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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클럽 DJ와 썸 타는 여자, 그리고 웃픈 여자의 짝사랑

by 무한 2014. 11. 6.

클럽 DJ와 썸 타는 여자, 그리고 웃픈 여자의 짝사랑

난 사연을 보내 주시는 분들보다 기억력이 좋은지, 며칠 전엔 오래 전 사연을 보내주신 분과

 

무한 - 그, 화장품 사연 보내주셨던 분이시죠?

독자 - 네? 화장품이요?

무한 - 전에 썸 타시던 분이 화장품 판매 교육 받으러 가신다고….

독자 - 아! 맞아요! 그때 그 사람이 *스킨 교육 받으러 갔었죠.

독자 -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하세요?

무한 - 두뇌에 좋다는 호두를 챙겨 먹고 있습니다.

 

라는 대화를 하기도 했다. 정작 당사자는 까맣게 잊고 있는 걸 난 기억하고 있는 까닭에, 요즘 머릿속 메모리카드가 꽉 찬 느낌이다. 오늘 다룰 사연 중 첫 번째 사연만 하더라도, '클럽 DJ'라는 단어가 나오니 이전에 내가 읽었던 비슷한 사연 세 편이 떠오른다. 그 중 즤랄꾸러기 DJ를 만났던 분은 매일 카톡으로 나를 괴롭혔는데, 어느 순간 뜬금없이 게임 초대 같은 걸 보내곤 하시더니, 지금은 아이를 낳으셨는지 프로필에 열심히 아이 사진을 올리고 계신다. 그 분이 나를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시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뭐 그래도 여하튼 훌훌 털고 갈 길 잘 가고 계시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어제는 동네에 새로 생긴 미용실에 다녀왔다. 미용사 아주머니께서 스타일을 살리려면 앞어리를 잘라야 한다고 하셔서 알았다고 했더니, 앞머리를 자르는 게 아니라 그냥 밀어버렸다. 말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고, 그 일로 인해 아주머니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현재 내 머리에 대해 우리 가족들은 "당장 가서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강경파, 그리고 "몇 주 지나면 자라니 그냥 참아라."라는 온건파로 나뉘어 있는데, 난 이왕 이렇게 된 거 외출을 삼가고 집에 앉아 사연이나 좀 더 읽자는 체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미용사 아주머니도 당황하셔서는 뒷모습까지 보라고 자꾸 손거울을 내미시던데, 뒷모습 본다고 빼앗긴 앞머리에 봄이 오겠는가. 공쥬님(여자친구)은 이 헤어스타일이 특이하며 그래도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는데, 얘기하면서도 계속 웃는다. 수다는 이쯤 떨고, 출발해 보자.

 

 

1. 클럽 DJ와 썸 타는 여자?

 

K양은 사연에

 

"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제가 느끼기에도

'엔조이 하자는 건가? 그냥 지 편한 때 불러서 한 번 놀자는 건가?'

라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런데…."

 

라고 적었는데, 그 첫 생각이 맞으니 쭈욱 밀고 나가시길 권한다.

 

상대는 그냥 장난 치고 있는 거다. 그는 놀랍도록 성의 없이 대답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가도 K양에게 툭툭

 

"이뻐~"

"응 사랑해."

"너랑 같이 놀래."

 

등의 이야기를 던진다. 또 그는 딱히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듯 K양이 던진 말을 가지고 빙빙 돌리거나 되돌려 주는 듯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카톡 대화창에 대고 그냥 노래나 부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대략 아래와 같은 대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남자 - You can dance.

여자 - 댄스?

남자 - you can jive.

여자 - 무슨 얘기 하는 거야?

남자 -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여자 - 아, 이거 노래지? 나 이 노래 알아.

남자 - See that girl.

여자 - 갑자기 웬 노래야?

남자 - watch that scene.

여자 - 노래 듣나 보네 ㅎㅎㅎ

남자 - dig in the Dancing Queen.

여자 - 댄싱 퀸~

남자 - 졸려. 자야겠다. 이쁜이도 잘 자~

여자 - 응응. 잘자♥

 

이러고 있다간 혼자 봉산탈춤을 추는 탈춤퀸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상대는 K양에게 "오늘 클럽에 놀러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서 그는 그 이야기를 K양에게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지내는 여자들에게 전부 한다고도 말했다. 이걸 두고 K양은 그를 '솔직하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다르게 보자면 '너도 그들 중 하나일 뿐이야'라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 두길 바란다. 이미 K양은 그가 사귈 이야기를 하면 언제든 사귀겠다는 제스쳐를 그에게 보여준 적 있고, 그는 그걸 보고도 그저 장난만 칠뿐이니, 이 관계는 그냥 '클럽 DJ-클럽 손님'으로 두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K양이

 

"제 사연 보신 거 맞나요? 분명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사귀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는 자신에게 여자를 잘 믿지 못 하는 문제가 있으며

또 제가 과거에 사귄 남자 때문에 시작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했는데요?"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것도 전부 '장난'에 가까운 말들이니 거기에 의미를 두진 말길 권한다. 내가 만약 같은 장난을 친다면, K양이 내게 사귀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 "넌 너무 예뻐서 불안해. 불안해서 사귈 수 가 없어."라는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또 K양은

 

"제가 예뻐서 사귈 수 없대요.

그에게 그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걸 알려주면 어떡해야 하죠?"

 

라는 이야기를 할 텐데, 저건 그냥 장난치는 거다. 또, 그가 한 '애정표현'에 가까운 말들 역시 그냥 어느 여자에게 하든 다 좋아할 만한 말들을 던지는 것일 뿐이니, 그것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말길 바란다. "남친이랑 헤어졌다고? 잘됐네. 어차피 네가 아까웠어."는 립서비스지, 호감의 표현이 아니니 말이다.

 

그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개많은 아는 여자들'에게도 그는 같은 멘트를 할 테니, 거기다 대고 "그 여자 중에 나한테 하는 것처럼 연락하는 여자 있어?"라는 '답정너 질문'만 하는 일은 그만두자. 바보가 아닌 이상 "어. 많아."라고 대답할 일이 있겠는가? 립서비스 받는 게 즐겁다고 눌러 앉아 있다간 도끼자루 썩을 수 있으니, 얼른 일어나 갈 길 가자.

 

 

2. 웃픈 여자의 짝사랑.

 

안녕 쑨! 쑨이는 겉으로는 엄청 유쾌해 보이는데 속은 찬란한 슬픔들 투성이구나. 이렇게 유쾌하면서도 슬픈 여자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쑨이는

 

"어휴 스킨십 한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슬펔ㅋㅋㅋ"

"전 당차고 올바른 여자라, 남자를 끌어 들이는 색기 따윈 없는듯 ㅠㅠㅠㅠㅠㅠ"

"걍 차인건 양반이었네요. 이용당하고 휘둘리고…."

 

라는 이야기를 하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여자야. 그래도 난 쑨이가

 

"그리고 이제, 최근 저를 슬프게 했던 썸남에 대해서 적어 볼게요. ㅋㅋㅋ"

 

라고 말하는 씩씩함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도 "헤헤. 괜찮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거든. 그럼 만약 내가 솔로부대원이었다면 쑨이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 같냐고? 당연하지. 난 웃픈 상황에서도 씩씩한 사람 좋아하거든. 물론 이성으로 좋아한단 얘기는 아니야. '아는 동생'으로 좋단 얘기지. 이거 뭔가 내가 쑨이를 두 번 죽이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여하튼 그렇게 매번 한 걸음 뒤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우선 쑨이는 좀 진정할 필요가 있어. 쑨이가 첨부한 '남자들과의 카톡대화'를 보면, 거기서 쑨이는 '프레스티시모'로 대화를 해. 왜 음악시간에 빠르기 순서 파트에 나오잖아. 라르고, 렌토, 그라베, 아다지오…, 식으로 나가는 거. '프레스티시모'는 '아주 빠르고 급하게'야. 쑨이는 스스로에 대해 당차고 활발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프레스티시모 보다 두 단계나 아래인 '비바체'야. 빠르고 활발하게. 근데 사실 쑨이는 '빠르고 활발하게'에서 한 단계 위인 '매우 빠르게', 그것보다도 더 위인 '아주 빠르고 급하게'에 있는 것과 같거든.

 

그러다 보니 호감 가는 남자사람이 생겼을 경우,

 

"이번 주에 우리 밥 함 먹을까? ㅎㅎ"

 

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그가 거절하면,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이번에도 또네. 쫑났어.'라며 휘청거리게 돼. 대시도 빠르고 포기도 빠른 거야. 그러면서 동시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빠르니, 재도전도 빨리 하게 되거든. 이번 썸남과의 관계에서도 그래. 쑨이는 내게

 

"카톡 보시면…, 선배가 저한테 관심 없는 게 맞죠?

너무 짧아서 판단하기 어려우실수도. ㅠㅠㅠㅠ

포기하는 게 좋을까요?

전 이전 경험들로 인해서 조금만 삐끗하는 게 보이면

확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ㅠㅠ"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쑨이야, 너랑 심남이랑 나눈 전체 대화가 A4용지 반 장이 안 돼. 이게 무슨 아직 물도 안 끓었는데 "제가 이번에도 라면 끓이기 실패하겠죠?" 하는 소리야? 여기서 딱 정해줄게. 앞으로 포기를 하려거든, 한 100일은 옆에 있어보고 포기를 하자. 이거 내 친척동생이 다이어트 하겠다면서 어제 저녁 하루 굶어 놓곤 오늘 살 별로 안 빠졌다고 좌절하며 다시 폭식하는 거랑 비슷한 거야. 심남이랑 잘 될 지, 안 될 지는 계절 하나 정도는 알고 지내면서 판단해 보자.

 

위에서 말한 것 외에도 두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는데, 먼저 첫 번째는 쑨이가 '상담원처럼 상대를 대하는 문제'야. '라 톤'을 계속 유지하는 느낌이랄까.

 

"응응!!! 조아조아!!"

"와!!!! 벌써?"

"와!! 짱!! 완전 부럽다. 멋지다!"

 

다시 말하지만, 쑨이는 좀 진정할 필요가 있어. 항상 업 되어 있으면, 깊은 얘기나 진지한 얘기를 하기가 힘들잖아. 저래버리면 상대 역시 그저 "그래!! 고마워!! 쌩유쌩유~"하는 대화만 하게 될 수 있어. 대화를 할 땐 감탄사만 연발하지 말고 좀 더 파고 들어가 봐. 만약 내가 쑨이랑 대화를 하며 어제 은하수 보고 왔다고 말하면, 쑨이는 "우와!! 은하수요? 저도 보고 싶어요!! 부럽다!!" 라고 할 것 같거든. 그러지 말고 어디서 보고 왔는지, 은하수가 정말 사진처럼 눈에 잘 보이는지, 저녁에 춥던데 춥진 않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봐. 그럼 지금처럼 3분 만에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 30분 정도 할 수 있는 대화가 될 테니까.

 

두 번째 문제는, 쑨이가 '부정적인 질문'을 한다는 거야.

 

"아무래도 어렵겠지?"

"그건 좀 그렇겠지?

"요즘 완전 바쁘지? 밥 한 끼 하려고 했는데 뒤로 미뤄야겠다."

 

이쪽에서 먼저 부정적인 질문을 한 뒤 상대가 그걸 부정해 주길 기다리고만 있지 마. 그냥 시간 될 때 약속 잡자고만 말해도 돼. 그걸 마치 무릎 꿇고 말하듯 "넌 바쁘니까 시간 내기 힘들겠지?"라고 말 할 필요는 전혀 없는 거야. 그런 물음은 오히려 상대의 오만함을 살찌게 만들 수 있고, 상대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그렇게 쑨이가 내민 칼자루를 부여잡고 칼춤을 출 뿐이야. 그러니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해. 신세를 지고자 부탁하는 게 아니니까, 친구와 이번 주 일요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을 때처럼, 그렇게 잡자고.

 

하나 더. 쑨이가 지금처럼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상대가 부정하지 않을 경우, 그 상황에서 '재도전'을 하겠다고 다시 물으면 안 돼. 상대가 다음 주 월요일에 출장이라 주말에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으면, 그걸 빨리 받아들여야해. 그 와중에 상대에게 "그렇구나. 그럼 토요일 저녁에 잠깐 보는 것도 힘들겠지?"라고 또 물으면 안 되는 거라고. 본전도 못 찾고 아쉬운 소리만 하게 되는 거잖아. 이건 쑨이의 급한 성격과 빠른 포기 및 재도전, 그리고 부정적으로 묻는 습관이라는 3박자가 만들어 낸 나쁜 태도니까, 오늘부로 내려놓을 수 있길 부탁할게.

 

 

사연이 많이 밀린 관계로, 오늘도 배웅글은 생략하고 바로 사연을 읽으러 가볼까 한다. 하룻밤만 자면 불금이니, 다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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