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다 맞출 필요 없잖아? 외 1편
연애를 하기 전 내겐, 콩나물 국밥을 돈 주고 사먹는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콩나물 국밥을 좋아하는 독자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콩나물 국밥 같은 건 내게 집에서 그냥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것 정도의 음식이었다. 대략 이런 메뉴들이 몇 개 더 있었는데 동태찌개라든가, 북엇국 같은 것들이 그랬다.
내게 돈을 주고 사 먹을 만한 음식은 해장국, 순댓국, 감자탕, 내장탕, 갈비탕 같은 것들이었다. 이게 혹 나만 그런 것인가 싶어서 적절한 예시가 될 진 모르겠는데, 여하튼 내 주변 남자 지인들만 보더라도 그들이
"야, 우리 동태찌개 먹으러 갈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자 지인들은 동태찌개에 환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연애 초기 공쥬님(여자친구)이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콩나물 국밥을 밖에서 사 먹을 생각을 한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콩나물 국밥으로 유명하다는 라페의 모 음식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두 번 놀랐다. 내겐 '콩나물 국밥 따위'인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말이다.
물론 지금도 난 콩나물 국밥을 좋아하진 않는다. 여전히 혼자 나가서 밥을 먹을 땐 콩나물 국밥을 '고려해 볼 메뉴'에도 넣지 않는다. 하지만 공쥬님과 같이 메뉴를 고를 때에는
"콩나물 국밥 먹으러 갈까? 담백하고 시원하게?"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공쥬님이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로, 공쥬님은 내장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순댓국만 해도 돼지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못 먹을 정도인데 내장탕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먹고 싶어 할까봐 공쥬님은 함께 갈 식당을 고를 때 "내장탕 먹으러 갈까?"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가면 어차피 먹는 시늉을 조금 하다가 내용물을 건져서 대부분 나에게 주고, 본인은 국물 조금에다 깍두기를 곁들여 밥을 먹을 거면서 말이다.
1. 내가 너에게 다 맞출 필요 없잖아?
난 L양의 사연을 받고 놀랐다. L양 커플의 경우 치킨을 시킬 때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간장양념이냐, 베이크냐, 구운 치킨이냐'라는 걸 두고도
"내가 너의 취향을 100% 따를 필요는 없잖아?"
라는 이야기를 하며 싸운다. 치킨 하나 시키는 것을 두고 무슨 '가치관'이나 '인격적 존중' 따위의 단어가 등장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둘에게
"야, 내가 후라이드 하나 간장양념 하나, 그렇게 두 마리 시켜줄 테니까
니들 둘이 각자 한 마리씩 먹어. 그럼 됐지? 대신 쿠폰은 나 줘라."
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서로 좋아서 만나는 데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만나서는 무슨 힙합전사들처럼 서로 디스하며 "너, 나 리스펙 해. 넌 날 컨트롤 할 수 없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맛있는 거 함께 먹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왜 컨트롤 비트를 다운 받지 못해 안달인 것인가. 하아, 병사 대 병사.
L양은
"가치관 충돌이 생길 땐 제가 포기하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꼭 '포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양보'라고도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가 그렇게 이기적이고 독단적이며, L양을 이용하기만 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잖은가. 오늘 양보해서 콩나물 국밥 먹으면 상대도 좋아할 거고, 또 다음번엔 내가 좋아하는 내장탕도 들깨가루 듬뿍 넣어 먹을 수 있는 건데, 이거 한 번 양보해 놓고
'앞으로도 난 매번 이렇게 다 상대에게 맞춰야 할 거야.'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고 상대가 하자는 대로만 해야 할 거야.'
라며 겁먹으면 곤란하다.
하나 더. 상대가 뭔가를 얘기하면 그 얘기에 일단 귀를 기울이자. L양의 경우는 상대의 얘기를 듣고 상대의 감정을 살피기도 전에 이상한 필터링을 먼저 한다.
이거 지금 나를 비판하는 얘긴가?
-> 그렇다면 얘는 나한테 잘못 한 거 없는가?
-> 잘못한 게 있다. 얘도 잘못한 적 있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가?
-> 얘는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시정해 달라고 부탁할 자격 없다.
라는 필터링인데,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우선 상대를 '주적'으로 설정한 채 반격만 하려 한다. 신기한 건, L양의 상대도 L양과 똑같은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는 것인데, 그런 까닭에 둘은 서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으려 날카로운 말들을 꺼내고 과거의 잘못을 들춰 다툰다.
상대 - 야, 그건 하아 참….
L양 - 하아 참? 지금 코웃음 친 거야?
상대 - 그게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숨이 확 막혔던 거야.
L양 - 넌 지금 날 인격적으로 모독한 거야.
상대 - 아니야. '인격적 모독'이 아니라 정말 순간 답답해서 그랬던 거야.
L양 - 넌 지금 나에게 코웃음 친 걸 정당화 하고 있어. 넌 예전에도….
이건 대화가 아니라, '내가 참이고 네가 거짓이다'라는 결론을 내기 위한 싸움이다. L양은 저 대화에서 '우리'를 찾을 수 있는가? '우리'가 되질 못 하니 계속 둘은 '나는 나, 너는 너'인 입장에서 저런 답이 없는 싸움만 반복할 뿐이다. 다른 커플들이 상대의 허물까지도 덮어주거나 이해해 보려 노력할 때, 둘은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 "봐, 네 잘못이 더 크지?"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관계는 필연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관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엔 둘이 만나는 게 데이트였지만 실제로는 '누가 늦나 보자. 늦으면 가만히 안 있겠어.'라며 갈굴 준비를 하고 있던 거였고, 만나서는 메뉴 하나 정할 때에도 '왜 내가 쟤가 먹고 싶다는 걸 먹어야 하지?'라며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헤어질 때 서로 자신들이 기특하다며
"지금까지 어떻게든 이어보려 한 내가 기특하기도 하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나 역시 그 이야기에 찬성한다. 둘 중 한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회피만 하고, 보금자리가 되긴커녕 훈육조교가 되어 서로에게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하던 관계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게 가치관이 뚜렷해서든 자존심이 강해서든 간에, 토닥토닥 한 번 해줄 애정도 없는 관계라면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다.
만약 제주도 여행 가는데 한 사람은 2박 3일 여정에 한라산 등반은 빼자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5박 6일에 올레길까지 다 돌자고 하면, 여행 같이 못 가는 거 아닌가. 그런 와중에 한 사람은 "넌 어떻게 제주도를 가는데 한라산을 가 볼 생각을 안 해? 이해가 안 되네."라는 말을, 다른 한 사람은 "그렇게 되면 예산 때문에 숙소는 민박으로 잡아야 하고, 또 차 렌트도 못 하는데 그러자고? 난 네가 이해 안 되네."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다음 번 연애에서는 '논쟁과 복수'만 사용하지 말고, '부탁과 설득'도 사용해 보길 권한다.
2. 힘을 좀 내, 은규씨.
은규씨, 내 지인 중 하나가 다이어트를 하는데 '살 빠진다는 음식'을 다 찾아 먹어. 곤약도 먹고, 우엉도 먹고, 녹차도 마시고, 토마토도 먹고, 바나나도 먹고, 콩고기도 먹고, 닭가슴살도 먹는 거야. 콜라도 다이어트 콜라만 골라 마시긴 하는데, 살을 빼겠다면서 이렇게 다 먹으니 살이 빠질 리가 없잖아?
은규씨가 이성에게 들이대는 모습이 바로 저 모습과 비슷해. 은규씨는 상대의 눈치를 보며 리액션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박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뜬금없이 거칠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시간을 두고 상대와 가까워지겠다고 생각하며 대화만 하다가도 갑자기 '대화만 해서는 가까워지기 힘들다 만나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거든.
저게 은규씨에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생각으로 벌이는 일이지만, 상대의 입장에선 그게 은규씨의 시행착오와 모든 감정변화까지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일이야. 그래서 -은규씨에겐 미안하지만- 지겨워지고 말지.
또 은규씨는 사연 신청서에
"저는 그녀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녀와 더 대화를 많이 하고 싶고,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저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고,
더 자주 만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에게 그만큼 관심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라고 적었는데, 그건 은규씨에 대한 상대의 호감을 익사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야. 전에 내가 허브화분을 예로 들어 이야기 했잖아. 물을 하루에 세 번씩 준다고 허브가 쑥쑥 자라는 거 아니야. 허브가 빨리 자랐으면 하는 생각에 계속 그렇게 물을 들이부으면, 허브는 뿌리부터 썩기 시작해서 결국 죽고 말아. 은규씨가 상대에게 보낸 톡을 한 번 확인해 봐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뭔가를 말하려는 남자가 보일 거야.
내가 은규씨한데 "은규씨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라고 말하면 은규씨 상처 받겠지? 상처를 주긴 싫으니까 그렇게 얘기하진 않을게. 다만, 상대가 한 마디 할 때 은규씨가 여섯 마디 하는 건, 목을 조여 오는 것과 같은 대화법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 그것도 혼자 들떠서는
"이제 집에 가는 중 ㅎㅎ"
"아침에 어디어디 들러서 뭐 좀 하고~"
"아 좀 여유롭게 다녔어야 하는데."
"오늘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라는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면, 상대에겐 저 말들이 산만하고 정신없이 느껴져. 내가 매뉴얼을 통해 늘 이야기 했잖아. 핑퐁핑퐁 대화하라고. 근데 은규씨는 핑핑핑핑핑퐁핑핑핑핑핑핑퐁,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는, 은규씨가 만나자는 말을 진짜 멋없게 한다는 거야. 이것도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스토리텔링'을 사용해서 상대에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라고. 그런데 은규씨는
은규씨 - (사진) 갈래?
상대 - 이게 뭔데?
은규씨 - 나도 뭔진 잘 몰라 그냥 맥주 한 잔 준다는 거? ㅎㅎ
은규씨 - 파티는 뭔지 잘 몰겠지만 ㅋㅋ
상대 - ㅋㅋㅋ 아니 그냥 안 갈래~
은규씨 -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으니 좀 더 생각해 봐 ㅋㅋ
은규씨 - 할로윈이잖아 ㅋㅋ
은규씨 - 오늘은 뭐해?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말아. 저거 말고 러버덕 보러 가잔 얘기 할 때도 그래.
은규씨 - 러버덕 안 봤으면 보러 올래?
상대 - 거기 무서워서 안 갈래 ㅋㅋ
은규씨 - 야 안 무서워 ㅋㅋ
은규씨 - 내가 너 하나는 살려줄 수 있어 ㅋㅋ
은규씨 - 러버덕 귀여운데 ㅋㅋㅋ
상대 - 그거 별로 안 보러 가고 싶어 ㅋㅋㅋ
은규씨 - 그거 말고 근처 어디어디 가긴 넘 멀지?
은규씨 - 그럼 우리 걍 영화나 보러 가야겠네.
러버덕 보러 가잔 얘기를 저렇게 밖에 못 하는 것도 안타까운데, 거기다 둘이 만나는 걸 두고
"그럼 우리 걍 영화나 보러 가야겠네."
라고 말하는 건 정말 치명적인 문제야. 난 남자고 은규씨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저 멘트를 보는 순간 흥미를 완전히 잃게 되더라고. 설렘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나면 무슨 즐거운 일 있지 않을까 상대는 기대 할 텐데, 은규씨는 거기에 찬물을 확 끼얹어 버리잖아. '영화나 보러 가야겠네.'라니, 할 일 없이 시간 때우기 위해서 만나는 거 아니잖아? 상대 역시 저 말에 기분이 좋진 않았을 거야. 그래서 그녀는
"나 할 게 좀 있어서, 만나도 오래는 못 있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하지. 은규씨, 아 다르고 어 다른 거고,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는 거야.
"그럼 영화 볼까? 최근에 뭐뭐 개봉했던데, 그거 이러이러한 영화래."
라면서 스토리텔링 할 수 있잖아. 내 경우도 시리즈물 개봉할 때면, 공쥬님이 1편을 안 본 영화의 경우 1편을 다시 한 번 같이 보고 2편 보러 가. 아니면 공쥬님에게 1편을 보고 2편 같이 보자고 말 할 때도 있고. 그런데 은규씨는 그런 상황에서
"아 그래? 1편 안 본 영화야? 그럼 그거 말고 다른 거나 보자."
라고 얘기를 해 버리는 것과 같다고. 게다가 '내가 상대에게 권해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걸 왜 권해주는지를 좀 얘기해도 되는 거잖아. 그런데 은규씨는 말만 조금 꺼냈다가 상대 반응이 '완전 긍정'이 아니면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선 '그럼 너 하고 싶은 거 하자. 난 아무거나 다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해. 이것도 내가 말했잖아. 그렇게 계속 상대의 뒤만 쫓지 말고 좀 앞장서서 리드하라고. 은규씨는 리드를 할까 눈치를 보다가, 금방 자신을 잃고 상대의 뒤를 쫓고 말아.
이거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으니까 딱 하나만 더 얘길 할게. 나라면 오늘 저녁에라도 상대에게 달려가서, 떨리면 덜덜 떨면서라도 상대를 정말 좋아한다고 얘기할 것 같아. 답을 달라고 매달리진 않을 거야. 지금 꼭 말하고 싶어서 온 거라고 얘기한 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말해줄 거야. 난 열 시간 이상 앉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다고 말 할 거고, 노래도 노래방에서 평균 90점 이상이 나올 정도로 잘 한다고 말 할 거야. 라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잘 끓인다고 말 할 거고, 꼬꼬마 때 태권도를 해서 지금도 다리를 앞뒤로 찢을 수 있다고도 말 할 거야. 지금의 은규씨처럼
"그녀에게 만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은데…,
저는 저를 더 멋있는 남자로 만들어 나중에 그녀를 다시 만날까 합니다.
그동안은 그녀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으며 준비를 하고,
준비가 되면 멋지게 바뀐 제 모습을 차근차근 그녀에게 보여주며…."
라는 이야기를 하진 않을 거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이건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 있는데 왜 그걸 멍하니 바라보며 그녀를 남에게 뺏겨? 역시나 내가 전에 말했잖아. 내 돈 오만 원이 청계천 물에 빠져서 흘러가면 건지러 뛰어갈 거면서, 왜 그녀가 떠내려가는 건 바라만 보고 있냐고.
"무한님이 보시기엔 그럼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자꾸 되물으며 확인하고 난 뒤에야 안심하려는 그 습관도 이 기회에 버리고, 당장 뛰어 가. 가능성이 없으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겠어? 늦기 전에 어서 가봐. 허락을 얻으려 상대의 눈치만 보지 말고, 상대의 마음이 은규씨에게 동하도록 만들어. 오디션이 필요하면 춤이라도 추겠다고 해. 은규씨도 뭔갈 걸고 해 보는 거야. 안전모와 안전복 벗고, 퇴짜 맞아도 괜찮으니까 은규씨를 보여줘 봐. 화이팅.
전에도 한 번 부탁한 적 있는 이야긴데, 사연을 보내실 때에는 '내가 한 말인지, 상대가 한 말인지'를 명확하게 작성해서 보내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리고 싶다.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다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 주제 중 이러이러한 걸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에 반대했고요.
언성이 높아질 때쯤 나가겠다고 하자 잡았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문제로 다툰 적도 있었습니다.
매번 시간에 늦는 문제 때문이었는데 바뀌질 않아 화났다고 했습니다."
라는 문장을 적어서 보내주시면, 앞 뒤 문맥을 아무리 봐도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고, 누가 나가려고 한 걸 잡은 건지 알 수 없다. 또, '전남친', '전여친' 같은 경우는 그냥 다 붙여서 작성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어디서는 '전 여친'이라고 했다가 다시 '전 여친이 그러는 걸….'이라며 '저는'의 의미로 글을 적으면, 그 중의적인 의미 때문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어떤 독자 분은
"제가 사용한 대화어플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네요. 그래서 그냥 보냅니다."
라며 대화문만 있는 대화문을 보내주셨는데, 그럼 최소한 색이라도 넣어 구분을 해 주셨으면 한다. 본인은 본인이 나눈 대화니 자신과 상대의 말을 분간해 낼 수 있겠지만, 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한 두 페이지도 아닌 내용을 시간 단위나 말투 등으로 판가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 쉽게 구별해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좀 부탁드린다. 그리고 하나 더.
"카톡은 중요한 내용을 선별해서 보내달라고 하셨는데,
뭐가 중요한 건지 몰라서 그냥 다 보냅니다.
읽어보시고 중요한 부분을 골라서 발행해 주세요."
라며 몇 개월 치 카톡을 통째로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걸 다 읽느라 난 현재 안경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안경을 바꿔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게 꼭 사연을 많이 읽어서라기보다는 최근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많이 봐서 이렇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여하튼 안경을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도로 표지판이 제대로 안 보여 다시 안경을 맞춰야 하니, 내 눈 건강을 위해서라도 둘의 대화는 '초반 일주일, 후반 일주일, 중간부는 중요부분만'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가끔씩 아무리 초점을 맞추려 해도 글자가 두 개로 나뉘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서 솔직히 무섭다. 눈에 뭐가 낀 것 같아 눈을 비벼보면 눈에 뭐가 낀 건 아니고…. 그래서 눈에 좋다는 블루베리를 먹고 있는데 이걸 또 설탕에 절인 걸 잘못 사서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있고…. 여하튼 꼭 좀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럼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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