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보다 다른 여자를 더 챙기는 남친, 어떡해?
두 분(K양과 K양의 남친)이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참고해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 보셨다고 하니, 경어로 작성하겠습니다. 두 분이 제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A라는 사람은 봉사동호회 회장으로 최근 양로원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A씨의 지인들은 모두 그를 칭찬하며 본받고자 합니다. 그런데 A씨는 정작 자신의 홀어머니는 돌보지 않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주변에 집도 별로 없는 경기도 연천에서 TV를 벗 삼아 지내고 계십니다. 당뇨, 고혈압과 투병하시며 말입니다. A씨는 가끔 전화만 할 뿐 어머니를 찾아뵙지 않습니다. 명절에도 어머니께 가지 않습니다.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 봉사활동 하느라.
A씨처럼 주객전도가 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꽤 많습니다. 매뉴얼을 통해 소개한 적 있는데, 자기 자식 학원비 없어서 영어학원 못 가고 있는데 '의리'가 중요하다며 남의 딸 교복 맞춰 준 남자도 있습니다. 돈 없다며 여자친구와는 여행 한 번 갈 생각 하지 않으면서 친구 결혼한다고 하자 42인치 TV를 선물하는 남자도 있고 말입니다.
K양의 남자친구 분도 저 '오지랖과 주객전도'와 관련해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여자친구를 포함한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가질 때 '친구 여자친구'를 먼저 챙기는 것, 그녀의 남자친구도 가만히 있는데 "그럼 그날 내가 가서 태워올까?"라고 묻는 것, 직장 여직원이 안쓰러워 보인다며 영양제 챙겨주고 싶다고 말한 것, 어쩌다 회사 직원이 데이트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식당에 가선 그녀 옆에 앉은 것, 다른 여자가 예의 없는 짓을 하면 헤헤 웃으면서 여자친구에게는 불만 및 싫은 소리를 쏟아 내는 것…. (황당한 부분을 다 적자면 오늘 내로 매뉴얼이 안 끝날 것 같아서 이쯤만 적겠습니다.)
여자친구가 속상한 일 있다고 하면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며 대충 수습해서 재우지만, 회사 여직원이 속상한 일 있다고 하면 자기 돈으로 소고기 사줘가며 고민상담 까지 해줄 남자. K양의 남자친구 분은 딱 그런 남잡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다른 여자에게 잘 해주지 못해 안달이 난 남자'같아 보입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 새로운 여자가 나오면 여자친구 내팽개쳐 놓고 그녀 옆에 앉으려고 하는 부분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라고 말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말은 '선을 넘었냐 아니냐, 실수를 했냐 안 했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태도가 문제라는 겁니다. K양의 남자친구 분은, 우리 집과 옆집에 불이 났는데 옆집 사람 걱정 된다며 현관문 열고 달려 나가는 남자 같습니다. 그런 행동을 해 놓고도 "어쨌든 목숨을 잃은 것도 아니고 잘 해결되었는데,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니, 듣는 사람은 더욱 속이 터지는 겁니다.
소설가 김승옥의 <김수만씨가 패가망신한 내력>이라는 단편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된 여자만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아내 몰래 도와주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김수만씨는 패가망신 하고 나서야 '자신의 아내도 여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K양의 남자친구 분은 더 늦기 전에 얼른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K양에겐 물을 필요가 없을 것 같고, K양의 남자친구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연애가 즐거우십니까? 사연과 카톡대화를 보면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좋은 남친'이 되기 위해 최대한 K양의 요구에 맞추는 모습은 보이는데, 그게 정말 좋아서 하는 일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저 의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게 K양 남자친구 분의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그런 상황을 만든 건 K양이니 말입니다. 예쁜 연애, 칭찬 받는 연애를 하려고 하는 K양은 선생님처럼 굴 때가 많습니다. K양은
라는 뉘앙스로 말을 합니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여자의 저런 태도만큼 남자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건 마치 바다낚시를 좀 가겠다고 했더니,
라는 대답을 하는 것과 같으니 말입니다. 사귄다기 보다는 사육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좋은 남친'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남자친구에게 K양은 무섭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K양은 '지금 내가 화났지만 참고 있다는 걸 얼른 알아채라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가 꽤 많으니 말입니다.
때문에 K양 남자친구의 마음속엔 근본적인 '불안'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K양의 표정이 살짝 변하기만 해도 아차 싶으며, 어린 시절 엄마에게 "너 집에 들어가서 보자."라는 얘기를 듣는 듯한 소름이 끼칠 테니 말입니다.
헤어질 생각을 하고 계신 게 아니라면, '둘이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연애'가 될 수 있게 조율해 보시길 권합니다. K양에게 다 맞추고 K양만 즐거운 연애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는 거고 말입니다. 지적받는 게 짜증나면 맞춤법 지적을 비롯한 작은 지적들은 앞으로 스킵해 달라고 말하시기 바랍니다. 몇 시 까지는 잠자리에 들라고 말하는 권유 역시 알아서 할 테니 가이드를 멈춰 달라고 말하시기 바랍니다. 다 참고 다 맞추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하시기 바랍니다.
오해하지 마셔야 할 부분은, 제 말이 '오지랖'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란 얘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부터 정비하자는 겁니다. 저는 K양의 남자친구 분이 이 연애에서 기쁨이나 즐거움 보다는 의무와 부담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데이트도 친구들과 섞여서 노는 방식으로 잡게 되고, 다른 이성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 해방감까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K양이 즉시,
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가 느끼기엔 연기 같습니다. 강아지에게 쿠키 주는 느낌이랄까요. 대단히 거창하고 스케일이 크기는 한데, 영혼 없는 칭찬 같습니다.
저러다가도 남자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이러고 있습니다. 평생 열두 살로 살고 싶어 하는 과외선생님에게 과외를 받는 느낌입니다. 소녀감성이든 아기자기한 연애든 다 좋은데, 삼십대 중반이라는 현실에 맞는 모습도 좀 꺼내두시길 권합니다. K양이 설정해 둔 그런 형태의 연애를 하려면, 두 사람은 모두 언제나 파이팅 넘치는 조증 환자여야 합니다. 행복한 커플을 연기하는 건 그만 하시고, 지금부터라도 연애를 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주말에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주인공 커플이 결혼 후 겪는 일들이, 현재 K양과 K양 남자친구가 겪고 있는 일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한 평론가가 이 영화의 여주인공에 대해
라고 설명했는데, 현재 남자친구가 오지랖을 펼 '계기'을 아예 봉쇄하려 생각하고 있는 K양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난 2순위가 되는 것 같아서 슬퍼져."라는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지금처럼 "앞으로 **이랑 **이가 있는 자리엔 가지 마."라고 말해버리면, 남자친구는 자신의 목에 목줄이 채워지는 느낌만 느낄 것입니다. 결혼해서도 평생 이런 문제로 싸우게 되는 건 아닐지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말입니다.
더불어 5년, 10년 뒤까지 생각하는 연애를 하시기 바랍니다. 두 분은 내년쯤 결혼하실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대로 결혼하면 결혼생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시행착오를 전부 피할 수는 없겠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자동차 구입만 하더라도, 내년에 둘이 얼마씩 보태 A라는 차를 사자고 말해 놓으면 대충 윤곽이 잡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두 분은 "내년에 우리 차 사요!/오오오오~!! 좋아요~!!"하며 막연한 얘기만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기에 내년에 차를 구입할 땐 분명 갈등이 생길 것입니다.
난 승용차를 사자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나중까지 생각하면 SUV를 사야 하지 않느냐, SUV를 사려면 돈이 한참 모자란데 어떻게 하냐, 지금 차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살 집부터 생각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그러다 K양이 울면, 남자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K양 뜻에 따르는 식의 진행이 될 것이고 말입니다. 이번 주에 친구 커플들이랑 어느 펜션에 놀러 가고, 어디 가서 고기 구워먹고, 무슨 영화 보고…. 그런 건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포장에 신경은 그만 쓰고, 오늘부터는 그 내용물을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뭐 하고 놀 것인가'가 아니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시길!
▲ '밖에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남자, 하지만 집에서는 끔찍한 아빠'가 되진 맙시다.
+ 잠시 후 새 책을 위한 '30자 추천평 공개 모집'공지를 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모집 글 올렸습니다. -> (http://normalog.com/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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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K양과 K양의 남친)이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참고해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 보셨다고 하니, 경어로 작성하겠습니다. 두 분이 제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99.82% 남자 잘못 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A라는 사람은 봉사동호회 회장으로 최근 양로원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A씨의 지인들은 모두 그를 칭찬하며 본받고자 합니다. 그런데 A씨는 정작 자신의 홀어머니는 돌보지 않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주변에 집도 별로 없는 경기도 연천에서 TV를 벗 삼아 지내고 계십니다. 당뇨, 고혈압과 투병하시며 말입니다. A씨는 가끔 전화만 할 뿐 어머니를 찾아뵙지 않습니다. 명절에도 어머니께 가지 않습니다.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 봉사활동 하느라.
A씨처럼 주객전도가 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꽤 많습니다. 매뉴얼을 통해 소개한 적 있는데, 자기 자식 학원비 없어서 영어학원 못 가고 있는데 '의리'가 중요하다며 남의 딸 교복 맞춰 준 남자도 있습니다. 돈 없다며 여자친구와는 여행 한 번 갈 생각 하지 않으면서 친구 결혼한다고 하자 42인치 TV를 선물하는 남자도 있고 말입니다.
K양의 남자친구 분도 저 '오지랖과 주객전도'와 관련해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여자친구를 포함한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가질 때 '친구 여자친구'를 먼저 챙기는 것, 그녀의 남자친구도 가만히 있는데 "그럼 그날 내가 가서 태워올까?"라고 묻는 것, 직장 여직원이 안쓰러워 보인다며 영양제 챙겨주고 싶다고 말한 것, 어쩌다 회사 직원이 데이트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식당에 가선 그녀 옆에 앉은 것, 다른 여자가 예의 없는 짓을 하면 헤헤 웃으면서 여자친구에게는 불만 및 싫은 소리를 쏟아 내는 것…. (황당한 부분을 다 적자면 오늘 내로 매뉴얼이 안 끝날 것 같아서 이쯤만 적겠습니다.)
여자친구가 속상한 일 있다고 하면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며 대충 수습해서 재우지만, 회사 여직원이 속상한 일 있다고 하면 자기 돈으로 소고기 사줘가며 고민상담 까지 해줄 남자. K양의 남자친구 분은 딱 그런 남잡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다른 여자에게 잘 해주지 못해 안달이 난 남자'같아 보입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 새로운 여자가 나오면 여자친구 내팽개쳐 놓고 그녀 옆에 앉으려고 하는 부분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4년 만나는 동안 제가 선을 넘은 적 없고, 여자문제로 실수한 적도 없습니다."
라고 말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말은 '선을 넘었냐 아니냐, 실수를 했냐 안 했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태도가 문제라는 겁니다. K양의 남자친구 분은, 우리 집과 옆집에 불이 났는데 옆집 사람 걱정 된다며 현관문 열고 달려 나가는 남자 같습니다. 그런 행동을 해 놓고도 "어쨌든 목숨을 잃은 것도 아니고 잘 해결되었는데,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니, 듣는 사람은 더욱 속이 터지는 겁니다.
소설가 김승옥의 <김수만씨가 패가망신한 내력>이라는 단편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된 여자만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아내 몰래 도와주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김수만씨는 패가망신 하고 나서야 '자신의 아내도 여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K양의 남자친구 분은 더 늦기 전에 얼른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2. 남자친구도 이 연애가 즐거우십니까?
K양에겐 물을 필요가 없을 것 같고, K양의 남자친구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연애가 즐거우십니까? 사연과 카톡대화를 보면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좋은 남친'이 되기 위해 최대한 K양의 요구에 맞추는 모습은 보이는데, 그게 정말 좋아서 하는 일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저 의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게 K양 남자친구 분의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그런 상황을 만든 건 K양이니 말입니다. 예쁜 연애, 칭찬 받는 연애를 하려고 하는 K양은 선생님처럼 굴 때가 많습니다. K양은
"그래선 안 되지요. 그건 아니지요. 그거 하고 나서 이거이거 하세요."
라는 뉘앙스로 말을 합니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여자의 저런 태도만큼 남자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건 마치 바다낚시를 좀 가겠다고 했더니,
"위험해서 안 됩니다. 회가 먹고 싶은 거라면 내가 노량진에서 사 줄게요. 알았죠?"
라는 대답을 하는 것과 같으니 말입니다. 사귄다기 보다는 사육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좋은 남친'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남자친구에게 K양은 무섭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K양은 '지금 내가 화났지만 참고 있다는 걸 얼른 알아채라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가 꽤 많으니 말입니다.
때문에 K양 남자친구의 마음속엔 근본적인 '불안'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K양의 표정이 살짝 변하기만 해도 아차 싶으며, 어린 시절 엄마에게 "너 집에 들어가서 보자."라는 얘기를 듣는 듯한 소름이 끼칠 테니 말입니다.
헤어질 생각을 하고 계신 게 아니라면, '둘이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연애'가 될 수 있게 조율해 보시길 권합니다. K양에게 다 맞추고 K양만 즐거운 연애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는 거고 말입니다. 지적받는 게 짜증나면 맞춤법 지적을 비롯한 작은 지적들은 앞으로 스킵해 달라고 말하시기 바랍니다. 몇 시 까지는 잠자리에 들라고 말하는 권유 역시 알아서 할 테니 가이드를 멈춰 달라고 말하시기 바랍니다. 다 참고 다 맞추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하시기 바랍니다.
오해하지 마셔야 할 부분은, 제 말이 '오지랖'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란 얘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부터 정비하자는 겁니다. 저는 K양의 남자친구 분이 이 연애에서 기쁨이나 즐거움 보다는 의무와 부담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데이트도 친구들과 섞여서 노는 방식으로 잡게 되고, 다른 이성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 해방감까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K양이 즉시,
"저도 칭찬 엄청 하는데요?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을 때마다 리액션도 엄청 하는데…."
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가 느끼기엔 연기 같습니다. 강아지에게 쿠키 주는 느낌이랄까요. 대단히 거창하고 스케일이 크기는 한데, 영혼 없는 칭찬 같습니다.
"오오오~!! 대단해요! 잘 했어요~!!"
"우오오오아아아아아아!! 엄청나네요~!"
"아하!!!!!~~~~ 오호~~~~!!!! 신기하당!!"
"우오오오아아아아아아!! 엄청나네요~!"
"아하!!!!!~~~~ 오호~~~~!!!! 신기하당!!"
저러다가도 남자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네 ^^"
"네 ^^"
"앞으론 더 말 안 하려고요 ^^"
"네 ^^"
"앞으론 더 말 안 하려고요 ^^"
이러고 있습니다. 평생 열두 살로 살고 싶어 하는 과외선생님에게 과외를 받는 느낌입니다. 소녀감성이든 아기자기한 연애든 다 좋은데, 삼십대 중반이라는 현실에 맞는 모습도 좀 꺼내두시길 권합니다. K양이 설정해 둔 그런 형태의 연애를 하려면, 두 사람은 모두 언제나 파이팅 넘치는 조증 환자여야 합니다. 행복한 커플을 연기하는 건 그만 하시고, 지금부터라도 연애를 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주말에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주인공 커플이 결혼 후 겪는 일들이, 현재 K양과 K양 남자친구가 겪고 있는 일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한 평론가가 이 영화의 여주인공에 대해
"남편은 '투덜거림'이라고 하고 자신은 '컴플레인'이라 하는 그녀"
라고 설명했는데, 현재 남자친구가 오지랖을 펼 '계기'을 아예 봉쇄하려 생각하고 있는 K양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난 2순위가 되는 것 같아서 슬퍼져."라는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지금처럼 "앞으로 **이랑 **이가 있는 자리엔 가지 마."라고 말해버리면, 남자친구는 자신의 목에 목줄이 채워지는 느낌만 느낄 것입니다. 결혼해서도 평생 이런 문제로 싸우게 되는 건 아닐지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말입니다.
더불어 5년, 10년 뒤까지 생각하는 연애를 하시기 바랍니다. 두 분은 내년쯤 결혼하실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대로 결혼하면 결혼생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시행착오를 전부 피할 수는 없겠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자동차 구입만 하더라도, 내년에 둘이 얼마씩 보태 A라는 차를 사자고 말해 놓으면 대충 윤곽이 잡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두 분은 "내년에 우리 차 사요!/오오오오~!! 좋아요~!!"하며 막연한 얘기만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기에 내년에 차를 구입할 땐 분명 갈등이 생길 것입니다.
난 승용차를 사자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나중까지 생각하면 SUV를 사야 하지 않느냐, SUV를 사려면 돈이 한참 모자란데 어떻게 하냐, 지금 차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살 집부터 생각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그러다 K양이 울면, 남자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K양 뜻에 따르는 식의 진행이 될 것이고 말입니다. 이번 주에 친구 커플들이랑 어느 펜션에 놀러 가고, 어디 가서 고기 구워먹고, 무슨 영화 보고…. 그런 건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포장에 신경은 그만 쓰고, 오늘부터는 그 내용물을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뭐 하고 놀 것인가'가 아니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시길!
▲ '밖에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남자, 하지만 집에서는 끔찍한 아빠'가 되진 맙시다.
+ 잠시 후 새 책을 위한 '30자 추천평 공개 모집'공지를 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모집 글 올렸습니다. -> (http://normalog.com/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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