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모] 연락 문제로 헤어진 커플 외 1편
연휴 내내 글을 올리려는 계획이, 지인에게 일이 생기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다들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돌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도 지금 몸엔 별 이상이 없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는 병원에 가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 볼 예정이다.
지난주에는 아무래도 명절이 끼어있다 보니, '결혼'과 관련된 사연이 많이 도착했다. 이제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말을 꺼냈다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는 사연부터, 이쪽에선 선물로 한우세트를 했는데 상대는 우리 집에 겨우 사과 한 상자-그것도 띠가 안 붙은 사과-를 사왔다는 사연, 직설적인 애인이 엄마가 한 만둣국을 맛이 없다고 말하는 등 부모님께 너무 정직한 말들을 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연까지 결혼을 앞두고 휘청휘청 하는 대원들의 사연이 많았다.
아 그리고 이건 명절 전에 내가 미리 이야기 해줬어야 하는 부분인데, 가족이나 친척 중 '뒤끝이 없다'며 앞에서 막말하는 사람, 푼수인 사람, 속물근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상대에게 귀띔을 해줘야 한다. 이 작업을 생략한 까닭에 누군가의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상대가 모욕감을 느껴 틀어진 커플들도 있었다. 결혼상대라고 데려온 사람에게 지금 직장은 비전이 없으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얘기를 한 사연, 학벌과 연봉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는 사연, 집 바로 앞에는 스펙 좋은 첫째 사위의 외제차를 대야 하니 예비 둘째 사위의 낡은 국산 소형차는 빼서 다른 곳에 대라고 했던 사연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명절 음식을 담아 온 그릇이, 집에서 쓰던 '사용감 있는 헌 통'이었다는 이유로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가정교육의 문제다."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사연도 있었는데, 이건 사연을 보낸 남성대원이 지혜롭지 못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 얘기를 왜 아무 필터링도 없이 여자친구에게 전하는가? 설마 그렇게 말하면 여자친구가 "어머, 자기 어머니께서는 정말 빈틈없으신 분이시구나. 다음엔 새 통에 담아갈게. 내가 실수했어. 미안."이라고 대답하리라 생각했던 것인가? 운이 좋아 이번 갈등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그대가 전한 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가정교육의 문제다."라는 말을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텐데….
고향에 내려간 썸남이 친구들 만나느라 연락을 안 했다는 사연,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만나자는 얘기가 없다는 사연 등 솔로부대원들의 사연도 많았는데, 그들에게는 좀 여유롭게 생각하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친척집에 가서도 개인플레이를 하는 집안이 있는 반면, 친척들과 다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집안도 있는 것 아닌가. 전자의 사람이 연락에 집착하게 되면 후자의 사람에 대해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답만 구하게 될 뿐이다. 그러니 집착의 늪에 빠져 상대에 대한 분노만 축적하지 말고, 대화가 하고 싶으면 먼저 말을 걸어보길 바란다. 상대가 언제 연락하나 두고 보겠다는 마음으로 폰만 노려보고 있으면, 문제는 꼬이고 더욱 복잡해진다.
이번 설에는 앞서 말한 일 때문에 명절 거의 다 지나고 난 뒤에야 명절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그 중 뭔가가 좀 상했던 것 같다. 지금 속이 좋다가도 좋지 않은 까닭에 매뉴얼은 미뤄둔 채 그저 인삼차에 꿀 잔뜩 넣어 한 잔 타 놓고 밀린 사연을 좀 읽고 싶은데, 누군가는 자신의 사연이 올라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힘을 내서 출발해 보자.(녹두전이 좀 시큼하긴 했는데, 맛있어서 미련하게 다 먹어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려고 그랬던 건진 모르겠지만, 남자친구의 폰이 너무 자주 말썽을 부렸던 것 같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J양의 남자친구 폰은 자주 고장 났다. 어느 날은 그냥 먹통이 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유심이 말썽을 부렸다. 게다가 남자친구는 폰을 어딘가에 두고 온 일도 있었고, 배터리 일체형인 모델이라 갈아 끼울 배터리가 없다며 늘 연락두절을 예고했다.
둘의 카톡대화에선 남자친구의 저런 멘트가 일주일에 몇 번씩 등장한다. J양 남자친구와 내가 아는 사이라면, 난 J양 그에게 스마트폰 외장 배터리팩을 구입하길 권했을 것 같다. 10400mAh제품만 하나 구입했어도 갈등이 줄었을 테니 말이다.(물론 충천을 하지 않는 건 습관의 문제라, 외장 배터리팩마저도 한 번 사용하고 다시 충전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긴 하다.)
이런 연락두절의 문제에다가 남친의 '용건만 간단히'말하는 스타일까지 겹쳐 문제가 커지고 말았다. J양의 남자친구는 내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하면, 그 약속에 대해서는 재차 확인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6시에 약속장소로 나오는 타입이다. 이럴 땐 J양이 꼬꼬마에게 한글 가르치듯 남자친구를 좀 변화시켜 나갔다면 문제가 해결되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J양은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남친에게 연락이 없으면 꾹 참으며 혼자 화를 증폭시켰고, 불만이 계속 쌓여도 '쿨한 척'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친에게 일이 있어 다음에 만나기로 했던 날에도 주변에서 "그래도 연락 한 번 해 봐."라고 하면, 전화를 걸어 "정말 오늘 못 만나는 거야?"라며 재차 확인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J양이 "난 너 손가락 다친 줄 알았지."라는 얘기를 한 것과 '나 너에게 완전 실망했다'는 의미가 묻어나는 톤으로 대화를 했던 것 등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질리도록 이야기하기도 했고, 늦었지만 J양도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잘못했다는 걸 깨달은 듯 보이니 말이다.
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상한 뒤에야 두 사람이 '속마음 얘기'를 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헤어진 후에야 남자친구는 현재 자신에게 펼쳐진 개인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남친의 회사 상황에 대해서도 J양은 그때 처음 들었다. 사귈때는 밥 얘기, 잠 얘기, 연락 얘기만 주로 한 까닭에 서로가 현재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야근을 하게 되어 못 만나게 된 것에만 분개했을 뿐, 왜 요즘 야근이 잦아졌는지, 야근을 할 때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등에 대해선 이야길 나누지 않았다.
이렇듯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이 보이질 않는데, 이런 와중에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얘기만 백날 해서 뭐하겠는가. 입장을 바꿔 J양의 회사가 바빠져 남친과의 약속도 취소한 채 야근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친구가 "그럼 오늘 못 만나는 거야? 알았어 일 해. 난 친구 만나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일 해."라며 실망했다는 기색을 잔뜩 실어 말하면, J양 역시 그에게 정이 뚝 떨어져 버릴 것 같지 않은가? 다음 번 연애에선 상대에게 '의무'를 말하기 전에 상대에 대한 '관심'을 먼저 갖길 권한다.
이상합니다. 좀 이상해요. 그리고 무섭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사연을 주신 C양은, 육식동물 같아 보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만남을 앞두고
라고 이야기 한 것부터 저는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라는 부분까지 보고는 '이 사람, 보통의 여자사람이 아니야.'라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역시나 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이어 C양은 집으로 놀러 오라는 상대에게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셨고,
라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이건 뭐랄까,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돌직구입니다. 그런데 돌직구는 돌직구지만 솔직한 돌직구는 아닙니다. '나도 원하긴 원하는데, 일단 그래도 사귀는 게 순서 아니냐. 그러니까 사귀자는 말부터 얼른 해라.'라고 말하는 듯한, 변화구에 가까운 돌직구 입니다.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C양에게 어떤 목적을 가진 남자들 밖에 만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C양은 빨리 연애를 하거나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 '사귀자는 말'을 들으려 압박하는 타입이니 말입니다. 이런 경우 대개 금사빠나 급한 남자를 만나기 마련인데, C양은 그 중 금사빠 타입의 남자를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C양이 워낙 공격적이라 그들에게 콩깍지가 씌일 틈도 주지 않고, 또 대 놓고 '여자친구 대우'를 요구하는 까닭에 그들을 질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 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돌직구라며 막 던지는 것부터 그만 두시길 권합니다.
C양의 썸남이 이상한 남자라는 건 한글을 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뭔가 대단히 예의를 갖춰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건 야심한 저녁에 급한 만남을 가지자는 것일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죄송합니다. 너무 웃겨서 그만. 그리고 후반부의 대화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두 분이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시면서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하시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만 적어두겠습니다. 제가 C양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건, 만약 C양이 치마를 입고 나간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죄송하지만 치마 한 번만 들춰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솔직하게 부탁드리는 겁니다."라고 한다면, 그 남자에게도
라고 하실 겁니까? 저 말에 C양이 화를 냈을 때 남자가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무례하게 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제 감정을 감추는 것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드린 말씀입니다."라고 하면 그게 젠틀한 겁니까?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에 나오는 글귀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그 책을 제가 지인에게 빌려준 까닭에 정확한 인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략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라는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패를 모두 보여주면, 패배는 필연적이라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1등 신붓감인 Y양. 남자가 그녀를 마다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 버렸다. 이번 썸이 파토 났으니 사연을 다루지 말아달라는 메일을, 다 쓰고 난 다음에 확인한 까닭이다. 매뉴얼엔 그녀의 '포기가 빠른 문제'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듯 빠른 사연 취소를 경험하고 나니 더더욱 확신이 든다. 다음 연애에선 그녀가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지난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Y할머니'의 이야기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신 독자 분들이 몇몇 계신 것 같다. 그 이야기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사교성이나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오해하신 분도 계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밝혀두고 싶다. 그 이야기는 '자신이 대우 받으려면 남을 대우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보다 지식이 없는 사람을 하찮게 여기면 그 역시 남들에게 딱 그만큼의 대우만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홀로 즐기는 취미생활이나 학구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 당황하거나 긴장하시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도 사람 많은 곳이나 모임을 싫어하는 까닭에 노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것 같다. 그땐
등의 매뉴얼을 발행하고 있을 테니, 독자 여러 분들도 그때까지 노멀로그를 즐겨주시기 바란다.
▲ "앜ㅋㅋ 무한님 저기 칠순잔치 엄청 웃겨욬ㅋㅋㅋ." 지금 웃을 때가 아니실 텐데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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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내내 글을 올리려는 계획이, 지인에게 일이 생기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다들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돌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도 지금 몸엔 별 이상이 없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는 병원에 가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 볼 예정이다.
0. 명절 사연 정리.
지난주에는 아무래도 명절이 끼어있다 보니, '결혼'과 관련된 사연이 많이 도착했다. 이제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말을 꺼냈다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는 사연부터, 이쪽에선 선물로 한우세트를 했는데 상대는 우리 집에 겨우 사과 한 상자-그것도 띠가 안 붙은 사과-를 사왔다는 사연, 직설적인 애인이 엄마가 한 만둣국을 맛이 없다고 말하는 등 부모님께 너무 정직한 말들을 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연까지 결혼을 앞두고 휘청휘청 하는 대원들의 사연이 많았다.
아 그리고 이건 명절 전에 내가 미리 이야기 해줬어야 하는 부분인데, 가족이나 친척 중 '뒤끝이 없다'며 앞에서 막말하는 사람, 푼수인 사람, 속물근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상대에게 귀띔을 해줘야 한다. 이 작업을 생략한 까닭에 누군가의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상대가 모욕감을 느껴 틀어진 커플들도 있었다. 결혼상대라고 데려온 사람에게 지금 직장은 비전이 없으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얘기를 한 사연, 학벌과 연봉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는 사연, 집 바로 앞에는 스펙 좋은 첫째 사위의 외제차를 대야 하니 예비 둘째 사위의 낡은 국산 소형차는 빼서 다른 곳에 대라고 했던 사연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명절 음식을 담아 온 그릇이, 집에서 쓰던 '사용감 있는 헌 통'이었다는 이유로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가정교육의 문제다."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사연도 있었는데, 이건 사연을 보낸 남성대원이 지혜롭지 못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 얘기를 왜 아무 필터링도 없이 여자친구에게 전하는가? 설마 그렇게 말하면 여자친구가 "어머, 자기 어머니께서는 정말 빈틈없으신 분이시구나. 다음엔 새 통에 담아갈게. 내가 실수했어. 미안."이라고 대답하리라 생각했던 것인가? 운이 좋아 이번 갈등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그대가 전한 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가정교육의 문제다."라는 말을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텐데….
고향에 내려간 썸남이 친구들 만나느라 연락을 안 했다는 사연,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만나자는 얘기가 없다는 사연 등 솔로부대원들의 사연도 많았는데, 그들에게는 좀 여유롭게 생각하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친척집에 가서도 개인플레이를 하는 집안이 있는 반면, 친척들과 다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집안도 있는 것 아닌가. 전자의 사람이 연락에 집착하게 되면 후자의 사람에 대해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답만 구하게 될 뿐이다. 그러니 집착의 늪에 빠져 상대에 대한 분노만 축적하지 말고, 대화가 하고 싶으면 먼저 말을 걸어보길 바란다. 상대가 언제 연락하나 두고 보겠다는 마음으로 폰만 노려보고 있으면, 문제는 꼬이고 더욱 복잡해진다.
이번 설에는 앞서 말한 일 때문에 명절 거의 다 지나고 난 뒤에야 명절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그 중 뭔가가 좀 상했던 것 같다. 지금 속이 좋다가도 좋지 않은 까닭에 매뉴얼은 미뤄둔 채 그저 인삼차에 꿀 잔뜩 넣어 한 잔 타 놓고 밀린 사연을 좀 읽고 싶은데, 누군가는 자신의 사연이 올라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힘을 내서 출발해 보자.(녹두전이 좀 시큼하긴 했는데, 맛있어서 미련하게 다 먹어 버렸다.)
1. 연락 문제로 헤어진 커플.
일이 이렇게 되려고 그랬던 건진 모르겠지만, 남자친구의 폰이 너무 자주 말썽을 부렸던 것 같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J양의 남자친구 폰은 자주 고장 났다. 어느 날은 그냥 먹통이 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유심이 말썽을 부렸다. 게다가 남자친구는 폰을 어딘가에 두고 온 일도 있었고, 배터리 일체형인 모델이라 갈아 끼울 배터리가 없다며 늘 연락두절을 예고했다.
"나 배터리가 없어서 폰 끊어질 것 같아."
"이제야 충전하고 폰 켰어."
"이제야 충전하고 폰 켰어."
둘의 카톡대화에선 남자친구의 저런 멘트가 일주일에 몇 번씩 등장한다. J양 남자친구와 내가 아는 사이라면, 난 J양 그에게 스마트폰 외장 배터리팩을 구입하길 권했을 것 같다. 10400mAh제품만 하나 구입했어도 갈등이 줄었을 테니 말이다.(물론 충천을 하지 않는 건 습관의 문제라, 외장 배터리팩마저도 한 번 사용하고 다시 충전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긴 하다.)
이런 연락두절의 문제에다가 남친의 '용건만 간단히'말하는 스타일까지 겹쳐 문제가 커지고 말았다. J양의 남자친구는 내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하면, 그 약속에 대해서는 재차 확인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6시에 약속장소로 나오는 타입이다. 이럴 땐 J양이 꼬꼬마에게 한글 가르치듯 남자친구를 좀 변화시켜 나갔다면 문제가 해결되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J양은
- 사소한 일에 자존심 세우는 문제.
- '쿨한 여자'가 되려 참고 넘기는 문제.
-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에 쉽게 넘어가는 문제.
- '쿨한 여자'가 되려 참고 넘기는 문제.
-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에 쉽게 넘어가는 문제.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남친에게 연락이 없으면 꾹 참으며 혼자 화를 증폭시켰고, 불만이 계속 쌓여도 '쿨한 척'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친에게 일이 있어 다음에 만나기로 했던 날에도 주변에서 "그래도 연락 한 번 해 봐."라고 하면, 전화를 걸어 "정말 오늘 못 만나는 거야?"라며 재차 확인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J양이 "난 너 손가락 다친 줄 알았지."라는 얘기를 한 것과 '나 너에게 완전 실망했다'는 의미가 묻어나는 톤으로 대화를 했던 것 등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질리도록 이야기하기도 했고, 늦었지만 J양도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잘못했다는 걸 깨달은 듯 보이니 말이다.
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상한 뒤에야 두 사람이 '속마음 얘기'를 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헤어진 후에야 남자친구는 현재 자신에게 펼쳐진 개인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남친의 회사 상황에 대해서도 J양은 그때 처음 들었다. 사귈때는 밥 얘기, 잠 얘기, 연락 얘기만 주로 한 까닭에 서로가 현재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야근을 하게 되어 못 만나게 된 것에만 분개했을 뿐, 왜 요즘 야근이 잦아졌는지, 야근을 할 때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등에 대해선 이야길 나누지 않았다.
이렇듯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이 보이질 않는데, 이런 와중에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얘기만 백날 해서 뭐하겠는가. 입장을 바꿔 J양의 회사가 바빠져 남친과의 약속도 취소한 채 야근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친구가 "그럼 오늘 못 만나는 거야? 알았어 일 해. 난 친구 만나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일 해."라며 실망했다는 기색을 잔뜩 실어 말하면, J양 역시 그에게 정이 뚝 떨어져 버릴 것 같지 않은가? 다음 번 연애에선 상대에게 '의무'를 말하기 전에 상대에 대한 '관심'을 먼저 갖길 권한다.
2. 좀 이상하고 무섭습니다.
이상합니다. 좀 이상해요. 그리고 무섭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사연을 주신 C양은, 육식동물 같아 보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만남을 앞두고
"그럼 모레 봬요.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한 것부터 저는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바쁘신 거 아는데, 카톡 답장은 좀 빨리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라는 부분까지 보고는 '이 사람, 보통의 여자사람이 아니야.'라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역시나 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이어 C양은 집으로 놀러 오라는 상대에게
"솔직히 말해서 제가 거기 가면 선을 넘을 것 같은데…."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셨고,
"사귀지도 않는 사람이랑은 안 자요."
라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이건 뭐랄까,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돌직구입니다. 그런데 돌직구는 돌직구지만 솔직한 돌직구는 아닙니다. '나도 원하긴 원하는데, 일단 그래도 사귀는 게 순서 아니냐. 그러니까 사귀자는 말부터 얼른 해라.'라고 말하는 듯한, 변화구에 가까운 돌직구 입니다.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C양에게 어떤 목적을 가진 남자들 밖에 만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C양은 빨리 연애를 하거나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 '사귀자는 말'을 들으려 압박하는 타입이니 말입니다. 이런 경우 대개 금사빠나 급한 남자를 만나기 마련인데, C양은 그 중 금사빠 타입의 남자를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C양이 워낙 공격적이라 그들에게 콩깍지가 씌일 틈도 주지 않고, 또 대 놓고 '여자친구 대우'를 요구하는 까닭에 그들을 질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 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돌직구라며 막 던지는 것부터 그만 두시길 권합니다.
C양의 썸남이 이상한 남자라는 건 한글을 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뭔가 대단히 예의를 갖춰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건 야심한 저녁에 급한 만남을 가지자는 것일 뿐입니다.
"사실 C씨의 실루엣도 생각이 나고 그랬어요."
"C씨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불순한)생각을 아주 안 한 건 아니에요."
"C씨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불순한)생각을 아주 안 한 건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죄송합니다. 너무 웃겨서 그만. 그리고 후반부의 대화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두 분이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시면서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하시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만 적어두겠습니다. 제가 C양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건, 만약 C양이 치마를 입고 나간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죄송하지만 치마 한 번만 들춰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솔직하게 부탁드리는 겁니다."라고 한다면, 그 남자에게도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하실 겁니까? 저 말에 C양이 화를 냈을 때 남자가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무례하게 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제 감정을 감추는 것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드린 말씀입니다."라고 하면 그게 젠틀한 겁니까?
"저는 이미 그에게 제 패를 모두 보여줬고,
제가 할 최선은 다 한 느낌입니다."
제가 할 최선은 다 한 느낌입니다."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에 나오는 글귀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그 책을 제가 지인에게 빌려준 까닭에 정확한 인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략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그게 첫 사랑이었으므로, 친구는 상대에게 자신의 패를 모두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친구는 완전히 패배했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친구는 완전히 패배했다."
라는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패를 모두 보여주면, 패배는 필연적이라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1등 신붓감인 Y양. 남자가 그녀를 마다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 버렸다. 이번 썸이 파토 났으니 사연을 다루지 말아달라는 메일을, 다 쓰고 난 다음에 확인한 까닭이다. 매뉴얼엔 그녀의 '포기가 빠른 문제'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렇듯 빠른 사연 취소를 경험하고 나니 더더욱 확신이 든다. 다음 연애에선 그녀가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지난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Y할머니'의 이야기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신 독자 분들이 몇몇 계신 것 같다. 그 이야기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사교성이나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오해하신 분도 계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밝혀두고 싶다. 그 이야기는 '자신이 대우 받으려면 남을 대우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신보다 지식이 없는 사람을 하찮게 여기면 그 역시 남들에게 딱 그만큼의 대우만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홀로 즐기는 취미생활이나 학구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 당황하거나 긴장하시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도 사람 많은 곳이나 모임을 싫어하는 까닭에 노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것 같다. 그땐
"첫사랑 장례식에 가겠다는 영감, 허락해도 될까?"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자면서 칠순잔치에 초대 안 한 남자. 이유는?"
"실버타운 초식할배(초식남의 진화형태)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자면서 칠순잔치에 초대 안 한 남자. 이유는?"
"실버타운 초식할배(초식남의 진화형태)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등의 매뉴얼을 발행하고 있을 테니, 독자 여러 분들도 그때까지 노멀로그를 즐겨주시기 바란다.
▲ "앜ㅋㅋ 무한님 저기 칠순잔치 엄청 웃겨욬ㅋㅋㅋ." 지금 웃을 때가 아니실 텐데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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