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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밖으로 나돌다 튕겨져 나가려는 남친, 어떡해?

by 무한 2013. 11. 25.
밖으로 나돌다 튕겨져 나가려는 남친, 어떡해?
얼마 전 내 지인도 같은 고민을 털어 놓은 적이 있다. 남자친구가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해 연애는 뒷전이며, 타인에게 감동주기를 좋아하는 까닭에 여자친구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긴다는 고민이었다. 이런 경우 대개 남자친구 역시 대인관계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대화로 조율을 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그 사람을 먼저 챙기냐.
-> 그럼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말든 팽개치라는 얘기냐.
ⓑ연애 중이면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에는 선을 그어야 하는 것 아니냐.
-> 절대 이성으로 보는 거 아니다. 친구다. 이성인 친구일 뿐이다.
ⓒ연애는 팽개쳐 놓고 왜 대인관계에만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하냐.
-> 그럼 연애 하면 대인관계 다 끊고 살라는 말이냐.



라는 식의 충돌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이며, 이런 경우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대인관계 중독.


나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늘 사람들을 만나 놀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당시엔 새로운 모임에 나가는 것이 여행을 가는 것만큼이나 신나는 일이었고, -낯선 사람이든 익숙한 사람이든-사람들과 만나 아무 의미 없이 함께 시간만 버려도 즐거웠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외로움이나 고민, 두려움, 불안함을 잠재워 주었다. 알콜 중독자가 만사를 잊고 일시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술을 찾듯,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분위기에 취하기 위해 계속 사람들을 찾았던 것 같다. 특히 당시의 나와 같은 처지인, 아무 대책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면 마음이 더욱 편했다. 삶에 바짝 매달려 있지 않을수록 더욱 비현실적인 꿈을 가지기 마련인데-현실적인 꿈을 세워두면 내가 게으르거나 노력하지 않아서 못 하고 있다는 게 티가 나므로- 우리는 서로의 그 꿈을 위해 힘차게 건배를 했다. 다음 날 일어나 숙취가 해소되면 또 만나서 힘차게 건배를 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열심히 건배만 했다.

그러다 가끔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저녁에 다시 사람들을 만나 건배를 하다 보면 그 생각을 잊을 수 있었고, 그렇게 내 청춘을 담보로 삼은 채 많은 날들을 물 쓰듯 써 버렸다. 훗날 허비한 날들을 갚아나가려면 허리가 휠 수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이거 쓰다 보니 무슨 내 반성문처럼 되어 버렸는데, 요는 대인관계 역시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인관계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빚을 내가면서까지 모임을 마련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기 생활을 팽개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연애'는 어떤 모습이 될까?

대부분 같은 모임에 속한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연애 초반엔 별 문제가 없다. 나쁘게 말하자면 위와 같은 생활은 '땅에 발 딛지 않은 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 역시 땅에 발을 딛고 있지 않거나, 매일매일 함께 '분위기'에 취해 있을 수 있음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좀 가슴 아픈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와 같은 연애에서 '우리(너)'와 '그들'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분위기에 취해서 제대로 보지 못할 땐 '우리'가 '그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너'역시 '그들' 중 하나였을 뿐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많은 대원들이 상대에게 "나를 봐. 나에게 집중해. 나랑 연애 중이잖아."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식당에 비유하자면 상대에게 연애란 자주 가는 식당 중 단골인 곳이었을 뿐, 'Only One'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대의 추격본능을 자극해 점점 먼 곳까지 이끌어내는 작전이 있긴 하다. 그런데 그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대로 하여금

'얘한테 집중하지 않다간 얘를 잃을 수도 있다.'


라는 불안감이 들게 만들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순간에 많은 대원들이

"나 서운한 거 있어."
"우리 얘기 좀 해."
"오빠한테 나는 뭐야?"
"나 오빠한테 실망했어."
"자기 전에 톡 보내주는 게 어려워?"
"오빠한테 난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따위의 말을 해 상대를 더 질리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유인은커녕, 반대로 사냥꾼을 쫓아가 도망가게 만드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K양의 사례를 들어 아래에서 알아보자.


2. 망했어요.
 

다 소개하기엔 K양이 헛발질을 너무 많이 했으니, 가장 치명적인 헛발질 세 가지만 살펴보자.

ⓐ자승자박.
상대가 이성과 술을 마시는 걸 지적하려면, K양은 이성과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데 K양도 똑같이 이성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이걸 두고 상대가 이성과 술을 마시는 건 여자친구를 소홀히 하는 거고, 자신이 이성과 술을 마시는 건 '오빠가 질투하니 기분 좋은 일'로 여기면 헛발질이 된다.
K양의 남자친구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넌 뭐 웃어넘기면 다 되는 거야? 남자 옆에 끼고 술 마셔도 웃어넘기면 그만이야? 내가 그랬으면 난리 났을 걸?"이라고. K양은 남자친구가 저런 반응을 보이니 아직 자신을 향해 질투 한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하는데, 이런 '자승자박'의 태도는 결국 훗날 K양으로 하여금 할 말이 없도록 만들고 만다.

ⓑ이상한 해답.  
K양이 정확히 본 게 맞다. 남자친구가 꿈만 거창하지, 현재 그 꿈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은 없다. 남자친구가 힘주어 말하는 '대인관계'라고 해봐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친구랑 만나서 당구 치거나 사람들 모아서 술 마시는 게 8할이다. K양은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자친구에게 했고, 남자친구는 그 말에 반성하며 "역시 넌 현명한 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런 대화를 한 이후라면 K양이 삶에 바짝 달려들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남자친구와도 같이 공부를 한다든가 하는 모습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K양은 옳은 지적만 했을 뿐, 그것에 대한 해답은 좀 이상하게 구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나에게 집중해."가 되고 만 것이다. "오빠, 지금처럼 사람들과 너무 어울리며 지내면 꿈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앞으로 사람들 만나는 시간 줄이고 나랑 만나는 시간을 늘려."라고 할까. 같이 뭐라도 함께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이 부분이 안타깝다.

ⓒ보상 받으려는 태도.
이건 내가 사연을 읽으며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K양은 계속 "섭섭한 걸 풀기 위해"라든가 "서운한 걸 털어버리기 위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만나서 마라톤 대화하면 풀리고, 마음먹고 턴다고 털리는 것인가? 상대를 앉혀 놓고 서운하고 섭섭한 점들 다 풀어내면 K양 속은 시원하겠지만, 상대에게 그건 고문일 뿐이다.
"오빠가 내 얘기를 제대로 안 들어주니까 내 마음도 안 풀리고 자꾸 얘기하게 되는 거다."라는 말을 보자. 그래서 될 일이 아니다. 앉혀 놓고 세 시간쯤 얘기해서 될 일 같으면, 내가 이런 매뉴얼을 발행할 필요 없이 짧게 "남자친구를 묶어두고 24시간 동안 정신교육 하세요."라는 얘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K양의 마음이 허전해진 건, 사실 남자친구가 얘기를 안 들어줘서가 아니라 남자친구에게 'One of Them'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닌가. 그럼 앉혀 놓고 말로 외장만 새로 칠할 것이 아니라, 속 부품을 바꾸듯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 이걸 모르고 계속 '대화, 대화, 대화'만 요구한 까닭에 결국 남자친구는 K양이 말을 걸어도 '피곤하니 다음에 얘기하자'고 말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K양이 위와 같은 헛발질을 한 것은, K양의 남자친구가 대인관계에 의존하듯 K양이 남자친구에게 의존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K양이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청춘을 낭비해선 안 되는 것 같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할 때에는 속으로 '오올~'을 외쳤는데, 그 이후 K양의 "남자친구 혼자만 즐기는 것 같아요."라든가 "남자친구만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보곤 '뭐야? 부러워서 그런 거였어?'하는 생각을 했다.


3. 이 연애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K양에겐 미안하지만, 난 K양이 사연에 "저는 오빠의 생일도 챙겨주지 못했는데…."라고 쓴 걸 보곤 '이건 헤어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생일에 축하도 해주지 않으면서 "나만 봐. 나에게 집중해."라고 말하는 여자를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제가 오빠 생일을 못 챙겨준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빠 생일 날 아는 동생이라는 여자애가
오빠 SNS에 생일 축하한다고 글도 남기고,
만나면 미역국 끓여준다고 끼도 부리고….
참나, 진짜 미역국 같은 소리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역국을 어디서 끓여 준다고 미역국은 무슨.
오빠는 그 말에 선을 딱 긋지 못하고 고맙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때 화가 나서 막 뭐라고 했었어요.
오빠를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니고, 끼 부리는 그런 여자애 때문에요."



저 여자가 K양에게 '악의 축'으로 보이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그저 질투심에 불타 남자친구를 쪼기 전에, K양은 남자친구를 위해서 뭘 했는지 생각해 보자. 별로 한 게 없다. 둘의 카톡대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나 읽었는데, K양이 상대에게 "고마워."라며 감사함을 표시한 게 딱 한 번 나온다. 나머진 다 "나에게 집중해."를 돌려 말하는 말들뿐이다.

칭찬은? 칭찬도 없다. 정리하자면 고마워하지도 않고, 칭찬도 하지 않고, 심지어 생일도 챙겨주지 않는 여자친구와 그는 왜 사귀어야 하는 걸까? 사귀기로 한 거니까? 믿음이고 확신이고 대화의 레벨이고를 떠나서, 그의 입장에서 이 연애를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지 생각해 보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K양이 A군과 사귀게 되었는데, A군이 K양 생일에 축하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중에 다른 남자가 K양에게 축하한 걸 보고는 왜 이성과 선을 긋지 않냐며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여자와 '어쩔 수 없어서'라며 술을 마신다. K양이라면 그 연애를 계속 하고 싶겠는가?

공쥬님(여자친구)은 내 여자친구지만 우리 사이엔 애정뿐만 아니라 우정도 있다. 또 공쥬님은 내 연인인 동시에 은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자 감사한 사람이란 얘기다. 나무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관계를 지탱해주는 굵은 뿌리 여러 개와 많은 잔뿌리를 가지고 있다. K양 커플은 어떤가? K양이 한 말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저희가 같이 놀다가 친해져서 사귀게 된 거라,
그래서 오빠가 다른 이성이랑 놀면 더 불안했던 것 같아요."



K양은 남자친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또 둘은 얼마나 친한가? 남자친구에 대해 '끼 부리는 여자'가 알고 있는 것과 K양이 아는 것에 별 차이가 없어서 더 불안했던 것은 아닐까? 사귀고 있다는 걸 제외하면 서로 친구가 되지도 못했고, 그닥 고마운 부분도 없는 관계여서 그랬던 건 아닐까?


K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이런 얘기를 해줄 것 같다.

"지금은 관계가 많이 망가져셔,
헤어지자는 말이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은데,
사귀는 동안이라도 그 사람에게 한 번 더 감사하고 한 번 더 칭찬해줘.
언젠가 노멀로그에 달린 댓글 중에,
지금 누군가가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것만으로도 그가 내게 은혜를 베풀고 있는 거라는 댓글이 있었거든.
'관계의 수평은 어떻게 맞추죠? 그냥 정리할까요?' 따위의 얘기만 하지 말고
남자친구라는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져봐.
누군가가 내게 한 립서비스나 의식적인 호의는 다 잊혀도,
정말 내게 집중했던 사람의 눈빛은 잊히지 않더라고.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쿠키 만들어 줬다는 여자애한테 질투만 하지 말고,
너도 뭐 하나 만들어 줘. 못 만들면 하나 사 주든가.
그거 두고 선을 긋네, 못 긋네 하면 남자친구는 구박으로만 여길 거야.
우리, 상대에게 바라더라도 뭘 좀 해주고 바라자.
봄여름 열심히 가꿔야 가을에 추수 할 수 있는 거잖아.
봄부터 열매 내 놓으라고 닦달하면, 그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해도 힘들어요."



소제목 1번에서 '대인관계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냥 철이 없어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K양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들이 유혹해서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라며 자랑스레 얘기 하는 걸 보면, 아직 철이 없을 확률이 98.72%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상대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완벽한 오빠가 부족한 나에게 저런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직 철이 덜 든 남자가 또 저런다'고 좀 가볍게 생각하길 권한다. 



"끼 부리는 여자애한테는요?" '미역국 내가 알아서 해줄 거니까 넌 씻고 자라'고 말해주세요.
"그랬다가 싸움 나면요?" 싸움 나면 연락 주세요. 싸움구경가게.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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