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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밀사모] 남친 사촌으로 둔갑한 구여친 외 2편

by 무한 2014. 1. 21.
[밀사모] 남친 사촌으로 둔갑한 구여친 외 2편
J양의 사연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한 달에 '맺고 끊음을 못하는 남자'에 대한 사연이 두 세 건 정도 도착한다. 대개는 구여친을 정리하지 못해 "난 분명 널 사랑하지만, 걔는 불쌍한 여자다. 지금 내가 잘라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말하는 가벼운 사연인데, 그 중엔 남자친구가 구여친을 '사촌누나'나 '친척동생'이라고 거짓말 하며 만나다가 들킨 무거운 사연들도 있다. 편의를 위해 친누나와 같이 살고 있는 거라고 했지만, 알고 보니 그게 옛 연애의 지속임을 들킨 사연도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문제가 드러나고 나면 대개 몇 주 내로 해결이 나기 마련인데, J양의 경우는 질질 끌어가게 되는 것 같다. 그 문제에 남자친구의 부모님도 얽혀있고, 마마보이 기질이 있는 남자친구는 부모님 탓을 하고 있으며, J양 역시 이 문제를 결혼 직전에 알게 된 까닭에 고민이 많아 보인다. J양은 남자친구의 간절한 말들과 진심이 담긴 설득 때문에 휘둘리고 있는데, 내 대답은

"파혼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이다. J양이 내 여동생이었으면, 난 남자친구 집에 찾아가 난리를 피워서라도 둘의 결혼약속을 깨버렸을 것 같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을 하는지, 아래에서 풀어보자.


1. 남친 사촌으로 둔갑한 구여친.


남친과 남친 가족의 사고방식이 이상하다는 J양 부모님의 말씀에 나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동의하고, 재청한다. 지나가는 사람 열을 잡고 물어보길 바란다. 6년 사귄 구여친이 어머니의 '수양딸'이 된 까닭에 '사촌누나'라고 거짓말하며 가족모임을 함께하는 게 정상적인 일인지, 또 그걸 두고 "어쨌든 승자는 너 아니냐. 내 수양딸이 못 가진 내 아들을 넌 가진 건데 뭐가 문제냐."라고 말씀하시는 예비 시어머니가 올바로 생각하고 계신 것인지.

예비 시어머니의

"결혼하면 이것보다 더 큰 일도 참고 지내야 할 텐데 겨우 과거를 문제 삼느냐.
결혼해서 바람을 피우는 남자도 많다. 우리 아들이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잖느냐."
"우리 아들이 걸리지 않았으면 넌 지금도 모르고 잘 지낼 것 아니냐.
우리 아들이 순진해서 걸린 거지, 악의적으로 널 속이려고 했던 게 아니잖느냐."
"정 신경 쓰이면 너희가 호주 나가서 살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럼 볼 일도 없는데 뭐가 걱정이냐. 우리 아들이 너 그렇게 좋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다.
너도 시간 지나 나이 먹으면 이런 일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다."



라는 말들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저걸 두고

"네가 오해한 거다. 우리 어머니 성격이 그래서 그러신 거지,
일부러 상처주려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원래 직설적이시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네가 따지는 줄로 오해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
어머니의 말이 거칠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라고 말하고 있는 J양의 남친 역시 끔찍하다. '우리 아들'과 '우리 어머니'밖에 모르는 그 분들은 그냥 '우리끼리' 잘 살라고 놔두고 J양은 빠졌으면 좋겠다. 이미 이건 돌릴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다. 식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예비 시어머니에게

"네가 나 무섭다고 했다며? 난 나 때문에 여자 도망갔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
너희가 호주 나가서 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냐. 네가 무서운 나를 볼 일도 없고."



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사실 더 볼 것도 없이 끝난 관계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남자친구에게 말해도, 남자친구는 "우리 어머니가 그러실 분이 아닌데…. 널 위로하고 이해시키기로 나랑 약속하셨는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만 놓고 봐도 결혼과 동시에 헬게이트가 열릴 것이 분명하니, 무슨 세 가지 약속 어쩌고 하는 걸 할 필요도 없이 여기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길 권한다. 일 분을 더 만나면 그 일 분만큼의 상처만 늘 뿐이다.

우는 애 사탕 내밀어서 달래는 것도 아니고, 정작 문제에는 손도 안 대고 있으면서 "힘들다고 놓지는 말자."라거나 "어떻게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어.", "오빠도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할 거고…."따위의 말만 하고 있는 J양 남자친구의 멘트를 보며 내가 다 화가 난다. 그 말들을 진통제 삼아 참으며 질질 끌려가지 말고, 오래 전에 사망선고 내려진 이 관계는 그만 내려놓길 바란다.  


2. 번번이 실패하는 소개팅, 그의 문제는?


우리 집 근처엔 미용실이 두 개 있는데, A는 비싸도 손님들이 예약을 하고 갈 만큼 장사가 잘 되는 반면 B는 A의 반 가격 이벤트를 해도 손님이 별로 없다. B에는 헤어스타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50세 이상의 아주머니들이 주로 가신다. B에 대한 불평은 동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득한데, 그 불평들을 종합해보면 아래와 같다.

- 누가 가든 똑같은 스타일의 머리만 한다.
- 두상, 얼굴과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생각도 하지 않는다.
- 요구를 하면 딱 요구한 부분만 그대로 잘라 놓는다.
   때문에 요구하지 않은 부분은 그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



나 역시 두 곳을 다 가봤고, 사람들의 불평이 무슨 말인지를 알 수 있었다. B에 가서 앉으면 뭐라고 주문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머리카락을 잘라준다. 자르면서 "길이 적당해요? 더 짧게요?"하는 질문만 할 뿐이다. 난 어차피 짧은 머리라 큰 불만은 없었지만, 그곳에서 자른 사람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가지게 된다. 길이의 차이만 있을 뿐 스타일은 비슷비슷하다. 

반면 A에 가면 "앞에 가르마가 있으니 앞은 더 짧게 하는 편이 낫겠네요.", "뒤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걸 기준으로 섹션을 나누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옆머리는 너무 짧으면 커트주기가 빨라지니까, 적당히 자르고 손질하시는 게 어떨까요?"하는 질문을 한다. 그러고는 머리를 손질해 당장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가도 될 정도로 만들어 놓는다. 다음 날 똑같이 해보려고 집에서 만져 봐도 그렇게 안 된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여하튼 '가장 잘 어울릴만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아, A는 머리를 감겨주는 반면 B는 셀프라는 점도 차이가 있다. 15,000원과 8,000원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A실에서 머리를 감겨줄 때에는 이대로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계속 머리만 감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하다. B에서 혼자 머리를 감을 땐 팔뚝을 타고 샴푸가 흐르지 않게 주의하느라 세면대에 거의 머리를 쳐박은 모양으로 감기 바쁘다.

별 상관도 없는 것 같은 미용실 얘기를 이렇게 한 건, K씨의 이성을 대하는 태도가 B미용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K씨는 그녀가 원할만한 것이 아닌 여자들이 원할만한 것을 하려하고, 그녀와의 만남에 집중하는 태도 대신 오로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태도만 보인다.

소개팅녀를 전철역까지 바래다주고 작별인사까지 했는데, 내려가 보니 그녀가 아직 열차에 올라타고 있지 않아 (K씨가)숨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보고 난 놀랐다. K씨는 그 상황을, 마치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로비에서 면접관을 다시 마주친 것 마냥 이야기 했다. 일상 따로 소개팅 따로인 것이다. 소개팅녀가 K씨의 숨는 모습을 봤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난 그녀가 그 모습을 봤다면 K씨와의 거리감을 확인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와 약속을 잡고 만나는 부분도 난 사실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K씨는 여자가 좋아할만한 맛집을 알아 본 후 그녀에게 언제 몇 시까지 어디로 오라고 통보를 한다. 그녀가 자신이 길치라서 잘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지도 한 장 카톡으로 보내줄 뿐이다. 내가 그 상황에 있었으면 그녀에게 '종각역 3번 출구'로 오라고 해서 만나 같이 갔을 것 같은데, K씨는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늦어도 괜찮으니- 잘 찾아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스테이크 먹고, 칵테일 마시고, 그녀가 무슨 액세서리를 했는지 관찰하고, 만약 잘 되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식당'이라는 의미부여를 하기 위해 식당 사진을 찍어두고…. 그런 걸 아무리 열심히 해도 거리감이 느껴지면 다 소용없는 일 아닌가. 상대에 대한 애정 없이 베푸는 호의는 접대처럼 보일 뿐이다. 준비한 이야기를 다 쏟아내고 나면 어색하고 서먹하게 변하는 남자. 언젠가 내가 만난 적 있는 레크레이션 강사 같다. 그 강사는 두 시간 여를 쉬지 않고 이야기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강사에게 반해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식당에 갔는데, 거기서 그는 못 올 자리라도 와 있는 사람인 것 마냥 불편한 얼굴로 폰만 들여다보다가 얼른 밥을 먹고는 가 버렸다.

K씨가 자신의 문제를 '준비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난 '상대에게 진심으로 집중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만나서 가기로 했던 카페가 휴무라고 해서 마음이 돌아설 여자는 없다. 계획이 틀어진 까닭에 여자에게 무신경해진 채 '다른 카페' 찾는 것에만 몰두하는 남자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돌아설 여자는 있어도 말이다. 앞으로는 소개팅을 하더라도 상대를 모시려 하지 말고, 친구라 생각하며 그냥 어울려 보길 권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혹 K씨가

"그럼 앞으로는 집까지 데려다 주라는 건가요?
만날 때엔 식당으로 오라고 하지 말고, 역 앞에서 만나라는 거고요?"



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라는 걸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싶다.


3. 한 달 사귄 남자친구.


한 달 이라고는 하지만 2주간은 사정으로 인해 톡만 주고받았고, 나머지 2주에서도 세 번을 만났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를 판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가 짧다.

그가 자신에게 열광할 여자를 찾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Y양은 그에 대해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남자입니다."라고 말했지만, 나쁘게 보자면 그건 자아도취에 빠진 남자로도 볼 수 있다. 연애 이후 줄곧 그가 '다른 이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을 봐도 그렇고, 과제에 대해 조언해 주는 부분에서도 그는 Y양에 대한 배려 없이 잘난 척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급격히 변한 세 번째 만남 이전에 Y양이 '혼전순결'을 지킬 거라는 걸 밝힌 것 역시 그의 심경변화에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는 빠른 고백을 한 것만큼이나 스킨십에서도 빠른 진행을 원했는데, 해달라는 뽀뽀를 Y양이 안 해주자 그는 이전 남자친구와의 스킨십 진도를 확인하기도 했다. Y양이 좋아서 연애를 시작한 게 아니라, 연애를 하려고 하는 중에 마침 Y양이 있었던 것 같아 보이는 부분이다.

햄만 볶기에도 바쁜 연애 극초반에, 시무룩한 얼굴로 나와서는 "이런 날에는 네가 재미있는 얘기를 좀 해 봐."라고 말한 부분 역시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사귄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저렇게 급격하게 식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저건, 상대가 감동하는 걸 보고 싶어 '고백을 위한 고백'을 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이다. '네가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고백까지 할 줄 아는 멋진 남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고백했을 때 말이다.

이 밖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이 많이 있기는 한데, 그걸 하나하나 열거하기 보다는 잘 마무리 된 지금 상황에서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가 이별의 핑계로 댄 것은 '집안 사정'인데, Y양이 이해를 못 하는 것처럼 나 역시 그 핑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백 번 양보해 그가 정말 '내가 지금 연애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카톡 하나 보내서 관계를 끊을 정도라면, 그런 남자는 다시 붙잡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Y양은 "그에게 연애 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는데, 난 미안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만큼 Y양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대답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이 주 만에 "널 이제 감정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신중하지 못하게 고백한 걸 사과하는 남자는, 더 미련 갖지 말고 여기서 놓아주길 바란다.


끝으로 '남친에 대한 불만'을 사연으로 보내주신 S양에게는, 한 번 헤어져 보길 권해주고 싶다. 남자친구보다 S양을 더 사랑해주고, 또 S양에게 더 잘 해주는 남자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면 헤어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S양이 상상하고 있는 '더 사랑해주고 더 잘 해줄 남자'와 현재 남친을 비교하면, 남친은 계속 오징어처럼 보일 뿐이다.

물질로 챙겨주는 건 소용없다?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돈을 써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 저런 걸 계속 강요하며 반성문 받아내지 말고, 남자친구가 마음에 차지 않고 계속 그에게 실망만 하게 된다면 헤어져 보길 바란다. 남자친구가 잘 해주고, 먹고 싶은 거 같이 먹고, 보고 싶다고 하면 와 주고, 바라는 대로 잘 맞춰주긴 하지만 그에게서 '사랑스러워 하는 눈빛이나 행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족을 말하면, 난 해 줄 말이 없다. S양은

"여자가 가장 슬플 때가 내가 사랑 받고 있지 않은 느낌을 가질 때라잖아요."


라고 말했는데, 난 S양이 받는 사랑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옷 사주고 신발 사주고 핫팩까지 챙겨주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대해서는 감사하긴커녕 '그건 성격 상 그런 거'라고 가볍게 여기고 있으면, 미안하지만 답이 없다.



"제가 한눈을 팔았던 것도, 남친에게 사랑받는다는 걸 못 느껴서 입니다." 뭐야 이거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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