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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밀사모]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썸녀 외 2편

by 무한 2014. 1. 27.
[밀사모]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썸녀 외 2편
첫 사연을 보낸 B씨는

"제 소화기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거든요?
근데 왜 소화 장애가 생긴 걸까요?"



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꼭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도 위장병이나 소화 장애가 찾아올 수 있다. 잘 씹지 못해 음식을 큰 덩어리로 삼키는 일이 계속 되니,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마는 것이다.

소화가 용이할 정도로 음식물을 잘 씹지 못 하는 것. 난 이게 B씨가 '썸녀와 멀어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B씨는 센스도 있고, 대인관계 활발하고, 흥미로운 대화를 이끌어 갈 줄도 안다. 이건 소화기관이 튼튼한 것과 같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아주 잠시라도 상대가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이면 분노하는 문제'

이다. 이건 음식물을 차분하게 씹지 못하고, 감질 나는 게 싫다며 그냥 삼켜버리는 것과 같다. 이 문제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썸녀.


B씨가 사연에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빡쳤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 적었는지 아는가? 동호회 모임이 있던 그 하루에만 여섯 번이다. 시간을 돌려 내가 만약 그 날 B씨의 옆으로 갈 수 있다면, 난 B씨에게

"네가 지금 증오와 배신감으로 그녀에게 모른 체 하며 틱틱 거리면,
그 다음 일은 어떻게 될까? 지금 네 태도가 이 관계에 1g이라도 도움이 될까?
넌 뭘 바라는데? 쟤가 모임에 적응을 못하며 너한테만 의지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른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행동-갑자기 집에 가겠다고 하며 나가는 것-을 하면,
쟤가 뛰쳐나와서 널 잡고, 너와 같이 가자고 해야 맞는 거야?
뭐에 그렇게 증오와 배신감을 느끼는 거야?
걔가 너랑만 잘 지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랑도 잘 지내는 거?
지금 너 혼자 아웃사이더 놀이 하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너 아웃사이더 놀이 할 때 걔가 다가와서 들러리 서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화가 나?"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호감을 가진 사람이 나만 바라봐 줬으면 좋겠고, 또 나하고만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감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동호회원들보다도 냉랭한 태도'로 틱틱거리고 거리를 두는 건, 결국 자충수 아닐까? 여기서 보면 B씨는

'개인 카톡 몇 번 주고받은 걸로 연인처럼 대하길 요구하는 남자'

일 뿐이다. B씨는 그녀가 다른 동호회원이 벗어준 외투를 걸치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다른 테이블에서 동호회원들과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녀와 친한 여성 동호회원 A양에게 "쟤가 저러고 있는 거 지금 보이지 않느냐. 내가 쟤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힘들어지면 나는 할 일이 많기에 빨리 포기할 수밖에 없다." 따위의 이상한 소리만 한다.

난 묻고 싶다. 그 모임이 있던 날 그녀를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은 누구인가?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은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그녀 때문에 화가 나 짜증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은 누구인가? 그녀의 행동만 관찰하며 먼저 말 거나 안 거나 보려고 대화를 시도도 하지 않았던 건 누구인가?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다른 여성 동호회원과 팔짱을 끼고 귓속말을 한 건 누구인가? 또 그 다른 여성동호회원을 데려다 준다며 업고 나간 건 누구인가? 전부 B씨다.

"자존심 때문인지 일부러 제가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른 남자랑 장난치고 웃으면서 보면서 더 빡치기도 했고요."



B씨는 이 관계에 대해 그녀가 어장관리를 한 것 같다느니,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모두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느니, 다른 썸남이 생겼을 수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 난 그녀가 그냥 사교성이 뛰어나고 대인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B씨는 그녀의 그 모습을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B씨가 원하는 여자가 되려면, 고립된 생활을 하며 B씨와의 연애만을 바라보고 사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 다른 남자가 외투를 벗어주겠다면 칼 같이 거절하고, B씨가 애정도 테스트를 위해 멀찌감치 자리를 잡으면 쪼르르 다가와 옆에 앉으며, B씨의 말에만 웃고, B씨와만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그런 여자.

B씨는 내게 어필할 방법을 묻고 있는데, 어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최선의 방법으로 어필해봐야, 지금처럼 나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돌변해 원수 대하듯 대하면, 세상의 그 어떤 여자라도 B씨의 옆에는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니 뭘 더 어떻게 할 기술을 찾기 보다는, B씨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상대를 자극하려 하는 지금의 그 모난 모습부터 다듬어가길 권한다. 그냥 가만히만 있었어도 더 친해질 수 있는 자리에서 혼자 애정도 테스트 하며 그녀에게 일부러 더 까칠하게 군 건, B씨 자신이니 말이다.


2. 너무 많이 생각하다 놓친 기회, 다시 한번?


J양이 다시 연락해서 만나는 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J양의 콧대가 너무 높은 까닭에 다시 만난다고 해도 또 J양이 이별통보하며 헤어질 것 같다는 점이다. J양은 긴 연애 짧은 연애 모두 많이 해봤다고 하는데, 난 그 연애들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관계의 기반에 우정이 있는 연애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만약 내 예측이 맞다면, J양은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로 길들여졌을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부모의 오냐오냐가 아이를 버릇없이 만들듯, 구남친들의 봉사와 헌신이 J양의 콧대만 높였을 거라는 거다. 이번 썸에 대한 J양의 평가에서도 J양의 콧대가 높다는 걸 찾아볼 수 있다.

기억하는 말 - 소녀 같고 귀엽다고 한 거.
남자의 호의에 대한 소감 - 나에게 좋은 인상 남기려 한 것 같음.
불만 사항 - 집에 바래다주지 않은 것.

 

J양이 다시 존대를 하며 단 한 방에 인연을 끊어버린 것 역시, J양에겐 '우리'보다 '나'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죄송해요. 저에게 계속 아까운 시간 투자하시면 안 될 것 같아서 문자 남겨요."


만약 저 말이 데면데면하고 어색한 사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둘은 그것도 아니었다. 주말에 뭘 먹으러 갈지에 대해 웃으며 반말로 대화 나누던 사이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집에 바래다주지 않았다는 것이 계기가 되어 '어차피 이 남자는 담배도 피우고, 결혼 한다고 해도 여자에게 져 줄 남자가 아니다.'하는 생각까지 한 뒤, J양은 위의 멘트로 작별을 고했다.

미안하지만, 난 J양이 골드미스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이십대 후반에 접어든 J양은 삼십대의 남자들을 만나게 될 텐데, 삼십대의 남자들은 여자나 연애에 대한 환상을 이십대의 남자들만큼 가지고 있지 않다. 십대에 열정적으로 아이돌 그룹 팬클럽 활동을 하던 여자들이 이십대에 덤덤해지는 것처럼, 이십대에 환상 하나에 이끌려 여자의 팬클럽이 되기도 하던 남자들은 삼십대에 보다 현실적으로 변한다. 이제 받을 줄만 아는 상대를 괘씸하게 생각할 줄도 알고, 가방셔틀이 되길 요구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면 지옥문이 열리게 될 거라는 예상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반짝반짝 하지만 짐이 되는 여자 보다는, 힘이 되는 여자를 찾게 된다. 

무슨 말을 하든 받게 되는 긍정 리액션, 가고 싶은 곳을 상대가 데려가는 데이트, 상대가 태워주는 비행기에 흐뭇해하는 대화…. 그런 건 연애가 아니라 접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저런 접대를 계속 받다 보면 콧대는 점점 높아지고, 나중엔 '이 부분, 저 부분, 그 부분 모든 부분에서 날 만족시킬 남자'를 찾게 된다. J양이 신청서에 '결혼할 만한 남자의 조건'이라고 말한 부분이 딱 그렇다. 스펙에 대한 조건이 아니라 속물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신 그건 정서적으로 언제나 J양이 손에 쥐고 주무를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질적인 부분이든 정서적인 부분이든 '불공정 거래'는 언제든 문제를 낳기 마련이니, 이번 썸남과 다시 만나게 되면 J양 역시 노력하길 권한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하나 생겼다고 해서 상대에게 "아까운 시간 투자하지 마시고…."라고 불합격 통보만 하다간, 합격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오디션이 될 수 있다.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지 말고 썸남과 연애를 하길 바란다.  


3. 헤어진 지 2년, 추억을 걷다가….


저도 얼마 전 옛 메일함을 열어봤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메일은 네이버 메일인데, 과거에는 한메일을 썼습니다. 블로그 백업 데이터를 한메일 주소로 받아야 하는 까닭에 들어갔다가 옛 메일들을 보곤

'내가 이랬었나?'
'이런 말투도 사용한 적이 있었나?'
'이 사람은 누구지? 친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가물치 치어를 구하기 위해 충청도에 있는 양어장 주인 분께 보낸 메일도 있었습니다. 당시엔 정말 가물치 치어를 구하고 싶었기에, 대량으로만 판매한다는 양어장 주인 분과 꽤 긴 흥정의 메일을 주고받기도 했었습니다. 그 메일에선, 가물치를 절실히 원하는 한 꼬꼬마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일산에서 청주까지 내려가겠다고 한 부분도 있더군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메일을 양어장 주인 분이 다시 본다면 어떨까요. 그분에게는 이후 제 행적에 대한 최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에, 어쩌면 "저희가 지금은 소량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실 생각 있으신가요?"하는 메일을 다시 보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이미 가물치를 입양해서 키워 본 경험이 있기에 구입할 생각이 없지만 말입니다.

이게 너무 냉정한 판정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구남친이 과거에 쓴 글들은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K양이 느끼고 계실 그 피가 요동치는 재회의 욕구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그건 옛 연애의 유물을 발견해 낸 거의 모든 솔로부대원들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 사람이 당시엔 날 이렇게 사랑해 주었었구나. 난 왜 몰랐을까….'
'내가 불안해 하지만 않았어도 우린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을 텐데….'
'맞다. 얘가 15만원 빌려갔었지. 그거 받아야겠다. 돈 궁한데 잘 됐네.(응?)'



그리고 이건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K양이 "지금 마음으로 구남친에게 다시 연락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으시기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K양은 이미 한 해 전에 구남친에게 연락을 했고, 서로 안부를 묻다가 재회의 뜻을 내비치자 '침묵'이라는 대답을 들으셨으니 말입니다. 때문에 이건 이미 겉봉투의 투명한 부분으로 불합격 통지서인 거 확인하신 후에, 저에게 "봉투를 뜯어서 확인해 보려고요. 이거 합격일 가능성이 있을까요?"라고 물으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전 "아니요."라고 답하겠습니다. 우선, K양 스스로도 말씀하셨듯 이 재회의 욕구는 '일시적인 감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군다나 K양이 이 발굴작업을 시작한 것이 '현재 일과 연애 둘 다 원하는 대로 잘 안 되기 때문에'라는 것도 제 부정적인 대답의 이유가 됩니다. K양이

"구남친은 이제 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 것 같은데…."


라고 말한 부분에서 저도 가슴이 살짝 뭉클하긴 합니다만, 냉수마찰 하고 사연을 다시 읽어보면 K양도 이별 이후 다른 사람과 몇 번의 연애를 했습니다. 긴 연애가 아니었기에 카운팅을 안 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어쨌든 K양 역시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구남친에게 다시 연락을 하는 건, K양의 삶이 마음 편히 드라마를 챙겨 볼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하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연락하는 건,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 찾아오자 가장 익숙했던 곳에 기대려는 모습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재회는 두 분이 오래 전에도 한 번 해본 적 있지 않으십니까? 그 결과는 좋지 않았고 말입니다. 이십대의 거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그 사람, 그 사랑이 가장 익숙하고 편하긴 하겠지만, 언제까지 되돌아가 기대기만 할 순 없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긴 사연을 주셨지만, 매뉴얼로 다루기 어려운 분들에 대한 통합답변을 드릴까 한다. 어느 남자를 친구에게 소개시켜줬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사연이 있었다. 이런 사연의 경우 내가 대놓고 "두 사람의 안부를 묻는 척 하면서 ** *****. * * **** ***** 마련하고, 만나서는 * ** ** * *** ** ** **** *** 하세요."라고 말해 줄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연도 마찬가지다.)

'나이 때문에 소극적이 되어 어쩔 수 없었다'는 H씨의 사연 역시 매뉴얼로는 다루기가 어렵다. "일단 난 너에게 호감은 있다.", "넌 나에게 할 말 없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하자. 잘 지내라. 건강하고."라며 혼자 관계의 인질극 하다 상대의 한숨만 이끌어 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놓고 내게 '가능성'을 묻는 게, 부질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뭘 먹으면 고백을 "일단 난 너에게 호감은 있다. 하지만 네가 아니면(내게 호감 없으면) 말고."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꽃 한 송이 없는 고백이라니. 핀란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휘바휘바~.

내일과 모레만 좀 더 힘을 내고 나면 빨간 목요일, 그리고 그 만나기 힘들다는 '설금(설날인 금요일)'이 찾아온다. 힘든 월요일이지만, 다가오는 휴일을 생각하며 가뿐하게 넘겨보자.



▲ 여덟 살 윤후도 "아 맞다. 여자니까 부끄러움을 많이 탈 수 있겠다."하면서 넘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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