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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두 번의 이별과 두 번의 재회, 안정적일 수 없을까? 외 1편

by 무한 2014. 11. 18.

두 번의 이별과 두 번의 재회, 안정적일 수 없을까? 외 1편

주은씨, 내가 잊지 못하고 또 잊지 않을 기억 중에 이런 게 있어. 오 년 전쯤, 내가 급하게 도장이 필요한 적 있었거든. 그런데 마침 그 날 공쥬님(여자친구)이 쉬는 날이라 공쥬님이 우리 집에 가서 도장을 가져다 내게 갖다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공쥬님에게 울먹이며 전화가 온 거야. 내가 있는 곳 근처 맥도널드인데 거기서 차 사고를 냈다고.

 

가보니까 -그곳 맥도널드는 차를 타고 주문한 음식을 받아 나오는 곳이었는데- 출구 쪽 난간을 공쥬님이 차로 긁었더라고. 날 보자마자 공쥬님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난 괜찮냐고 물었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뒤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공쥬님은 날 만나서 햄버거 같이 먹으려고 거기 들어가 햄버거를 사서 나오던 길이었어. 그런데 주문한 햄버거를 받고 차 내부 음료 홀더에 콜라를 꽂아 넣으려던 중에 콜라가 운전석 쪽으로 쏟아졌어.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그걸 주우려고 몸을 숙인 채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는데, 그때 차가 서서히 움직이며 난간을 긁고 가 버린 거지.

 

그 와중에도 공쥬님은 얼른 내 도장 가지고 가서 일 보라며 도장을 내밀었는데, 이거 나만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건가? 여하튼 난 평생 이 일을 잊지 못 할 거고, 잊지 않을 거야. 겨우 나 따위를, 이렇게 사랑해주고 있다는 견고한 증거니까. 그래서 사실 난 공쥬님과 갈등이 있을 때에도 이 일을 종종 떠올려. 이것 외에도 여러 일들이 있지만,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은 얼굴을 해서는 주섬주섬 내 도장을 챙겨 내밀던 그 모습과 당시의 햇살, 감자튀김 냄새가 내게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아.

 

 

1. 두 번의 이별과 두 번의 재회, 안정적일 수 없을까?

 

내가 저 이야기를 서두에 적은 건 염장을 지르려는 게 아니라, 위와 같은 상황일 경우에 주은씨는 남자친구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냐는 걸 묻고 싶었기 때문이야.

 

내가 보기에, 주은씨의 남자친구는 자신이 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주은씨에게 뭔가를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사연을 통해 본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야. 그런데 주은씨는 아닐 것 같거든. 이게 내가 생각하는 주은씨 커플의 근본적인 문제야. 주은씨는 이걸 두고

 

"저는 남자친구에게 충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라며 아주 간단하게 말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그 관계가 일방적인 관계에 가깝다는 증거거든. 게다가 주은씨는

 

"제가 이 사람을 책임질 수가 없을 것 같고,

아직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는 아닌데…,

헤어져야 하나…, 이런 생각을 자주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와중에 무슨 애정이 싹트고 신뢰가 생길 수 있겠어. 그거 여차하면 발 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잖아. 물론 현재 주은씨가 이별과 재회의 반복으로 여러 감정들을 경험한 후, 

 

-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그렇게 나에게 헌신적인 남자 또 없다는 걸 느꼈다.

- 이제 난 내가 준 상처를 치유해주고, 누가 우위에 있는 관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

- 져주고 사과하고 그럴 순 있는데, 그럼 또 남자친구가 내게 질리는 것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해. 근데 그런 이야기와 동시에

 

"제 로망이 남자친구와도 제 친한 이성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는 거였는데,

오빠는 제 이성친구들을 안 좋아해요."

 

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거든. 이게 뭐랑 같은 거냐면, 친구랑 동업을 시작했는데 친구가 정말 일도 잘 하고 그 사업장을 투명하게 관리해. 이런 동업자는 정말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런데 그 와중에 난 별사진도 찍으러 가고 싶고, 드라이브도 가고 싶고, 단풍놀이도 가고 싶고, 무슨무슨 축제도 가고 싶은 거야. 그래서 그 친구에게 내가 나가서 돌아다니는 걸 좀 이해해 주길 부탁하는 것과 같아. 이러면 동업이 아니잖아. 그냥 상대에게 다 맡겨 놓고 난 나가서 노는 거지.

 

주은씨가 말하는 '안정적인 관계'라는 게, 나에겐

 

- 남친을 잘 달래 놓고 내가 나가서 놀아도 문제가 없는 관계.

  (그렇게 해준다면 져주고 사과하고 다 할 수 있음.)

- 나는 나를 위해서, 남친도 나를 위해서 사는 관계.

 

처럼 느껴져. 이렇게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사실 주은씨가 재회를 원하며 그를 잡은 것도

 

- 절대 나를 못 잊을 것 같은 남친이 날 잊고 잘 사는 것 같아서.

- 헤어지고 나서 살펴보니, 남친만큼 내게 헌신적인 남자가 또 없어서.

- 절대 등을 돌릴 것 같지 않던 남친이 등을 돌린 걸 보자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서.

 

라는 이유가 9할이거든. 전부 주은씨 자신인 '나'와만 관련된 이유들이야. 이러니 결국 재회해도 주은씨에게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게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가 되는 거고, 남친 역시 주은씨에게서 애정을 발견하지 못 하니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진 못 하는 거지. 수틀리면 주은씨는 또 이별을 통보하며 남친을 차단해 버릴 수 있으니까.

 

"오빠는 늘 저를 잡는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상처가 깊은 것 같기도 해요.

(중략)

남친이 받은 기존의 상처들이, 저에게 조금 소홀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음, 둘의 대화 중 한 부분을 가져와 볼게.

 

주은 - 자기 아침은 먹었어?

남친 - 나 아침 안 먹어 ㅠㅠ

남친 - (안 먹은 지)몇 달 됐어요.

주은 - ㅠ.ㅠ 글쿠나

주은 - 오빠 이따 쉴 때 전화해요~

남친 - 애기 공부하려고?

주은 - 웅웅

 

난 이걸, '실제로 별 애정은 없는 연인놀이'라고 봐. 아침을 먹었는지 묻기는 하지만 사실 아침을 먹었든 안 먹었든 별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는 게 무슨 연인이야. 저건 출석 도장 찍듯 그냥 묻고 답하는 것에 불과하잖아. 이런 상황에서 쉴 때 전화해 주말에 남이섬 가자, 뽀뽀 쪽, 보고 싶어, 따위의 이야기만 하는 건 연애를 위해 둘이 연극하는 거지, 상대라는 존재로 인해 마음이 가득 차는 연애는 아닌 거야. 이런 관계로 계속 지내면, 수년을 만나도 상대가 중고등학교를 남녀공학 나온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상대의 신발사이즈나 바지 사이즈, 무슨 색깔이나 음악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져. 관심이 없으니 궁금한 것도 없고, 때문에 만나서 데이트는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 사이가 되고 마는 거지.

 

위와 같은 문제들 때문에 난 이 사연이 좀 어려워. 주은씨가 바라는 건 '건강한 관계'인데, 그건 애정과 관심이 없이는 될 수가 없는 거거든. 때문에 주은씨의 질문이 내게는 '연인놀이 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들리게 돼. 주은씨가 '남친에게 져주겠다'고 하는 건, 그렇게 연인놀이를 하면서 남친이 성실하게 연락하지 않아도 한 몇 번은 참아주겠다는 얘기로 들리고 말이야.

 

남자친구를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인 남자'라고 딱 설정해둔 채 그 프레임 안에서만 그를 만나지 말고, 그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가 봐. 그러는 과정이 바로 그라는 한 사람, 한 세계에 대한 탐험이 될 거고, 그 탐험의 발자국 하나하나가 둘의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테니까.

 

 

2. 고백하려고 하는데 좋은 방향인지….

 

제 친구 중에 휴전선 이남에서 매너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남자들 사이에선 '바람돌이'로 불리는 친구인데, 이 친구의 매너를 경험한 여자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SNS 죽순이가 되고 맙니다. 태어나서 거의 처음 받아보는 남자의 '풀코스 매너'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친구를 보며

 

'저러면 몸이 안 힘들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술자리에 늦은 여자사람이 길을 잘 못 찾아올 경우 데리러 가는 건 기본이고, 술자리에서 여자사람이 딱 목말라 할 타이밍에 얼음물을 주문합니다. 대화하다가 여자사람이 딸기우유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면 편의점은 또 언제 다녀왔는지 마술처럼 딸기우유를 내밀기도 하고, 히터 때문에 여자사람의 목이 건조해 질까봐 은근히 자리를 바꿔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친구는 알바 경험이 풍부한 까닭에 고기도 기막히게 굽고, 안주 선정도 탁월하며, 술자리에서 게임을 도맡아 주도하고,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유흥과 놀이에 최적화된 DNA가 있다면, 단언컨대 그 친구의 DNA일 것입니다.

 

심지어 이 친구는 잘생기기까지 했습니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강아지 상에 눈웃음을 치고, 자신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자세로 앉을 줄도 압니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몇몇 여자사람은 그게 그의 '연출과 끼부림'이라는 것임을 눈치 채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여자사람은 그를 본 날 이후로 이틀 쯤 후부터 그의 SNS에 달라붙어 댓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그는 그렇게 다가오는 여자를 마다하지 않으며 그녀의 SNS 페이지에 방문해

 

"더 예뻐진 것 같네~ 우리 또 모여야지~"

 

라는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그럼 그에게 빠진 여자들은 그가 댓글을 또 달아주길 고대하며 열심히 자신의 셀카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고 말입니다. 그가 깜빡 잊고 안 오면, 어서 오라고 가서 그의 페이지를 찾아가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뭐 그런 식입니다.

 

그런데 이거 큰일입니다. 이 친구의 단점을 적으며 사연을 풀어가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너무 많은 게 밝혀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생략하고, 그저 '이 친구와 사귄 여자는 그의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하고 결국 떠나게 되었다'라고만 적어두겠습니다. 신체적인 문제는 아니고, 성격 및 생활습관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저는 사연을 보낸 Y양에게, Y양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상대에 대해서도 좀 길게 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당장 보이는 상대의 호의나 친절만 가지고

 

'저 사람과 사귀면 행복시작이겠지?'

 

하는 생각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더군다나 Y양은 자신이 현재 '싱글로 돌아오게 되었고,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어깨를 보이기만 해도 얼른 그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기대라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어깨가 보이니 일단 기대고 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에게 '네가 자꾸 신경 쓰이고, 넌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은근 절 챙겨주는 그를 보면, 분명 절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술자리에서 보인 친절과 호의가 상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위험한 일이며, 단순히 '날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심증만으로 들이대기엔 너무 이른 배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사실 당장 Y양이 그에게 뭔가 하나 부탁만 해봐도, 그가 Y양을 정말 의식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의 대답이

 

"그거? 나도 잘 몰라. 그냥 책 보고 배워~"

 

라면,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은 Y양의 착각이라는 게 증명이 되니 말입니다. 만약 Y양이 그에게 정말 뚜렷한 호감을 가진 거라면 그와 만나 밥을 먹든 영화를 보든 할 수 있는 건데, Y양은 그런 건 다 접어둔 채

 

"아 근데 이 사람 만나면서, 이 사람 친구도 같이 만난 적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사람 친구가 저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는 중이에요.

그러니까 얼른 이 사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래야 제가 이 사람 친구에게 선을 긋든 유지하든 윤곽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또 Y양은

 

"저는 절대 이 사람이 자기 친구를 의식해

자기 친구와 저를 연결해주거나 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라고 말은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 사람 친구'와도 썸을 타는 듯이 연락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저런 상황이 오는 게 싫다면, Y양이 태도를 분명히 하면 됩니다. 제가 보기엔 Y양이 심남이에게 호감을 느낀 게 확실하니, 심남이 친구와는 연락의 빈도와 친밀함의 깊이를 줄이시길 권합니다. 이 상황에서 '심남이와 잘 안 될 것 같으며 심남이 친구와 사귀는 게 빠를 것 같다'고 심남이 친구와 덜컥 사귀어 버리면, 이건 결국 난장판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Y양은 몇 년 전 심남이와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에도 심남이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남친과 헤어진 뒤에는 또 심남이가 자꾸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심남이 친구와 사귀고 나서 또 비슷한 레퍼토리의 고민을 하지 마시고,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연애하기 보다는 'Y양이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연애가 문제가 아니라 기댈 어깨만을 찾고 있는 듯한 Y양의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으실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수동적인 태도로 시작했다가 결국 후회하고 마는 연애 말고,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애를 해 보시길.

 

 

오늘은 매뉴얼을 하얗게 불태운 까닭에 지쳤으니, 배웅글은 생략하기로 하자.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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