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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늘 여자친구 지적하던 남자, 결국 헤어지자는데

by 무한 2013. 11. 20.
늘 여자친구 지적하던 남자, 결국 헤어지자는데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자들 중엔 도망자가 꽤 많다. 범법행위를 해서 도망자가 된 것은 아니고,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하거나, 누군가를 믿는 것에 소질이 없거나, 상대의 단점을 쉽게 한계로 단정 짓는 것을 잘 해 도망자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에 대한 낭만을 거둔 채 들여다보면 그건 '책임지는 걸 두려워하는 영혼'이라는 말과 같은 뜻을 지녔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그들 중엔 '우리'라는 걸 구속이나 간섭으로 받아들이거나, 아직은 '남편'이나 '아빠'보다는 '나'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도 있다.

이런 남자들과 연애를 하면 십중팔구 뒤통수를 맞는 것으로 연애의 종말을 맞는다. 그들은 마치 암행어사 같아서, 연애 초반과 중반에는 별 내색을 하고 있지 않다가 연애 후반에

"그간 연애 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100점 만점에 32점 드리겠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여하튼 탈락입니다."



하며 이별을 고지한다. 그렇게 이별선고를 받은 여자들은

"대체 왜? 내가 결혼 얘기 꺼내서 그래?"
"오빠가 고치라는 거 안 고쳐서 그래?"
"나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소용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계속해서 감점만 될 뿐이다. 지금도 감점 당하고 있는 J양의 사연, 함께 들여다보자.


1. 여자친구 비평가.


J양의 남자친구는, 어느 여자를 만나든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화려한 여자에게서 조신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찾을 것이며, 조신한 여자에게선 애교가 없다는 단점을 찾을 것이다. 또 애교가 많은 여자에게선 진중함이 없다는 단점을 찾을 것이며, 진중한 여자에게선 활발함이 없다는 단점을 찾을 것이다.

이 얘기에 J양이

"그럼 어떤 여자가 되어야 그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난

"그가 남의 단점이 아닌 자신의 단점을 보기 전까진,
어떤 여자가 되어도 그의 마음에 들긴 어려울 겁니다."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현재로선 그가 원하는 모든 걸 다 갖춘 뒤 그를 찾아가더라도, 그는 '내게 재회를 바라지 않는 여자'를 원한다며 이별선고를 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전에 이야기 한 적 있는 '짜증나는 직장상사'의 남자버전이라고 생각하면 꼭 맞다.

ⓐ시킨 대로 일을 처리했을 경우
-> "시키는 일 밖에 할 줄 몰라?"
ⓑ시킨 일에 더해 다른 일까지 처리했을 경우
-> "왜 시키지도 않을 일을 해?"



난 J양에게 그가 한 말을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길 권하고 싶다. 그가 J양의 단점들을 열거하며 이별을 선고한 까닭에 현재 J양은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오히려 그 말에 모두 따랐으면 J양은 그의 '여자친구'가 아니라 '애완견'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그가 없을 땐 알아서 혼자 잘 놀고, 절대 그를 귀찮게 하지 않으며, 그가 필요로 할 때만 옆에 와서 꼬리를 치도록 훈련 받은 애완견 말이다.


2. 폰과 짬뽕국물 이야기.


지난주에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본 얘기다. 점심시간의 한 중국집, 식당 안에서 뛰어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 손님이 옆에 둔 휴대폰을 들고는 부모에게 갔다. 그 폰의 주인은 자신의 폰을 아이들이 가져갔는지도 모른 채 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폰을 주웠다며 부모에게 자랑을 할 때, 아이 아빠가 폰을 받으려고 하다가 놓쳐 짬뽕국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걸 보고 아이 엄마가 소리를 지른 까닭에, 폰 주인은 짬뽕국물에 빠진 폰이 자신의 폰인 걸 알게 되었다. 

폰 주인은 넋이 나간 얼굴로 그 테이블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의 아버지가 먹통이 된 폰을 들고 왔다. 새 폰이라 무상으로 A/S를 받을 수 있을 테니 위로금 오만 원만 받고 일을 마무리 하자고 했다. 폰 주인은 사과도 없이 오만 원을 내미는 아이 아빠에게 지금 장난하는 거냐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 아빠는 그쪽에게 폰 관리를 못한 책임도 있으니 이쯤에서 마무리 하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한참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폰 주인이 오만 원을 받았다. 

돈을 받은 폰 주인은 아이 엄마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러고는 그 테이블 위에 있는 최신형 폰을 짬뽕국물에 넣었다. 아이 아빠가 달려와 뭐 하는 짓이냐며 화를 냈다. 폰 주인은 조금 전에 받은 오만 원을 내밀며, 최신 폰이라 무상으로 A/S 받을 수 있을 테니 위로금 오만 원 받고 마무리 하자고 말했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암행어사' 또는 '비평가'의 태도를 보이는 남자에겐 저 폰 주인과 같은 '반사'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 그들은 자신의 단점을 보기 전까지는 남의 단점만을 본다. J양의 남자친구가 J양에게 한 말 중, 

"넌 왜 내 눈치를 보냐? 난 그게 마음에 안 든다."


라는 말을 보자. 당연히 그간 남자친구가 

"넌 성격을 고쳐야 한다."
"넌 애교가 없다."
"넌 감사할 줄 모른다."
"왜 짜증을 내냐."
"난 너의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든다."



따위의 말들만 해 왔으니 J양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건 뭐 J양이 J양 돈 내고 폰 구입한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잔소리 하는 남잔데, 어떻게 눈치를 안 볼 수가 있겠는가. 사귀고 난 이후부터 그는 J양에게 '너의 어떤 모습이 내 마음에 안 드는지'만을 말해왔을 뿐이며, 이별 직전엔 아예 입을 닫은 채 똥 씹은 얼굴로 '침묵의 형벌'을 내리기도 했다.

이럴 땐 J양도 "오빠가 눈치 보게 만든다고는 생각 안 해? 난 오빠한테서 실망했다는 얘기 안 들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가지고도 또 눈치 본다고 뭐라고 하면, 난 채점 받는 기분이 들어."라며 그의 숨 막히는 지적질에 대해 이야기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결혼할 생각을 하며 그가 원하는 여자가 되고 싶었던 J양은, 그저 '눈치 보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라는 항목을 자신의 '하지 말아야 할 일'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순순히 넘기고 말았다. 


3. 정서적 폭력.


폭력이라고 하면 몸이나 도구 등으로 손상을 입히는 신체적 폭력만 생각하는데, 눈으로 그 손상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 뚜렷하게 상처를 남기는 정서적 폭력도 있다. 정서적 폭력에는 위협, 무시, 증오, 차별, 고립, 욕설 등이 해당된다.

J양 남자친구는 J양에게, 욕설을 제외한 정서적 폭력을 휘둘렀다. 이별 직전엔 친구 커플과 더블데이트를 하며 대놓고 J양 험담을 하기도 했다. 친구 여자친구를 띄워주기 위해 J양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사귀던 중에도 그는 'J양을 죄인 대하듯 대해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기'라는 방법을 쓰며 여러 차례 공포감을 조성했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들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거나, J양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돌려 말하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J양은 그와의 데이트를 할 때 평가 받는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말이다.

매뉴얼을 통해 내가 늘 얘기하는 좋은 남자의 조건인 '존중'과 '책임감' 두 부분에서, 그는 실격이다. 그는 J양을 '고장 난 여자'로 여겼을 뿐이며, J양에게 함부로 대하다 못해 나중엔 J양을 친구 여자친구를 띄워주는 비교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사연 속 어디에서도 그가 J양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가 자신이 가정적이지 않은 것 같으며 구속 받고 간섭받는 게 싫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허브를 하나 키우더라도 물을 제때 주고, 환기에 신경 쓰며, 필요에 따라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 법 아닌가. 그런데 그는 연애를 하며 지켜야 할 자신의 의무는 구속이나 간섭으로 여겼고, 결혼 하면 아파트에 살고 싶은지 애는 몇 명 낳고 싶은지를 묻던 태도를 한순간에 접은 채, 자신은 가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말로 이별을 고했다.

"오빠는 덜렁대는 저와 다르게 차분하고, 아무튼 본받을 점이 많아요.
그리고 우리는 종교도 같고, 처한 상황도 비슷해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빠 어머니께서도 연애 중이라는 걸 아시곤 결혼하라고 하셨다고 하고요…."



정서적으로 늘 멱살을 잡힌 채 그에게 사육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겨우 저런 이유들로 다시 만나려고 하진 말길 권한다.


만약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여자친구가 넘어졌으면, 자전거를 세워두고 여자친구에게 가서 일으켜 주는 게 남자친구 아닐까? 그런 상황에서

"넌 그 나이 먹고 자전거 하나도 제대로 탈 줄 몰라?
평지에서도 넘어지면 어쩌자는 거야? 진짜 넌 답이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행복할까?

J양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며 한 얘기들을 보자.

"난 우리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내가 노력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또 난 너에게도 점점 함부로 대하고 있는데,
지금은 결혼해도 더 널 함부로 대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랑 결혼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저런 얘기를 듣고도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노력할게. 고치면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연락해 줘."하고 있으면 대한민국 대표 호구가 될 위험이 있다. "너랑 결혼하긴 내가 아까워."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연락 구걸하지 말고, 정말 아까운지는 나중에 두고 보라며 오기로라도 잘 살아 보자. 이별 후에도 그에게 평가 받으며 감점 당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고 말이다.




▲ 이마트 서적코너에서 <홀로여도 좋지만 네가 있어 더 행복하다>를 봤는데, 기분 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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