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 걸지 않으면 연락 없는 남자 외 1편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먼저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거 어제 제가 공쥬님(여자친구)과 대화를 나눴던 부분이기도 한데, 최근 알게 된 지인 중 먼저 말 걸어 놓고 카톡 마무리 답장을 보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와의 대화를 잠깐 옮기자면,
상대 - 별사진 촬영용으로 D300s 중고가 나을까요, 아니면 D5300 새거가 나을까요?
나 - 카메라는 최신형이 깡패라고 배웠습니다.
D300s가 엑스피드1, D5300이 엑스피드4 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윈도우 ME와 윈도우7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별사진이 주력이시라면, 저는 둘 중 D5300으로 가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 뒤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는 저런 대화가 이루어진 후 "아, 네."라든가 "그렇군요."등의 짧은 대답이 오기 마련인데, 아무 답도 오지 않습니다. 저나 공쥬님의 상식에서 보자면 질문을 하고 답을 들은 뒤 리액션을 하지 않는 건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 저 지인은 단톡방에서도 누군가 뭘 공지해도 대답을 잘 하지 않습니다. 지인 자체로 보면 예의 없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딱 저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속으로만 '네, 잘 알겠습니다.'하고 끝내는 게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연을 받으며 이런 사례를 꽤 많이 접합니다. 전에 한 번 논란이 된 '카톡 즉답 문제'만 하더라도, 저는 지금 제가 상대에게 말을 걸었으면, 상대의 답을 듣고 대화를 마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쪽에서 출근 잘 했냐고 물어봤으면, 상대의 답을 듣고 이쪽에서 다시 리액션을 한 후 대화를 마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논란이 되었을 땐,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바로 카톡 창을 닫아 버리는 게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은, 출근을 잘 했냐고 묻고 바로 대화창을 나온 뒤, 업무를 다 마치고 퇴근할 때쯤 상대의 답을 확인하고 다시 톡을 보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행동하시는 것에 대해 가타부타 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제 입장에선 말 걸고 대화창에서 나가버린 뒤 한참 후에 다시 말을 거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도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마음에도 없는 질문'이나 '무슨 답을 듣든 상관없는 질문'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1. 먼저 말 걸지 않으면 연락 없는 남자.
솔로부대 간부급 대원분들께는 참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자신도 연애를 하고 싶어 하고, 또 사람들에게 "네가 왜 연애를 못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듣지만 연애를 못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서두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어느 한 부분에서 상식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라고 할까요. 제 지인 P양만 하더라도, 그녀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은 많지만 결국 그녀가 그 남자들을 다 떠나보내고 맙니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전 그녀에게
"네가 하고 싶은 말 많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것도 알겠어.
그런데 넌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쥔 채 놓지 않는 사람 같아.
상대가 자기도 한 곡 부르려고 예약을 하면, 넌 우선예약을 해버리지.
너랑 상대가 나눈 카톡대화를 봐봐.
상대의 질문에 넌 대충 성의 없이 답하고,
상대의 말 끊은 뒤 네 얘기를 하기도 하잖아.
상대가 너에게 말을 거는 건, 널 인터뷰 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는 대화를 하려고 말을 건 건데, 넌 혼자 네 얘기만 늘어놓고 있어."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녀가 두 번이나 제 말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화를 하다가 뭐가 갑자기 생각났다며 제 말을 끊고 갑자기 딴 소리를 하는 게,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건 그녀가 이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생각되니 말입니다. 저는 '대충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게 문제'라고 그녀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아, 근데 얘가 자기 친구들이랑 같이 보자고 한 적 있는데 그건 왜 그런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해버리면, '얜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녀의 썸남들은 구애하는 입장이니 그녀가 그렇게 유턴을 해도 잠자코 따라갔겠지만, 저는 썸남이 아닌 까닭에 "나 너랑 대화하고 있는 거 맞지?"라는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그제야 그녀도 "미안. 내가 주의력 결핍인가봐."하는 이야기를 한 후 다시 대화에 집중했고 말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한 건, 사연을 주신 L양과 L양의 썸남 모두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L양의 경우, 매뉴얼에서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자체 종결형 대화'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사와 할말, 그리고 맺음말 까지 한 번에 해버리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마무리 잘 하시고, 퇴근 잘 하세요."
L양의 거의 모든 멘트가 위와 같은 식입니다. 저라면 우선 물음표까지만 말을 하고, 그 다음에 상대가 대답을 하면 거기에 대한 대화를 좀 하다가 마무리 지을 것 같은데, L양은
"A네요. B하세요. 저는 C합니다."
라고 모두 말해버리는 까닭에 상대로 하여금 마찬가지의 '자체 종결형 대답'을 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저 말을 들은 상대는 "네, 감사합니다. C잘 하세요."라는 것 말고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L양의 썸남입니다. 그런데 L양에게
"퇴근 잘 하셨나요? 저는 오늘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요. L양도 즐꿈하세요."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L양도 제게 잘 자라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제가 "퇴근 잘 하셨나요?"까지만 보낸다면, 그 후 우리는 몇 마디의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친구들이 "여자가 먼저 선톡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접을 생각만 하지 마시고, 상대를 대화의 판으로 불러들일 수 있도록 '꼬리'를 좀 남기는 대화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이어지는 거지, 지금처럼 혼자 인사 다 하고 문까지 닫아 버리면 둘 사이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L양의 썸남은, 일이 최우선순위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선자 역시 그가 일 때문에 바빠 연락을 잘 못 할 때가 많다고 했는데, 그는 직업 때문에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회식이나 아는 사람 결혼식에 가는 게 생활의 유일한 일탈인 사람 같다고 할까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제 주변에도 이런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입사한 이후 극장에 가 본 적이 없고, 일에 지장이 있을까봐 대부분의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지인입니다. 이 지인이 외모도 준수하고, 또 인내심을 가지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을 잘하는 까닭에 소개팅에 나가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다시 일에 함몰된 생활을 하는 까닭에 애프터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그냥 연락만 해도 되는 걸, 자신이 업무로 바빠 만나자는 말을 못하는 상황에서 연락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저 가만히 있다가, '연휴 등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제야 연락을 하곤 합니다. 다가오는 연휴도 있고 하니, L양 역시 연휴 지날 때까지 그를 경험해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선톡 하지 말라는 친구들의 조언은 듣지 마시고, 연휴 끝날 때 까지는 반가운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걸어 보시길 권합니다.(그가 먼저 연락만 안 할 뿐이지, 만날 약속을 잡거나 만나서 대화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기에 저는 이렇게 파악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 남자친구보다 남과 더 친한 듯한 여자친구.
여자친구 입장에서 김형은 당연한 사람입니다. 당연히 날 데리러 와야 하고, 당연히 날 기다려야 하며, 당연히 언제든 내가 맞다고 해주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관계는, 김형 여자친구의 공주병과 김형의 노예병이 만들어낸 합작품 입니다.
이대로라면 김형 커플은 올해 안에 헤어집니다. 제 외환은행 통장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이미 헤어졌어도 이상할 것 없는 사이입니다. 이 연애가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동력은 '김형의 노력'이니 말입니다. 김형은 이미 그녀에게 따분한 존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저는 이 관계를 여기까지 유지해 온 김형의 노력이 존경스럽습니다. 이 정도까지 버텼으면 속이 말이 아닐 정도로 타버렸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김형의 부탁에 저는 경건해지기까지 합니다. 이미 초인적인 인내로 버티고 계신데 더 노력하시겠다니요.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여자친구가 성의 없이 대답을 하고, 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느낌이 들어 김형이 비명처럼 "사랑해♡"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김형의 여자친구는 그것에 대한 답도 하지 않습니다.
김형 - 그러지 말고 어딘지 말해줘. 그래야 이따 내가 여보 데리러 가징. ㅠ.ㅠ
여친 - 나도 여기 어딘지 몰랑~
김형 - 넵킨 통에 쓰여 있거나 메뉴판에 이름 써있을 거 아냐. ㅠ.ㅠ
여친 - 안 써있는 것 같은데 나도 멀라~ 여기 어디지?
김형 - 약속했잖아 술 마실 때 말해주기로 ㅠ.ㅠ 한 번 물어봐봐. 이름 뭐냐고.
여친 - 노노
김형 - 진짜 부탁할게 ㅠ.ㅠ 귀찮아하지 말고 말해줘. 그래야 델러 가지 ㅠ.ㅠ
여친 - 어딜까?
김형 - 여보 진짜 부탁할게. 내가 괜히 이러는 거 아니잖아. ㅠ.ㅠ
여친 - 빠이ㅎㅎ
김형 - 자기 사회생활에 내가 방해 안 하기로 약속했고,
김형 - 대신 자기는 어딘지 말해주기로 했잖아. 진짜 제발.
여친 - 나도몰라진짜ㅠ
김형 - 진짜 나 생각해서 가게이름 좀 알려주세요~ 정말 여보야.
여친 - 나중에 연락~
김형 - 여보
김형 - 여보야
김형 - 여보야 괜찮은 거야?
김형은 저러다가도 어떻게든 연락해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고, 새벽에 귀가하고, 다음 날 여자친구의 해장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고생 많았어요 어제 ㅠ.ㅠ. 많이 힘들징?"
"먹기 싫어도 물 많이 마시고, 화장실 가서 알콜성분 좀 내보내용."
"비타민 음료도 마실 수 있으면 꼭 마시공."
"여보 속은 어때용? 계속 힘들어용?"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귀여운 해프닝이 아닙니다. 이게 김형 커플 연애의 현실입니다. 그녀가, 집까지 데려다 준 김형이 보낸 카톡에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과 연락한 적도 있고 말입니다.
"제 기준에서 여자친구의 단점이라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사람은 안 변한다고 생각하기에,
제가 이걸 포용할 수 있냐 없냐를 기준으로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점점 쌓이다보니 제가 너무 힘들어지고
이렇게 사연까지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전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들은 다 손 붙잡고 같이 걸어가는데, 김형은 여자친구를 업고 가면서 '안 힘들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안 힘들 방법이고 뭐고 일단 내려 놔야 정상적인 관계가 되는데, 김형은 업고 가야만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에게선 김형을 향한 긴장이나 존중, 배려, 이해, 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김형은 그냥 만만하고 쉬운 대상입니다. 김형 입장에선 그게 '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김형 말고는 저를 포함한 모두가 그게 '국가대표 호구 짓'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전 지금 김형의 여자친구가 "남자를 세 명 더 만나보고 오빠와 결혼할지 결정하겠다."라고 말하면, 김형이 "응. 알았어. 하지만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널 기다릴 거야."라고 말할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것입니까? 김형이 "그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가도, 그녀가 "그럼 헤어져."라고 말하면 "알았어. 기다릴게."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늘 얘기하지만 최소한의 긴장은 존재해야 하는 겁니다. 이 관계를 위해 그녀가 노력하지 않으면 김형을 잃을 수도 있다는 긴장이 있어야, 그녀도 김형을 존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붙잡고 있는 그녀의 바짓가랑이부터 놓으시길 권합니다.
"여자친구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제 불만을 거의 빠짐없이 얘기했습니다.
여자친구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얘기하셨습니까? "여보야~ ㅠ.ㅠ 그러지 망 ㅠ.ㅠ"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김형, 정신차립시다. 그녀가 김형의 말을 존중하지 않으면 정말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콧소리 내가며 징징거릴 게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김형은 여자친구가 술 취했을 때 욕하고 침을 뱉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 그러지 않지만, 저와 단 둘이 있을 때는 그럽니다.
전 그게 저만을 편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해 뿌듯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저도 좀 그래도 되겠습니까? 김형하고 날 잡아 술 마신 뒤 저 역시 김형에게 욕하고 침 좀 뱉어드리겠습니다. 그건 제가 편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니 김형은 뿌듯하고 기분 좋으실 것 아닙니까. 우리, 지구에 살고 있으면 제발 지구인답게 생각합시다. 김형이 말하는 포용의 끝에는 이별이 있을 뿐입니다. 이건 김형의 관심과 애정이 넘쳐서 벌어지는 일이니, 무한정 관심과 애정을 쏟아내고 있는 그 수도꼭지를 먼저 잠그시길 권합니다. 그게 지속되는 한, 김형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녀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가 난리를 친 다음 날, 김형에게 "오빠, 미안해. 어제 나 때문에 화났지?"라고 말해야 정상입니다. 그 말이 나오기 전까진 그녀에게 계속 상호를 묻는 일, 데리러 가는 일, 집에 들어갔냐고 확인하는 일, 속 괜찮냐고 묻는 일 등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김형의 그런 호의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그녀도 체감해야 합니다. 혹시 그랬다가 그녀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사람과 밤을 보내면 어쩌냐고요? 지금 쉽게 그럴 사람이라면, 나중에라도 그럴 것입니다. 지금 확인하면 눈물로 끝나겠지만, 나중엔 피눈물을 흘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그 정도의 신뢰도 없는 관계라면, 자꾸 가리고 덮어 얼렁뚱땅 넘기지 말고 팔을 잘라내는 아픔이 있어도 지금 헤어지시길 권합니다. 믿음도, 존중도, 긴장도 없는 관계를 김형 혼자 "뿌듯하고 기뻤습니다."라고 합리화 해가며 유지하지 마시고 말입니다.
끝으로 '제멋대로인 구여친'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J군에게 짧은 이야기를 남기며 글을 마칠까 한다. 노멀로그에 나와 있는 데이트 요청 방법을 써도 씨알도 안 먹혔다고 하는데, 노멀로그에 있는 방법은 이쪽을 유기해 놓고 마음 내킬 때 찾아와 "나 밥 사줘."라고 말하는 여자에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그건 또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상대에게 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팜므 파탈의 판타지를 가지고 이성을 만나는 여자에겐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J군이 내 동생이라면, 난 그 만남이 'J군이 아니라 누구였어도 시작될 수 있는 만남'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길 권해줄 것 같다. J군에게 무엇보다 소중할 수 있는 첫 연애를 내가 너무 쉽게 이야기 한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감정을 배제한 채 교통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조사원의 심정으로 이 관계를 보자면 그렇다. 그녀는 외로워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고, 그 자리에 J군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J군은 자신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속도로 진행되는 이 연애에 끌려갔던 것이고 말이다.
J군과 헤어진 이후에 시작된 그녀의 다음 연애도 그렇다. 그 대상은 그녀가 절대 사귈 일 없다는 그녀의 동료였는데, 그녀는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이걸 J군은 그 동료가 J군과 다른 유머러스한 모습이라든지 어른스러움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해석하던데, 난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외롭고 심심할 때 그 동료가 들이댔던 것이다. 그냥 그게 전부다. 따지고 보면 그녀는 J군과도 '이뤄질 수 있는 이유'가 있었지만 연애를 했다. 그녀가 얼마 전 연락해서 J군에게 했던 말을 보자.
"그냥 오늘 울적해서 누구 밥 먹을 사람 없나 해서 물어봤어."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이 거의 일렬로 놓일 때 탐사선을 발사해 그 행성들의 인력을 사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법이 '스윙 바이'방법이다. 그 인력을 사용하지 않고 지구에서 바로 쏘아 보내면, 탐사선 자체 추진력의 한계가 있어 멀리까지 가기가 힘들다. 난 그녀가 '울적해서'라고 말하는 저 순간이, 바로 스윙 바이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J군에겐 미안하지만, 저 찬스가 온다면 그녀에게 당장 위로와 기쁨이 되어줄 수 있는 남자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녀가 스윙 바이 가능한 감성적 시기를 지나 이성적 시기에 접어들면 '도루묵'시즌이 시작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저 그녀와 재회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그녀가 울적해지는 저 시기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잡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물론 그 방법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내가 J군에게 권하고 싶은 건 '사람 자체를 만나기 싫다며 연락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자기가 외로워지면 만나자고 연락하는 여자'에게 '책임'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다. 그녀가 아무렇게나 던져두어서 망가져버린 관계, 그 관계가 작동하지 않는 건 그녀의 책임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잊을만 할 때쯤 불쑥 찾아왔다가, 더 필요하지 않을 땐 인사도 하지 않고 가 버리는 태도.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그렇게 대하면, 결국 주변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게 그녀에게도, 또 J군에게도 도움이 되는 해결책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 예보 상으로는 오늘 밤 달도 없고 하늘도 맑고 별 보기 딱 좋은 것 같습니다. 별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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