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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절친에게 고백할 준비 중인 골드미스 외 1편

by 무한 2014. 7. 9.

절친에게 고백할 준비 중인 골드미스 외 1편

솔로부대 장성급 간부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장성급 간부님이라고 하셔도 사연을 보내주셔야지, 사주를 적어 보내주시면 곤란합니다. 상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주 내 얘기 완전 잘 맞으니까, 쟤 얘기도 맞을 거야.'

 

하면서, 상대의 사주를 본 후 상대를 완전히 파악한 것처럼 말씀하시면 저는 참 난감합니다. 그리고 구석기시대 유물 발굴하듯

 

"이십대 초반에 걔가 나 좋아한 적 있어요. 17년 전에."

 

라는 말씀을 하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그게 에쵸티나 젝키가 데뷔도 하기 전의 일이지 않습니까? 강산도 내년이면 두 번 바뀌는데, 간부님을 향한 상대 마음의 유효기간만 여전히 남아있다고 편하게 생각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그럼 마음이 없는 거라면, 왜 여전히 저와 연락하고 저한테 잘 해주죠?"

 

그건 아래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절친에게 고백할 준비 중인 골드미스.

 

친구라서 그렇습니다. 대학교 마치자마자 외국으로 나가 지금까지 살고 있는 간부님은, 상대에게 '외국사는 친구'입니다. 간부님이 한국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일 년에 한 번 이니, 상대 입장에선 간부님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한 번 볼 수 있는 겁니다. 또 그간 간부님께서 상대에게 징징거린 것으로 인해 상대는 간부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자신이 환영해 주지 않으면 한국에 간부님을 환영해 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알고 있을 수 있고 말입니다.

 

"지금 그 말은, 그가 저에게 그러는 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동정심에 한 행동이란 건가요?"

 

동정심이라기보다는 보호본능 36%, 우정 33%, 책임감 31%정도의 감정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건 제가 낚시를 잘 못 하는 친구와 갔을 때 낚싯대 세팅을 해 주거나, 미끼를 끼워주는 일이랑 비슷한 겁니다. 그리고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걸 알고 있을 때 밥을 제가 한 번 더 사거나, 친구가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제가 손에 넣게 되었을 때 친구에게 주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가 안 된다며 발만 구르고 있는 친구의 컴퓨터를 고쳐주는 것과도 비슷하고 말입니다.

 

자세한 대화를 옮기지 말라는 부탁을 하셔서 그대로 옮길 순 없습니다만, 대략 상대가 간부님께 한 멘트를 종합해 보면,

 

"나랑 놀려고만 하지 말고, 얼른 시집가라."

 

라는 의미가 일관되게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큰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부님께선 그가 흘린 100마디의 말 중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증거'라고 생각되는 한 마디에 심증을 가지고 계신 거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심증이 담긴 상대의 대답 역시, 저는 간부님께서 살짝 '답정너'의 형태로 상대를 몰아가 그 답을 얻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넌 나랑 왜 놀아주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여하튼 전 이번 고백이 성공할 확률보다, 대한민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 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미 16강 탈락했잖아요?"

 

그래서 하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확률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전 간부님께서

 

"얘에 대해선, 다정다감하고 알콩달콩한 맛은 없지만

동지애로 살기엔 결혼 상대자로 무난하겠다는 느낌이 들고…."

 

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누가 더 신세를 많이 졌는가, 누가 누구에게 의지했는가, 누가 누구에게 호의를 베풀었는가, 라는 부분들을 다 따져보면 상대는 간부님께 '은인'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부님께서 "이 정도면 많이 준 거지."라는 뉘앙스로 그에게 별점 네 개를 주고 있는 게 저는 좀 놀랍습니다. 이 얘기까지 하려면 너무 길어지니 접어두고, 한 가지 질문을 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그럼 그에게 간부님은 별점 몇 개의 여자이고, 친구이며, 사람일 것 같으십니까?

 

'골드미스'에 대한 부분도 길게 적지 않겠습니다. 이건 길게 적으면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오는 까닭에 제가 피곤해집니다. 그러니 짧게, "본인이 잘난 걸 안다면, 상대 잘난 것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는 얘기만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좀 다르게 말하자면, "전문직이든 고학벌이든 고소득이든 뭐든, 본인에 대해선 장점만 보고 상대에 대해선 단점만 보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으로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간부님께 권해드리고 싶은 건, 상대를 좀 더 알아가는 겁니다. 현재까지는 간부님이 상대에게 외로울 때 카톡하고, 자랑하고 싶을 때 카톡하고, 부탁하고 싶을 때 카톡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상대가 시험범위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가져보는 겁니다. 관심이 있으면 자연히 부모님 안부도 묻게 되고, 상대의 생활에 대해서도 묻게 되며, "나 여기로 놀러왔어."라며 사진 몇 장 보내는 것 대신 "넌 휴가 어디로 가?"라는 질문도 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고백에 앞서 이게 돼야 합니다. 현재 둘의 관계는 간부님이 "나 이렇게 맛있는 거 먹는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가 "응. 많이 먹어."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사라졌다가 다음번에 "나 오늘 속상해. 내 얘기 좀 들어줘."라며 계속 신세만 지지 마시고, "and you?"까지 대화에 포함시키길 권합니다. 간부님께서는 늘 관심을 받는 입장이시니 누가 밥 먹었냐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는 게 이상할 것 없었을 수 있지만, 반대로 간부님께서 누군가에게 밥 먹었냐고 물었는데 먹었다는 대답만 돌아오면 정이 안 느껴지지 않습니까? "응. 먹었어. 너는?"이라고 물어야 정도 있고, 또 대화도 길어지는 법이고 말입니다.

 

늘 상대에게 신세를 지거나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벗어나, 오늘부터는 '주는 것'에도 신경을 써 보시길 바랍니다. 외국 백화점 사진과 함께 "나 쇼핑하러 왔어."라는 톡을 보내기보다, 네 생각나서 샀다며 넥타이라도 하나 사서 보내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오늘 엄청 특별한 초콜릿 먹었다고 자랑하기 보다는, 너도 한 번 먹어보라며 보내는 게 나을 거고 말입니다. 제 지인 중에도 외국만 나가면 갑자기 연락해선 사진 보내는 지인이 하나 있는데, 그에게 사진 받을 때마다 전 솔직히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같이 가잔 말도 없이 그저 자기 즐거움을 위해 나가 놀다가, 그 흔한 열쇠고리 기념품 하나 사오지 않는 지인이기에 이젠 장단을 맞춰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오늘부터는 '너'의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 보시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돌보시길 바랍니다.

 

 

2. 사귀기로 했는데 연락두절.

 

이건 너무 후다닥 진행 되다가 갑자기 끊긴 사연이라, 나도 그녀가 갑자기 잠수를 탄 이유가 궁금하다. 내가 보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둘 중 나중에 말할 이유에 더 마음이 쓰이긴 한다. 하지만 고백을 받아들이기 이전 그녀가 보인 행동을 종합해 보면, 첫 번째 이유도 아예 접어둘 순 없을 것 같다. 가능성이 낮은 첫 번째 이유부터 살펴보자.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녀에게 K군 이외의 썸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K군과 카톡을 하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이유를 난 '전화통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몇 번 '친구와 통화했다'고 말한 적도 있긴 한데, 그 친구 중 이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게 도착하는 사연들에도 종종 등장하는 일인데, 미지근한 사이로 지내다가 상대에게 연인이 생길 것 같으면 갑자기 뜨거워지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사귀기로 한 직후 그녀의 늦은 답장과 '친구와의 전화 통화'가 모두 설명된다.

 

하지만 난 두 번째로 말할 이 이유에 더 끌린다. 두 번째 이유는, 'K군이 부담스러운 남자라는 것, 그리고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라는 것이다. 둘을 나눠서 살펴보자.

 

ⓐ부담스러운 남자라는 것.

 

만약 내가 K군과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인데, K군에게

 

"그래요? 전람회 CD집에 있어요? 나 좀 빌려줘요."

"그 미드 재미있어요? 메일로 저도 좀 보내줘요."

"그 식당 괜찮아요? 메뉴판이랑 음식 나온 것 좀 찍어서 보내줘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K군은 자신이 남의 저런 부탁을 받았을 때 아무렇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 남에게 부탁을 받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람에 따라 자기 것을 빌려주는 걸 싫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말이다. 카톡대화를 보면 상대는 K군의 요청을 거의 대부분 거절했는데, K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뭔가를 요구하거나 부탁했다. 그걸 빌미로 나중에 신세를 갚겠다며 다시 자리를 마련하거나 그걸 소재로 대화를 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그건 상대를 봐가며 사용해야 하는 작전이다. 만약 상대가 작가 사인본을 가보처럼 생각하며 보관 중이었는데, 그 책을 좋아한다는 얘기에 "그럼 저도 빌려줘요. 읽어 보게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는 난감할 것 아닌가.

 

사실 난 K군이 작성한 사연 신청서, 특히 '매뉴얼로 소개 시 각색을 바라는 부분'에 적은 글을 읽으면서 이 사연을 다룰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K군의 말투가 명령조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아저씨, 거기 말고 이쪽에 놓으세요.

상자에 있는 것부터 풀어서 서랍에 넣으시고요.

아니, 그건 그냥 대충 놓고 저거 하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투처럼, K군의 말투는 듣기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연을 다루기로 한 건, K군이 이게 문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투가 부탁 아니면 요구, 기분 나쁘게 들으면 명령조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살펴보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에게 지금 연락하기 곤란하면 이따가 통화하자는 말 역시

 

ⓐ"그럼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할게요."

ⓑ"그럼 통화할 수 있을 때 톡 줘요."

 

저 둘 중 ⓐ를 택해서 하자. '내가 이렇게 하겠다'는 걸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 '이따가 이렇게 해라'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낫다. 평소의 대화에서라면 저 둘 중 아무거나 써도 문제가 없지만, K군의 경우는 계속 상대에게 뭐 해라, 뭐 달라 하는 식의 화법을 사용하기에 문제가 된다.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려는 모습.

 

이건 내가 매뉴얼을 통해 지겹게 이야기 한 부분이다. 사람이 아프면 어디가 아프냐, 약은 있냐, 밥은 먹었냐 등을 물어보고 아픈 상대를 좀 걱정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K군은 아프다는 상대에게 형식적으로 푹 쉬라고 말하곤,

 

"계속 못 봐서 속상해요. ㅠㅠ"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상대가 답이 없으면 당연히 바빠서 확인을 못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K군은 계속해서

 

"바빠요?"

"오늘도 바쁜가 봐요?"

"오늘도 많이 바쁜가 봐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 바쁘다고 하면 그저 "쉬엄쉬엄 해요."라는 똑같은 이야기를 할 거면서 말이다. 시간되면 안부 물어주는 어플도 아닌데 늘 같은 이야기를 하진 말자. 회사에서 누구랑 친한지, 직장 분위기는 어떤지, 직원들끼리 자주 뭉치는지, 그 직장에선 얼마나 일한 건지, 오늘은 사고뭉치인 직원이 또 사고는 안 쳤는지 등을 물어도 되는 것 아닌가. 듣는 상대에게 '안부는 그냥 형식적으로 묻는 거고 어차피 목적은 오늘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 거였다.'는 느낌이 드는 질문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난 내 친구가 속이 아프다고 하면 "우리 집에 한약재로 만든 환 같은 거 있는데 줄까? 난 그거 먹으면 속 바로 편해지던데."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공쥬님(여자친구)이 아프다고 하면 내가 진료는 못 해도 일단 만나서 엄지와 검지 사이라도 주물러 줘야 안심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K군은 여자친구에게 "푹 쉬고 그럼 주말에 봐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1g의 '우리'도 느껴지지 않는 멘트였다.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새내기 후배에게 과 행사 참여 여부를 묻는 것도 아닌데 너무 멀리서, 그리고 형식적으로만 여자친구를 대한 게 아닌가 싶다. 위에서 말한 첫 번째 이유 때문이 아니라면 얼마든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니, 여자친구를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며 가까이에서 대화를 해보길 권한다.

 

 

이틀을 쉬었다. 연애 사연을 연속해서 다루다 보면 내 마음까지 회색빛이 되어 버리는 까닭에 가끔 이렇게 쉬어줘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제보자 분들은 자기들끼리 소고기 사먹으러 가거나 이제 필요 없어진 내 카톡 계정으로 게임 초대나 보내지만, 나에겐 당시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는 것 같다. 종종 자신의 일대기를 혼을 쏟아가며 적어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 사연을 읽고 나면 나까지 잠을 못 이루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 어쩌면 잠을 못 이루는 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커피를 반으로 줄이고 토마토주스나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고 있다. 독자 분들도 건강 생각해서 좋은 거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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