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매뉴얼을 좀 정리하고 넘어가자. 지난 매뉴얼에서 "이과계열 남자가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는데, 그 글을 읽은 수 많은 이과계열 남자대원들이 눈에서 라면국물 처럼 얼큰한 눈물을 뿜으며 공감대를 표시해 주셨다.
잠깐 눈물 좀 닦고 글을 더 이어가자면, 지난 매뉴얼 본문 중 "가장 밝은 별은 북극성이라고 하는데..."라는 부분에 대해 이과계열 솔로부대원들의 더 슬픈 댓글이 있었다.
눈물을 좀 더 닦아야 겠다. 감사한 피드백이지만, 그냥 좀 슬프기도 하다. 아무튼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더 이어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오늘은 '헷갈리게 하는 그 남자, 관심일까? 착각일까?'라는 주제에 대해 알아보자. 상대의 말과 행동과 글 등을 마음 속 체로 거르며 구분하려 애쓰는 솔로부대원들에게 땀 닦을 수 있는 손수건 같은 매뉴얼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달려보자.
상황별 사람별 기준 등 여러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으나 그러다 보면 오늘 해질 때 까지 써도 다 못쓰는 까닭에 짧게 몇 가지만 살펴보자. 이 매뉴얼이 여성대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솔로부대 남성들이 더욱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이다. 소위 '되는 녀석'들과 '솔로부대 엘리트대원'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 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위의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알 수 있겠는가? 솔로부대 남자대원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동호회 모임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엔 핸드폰을 바꿀 때면 늘 여자가 바뀌는 J군(29세, 개인사업)이 있었다. 그리고 여린마음동호회원 H군(29세, 회사원)도 있었다. 둘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 뉴페이스 Y양(26세, 회사원)이 왔을 때, J군과 H군은 둘 다 Y양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J군은 Y양에게 수저와 술잔등을 챙겨주며 고기를 구워 Y양 앞에 놔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마치 자신의 '고객'을 대하듯 적극적인 마인드로 묻고, 챙기고, 웃었다. 그와 반대로 H군은 끼어들 틈새를 찾다가 잘 되지 않자 술만 계속 들이켰고, 연락처를 묻기는 커녕 J군이 하는 얘기에 시비를 걸 이야기들만 뱉어내는 자빠링을 했다. 가슴아픈 일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 J군이 H군보다 잘 생겨서 그런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모는 누가 더 낫다고 할 것 없이 비슷비슷했다. 이후 와신상담하던 H군이 수소문해 알아낸 Y양의 미니홈피에 연락하며 지내고 싶다는 글을 남겼을 때, Y양은 이미 J군과 만나는 중이었다. 뭐 느껴지는 게 없는가?
더 안타까운 것은, 지붕 쳐다보게 된 H군이 나중에 Y양을 속물적인 여자처럼 욕하고 다녔다는 거다. 그냥 조금만 잘 해줘도 넘어가 버린다느니, 진심은 모르고 표면적인 것만 본다느니, 정신상태가 어쩌구, 이게 무슨 달팽이 집 리모델링 하는 소린가. 입장을 바꿔보자. 어느 모임에 갔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자사람이 수저와 술잔등을 챙겨줬다.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신에게 말 걸어 주고 이것 저것 물어봐 줬다. 다른 여자사람도 있었지만 걘 산은 산이고 물은 셀프라며 지 술잔만 들이키다 나중엔 괜히 시비조의 이야기들을 뱉어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잔 얘기다. 당신은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겠는가?
미안하다. 누가 챙기든 안 챙기든 "둘 중 더 예쁜 쪽이요."라고 대답할 남자대원들이 많다는 걸 잠시 내가 잊었던 것 같다. 아무튼 다른 건 다 잊더라도 하나만 기억하자. 지금 상대에게 난 '백지'라는 것.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인 가는 당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바보같은 모습만 보이면, 바보같은 그림이 그려진단 얘기다.
자, 그럼 다시 여자대원들을 위한 매뉴얼로 돌아와 보자. 어느 남자사람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 "나에게 관심이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착각인지 관심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일단 들이대는 사람이 있거든 '관심'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진짜 중요한 건, 이 '관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거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그 사람의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별 일 아닌데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그건 마음 열어보기 전 까진 알 수 없는 일이고, 지금 당장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그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착각'한 것이라도, 그 사람 마음에는 '관심'이 생길 수 있는 일이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관심'이라고 해도 섣불리 문을 열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경우들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표시해 왔다는 것 만으로도 오랜 솔로생활에 지쳐 맨발로 뛰어나가겠지만, 그랬다간 지금 당신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무료함'보다 더 무서운 '무의미함'이 찾아올 수 있다. 어떤 경우인지 살펴보자.
A. 난 내가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는 여자가 좋아.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지만, 이 말에도 정신줄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대원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맞춰가라'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무작정 '따라가는' 대원들이 있단 얘기다.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만지려는' 분들이 가장 흔하게 뱉는 멘트다. '그래, 그가 원하는 내가 되어야지.'라고 하고 애쓰지만 결국 '쉬운여자'가 되어버리는 상황. 그냥 간단하게 얘기하겠다.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는 여자는, 버리고 싶을 때 버릴 수 있는 여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B. 뽀뽀가 받고 싶다는 즤랄꾸러기.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다. 좀 친해지는 듯 하면 간 보느라 별별 이야기를 다 꺼낸다. 꼭 "뽀뽀해줘."가 아니더라도 "너 내가 이러이러한 거 하자면 어떻게 할 거야?"같은 소리들로 이쪽을 떠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증상은 약간의 애정결핍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자주 보이는데, 이 멘트 때문에 "절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런 얘길 하는 걸까요?"라고 묻는 대원이 한둘이 아니다. 장난 식으로 던지는 "뽀뽀해줘"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파고드는 거 말이다. 이 장단에 맞춰서 놀아주지 않으면, "연애말고 그냥 공부나 해야겠다."라거나 "난 내가 뽀뽀해달라고 할 때 뽀뽀해 주는 여자랑 사귀어야 겠다."따위의 즤랄꾸러기 전용 멘트를 내 놓는다. 이런 액션만 보여도 정말 돌아서는 줄 알고 맨발로 뛰어나오는 대원들이 역시 한둘이 아니다. 그 결과는 대부분 손에서 놓친 풍선과 비슷하다는 걸 적어둔다.
잠깐, 그럼 이렇게 다가오는 남자들에 대해서만 '잘라야 할 것'이 있을까? 이것보다 더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내 안의 문제'에 대한 얘기를 아래에서 해보자.
그 남자의 '관심'이냐, '착각'이냐를 묻는 메일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위와 같은 고민을 가진 대원들이 있다면, 당장 "그 남자가 나에게만 보이는 특별함"찾기를 그만 두길 바란다. 당신이 찾아야 하는 건 '증거'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당신에게 관심이 있냐, 없냐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당신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쪽에서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 '방청객'의 입장이면서 상대가 뭘 해주기를 바라는가. "먼저 다가가는 여자는 매력 없나요?" 이따위 질문을 할 게 아니라. 다가갈 필요가 있다면 다가가야 한단 얘기다.
"괜히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될까봐 고백하지 못하겠어요."
다가가라고 했지, 고백하라고 한 거 아니다. 치과에 가서도 이를 뽑기 전에 진료 받고 엑스레이를 찍는 등 먼저 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다짜고짜 고백하는 건 이런 과정들을 생략하고 이 뽑아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은 이미 여러차례 발행되었고 앞으로도 발행될 예정이니 여기에 길게 적진 않겠다.
노멀로그의 매뉴얼을 읽은 뒤 연애에 성공한 대부분의 여성대원들이 보내준 메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뽑아서 이야기를 해 보자.
"드라마를 보듯이 대했더니, 정말 다가오더군요."
애독자 분들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상대를 '드라마'라고 생각하란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방영할 때에는 집중해서 보게 되지만 '드라마'때문에 일상생활을 못하지 않듯, 그런 '중심'을 가지고 다가가란 얘기다. 어장관리를 당하는 솔로부대원이 내 뱉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무엇인가?
"만날 때는 연인 같은데, 각자의 시간엔 남남 같아요."
어장관리를 하라는 얘긴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신호를 찾으려고 하거나, 도대체 관심인지 내 착각인지 모르겠는 까닭에 고통받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있으면 이와 같은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단 얘기다. 관심이 있나 없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그걸 생각해 보자. 그걸 함께 생각하기 위해서 매뉴얼이 연재되는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해 개별적 답장을 하지 않아도 좋으며 노멀로그를 통해 공개되어도 좋은 사연은 normalog@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라며, 시작된 한 주도 꿀꺽 삼켜버릴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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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팅 나가서 아인슈타인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 저는 전공과 결혼해 버린 것 같습니다.
● 고백해서 차이면 왜 시간이 천천히 가는 지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전공과 결혼해 버린 것 같습니다.
● 고백해서 차이면 왜 시간이 천천히 가는 지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깐 눈물 좀 닦고 글을 더 이어가자면, 지난 매뉴얼 본문 중 "가장 밝은 별은 북극성이라고 하는데..."라는 부분에 대해 이과계열 솔로부대원들의 더 슬픈 댓글이 있었다.
무한님, 틀린 부분이 있으신 것 같아요.
가장 밝은 별은 북극성이 아니라 큰개자리 알파성인 시리우스입니다.
실제로 북극성은 지구자전축의 정북방향이라 유명한거지
그다지 밝은 별은 아닙니다. 서울하늘에선 확인하기도 힘들죠.
참고로 북극성은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북극성이 아닌
다른 별이 되게 될 것입니다. 지구 자전축은 세차운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밝은 별은 북극성이 아니라 큰개자리 알파성인 시리우스입니다.
실제로 북극성은 지구자전축의 정북방향이라 유명한거지
그다지 밝은 별은 아닙니다. 서울하늘에선 확인하기도 힘들죠.
참고로 북극성은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북극성이 아닌
다른 별이 되게 될 것입니다. 지구 자전축은 세차운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눈물을 좀 더 닦아야 겠다. 감사한 피드백이지만, 그냥 좀 슬프기도 하다. 아무튼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더 이어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오늘은 '헷갈리게 하는 그 남자, 관심일까? 착각일까?'라는 주제에 대해 알아보자. 상대의 말과 행동과 글 등을 마음 속 체로 거르며 구분하려 애쓰는 솔로부대원들에게 땀 닦을 수 있는 손수건 같은 매뉴얼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달려보자.
1. 착각할 수 밖에 없는 남자의 행동들
상황별 사람별 기준 등 여러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으나 그러다 보면 오늘 해질 때 까지 써도 다 못쓰는 까닭에 짧게 몇 가지만 살펴보자. 이 매뉴얼이 여성대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솔로부대 남성들이 더욱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이다. 소위 '되는 녀석'들과 '솔로부대 엘리트대원'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 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
되는 녀석 : 수저나 물 등의 테이블 세팅을 한다.
솔로부대원 : 가만히 앉아서 뭐 시킬 지를 속으로 고민하고 있다.
<술자리에서>
되는 녀석 : 여자들에겐 술을 조금만 따라주는 센스를 보인다.
솔로부대원 : 아웃사이더가 되거나, 하니처럼 달리다가 폭주한다.
<애프터 신청시>
되는 녀석 :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다음 만남을 유도한다.
솔로부대원 : 내가 마음에 안 드냐고 묻는다.
<마음을 표현할 때>
되는 녀석 : 마치 연애중인 상대인 것 처럼 얘기한다.
솔로부대원 : 좋아한다고 얘기하며 부담을 들이댄다.
<둘이 보려던 약속이 취소 되었을 때>
되는 녀석 : 다음에 보자는 얘기와 잘 쉬라는 인사를 건넨다.
솔로부대원 : 나오라고 애원하거나, 마음이 있으면 이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관심가는 여자를 발견했을 때>
되는 녀석 : 눈을 마주치다 상대가 피하면 자신도 살짝 피한다.
솔로부대원 : '나는 너의 노예'라는 눈빛을 쏘며 계속 쳐다본다.
되는 녀석 : 수저나 물 등의 테이블 세팅을 한다.
솔로부대원 : 가만히 앉아서 뭐 시킬 지를 속으로 고민하고 있다.
<술자리에서>
되는 녀석 : 여자들에겐 술을 조금만 따라주는 센스를 보인다.
솔로부대원 : 아웃사이더가 되거나, 하니처럼 달리다가 폭주한다.
<애프터 신청시>
되는 녀석 :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다음 만남을 유도한다.
솔로부대원 : 내가 마음에 안 드냐고 묻는다.
<마음을 표현할 때>
되는 녀석 : 마치 연애중인 상대인 것 처럼 얘기한다.
솔로부대원 : 좋아한다고 얘기하며 부담을 들이댄다.
<둘이 보려던 약속이 취소 되었을 때>
되는 녀석 : 다음에 보자는 얘기와 잘 쉬라는 인사를 건넨다.
솔로부대원 : 나오라고 애원하거나, 마음이 있으면 이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관심가는 여자를 발견했을 때>
되는 녀석 : 눈을 마주치다 상대가 피하면 자신도 살짝 피한다.
솔로부대원 : '나는 너의 노예'라는 눈빛을 쏘며 계속 쳐다본다.
위의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알 수 있겠는가? 솔로부대 남자대원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동호회 모임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엔 핸드폰을 바꿀 때면 늘 여자가 바뀌는 J군(29세, 개인사업)이 있었다. 그리고 여린마음동호회원 H군(29세, 회사원)도 있었다. 둘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 뉴페이스 Y양(26세, 회사원)이 왔을 때, J군과 H군은 둘 다 Y양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J군은 Y양에게 수저와 술잔등을 챙겨주며 고기를 구워 Y양 앞에 놔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마치 자신의 '고객'을 대하듯 적극적인 마인드로 묻고, 챙기고, 웃었다. 그와 반대로 H군은 끼어들 틈새를 찾다가 잘 되지 않자 술만 계속 들이켰고, 연락처를 묻기는 커녕 J군이 하는 얘기에 시비를 걸 이야기들만 뱉어내는 자빠링을 했다. 가슴아픈 일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 J군이 H군보다 잘 생겨서 그런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모는 누가 더 낫다고 할 것 없이 비슷비슷했다. 이후 와신상담하던 H군이 수소문해 알아낸 Y양의 미니홈피에 연락하며 지내고 싶다는 글을 남겼을 때, Y양은 이미 J군과 만나는 중이었다. 뭐 느껴지는 게 없는가?
더 안타까운 것은, 지붕 쳐다보게 된 H군이 나중에 Y양을 속물적인 여자처럼 욕하고 다녔다는 거다. 그냥 조금만 잘 해줘도 넘어가 버린다느니, 진심은 모르고 표면적인 것만 본다느니, 정신상태가 어쩌구, 이게 무슨 달팽이 집 리모델링 하는 소린가. 입장을 바꿔보자. 어느 모임에 갔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자사람이 수저와 술잔등을 챙겨줬다.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신에게 말 걸어 주고 이것 저것 물어봐 줬다. 다른 여자사람도 있었지만 걘 산은 산이고 물은 셀프라며 지 술잔만 들이키다 나중엔 괜히 시비조의 이야기들을 뱉어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잔 얘기다. 당신은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겠는가?
미안하다. 누가 챙기든 안 챙기든 "둘 중 더 예쁜 쪽이요."라고 대답할 남자대원들이 많다는 걸 잠시 내가 잊었던 것 같다. 아무튼 다른 건 다 잊더라도 하나만 기억하자. 지금 상대에게 난 '백지'라는 것.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인 가는 당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바보같은 모습만 보이면, 바보같은 그림이 그려진단 얘기다.
자, 그럼 다시 여자대원들을 위한 매뉴얼로 돌아와 보자. 어느 남자사람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 "나에게 관심이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착각인지 관심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일단 들이대는 사람이 있거든 '관심'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진짜 중요한 건, 이 '관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거다.
2. 관심이든 착각이든 잘라야 하는 것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그 사람의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별 일 아닌데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그건 마음 열어보기 전 까진 알 수 없는 일이고, 지금 당장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그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착각'한 것이라도, 그 사람 마음에는 '관심'이 생길 수 있는 일이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관심'이라고 해도 섣불리 문을 열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경우들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표시해 왔다는 것 만으로도 오랜 솔로생활에 지쳐 맨발로 뛰어나가겠지만, 그랬다간 지금 당신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무료함'보다 더 무서운 '무의미함'이 찾아올 수 있다. 어떤 경우인지 살펴보자.
A. 난 내가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는 여자가 좋아.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지만, 이 말에도 정신줄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대원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맞춰가라'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무작정 '따라가는' 대원들이 있단 얘기다.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만지려는' 분들이 가장 흔하게 뱉는 멘트다. '그래, 그가 원하는 내가 되어야지.'라고 하고 애쓰지만 결국 '쉬운여자'가 되어버리는 상황. 그냥 간단하게 얘기하겠다.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있는 여자는, 버리고 싶을 때 버릴 수 있는 여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B. 뽀뽀가 받고 싶다는 즤랄꾸러기.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다. 좀 친해지는 듯 하면 간 보느라 별별 이야기를 다 꺼낸다. 꼭 "뽀뽀해줘."가 아니더라도 "너 내가 이러이러한 거 하자면 어떻게 할 거야?"같은 소리들로 이쪽을 떠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증상은 약간의 애정결핍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자주 보이는데, 이 멘트 때문에 "절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런 얘길 하는 걸까요?"라고 묻는 대원이 한둘이 아니다. 장난 식으로 던지는 "뽀뽀해줘"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파고드는 거 말이다. 이 장단에 맞춰서 놀아주지 않으면, "연애말고 그냥 공부나 해야겠다."라거나 "난 내가 뽀뽀해달라고 할 때 뽀뽀해 주는 여자랑 사귀어야 겠다."따위의 즤랄꾸러기 전용 멘트를 내 놓는다. 이런 액션만 보여도 정말 돌아서는 줄 알고 맨발로 뛰어나오는 대원들이 역시 한둘이 아니다. 그 결과는 대부분 손에서 놓친 풍선과 비슷하다는 걸 적어둔다.
잠깐, 그럼 이렇게 다가오는 남자들에 대해서만 '잘라야 할 것'이 있을까? 이것보다 더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내 안의 문제'에 대한 얘기를 아래에서 해보자.
3. 스스로 빠져드는 고민의 늪
그 남자의 '관심'이냐, '착각'이냐를 묻는 메일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 사람이 원래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하고 웃음이 많아요..
저보고 웃음이 많다고 하는 말에 마냥 좋아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칭찬을 자주 해 주나 봐요..
주말에 뭐 할거라고 제가 흘린 이야기들도 기억했다가
나중에 주말이 되면 문자나 전화로 물어봐 주거든요..
그럼 또 전 코피 퐝~ 텅지면서 정신줄 놓고..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신경 잘 써주고 친절한 사람이네요..
순간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어요..
도대체 관심인지 착각인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겁니까..
저보고 웃음이 많다고 하는 말에 마냥 좋아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칭찬을 자주 해 주나 봐요..
주말에 뭐 할거라고 제가 흘린 이야기들도 기억했다가
나중에 주말이 되면 문자나 전화로 물어봐 주거든요..
그럼 또 전 코피 퐝~ 텅지면서 정신줄 놓고..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신경 잘 써주고 친절한 사람이네요..
순간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어요..
도대체 관심인지 착각인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겁니까..
위와 같은 고민을 가진 대원들이 있다면, 당장 "그 남자가 나에게만 보이는 특별함"찾기를 그만 두길 바란다. 당신이 찾아야 하는 건 '증거'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당신에게 관심이 있냐, 없냐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당신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쪽에서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 '방청객'의 입장이면서 상대가 뭘 해주기를 바라는가. "먼저 다가가는 여자는 매력 없나요?" 이따위 질문을 할 게 아니라. 다가갈 필요가 있다면 다가가야 한단 얘기다.
"괜히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될까봐 고백하지 못하겠어요."
다가가라고 했지, 고백하라고 한 거 아니다. 치과에 가서도 이를 뽑기 전에 진료 받고 엑스레이를 찍는 등 먼저 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다짜고짜 고백하는 건 이런 과정들을 생략하고 이 뽑아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은 이미 여러차례 발행되었고 앞으로도 발행될 예정이니 여기에 길게 적진 않겠다.
노멀로그의 매뉴얼을 읽은 뒤 연애에 성공한 대부분의 여성대원들이 보내준 메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뽑아서 이야기를 해 보자.
"드라마를 보듯이 대했더니, 정말 다가오더군요."
애독자 분들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상대를 '드라마'라고 생각하란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방영할 때에는 집중해서 보게 되지만 '드라마'때문에 일상생활을 못하지 않듯, 그런 '중심'을 가지고 다가가란 얘기다. 어장관리를 당하는 솔로부대원이 내 뱉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무엇인가?
"만날 때는 연인 같은데, 각자의 시간엔 남남 같아요."
어장관리를 하라는 얘긴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신호를 찾으려고 하거나, 도대체 관심인지 내 착각인지 모르겠는 까닭에 고통받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있으면 이와 같은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단 얘기다. 관심이 있나 없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그걸 생각해 보자. 그걸 함께 생각하기 위해서 매뉴얼이 연재되는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해 개별적 답장을 하지 않아도 좋으며 노멀로그를 통해 공개되어도 좋은 사연은 normalog@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라며, 시작된 한 주도 꿀꺽 삼켜버릴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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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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