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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남자친구에게 성격이상 판정을 받은 여자, 어떡해?

by 무한 2013. 3. 26.
남자친구에게 성격이상 판정을 받은 여자, 어떡해?
사연을 보낸 C양도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이는데, 이 사연은 노멀로그가 아니라 병원으로 가야 할 사연인 것 같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마법에 걸렸을 때 꼭 뒤 '돌아서면 후회할 일들'을 저지른다면, 이건 마음의 문제를 떠나 몸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빛과 소리에 민감하듯, C양 역시 몸의 문제 때문에 남들보다 배는 예민해진데다가, 예민해진 까닭에 자연히 작은 일에도 분노를 증폭시켜 표출하면서 일이 커진 것 같다.

C양은 오래 전 마음의 문제에 관해 진단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이번 연애를 하며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연애 중 남자친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C양을 궁지로 몰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걸 남자친구만의 잘못이라곤 할 수 없는 게, C양이 남자친구를 찔러대지 않았다면 남자친구 역시 폭발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러다 결국 막장까지 가게 된 연애, 뭐가 문제고 어떤 답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멘탈 사냥꾼.


C양의 남자친구같은 남자와 사귀면, '성격이상' 판정을 받지 않을 여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순수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멍청해서 그런 건지 구별하기가 어려운데,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첫 경험을 그렇게 상세히 묘사하는 남자는 본 적 없다.

"호기심 때문에 그랬던 거야."


라는 핑계를 달아 놓긴 했지만, 그 첫 경험이 성매매 였으며, 그 일이 벌어진 자세한 경위와 장소, 일시까지 전부 얘기하는 것은, 여자친구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멘붕'에 빠지게 만든다. 그 얘기를 들으며 C양은, 더 큰 질투와 분노를 맛보려는 여자 특유의 호기심으로 더욱 구체적인 사항까지를 물었다. 남자는 숨길 것이 없다는 듯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부 말해 주었다.

'솔직함'을 앞세운 남자친구의 저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 벌어진다. C양과 갈등이 있었던 어느 날, 그는 친구에게

"C양과는 미래가 안 보인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말은 돌고 돌아 시간이 지난 뒤 C양의 귀에까지 들어온다. 뒤에서만 저런 얘기를 한 게 아니라, 남자친구는 대놓고 C양에게 저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난 지금 미래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고,
여자친구인 너는 옆에서 잘 지탱해주며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너와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는 여자친구의 멘탈을 부수는 특별한 재주 같은 걸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여기다 옯겨적진 않겠지만 헤어질 때 했던 숫자욕, 동물욕이나, "너랑 헤어지기로 결정하니까 마음이 너무 편하다." 등의 멘트는, 그가 '멘탈 사냥꾼'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헤어진 후 C양이 매달릴 때, 그가 

"날 정말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날 놔 줘라.
하긴, 넌 그럴 인품이 안 되지."


라고 한 말 역시, 멘탈을 으깨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든 상황을 다시 돌리고 싶은 C양이 전화를 걸자 지금 스토킹 하는 거냐고 묻는 남자. 만나서 깨끗이 끝내겠다며 나와선, 울며 옷을 붙잡는 C양에게 "꺼져 ***같은 *아."라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간 남자. 그를 2013 최고의 멘탈 사냥꾼으로 임명하고 싶다.


2. C양의 문제.


남자친구의 '과거'를 알게 된 이후, C양은 남자친구를 '잠재적 배신자'로 설정했다. 사실, 이게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 이 하나의 어긋남으로 인해 C양의 구속과 집착, 의심이 시작되고, 그런 행위들이 남자친구의 '막장'인 모습까지 불러내게 된다.

발을 밟으니 상대가 침을 뱉고, 침을 뱉으니 이쪽에서는 따귀를 때리고, 따귀를 때리니 상대는 머리채를 잡는 모습과 같다고 할까. 서로 동물욕, 숫자욕, 신체욕 등을 주고받으며 일명 '개싸움'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저 위에서 말한 대로 C양은 마법에 걸린 날, 남자친구에게 소리까지 질러대며 '진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남자친구 집에 찾아가 문을 발로 차며 행패를 부린 부분은, C양 진상의 클라이막스다. 이웃 주민들이 나와서 무슨 일인지 구경을 하고, 경비아저씨가 올라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할 정도로 소란을 피웠다면, 이건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그렇게 까지 한 C양도 대단하지만, 여자친구가 경비아저씨에게 끌려가는데 문 잠근 채 고개 한 번 내밀지 않은 남자친구 역시 강적이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C양이 한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의 감정이 널뛸 때마다 아무 제어 없이 전부 다 상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마음정리에 대한 강의를 보고 난 후엔 사과를 하고, 그 사과에 태연하게 답하는 남자친구의 문자를 본 후엔 분노해서 욕을 하고, 그러다 이 모든 문제가 자신의 이상한 성격이 불러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후회한다는 얘기를 적어서 보내고, 그 말에 대답이 없자 오기가 발동해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기고, 이젠 정말 끝이라며 쌍욕을 적어서 보내고, 또 사과 하고….

"예전 같지 않은 남자친구의 눈빛에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4월말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저도 완전히 잊을 생각입니다."



C양이 뭔가 큰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이건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그 내용이 '이별'인 사연이다. 경찰이 와서 여자친구를 잡아 가든 말든 상관없다고 집에만 있는 남자가, 예전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마지막까지도 마음대로 기한을 정해 놓고 '화 낼 구실'을 만들지 말길 권한다. 그건 C양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더러, 기한 내 연락이 없으면 다시 한 번 C양이 폭주하게 될 빌미가 될 뿐이다.


3. 그럼 어떡해?
 

C양이 사연에 적은 이야기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 제 자신도 사랑할 줄 알고,
자기 발전에도 힘썼던 제가, 지금은 이렇게…."



남자친구의 자유분방한 행동, 그리고 '솔직함'이라는 이름을 달고 내뱉는 날 것의 이야기들, 또 열정의 절반 정도만 연애에 할애하는 태도가 C양을 점점 고립시켰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게다가 첫 연애인 까닭에 남자친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C양은, '기대했던 풋풋한 첫 사랑'과 달리 갈수록 시궁창이 되어가는 현실에 경악하게 되었을 것이다.

"난 널 증오한다. 
너 때문에 잃은 내 1년이라는 시간을 되돌려 놓으라고 하고 싶다.
너랑 사귀면서 내가 잃고 피해본 게 더 많다."



저 정도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면, 전치 72주 정도의 내상을 입었다는 뜻이다. C양이 기한을 두겠다고 했던 '4주'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둘이 다시 만나 연애를 하기 위해선 남자친구에겐 '개인적 야망과 사교'에 쏟았던 열정을 연애로 돌릴 줄 아는 변화가 필요하고, C양에겐 분노를 조절할 줄 아는 자제력과 남자친구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립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과거의 추억 때문에 눈물 흘리며 재회 하더라도, 둘이 왜 헤어졌었는지를 다시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C양은 지금

"애초에 제가 남자친구의 과거를 캐묻지만 않았어도…."
"제가 남자친구를 포용할 수만 있었어도…."



라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불타버린 집을 바라보며 '가스렌지만 다시 한 번 확인했어도…."라고 후회할 순 있는 법이지만, 계속 그러고 있다간 자신의 몸 하나 누일 자리도 마련하지 못하는 법이다. 위에서 말했듯 이건 4주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우선은 C양의 멘탈을 회복하는 데에만 최선을 다하길 권한다.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게 다 C양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C양이 가스렌지를 다시 확인 했으면 막을 수 있는 일이 었기도 했지만, 남자친구 역시 켜진 가스불을 보고 모른 체 한-그대로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심술맞은 생각으로 그냥 놔 둔- 혐의가 있다. 여자친구가 어떤 반응을 할 지 뻔히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만 했던 남친, 그 역시 유죄다.




▲ **님, 저도 감사했습니다. 하늘에서 만나면 등짝 찰지게 한번 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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