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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소심한 여자가 연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by 무한 2010. 3. 26.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이 있다. 심남이(관심있는 남자) 앞에서는 대부분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왜 그랬을까.'하며 울다 잠이 들 때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발차기를 하며 깜짝 놀라 잠시 깨는 분들 말이다.

자신이 취하는 애매한 포즈는 생각하지 않고 "그노마가 왜 연락을 안할까요?" 라는 얘길 하거나,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상대가 먼저 로그아웃을 했는데, 저한테 관심이 없는 거겠죠?" 라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 그 예민한 더듬이를 이제 그만 거두어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며, 그대들을 위한 매뉴얼을 준비했다. 남자대원들을 위해서는 이미 [소심한 남자가 연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이라는 글이 발행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도 똥꼬에 힘 꽉 주고 달려보자.


1.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하기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를 꼽으라면, 관심있는 남자사람을 만날 경우 스스로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생각해 버린다는 거다. 이 증상이 심한 대원들은 만년 '짝사랑'이나 '외사랑'의 포지션을 맡아 저격수처럼 몸을 숨긴 채 구경만 한다. 이 상황에서 자주 쓰는 멘트를 살펴보자.

1. 저... 연락해도 되요?
2. 싫으면 솔직히 말씀해 주셔도 되요.
3. 저를요? 왜요?
4.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갑자기 이 글을 적으며 슬퍼진다. 위의 글을 보고도 여린마등 동호회 회원들은 '난 저렇게까지 소심한 편은 아니잖아...'라며 스스로 위안하거나, '1,2,번은 맞지만 3,4,번은 아니니까 괜찮아.'라며 합리화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을 모아 뜨근한 설렁탕에 밥이라도 말아 한 끼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늘 얘기하지만, 자존감이 없다면 쉽게 부끄러워지고 당황하게 되며, 끝없는 자빠링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자. 자신마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남들도 마찬가지 일테니 말이다. 쇼핑할 때를 생각해 보자. 내 돈 내고 내가 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고 말한 뒤 나오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팔랑귀 효과로 산 옷들, 집에 돌아와 별로라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찾아가 번거롭게 환불받거나 교환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 그냥 넘어간 적은 없는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말고, 아니다 싶으면 뒤돌아 나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2. '의미부여'라는 설레발 내려놓기


'의미부여' 때문에 남의 어장에 들어가 마음껏 헤엄치고 있는 대원들은 얼마나 많은가. 누가 들어오라고 한 것 도 아닌데 일등 고기가 되겠다며 힘찬 몸부림을 거듭하다 어딘가에 "저 어장관리 당하는 것 같아요..."라며 질문을 올리는 대원들. 어장관리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매뉴얼을 발행할 예정이니 그 글을 참고해 주길 바라며 의미부여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대략 아래와 같다.

저와 친하게 지내는 거래처 남자가 있어요.
유난히 친해서 사람들이 막 사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근데 사석에서 만난 일은 없거든요.. 만나자는 말도 없었고..
유머러스 하고.. 굉장히 밝은 사람이에요.. 인사도 큰소리로 하고..
이름이 좀 특이한 편이라.. 제가 미니홈피를 찾아 갔거든요..
근데 미니홈피 제목이.. [나에게 와 주세요]라고 되어 있어요..
그리고 배경음악은 [세 가지 소원]으로 되어 있는데.. 흠..
아닐 거란 건 알지만.. 혹시..
이게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요?
스토킹 하는 것 같이 느낄까봐 방명록도 못 남기고... 휴우..
저한테 하는 말이라면 왜 고백을 하지 않는 걸까요?


배경음악이 노을의 [청혼]이었으면, 아주 그냥 내일 시집갈 기세다. 위의 사연이 좀 특이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녀노소를 제외하고 이와 비슷한 사연의 메일을 평균 하루 한 통 이상 받는다. 지난 시간에 말한 '다이어리에 쓴 말, 저한테 하는 말일까요?' 부터 시작해서, MLB모자 쓴 남자에게 호감이 간다고 말한 적 있는데, MLB모자를 쓰고 왔다며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거 아니냐는 사연까지.

호감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는 제각각이라 예, 아니요로 단정짓기 힘들지만 몇 가지 상황을 '추측'만 한 후 마음대로 어장에 뛰어드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구글링을 해 가며 탐정놀이 하는 걸 멈추란 얘기다. 둘은 가볍게 목례만 하는 사이거나 상대가 아예 이쪽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이런 이야기들을 동성의 친구들에게 꺼내놓으면, "어머, 진짜 너한테 관심있는 거 아냐?"라거나, "MLB모자 딱이네. 너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거잖아. 잘해봐."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삶은 조금 더 힘들어진다. 백 번 양보해서, 그게 당신을 향한 '신호'라고 해 보자. 그 미약한 신호에 한껏 부풀어 벚꽃놀이 갈 준비부터 할 것인가? 널리 알려진 말 처럼 기침과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다. 이쪽에서 설레발을 치지 않아도 다른 신호를 볼 수 있게 될 거란 얘기다.

"그의 마음을 제가 눈치채지 못해, 지쳐 떠나면 어쩌죠?"

뚜렷한 물증 없이 심증만 들이대다가 '니가 알아주지 못해서 난 돌아선다.'라고 말할 정도의 의지박약을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지금 돌아서는 게 나은 일일 수도 있다. 당신을 강력하게 사로잡을 사람은 폭풍처럼 들이닥칠테니, '긴가민가'의 상황이라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려보자. "그런 건 그냥 친구끼리도 하는 거잖아요?" 라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3. 똥차 보내기


"똥차가고 벤츠 온다."라는 말이 있다. 어찌 사람을 '똥차'따위에 비교하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본질적인 특색이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똥차'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목격했던 사건을 하나 풀어 놓자면,

친구 A에게 열렬한 구애를 보내던 B양이 있었다. A군은 마초기질이 다분한 남자로 B양에게 항상 가혹한 벌칙(응?)같은 걸 시켰는데, 예를 들자면 "라페스타에서 술 마시고 있는데 택시비가 없으니 네가 좀 와줘야 겠다." 따위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줄을 놔 버린 B양은 어디선가 무슨일이 생기면 A에게 달려왔고, 화이트데이에 츄파춥스를 받을 지언정 발렌타인데이에는 A군에게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초콜릿을 선물했다. 연인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의 '보모'수준의 이 어이없는 관계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 A군은 더욱 야생마처럼 날뛰었고, B양은 그 모습에 더욱 빠져들게 된 것이다.
그 후, A는 C양을 알게 되었고, C양은 특급 도도함을 무기로 A를 사로잡았다. 그 망나니 같던 A가 C양의 퇴근시간에 맞춰 모시러 가고, 마치 5분대기조 인 것 처럼 C양의 스케줄을 관리했다. B양에게 아무렇게나 대하던 녀석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순한 양이 된 것이다. 지금도 A와 C양은 잘 사귀고 있으며, B양의 소식은 알 수 없게 되 버렸다.

 
난 이 관계에서 A와 B양의 관계를 '똥차'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모성애와 보호본능, 그리고 맹목적인 헌신이 결합해 만들어 낸 이 상황은 A와 B양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대적인 관계의 재건축이 있었다면 A와 B양도 블링블링한 연애를 할 수 있었겠지만, B양은 이미 "그냥 좋아~ 너무 좋아~ 아파도 좋아~"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치료 의사가 없어 보였다.

이미 매뉴얼에서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품절남을 사랑하는 여자사람"과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 남자가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건 아니야. 너를 더 사랑해. 하지만 여자친구는 나 아니면 안돼."라는 초특급 막장 대사를 날려도, 사연을 주신분은 "완전 설득력 있어. 맞아."라는 생각을 했다. 좀 강한 예를 든 까닭에 그닥 와닿지 않는가?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겪고 있는 그 '상황'을 이야기 해 버리면, 크리넥스 곽 티슈를 꺼내서 라면 국물 같은 눈물을 흘릴까봐 과격한 예를 들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합리화와 맹목적인 헌신은 그만두고, 똥차는 보내자.

"근데 무한님, 똥차는 똥을 어디로 가져가나요?"

헛소리 하지 말고 말이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용기를 내야 하고, 말 한마디 한 마디도 조심스레 건네며, 혹시나 자신이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 것 같으면 바로 사과해 버리는 그대. 그 여린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쿨한 여자라며 지멋대로 행동하거나, 뒤끝 없다며 예의없게 행동하거나, 활발한 성격이라며 쇼를 하는 것 보다는 여린마음의 그대가 훨씬 괜찮다. 수 많은 자기계발 서적과, 성격은 고쳐야 하는 거라는 뉘앙스로 제작되어지는 많은 컨텐츠들, 그러한 이야기들을 보면 여린마음이 죄인 것 처럼 느껴지지만 여린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여린마음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감정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된다.

여린마음의 그대들이 가져야 하는 것은 딱 하나란 얘기다. "여린마음이 만든 생각들로 나를 괴롭히지 않기."라는 것.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다.




▲ 금요일 저녁을 그냥 보내실 생각인가요? 우물쭈물 하다가 큰일납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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