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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이런 남자, 헤어져야 할까 이해해야 할까?

by 무한 2010. 2. 12.
메일로 이별 사연을 받아보며, 오래 전 연재한 적 있는 '막장연애'시리즈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라는 이름만 떼어내면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커플의 사연도 있었고, 늘 문제가 되는 그 '아무 짓도 안 할게. 누워봐'라는 사연도 있었다. 여성대원들의 사연 뿐 아니라, 헤어진 후 아직까지도 '여지'를 남겨놓고 제대로 된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여자사람의 희망고문'같은 사연도 있었지만, 오늘은 여성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을 발행할까 한다.

한 가지 미리 알려두고 싶은 것은, 사연의 대부분이 '철이 안 든' 시기의 남자라는 거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다 철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어린 남자들이 주로 저지르는 일들,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일들을 '과거의 연애사'로 가지고 있으며 그 시절을 안타까워 하거나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지금 이런 연애를 진행하고 있을 대원들을 위해 달려보자.


1. 보채면, 보내도 된다.


주옥같은 대사들이 담긴 '스킨십'과 '딱 한 번만'의 사연들 잘 읽었다. 읽는 내가 다 낯뜨거워 질 정도의 애걸복걸 상황을 보며, 그 순간을 몸소 체험했을 주인공에게 심심한 위로를 먼저 건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개인마다 정해놓은 선이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허용선'으로 봐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할 수는 없지만, 사연에 등장한 명대사들 중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허용선'을 적어보겠다. 글을 읽는 분들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체크해 보시기 바란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re : 여기가 마지노선. 대화하다 나올 수 있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언제면 되는데? 기다리다가 지친다."
re : 그것만 기다리십니까?

"1년을 기다리라고? 일단 헤어졌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다시 돌아와."
re : ㅋㅋㅋㅋㅋㅋ 님 좀 짱인듯

"거짓말쟁이. 할 것 처럼 얘기하더니 결국 안 하고 헤어지자고?"
re : 이것도 배신으로 봐야 하는 겁니까?

"다른 여자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왜 너한테는 부탁해야해?"
re : 이상한 사람 만들기 1위 십니다.

"니가 내 부탁만 들어줬어도..."
re : 연애가 조건만남은 아니잖아요. 네?

"3cm 만..응?"
re : 아 놔 이싸람ㅋㅋㅋㅋ


좀 민감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매뉴얼의 맨 앞에서 시작한 이유는, 이런한 상황들로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 '정말 내가 이상해서 그런 걸까.' 라든가,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일까' 등등의 생각으로 괴로워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전혀 이상하거나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남자친구가 야한얘기를 좋아한다고 밝히곤 전화통화를 하며 "신음소리 내봐."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스킨십 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연. 남자친구가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결혼을 전제로 한 연인이라고 한 쪽의 취향대로 모두 맞춰야 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여자친구에게 찐한 사진을 폰카로 찍어서 보내라니, 할 말이 없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그 사진이 돌아다니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사랑해도 그런 짓은 하지 마시길 바란다.


2.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


돈에 관한 이야기도 한 번 한 적이 있다. 월급보다 큰 돈을 빌려달라는 경우나, 보증을 서 달라는 경우, 동거를 하며 다른 한 쪽을 먹여 살리는 경우 등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다. 그 중 일방적으로 데이트비용을 부담하는 관계는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는 일로, 한 쪽은 돈을 대는 입장이라 카드값 때문에 신발 하나 마음대로 못 사는 형편이 되고, 다른 한 쪽은 친구들과 술까지 마시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 이런 사연이 메일로도 많이 도착했다는 것이 놀랍다. 

이건 내 생각이라 가치관의 차이가 나겠지만, 상대가 돈 때문에 힘들어 하고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것 같다고 생활을 책임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일이 꼬이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당신의 도움이 아무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정도라면 그건 상대를 돕는 것이 아니라 더 나쁜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이 크다. 뿐만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은 점점 '당연한 것'이 되어 갈 수 있다. 사연의 남자사람이 마지막에 한 이야기 처럼 말이다. 

"니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몰랐지. 말을 하지 그랬어."


상대의 유흥비까지 대 가며 그것을 '내조'라고 생각하진 말자.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다며 집에서 용돈 타서 쓰는 남자친구, 그 남자친구의 보드타러 가고 싶다는 말에 이번 겨울 사려고 마음먹었던 부츠도 포기하는 어느 여자사람을 보면 씁쓸하니 말이다.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남자친구는 금방 시무룩해지고 회의주의자로 변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곧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둘 사이에 '돈'을 빼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3. 남자는 이해할 수 있는 남자의 행동들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일종은 '변명'을 좀 늘어 놓을까 한다. 메일 속 이별 사연들에는 상대의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든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들을 했을 거라고 추측하는 일들. 이미 늦었겠지만, 남자는 이해할 수 있는 남자의 행동들이란 제목으로 몇 가지 일들을 추려봤다.

"빼빼로 데이라고 별로 기대했던 건 아니에요. 근데 마트에서 파는 빼빼로를 사와서는 "나 이거 15분이나 걸려서 고른거야~" 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좀 황당했어요."
re : 마트에서 빼빼로를 고르느라 15분이나 버티는 것은 아무 남자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가 어릴 때라 스파게티 같은 것도 먹고 싶었고, 좀 아기자기한 데이트를 꿈꿨는데, 맨날 순대국이나 해장국을 먹자는 거예요. 그것도 다 쓰러져 가는 집에 데리고 가서는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이라고..."
re : 앜ㅋㅋㅋ 제가 그래욬ㅋㅋㅋㅋ

"고기 먹는데 구울 생각도 안하고 자기 것만 먹더라구요. 물이나 야채 셀프인 곳 가면 항상 제가 담당하고 먹고 나면 졸립다 그러고. 참나.."
re : 흠... 나 지금 심각한 얼굴 하고 있음

"등기 문자가 결정적이었어요. 답장을 잘 안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새벽에 등기문자를 보냈는데.. 확인 했더군요.. 근데 답장없이 자고.. 다음 날 아침엔 문자 내용과는 별 상관없이 잘 일어 났냐고.. 회사 조심히 가라고.. 3분도 안 된 통화를 마치고.. 헤어졌지요."
re : 좀 전 통화한 공쥬님과의 모닝콜.. 2분 43초... 덜덜덜

"친구들한테는 성격차이로 헤어졌다 했지만.. 사실은 키스를 너무 못해서 헤어졌습니다. 키스할 때마다 입 주변을 침 범벅으로... 굳이 가르쳐가며 사귀고 싶은 생각도 없게 만들더군요. 마음이 깊지 않은 초기단계라 그런지 저런 것도 넘사벽이 되었네요..."
re : 전 오늘부터 특훈 들어가겠습니다. 왼손은 거들 뿐 (응?)

"남친이 해병대로 지원해서 포항으로 배치를 받았는데, 수색대 였어요. 전 매일 편지를 썼어요. 미안한 감정과, 그리워하는 마음, 학교생활, 후배들 얘기, 제일 큰 건 그리움이었죠. 200통의 편지를 보냈을 때 쯤.. 답장은 10통이 안 넘었죠.. 군대 훈련 때문에 전화도 거의 못하고.. 제 편지를 읽을 시간조차 없다고 하더군요.. 해병대 수색대라고 해서 그만큼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었어요. 저도 어릴 때라.. 답장을 써 주지 않는 것이 큰 서운함 이었죠.."
re : 며칠 전에 병아리 부화기를 만들면서 다큐를 봤는데요, KBS에서 하는 <다큐3>으로 기억해요. 정확하진 않으니 '해병대 다큐'로 검색해 보시면 자세한 내용 나올 거예요.
전 육군 출신이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 다큐에서 본 '해병대 특수 수색대'의 이야기를 보시면, 아마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해요. 특공대 나온 친구가 옆에 있었는데, 전 군에서 '해병대 특수 수색대'의 훈련이 가장 힘든 걸로 알고 있다더라구요. 일반 육군의 경우도 이등병이라면 편한 보직이 아닐 경우 편지 쓸 시간은 많지 않을 거예요. '개념없다'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요.
이등병이나 병장이나 일과가 똑같지 않냐고 하실 지 모르지만, 이등병은 고참들 군번, 계급, 이름, 복무신조, 병영생활행동강령, 위병소 일반수칙, 특별수칙, 탄약고 일반수칙, 특별수칙, 10대 군가, 초병의 권한, 총기 분해법, 부분별 이름, 공용화기 분해법, 부분별 이름, 성능, 경계초소 브리핑 내용, 전투준비태세 브리핑 등등 이건 외워야 할 것들이구요, 나머진 몸으로 해야 하는 것들인데 자세한 건 노멀로그의 <군생활매뉴얼> 참고 해 주세요.
훈련 나가면 산에서 텐트치고 자요. 편지는 훈련마치고 복귀해야 볼 수 있구요. 게다가 군인은 저녁 10시면 잔다니까요? 일과 마치고 저녁 먹으면 저녁 6-7시 되는데, 9시 부터는 뉴스시청이랑 청소 하거든요. 이등병이 후레쉬 켜 놓고 편지 쓰는 거요? 그건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미드 보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아주 오래전 일이라고 적어주셨는데도 이렇게 길게 댓글을 다는 이유는,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이것 말고도 길게 적어주신 이야기,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아름다워요. 이별로 가는 길에, 고통의 시간으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가시돋힌 그 모습을 껴안는 상대의 사랑을 확인 한 것,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뭘까요. 자, 다음 페이지 또 써야죠.


여러가지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매뉴얼을 통해 여러차례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대화를 통해 조율하거나 알려주지 않으면 이러한 일들은 계속 될 것 같다. 그저 화만 내고 자존심만 세우기보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해결책을 찾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걸음마를 배울 때면 넘어질 수 밖에 없는 걸까. 마치 운명의 데스티니처럼(응?) 한 칸 건너면 다음 칸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사내연애를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남자선배와 사귀는 것을 비밀로 했는데, 동기가 계속 추궁해서 결국 말하게 되고, 알고보니 동기도 그 남자선배와 사귀고 있었고, 삼자대면을 했더니 자신은 둘 다 사랑했고, 누구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님 좀 짱인듯), 그렇게 첫사랑은 '양다리의 추억'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쉽게 잊혀지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된 남자, 알고보니 그 동기도 남자선배랑 다시 만나고 있고...OTL

독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사연이 '사고발생지점' 표지판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게 사고의 완벽한 예방책은 될 수 없겠지만, 누군가는 속도를 잠시 줄여 더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런 경우가 더 많으니 말이다.


<이별사연모집>

절대로 연애상담이 아니고, 헤어진 분들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거나, 폭행을 했거나, 혹은 돈을 들고 도망갔거나, 하는 얘기 말고 흔히들 말하는 '성격차이'나 '오해와 갈등' 또는 '헤어질 수 밖에 없어서'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normalog@naver.com 여기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이야기는 각색을 거쳐 노멀로그에 공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답장을 안 해도 괜찮은 분들만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행복하시구요!





▲ 오늘은 유정란 도착하는 날! 3주 후면 병아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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