서 웹툰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그 친구가 자꾸 톡으로 물어오니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중에 볼 게. 나중에."하며 미루다가, 어느 날은 아예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그 친구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몇 주 전에 난 그 친구의 추천이 떠올라 <미생>을 봤는데, 홀딱 반해 쉬지도 않고 하룻밤에 다 읽어 버렸다.

딱 주어진 몫만큼만 하잔 얘기다. 연인에게 기대할 순 있어도 강요해선 안 되는 거라고 며칠 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확인 받으려 하지 말고, 말로 관계를 만들려 하지 말자. 성숙한 연애가 되려면, 새싹 정도인 지금의 연애가 좀 커 갈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못 참고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듯 상대를 재촉하진 말자.

아, 만화 추천하는 친구 얘기 마무리 안 지어서 하는 말인데, 그 친구에겐 <미생> 재미있게 봤다고 톡을 보냈다. 거기까진 훈훈했는데, 그 친구가 또 다른 만화 추천하며 내게 확인 중이라는 건, 함정.


너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려 애쓰지 말자. 무슨 연애 사례집에 실려야 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 흔들림 없이 연애를 꾸미려 하면 부담스러운 법이다.

멋진 연애가 하고 싶다면, 극단의 순간에 한 발 더 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 하며 실망 담은 말 하지 말고, 상대를 기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하지 말자. 잔잔한 연애를 한다고 욕하는 사람 없고, 흉보는 사람 없다. 격동하는 감정으로 반짝 빛나고 마는 연애 말고, 잔잔하더라도 꾸준히 비춰주는 연애를 하기 바란다. 깊은 강이 소리 없이 흐르는 것처럼!



"전여친 카톡 프로필  ㅁㅇㅎㄷ인데, '미안하다'맞나요?" '마약했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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