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울어 안구건조증이 찾아올 정도로 아픈 이별을 경험했거나, 오랜 연애로 '권태'에 시달린 경우, 아니면 솔로의 시간을 오래 가졌을 때, 누구에게나 '마음에 털 난 것 같은' 상태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술자리를 예로 들자면 남들 다 취해서 헛소리 해 가며 히덕 대고 웃는 데, 이쪽은 아웃사이더처럼 구석에서 냉소만 짓고 있거나 얼른 모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전혀 참여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태와 같다.
이 시기를 부킹대학 필라델피아 연구소에서는 '연애의 빙하기'로 명명했다. 원활한 설렘의 흐름이 불가능해지고 마음에 세워 놓은 콘크리트벽이 햇볕을 가린 까닭에 연애세포가 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에 그나마 들이대는 남자사람이 있다면 그의 꾸준한 '돌격'이 콘크리트 벽에 금이라도 가게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벽 몇 번 찔러보다 돌아서는 '의지박약'의 접근이 대부분이며, 들이대는 남자사람도 없다면 최악의 경우 '우울증'까지 한 방에 훅 가는 일이 발생한다.
자, 이런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초초해 하며 들고 있던 핸드폰 내려 놓고, 뭔가 '건수'가 없나 굴리던 머리도 내려놓길(응?) 바란다. 뭘 선물하고 어딜 같이가고 이따위 것들은 다 접어두고 '진짜' 그녀의 남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여린마음 동호회 남자회원들에게는 그닥 권하지 않지만, 자신의 복근이 좀 된다 싶은 남자대원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남들이 토끼 한 마리 쫓아 갈 때,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몰아서 쫓아가는 거다. 그동안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지만 그런 거 개나 줘 버리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거다.
"저... 죄송한데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죄송하면 갈 길 가든가. 농담이고, 이런 방법의 접근이 일반적인 거라면 우리는 좀 다르게 다가가보자. 바로 '8시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제가 매일 저녁 8시에 전화해도 될까요?"
듣기만 해도 "응?"이 저절로 나오지 않는가? 형사들이 왜 용의자를 잡아 놓고 "니가 훔쳤지?" 라고 묻지 않고, "왜 훔쳤어?"라고 묻는 지를 생각해 보자. 두 계단을 껑충 뛰어오르란 얘기다. 저 이야기는 '포석'으로 깔아 놓는 것이다. 연락처 알아내서 문자 하나 보내고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케이 사인을 받는 순간, 앞으로 매일 저녁 8시에 전화를 하는 거다.
단, 전화해서 좋아한다느니 첫 눈에 반했다느니 그따위 얘기 할 필요 없다. 눈이 예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얘기도 할 필요 없다. 그냥 오래 알아오던 사람처럼 매일 저녁 8시면 전화를 하는 거다. 전화해서 어떻게 통화해야 할 질 모르겠는가? 정 할 얘기가 없다면 오늘 인터넷에서 본 웃긴 얘기를 하나씩 해 주는 거다. 그래서 별반 반응이 없으면 "내일은 더 강한 거 준비할테니까, 긴장하시구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길지 않아도 좋다. 통화시간은 가까워지면 알아서 늘어간다. 전화기 오래 붙잡고 있으려고 괜한 말장난과 드럽게 재미없는 유머 같은 거 하지 말고 우선 짧고 간단하게! 전화 끊어도 그녀는 '여운'이 남아있을테니, 빨리 가까워 지려고 혼자 달리진 말길 바란다.
이러한 '반복'과 '웃음'으로 당신은 그녀의 하루에 '끼어들기'를 하게 된 것이다. 운전할 때에는 깜빡이 켜면 뒷 차가 알아서 양보해 주기도 하지만 연애엔 그런 거 없다. 깜빡이 켜고 틈새가 보이면 일단 머리부터 집어 넣으란 얘기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지고, 그녀가 받아들이면 그때 '끼어들기' 하려고 했는데요."
당신이 면접을 앞두고 있고, 그 면접을 보면 붙을 가능성이 90% 가까이에 이른다. 연봉을 4억이나 준다는 곳인데, 거기만 들어가면 기름 값 걱정하느라 차를 집에만 세워두거나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저절로 소멸되는 것 없이 여유롭게 살 수 있게 된다. 근데, 지금 당장 면접을 가야 하는 상황, 양말이 모두 세탁기 안에 들어가 있어서 신고 갈 양말이 없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진짜 양말이 없어서 면접을 못 가다니.. 바보같죠?"
이런 얘기를 하는 시베리아 허숙희 같은 분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왜 연애에서는 우물쭈물 하다가 뒤돌아 서는가? 그녀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느낌이라면, 아래에서 바닥에 동그라미 그리지 말고 일단 두 계단 껑충, 뛰어 올라가는 거다.
"무한님, 근데 왜 하필 저녁 8시 인가요? 이유가 있나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이미지로 대신한다.
철벽녀에게 다가가면 일반적이지 않은 연애 루트 때문에 힘들 것이다. 어쩌다 마음에 살랑바람이 불어 그녀가 좀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여성들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그냥 또 위의 스크립트 보면서 엄마미소 짓고 있는가? 정신차리고 철벽녀와의 대화를 보자.
이해한다. 코르크마개로 콧구멍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 대략 이 정도의 대화가 오고 갈 때 쯤이면 "어차피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왜 희망고문을 하는지..."라거나 "마음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지 이건 어장관리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하며 대다수의 남자대원들이 등을 보일 것이다.
어느정도 지구력이 있는 대원들일 경우는 여기서 변수를 사용할 것이다. "그럼 벚꽃길 출사 갈까?" 따위의 얘기로 말이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벚꽃 다 지고 잎 나온지 오래네요." 이런 얘기일 테니 역시 "네가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냐..."와 같은 손발 로그아웃 되는 대사로 등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긴장할 필요 없다. 뭔가 대단히 어렵고 꽉 막힌 듯이 생각될 지 모르지만, 이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 가'를 파악하면 해결되는 쉬운 문제니 말이다. 아주 간단하지 않은가? 그걸 같이 하는 거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수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한 여자사람이 있었다.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남자들을 모으면 독립중대 규모의 부대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녀가 데이트를 '왜 거절하는 가'의 본질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왜 거절했을까?
정답은 "주말에 화장하기 싫어서."였다. 어이가 없지 않은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아무리 화장하기 귀찮아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야 되는 것이 '정상'아닌가? 그런데 이런 사람도 분명 있다는 거다. 내 기준으로 파악하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것. 이걸 모르면 뒤돌아서서 욕하는 걸로 마무리 된다는 거다. 그녀는 훗날, 그녀에게 나와달라고 사정한 것이 아닌, 집에 찾아와 요리를 만들어 주던 남자사람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에 찾아가란 얘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다짜고짜 집에 찾아가겠다고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여자사람의 집에 남자가 방문하기 위해서 여자는 1박 2일간의 '대청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책없이 찾아가거나 집에 놀러 가겠다고 징징거리지 말길 바란다. 중요한 건 '내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기준'을 먼저 파악하라는 거다.
여기까지 무사히 왔다면 이젠 '지구력'이 필요하다. 뭐 이렇게 연애 한 번 하기 힘드냐고 할 지 모르지만 단순히 연애가 하고 싶은 거라면 일반적인 동선에서 벗어나 클럽이나 나이트, 혹은 채팅 등 '연애를 원하는 사람들이 고밀도로 분포되어 있는 곳'에 자주 노출되면 기회도 많아지고 그닥 어렵지 않게 다음 달 쯤 커플링을 낄 수 있을 거다.
당장 연애를 시작하는 걸 돕기 위해 매뉴얼이 연재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반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고, 알고, 이해하고,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대가 당장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고 하면,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때 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근데 왜 연애는 그냥 놀이터에서 동전줍듯 가볍게 얻으려고 하는가. 상대와 친해지고 둘이 닮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없이 동전줍듯 연애를 시작한다면 결국 '의사소통'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성격차이, 환경차이 등 대화가 안통한다는 명목 하에 상처만 남게 될 지 모른다.
이어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재되는 매뉴얼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 매뉴얼은 이만 줄이겠다. 새 매뉴얼을 빨리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추천버튼들을 눌러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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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를 부킹대학 필라델피아 연구소에서는 '연애의 빙하기'로 명명했다. 원활한 설렘의 흐름이 불가능해지고 마음에 세워 놓은 콘크리트벽이 햇볕을 가린 까닭에 연애세포가 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에 그나마 들이대는 남자사람이 있다면 그의 꾸준한 '돌격'이 콘크리트 벽에 금이라도 가게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벽 몇 번 찔러보다 돌아서는 '의지박약'의 접근이 대부분이며, 들이대는 남자사람도 없다면 최악의 경우 '우울증'까지 한 방에 훅 가는 일이 발생한다.
자, 이런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초초해 하며 들고 있던 핸드폰 내려 놓고, 뭔가 '건수'가 없나 굴리던 머리도 내려놓길(응?) 바란다. 뭘 선물하고 어딜 같이가고 이따위 것들은 다 접어두고 '진짜' 그녀의 남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1.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여린마음 동호회 남자회원들에게는 그닥 권하지 않지만, 자신의 복근이 좀 된다 싶은 남자대원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남들이 토끼 한 마리 쫓아 갈 때,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몰아서 쫓아가는 거다. 그동안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지만 그런 거 개나 줘 버리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거다.
"저... 죄송한데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죄송하면 갈 길 가든가. 농담이고, 이런 방법의 접근이 일반적인 거라면 우리는 좀 다르게 다가가보자. 바로 '8시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제가 매일 저녁 8시에 전화해도 될까요?"
듣기만 해도 "응?"이 저절로 나오지 않는가? 형사들이 왜 용의자를 잡아 놓고 "니가 훔쳤지?" 라고 묻지 않고, "왜 훔쳤어?"라고 묻는 지를 생각해 보자. 두 계단을 껑충 뛰어오르란 얘기다. 저 이야기는 '포석'으로 깔아 놓는 것이다. 연락처 알아내서 문자 하나 보내고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케이 사인을 받는 순간, 앞으로 매일 저녁 8시에 전화를 하는 거다.
단, 전화해서 좋아한다느니 첫 눈에 반했다느니 그따위 얘기 할 필요 없다. 눈이 예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얘기도 할 필요 없다. 그냥 오래 알아오던 사람처럼 매일 저녁 8시면 전화를 하는 거다. 전화해서 어떻게 통화해야 할 질 모르겠는가? 정 할 얘기가 없다면 오늘 인터넷에서 본 웃긴 얘기를 하나씩 해 주는 거다. 그래서 별반 반응이 없으면 "내일은 더 강한 거 준비할테니까, 긴장하시구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길지 않아도 좋다. 통화시간은 가까워지면 알아서 늘어간다. 전화기 오래 붙잡고 있으려고 괜한 말장난과 드럽게 재미없는 유머 같은 거 하지 말고 우선 짧고 간단하게! 전화 끊어도 그녀는 '여운'이 남아있을테니, 빨리 가까워 지려고 혼자 달리진 말길 바란다.
이러한 '반복'과 '웃음'으로 당신은 그녀의 하루에 '끼어들기'를 하게 된 것이다. 운전할 때에는 깜빡이 켜면 뒷 차가 알아서 양보해 주기도 하지만 연애엔 그런 거 없다. 깜빡이 켜고 틈새가 보이면 일단 머리부터 집어 넣으란 얘기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지고, 그녀가 받아들이면 그때 '끼어들기' 하려고 했는데요."
당신이 면접을 앞두고 있고, 그 면접을 보면 붙을 가능성이 90% 가까이에 이른다. 연봉을 4억이나 준다는 곳인데, 거기만 들어가면 기름 값 걱정하느라 차를 집에만 세워두거나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저절로 소멸되는 것 없이 여유롭게 살 수 있게 된다. 근데, 지금 당장 면접을 가야 하는 상황, 양말이 모두 세탁기 안에 들어가 있어서 신고 갈 양말이 없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진짜 양말이 없어서 면접을 못 가다니.. 바보같죠?"
이런 얘기를 하는 시베리아 허숙희 같은 분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왜 연애에서는 우물쭈물 하다가 뒤돌아 서는가? 그녀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느낌이라면, 아래에서 바닥에 동그라미 그리지 말고 일단 두 계단 껑충, 뛰어 올라가는 거다.
"무한님, 근데 왜 하필 저녁 8시 인가요? 이유가 있나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이미지로 대신한다.
▲ 저녁 8시의 비밀 (출처 - 김화백님의 만화인데 제목을 몰라서 죄송)
2. 손 잡아 끌지 말고, 같이 들어가서 앉아라
철벽녀에게 다가가면 일반적이지 않은 연애 루트 때문에 힘들 것이다. 어쩌다 마음에 살랑바람이 불어 그녀가 좀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여성들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일반적인 대화>
솔로남 - 코엑스에서 와인 박람회 한대. 이만원에 무한리필 하면서 마실 수 있다던데?
솔로녀 - 진짜? 언제 하는데?
솔로남 - 오월 초에 하는데 같이 갈까?
솔로녀 - 응응. 근데 안주도 주나? 막 이래.
솔로남 - 코엑스에서 와인 박람회 한대. 이만원에 무한리필 하면서 마실 수 있다던데?
솔로녀 - 진짜? 언제 하는데?
솔로남 - 오월 초에 하는데 같이 갈까?
솔로녀 - 응응. 근데 안주도 주나? 막 이래.
그냥 또 위의 스크립트 보면서 엄마미소 짓고 있는가? 정신차리고 철벽녀와의 대화를 보자.
<철벽녀와의 대화>
솔로남 - 코엑스에서 와인 박람회 한대. 이만원에 무한리필 하면서 마실 수 있다던데?
솔로녀 - 그런데 가면 사람 많아서 불편해.
솔로남 - 음... 그래도 세계 각국의 와인들도 마실 수 있고...
솔로녀 - 와인 별로야.
솔로남 - 코엑스에서 와인 박람회 한대. 이만원에 무한리필 하면서 마실 수 있다던데?
솔로녀 - 그런데 가면 사람 많아서 불편해.
솔로남 - 음... 그래도 세계 각국의 와인들도 마실 수 있고...
솔로녀 - 와인 별로야.
이해한다. 코르크마개로 콧구멍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 대략 이 정도의 대화가 오고 갈 때 쯤이면 "어차피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왜 희망고문을 하는지..."라거나 "마음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지 이건 어장관리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하며 대다수의 남자대원들이 등을 보일 것이다.
어느정도 지구력이 있는 대원들일 경우는 여기서 변수를 사용할 것이다. "그럼 벚꽃길 출사 갈까?" 따위의 얘기로 말이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벚꽃 다 지고 잎 나온지 오래네요." 이런 얘기일 테니 역시 "네가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냐..."와 같은 손발 로그아웃 되는 대사로 등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긴장할 필요 없다. 뭔가 대단히 어렵고 꽉 막힌 듯이 생각될 지 모르지만, 이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 가'를 파악하면 해결되는 쉬운 문제니 말이다. 아주 간단하지 않은가? 그걸 같이 하는 거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수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한 여자사람이 있었다.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남자들을 모으면 독립중대 규모의 부대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녀가 데이트를 '왜 거절하는 가'의 본질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왜 거절했을까?
정답은 "주말에 화장하기 싫어서."였다. 어이가 없지 않은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아무리 화장하기 귀찮아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야 되는 것이 '정상'아닌가? 그런데 이런 사람도 분명 있다는 거다. 내 기준으로 파악하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것. 이걸 모르면 뒤돌아서서 욕하는 걸로 마무리 된다는 거다. 그녀는 훗날, 그녀에게 나와달라고 사정한 것이 아닌, 집에 찾아와 요리를 만들어 주던 남자사람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에 찾아가란 얘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다짜고짜 집에 찾아가겠다고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여자사람의 집에 남자가 방문하기 위해서 여자는 1박 2일간의 '대청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책없이 찾아가거나 집에 놀러 가겠다고 징징거리지 말길 바란다. 중요한 건 '내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기준'을 먼저 파악하라는 거다.
여기까지 무사히 왔다면 이젠 '지구력'이 필요하다. 뭐 이렇게 연애 한 번 하기 힘드냐고 할 지 모르지만 단순히 연애가 하고 싶은 거라면 일반적인 동선에서 벗어나 클럽이나 나이트, 혹은 채팅 등 '연애를 원하는 사람들이 고밀도로 분포되어 있는 곳'에 자주 노출되면 기회도 많아지고 그닥 어렵지 않게 다음 달 쯤 커플링을 낄 수 있을 거다.
당장 연애를 시작하는 걸 돕기 위해 매뉴얼이 연재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반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고, 알고, 이해하고,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대가 당장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고 하면,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때 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근데 왜 연애는 그냥 놀이터에서 동전줍듯 가볍게 얻으려고 하는가. 상대와 친해지고 둘이 닮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없이 동전줍듯 연애를 시작한다면 결국 '의사소통'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성격차이, 환경차이 등 대화가 안통한다는 명목 하에 상처만 남게 될 지 모른다.
이어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재되는 매뉴얼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 매뉴얼은 이만 줄이겠다. 새 매뉴얼을 빨리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추천버튼들을 눌러주시길 부탁드린다.
▲ 잠깐, 지금 당신의 표정은? 심각한 표정 지우고, 웃으며 화요일도 꿀꺽 삼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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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먼저 반한 여자가 지켜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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