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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시 당하는 어장관리의 세 가지 유형

by 무한 2010. 3. 29.
올해에는 벚꽃놀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금방이라도 사귈 것 처럼 달려들던 심남심녀(관심있는 상대 남자, 여자)의 연락두절 및 미비한 신호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의 메일이 늘어나고 있다.

<아폴로 13(Apollo 13)>이라는 영화를 본 대원들은 알겠지만, 모든 우주선이 무사히 임무복귀 후 귀환하는 것을 염원하며 출발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귀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연애에서의 '어장관리'라는 말 역시 이처럼 핑크빛 러브러브를 꿈꾸며 출발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대의 반응이나 반전으로 인해 '연애미아'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일등참치가 되기 위해 어장에서 힘껏 뛰어 올라 보지만, 결국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는 것. 슬픈 일이다.

어장관리를 구별하거나 어장관리에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적 있으니 과거의 매뉴얼을 참고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은 '어장관리'라고 말할 수 있는 세 가지 상황를 함께 살펴보자. 어장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할 때면 늘 하는 말이지만, 어장관리와 연애가 시작될 때의 모습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게다가 고의적으로 어장관리를 한다기보다 스스로 어장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서 상대를 무작정 '어장관리자'로 몰지 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짚어 보는 것으로 매뉴얼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쉽게 말해, 잘잘못을 가리거나 누가 나빴다고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폴로 13>의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귀환하며 눈물나는 목소리를 전해왔듯, 당신의 연애도 정상궤도를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쓰는 글이니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지만 참고하시길 바란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휴스턴."

휘트니 휴스턴 얘기가 아니다. 오늘도 달려보자.


1. 밀고 당기기 인 줄 알고 힘껏 당겼지만


가장 전형적인 방법으로 '만날 때는 연인처럼, 집에 가면 남남처럼'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사귀게 될 때와 구분할 수 없으므로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결과를 알 수 있는 무서운 어장관리다. 이쪽에서는 그저 '밀고 당기기' 인 줄 알고 열심히 잡아 당기지만, 결국 자기 키보다 깊게 땅을 파고 나서야(삽질을 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어장관리. 요약하자면 이렇다.

만났을 때에는 '어머, 너 같은 애 처음이야.'따위의 멘트를 날리고, 끊임없는 맞장구와 리액션으로 마음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건 뭐 어딜봐도 나에게 관심이 있으며 곧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상황이니 얼굴에 화색이 돈다. 초반에는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뭐해요?" 라거나 "나 보고 싶은 영화 있는데."따위의 멘트로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한 솔로부대원이 어장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곧 커플부대원이 될 것 같은 상황이 어느 순간부터 지연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저 연착되는 열차를 기다리듯 플랫폼에서 고개만 쭉 빼고 기다리지만,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점점 불안해 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핸드폰이 통신사의 착오로 착신정지 같은 게 된 건 아닌가 스스로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는 솔로부대원도 있다. 자존심이 좀 센 솔로부대원들은 '후후, 이깟 밀고 당기기, 니가 먼저 지칠껄.'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것도 며칠 지나고 나면 똥꼬가 가렵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듣게 되는 멘트도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자.

"아, 미안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요..."
"끄응. 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는데;;;"
"죄송해요.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응?)"



친구 할아버지, 에서 공감대가 급격히 떨어지겠지만 실제로 저 이야기와 함께 "제가 샤워할 때만 전화가 와서..." 따위의 이야기를 들었던 솔로부대원의 사연이 있다. 그러나 위의 멘트를 날렸다고 해서 모두 어장관리로 보는 것은 그닥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다. 소개팅 할 때에는 한가해서 시간을 낼 수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거나 시즌이 되어 정말 바빠진 사람도 있으며,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은 오히려 이쪽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여전히 연락이 없다면, '어장관리 맞죠?'라고 해도 부정은 하지 않겠다.

'어장관리가 맞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할 수 없는 경우는, 어장관리를 당하는 대원의 사연이 아닌 상대방에게 "어장관리 하는 거냐?"라는 소릴 들은 대원들의 사연 때문이다. 만남 이후로 별 관심이 없어서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상대쪽에서는 왜 연락을 안 하냐고 따지다가 "너는 아웃이니까요."라고 말하긴 쵸큼 그래서 "아, 바빠서요."같은 이야기를 한 건데 결국 상대가 설레발을 치다가 "어장관리 하면서 살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소개팅 나가서 상대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이왕 나온거니까 이야기 들어주고 웃어주고 그랬던 건데 앞으로는 정색하고 돌아서서 나와야 겠네요."라는 메일에 할 말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한 솔로부대원이 있다면, 섣불리 '밀고 당기기'라곤 생각하지 않길 권한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그 색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관심없음'마저도 '이 색히 튕기는 거?'라고 생각할텐가? 마음 속으로 재고 계산하기 보다 '사실'에 근거해서 살펴보자. 누가 쳐다만 봐도 자신에게 관심있다고 생각하거나, 내 말에 잘 웃어주었다고 호감있는게 분명하다는 착각은 내려두어도 좋다.


2. 좋은 동생 많아지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소제목은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노멀로그 슬로건이다. 오죽하면 토이가 <좋은사람>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어서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라는 가사를 집어 넣었겠는가. 클라이막스에 나오는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라는 가사처럼 혼자 영화 찍고 있을 솔로부대원들이 보이는 듯 하지만, 감정에 젖어서 그녀의 그림자가 되겠다느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느니 그런 거 하지 말고 실용한자라도 외우자.

물론, 억울한 심정 이해한다. "자길 좋아한다는 거 눈치 채곤 생일선물로 백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백은 받아 놓고, 자긴 좋은 오빠동생 사이가 좋다네요. 영화보고 나와서 팔짱은 왜 낀 걸까요? 확실히 어장관리죠?" 이런 사연이 종종 도착하니 말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팔짱을 낀 이유는 예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다.

"동성 친구들이랑도 팔짱 끼는데, 그게 잘못 인가요?"

안다. 저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핑 돈다는 거.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더 울컥 한다는 거. "좋은 동생 많아지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슬로건은 그 울컥함의 결정체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해 줄 수 있는 얘기는, 준 만큼 무언갈 보상받는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얘기다. 무작정 "사귈 거 아니면 아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좋은 오빠동생'이나 '좋은 친구'에서 연인이 된 대원들도 많으니 말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왜 사귈 것 처럼 친하게 행동하는 건가요?"라는 의문을 갖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연애경험이 없는 솔로부대원인 경우, 친하게 지내는 남녀 사이는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누군가 조금 관심을 보여주기만 해도 사귀자고 달려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친해진다=사귄다'의 공식부터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것이다.

길게 보자. 당장 무언가를 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 나타나야 한다는 조급증만 버리더라도 충분히 많은 길들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당신에게 반할만한 임팩트가 부족할 지 몰라도 이 마음이 평생 가는 거 아니다.

"너, 나한테는 그래도 되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그러지 마."

이 멘트, 솔직히 손발 로그아웃 하게 만든다. 게다가 상대방이 이 말을 듣고 "아침에 도를 깨우쳤으니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며 반성의 눈물을 흘리지도 않을 것이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빼고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말 같은 건 하지 말자. 허세를 부리고 싶거나 감상에 젖고 싶은 거라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3. 널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하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당신과 사귀고 싶을 정도로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어렵다. "여자친구보다 널 더 사랑해. 하지만 내가 없으면 여자친구는 견딜 수 없을 거야."라는 전 인류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자신이 처한 환경이 현재 연애를 할 수 없으며 연애를 한다 해도 상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걸 아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넌 왜 이제야 온 거야? 널 만나기 전에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버렸단 말이야." 이 말은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라는 거절과 함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여지'만을 붙드는 것은 말리고 싶다. 안타깝게도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하얀 스케치북 전체를 보기보다 거기에 찍힌 검은 점 하나에 온 관심을 쏟는 까닭에, 이 작은 '여지'에만 마음을 두고 있겠지만 전체를 보면 분명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우정'과 '사랑'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사랑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관계. 이쪽에서는 어장관리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우정'으로 받아들였다가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들이대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헤어지고 몇 년이 지나서도 "나에 대한 솔직한 네 마음은 뭐였니?"라고 메일을 보내는 대원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가능성'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위의 대답을 들었다고 해서 "그냥 해 본 말이야. 장난친 거야."라고 말하거나 "사귀자는 거 아냐~ 왜 오버해~"와 같은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거다. 늘 말하지만, 나를 정당화 하기 위해 상대방을 바보로 만드는 일은 곤란하다. "녀석, 긴장하긴.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야."정도로 이야기 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이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다고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 중 "당한게 너무 억울한데, 어떻게 하면 복수를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복수를 할 생각이라면 우선 토익 만점을 받은 뒤, 한자급수시험 1급을 취득하라는 대답을 해 드리겠다. 두 가지를 다 했다면, 봉사활동 130시간을 채우고 전공분야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집필해 보시길 권한다. 어느 복수보다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복수를 생각했다면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지금부터 시작하시길 바라고, 복수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좀 개선해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거울요법'을 추천드린다. 상대가 매번 '여지'만 남긴다면 그대도 '여지'만 남겨두는 것이다. 단, 사귀고 싶진 않은데 연인처럼은 지내고 싶어하는 아이러니까지 따라하진 말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가 보이는 모순이 있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정확히 짚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유야무야 넘어간 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거나 조언을 구하려 하지 말고, 그 당사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이다. 상대의 엉터리같은 이야기에도 "어머, 설득력 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점은 주의하자.

현재의 상황을 '어장관리'라고 생각하는 대원들 중에는,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될 대원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조급증'을 앓고 있는 대원들은 어장관리를 당하는 것 같다고 메일을 보냈다가 다음 날 "무한님아 저 커플부대원 되었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대가 샤워를 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을 뿐인데 부재중 전화를 몇 통씩 남기거나, 감정이 상했다고 해서 상대를 깊숙히 찌르는 말 같은 건 꺼내지 말자는 얘기다. 결과를 독촉하는 것도 그만 내려놓고 말이다.

의사에게 "지금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면, 3개월을 넘기기 힘듭니다." 따위의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라면 하나도 급할 거 없고, 끝난 건 아무것도 없다. 계단을 두 개씩 뛰어 오르다가 지쳐서 퍼지기보다 하나씩 천천히 오르자는 얘기다. 힘들어서 잠시 쉰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으니 말이다.




▲ 30, 31일은 쉽니다. 춘계 휴가 잘 즐기고 올게요~ 만우절 날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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