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스스로를 '유럽스타일'이라 소개하는 '곱슬남'의 사연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연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연을 보내준 여성대원이 있었다.
만나서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사주며 토닥토닥 해 주고 싶은 사연이다. 이 사연을 댓글로 비웃는 솔로부대원이 있을 지 모르지만, 여러분 중에 샤워 마치고 거울 보며 "그래도 내가 보통 이상은 되는 외모ㅋ" 라며 즤랄꾸러기의 모습을 보인 적 없는 대원들만 돌을 던지길(응?) 바란다.
읽다보면 쓸개즙이 분비되는 사연들이 참 많다. 특히 남자사람이 이름만 불러줘도 왈칵 눈물을 쏟을 정도로 외로움에 질린 솔로부대원들은 "의사가 보통 가족관계까지 묻진 않잖아요? 그런데 부모님 중에 혹시 당뇨 있는 분 있냐고 묻기도 하고, 커피는 하루 몇 잔 정도 마시냐고 묻기도 하고... 이거 저한테 관심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사연을 보내기도 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라는 얘기에 "저를요?" 라고 대답 하지 말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 각설하고 오늘은 '전화통화의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매뉴얼 중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심각하게 읽어도 좋지만 '기술'이라는 부분은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는 기분으로 읽기를 권한다. 읽으며 자신의 실수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그게 또 당신의 매력일 지 모르니 말이다.
아, 그리고 매뉴얼에 종종 죽자고 달려드는 댓글이 달리는데, 그 댓글에는 그냥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넘어가길 바란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은 당연히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음 핼리혜성이 찾아오는 2061년에 우리가 지구에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는데 사소한 일에 목숨 걸며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달려보자.
음악 얘기 나왔다고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좋다. 라르고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 뭐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아주 쉬운 '셈여림'과 관련된 얘기니 말이다. "셈여림이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이런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해도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친절한 무한씨 아니던가.
강 약 약 중강 약 약
대략 이정도의 느낌으로 가는 거다. 대부분 "약 -> 중강 -> 강" 이런 형태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진행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혼자 하얗게 불태울 위험이 크단 거다. 더군다나 컨트롤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전화통화의 횟수나 시간이 줄어들면 걱정이 싹트고, 며칠 연락이라도 안 되면 손톱 물어 뜯으며 핸드폰만 바라보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사랑에 빠지는 건 쉽다.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거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찾아오는 감정들로 인해 사랑이 가속화 되는 것 역시 둘의 마음만 맞다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거다. 오늘 만나서 내일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고 모레 함께 여행가는 거, 운전면허 필기시험보다 쉬운 일이다. 정말 '최악의 예'를 들자면, 오늘 밤 채팅사이트에 접속해 몇 시간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짧은 시간에도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원하던 것이 '가까워 지는 것'이었는데, 빨리 가까워 지면 좋지 않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그렇게 감정 하나만 붙잡고 달린 대원들은, 그 감정에서 손을 놓는 순간 자신이 어디로 얼마나 왔는지도 모른 채 낯선 곳에서 방황할 위험이 있다. 당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이 '셈여림'이다. 그를 자신의 판타지에 빠지게 하거나 전력질주 후 지쳐버린 모습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마음의 고삐를 꽉 잡길 바란다.
전화나 문자를 할 때에는 항상 '상대가 여유로운 시간인가'를 생각하자. 정말 기본적인 거지만, 이런 건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답장이 늦다고 불평하거나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고 방바닥에 동그라미 그리는 대원들이 있다. 특히 남자들은 다른 일을 하며 전화하는 일에 그닥 소질없는 경우가 많으니, 대화가 중간중간 끊기거나 방금 한 이야기를 잘 기억 못한다면 다른 일과 병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 역시 남자인 까닭에 여자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통화를 하면서 커피 주문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거다. 남자가 다 이렇다는 게 아니고, 이정도로 다를 수도 있단 얘기다.
또 하나, 이미 널리 알려진 '남자들이 TV채널을 계속 바꾸는 이유'와 관련해 이야기 하자면 상대가 이쪽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가 아닐 경우 긴 대화는 '공포'가 될 수 있고, 계속되는 질문은 '스트레스'가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통화 시간은 성인들이 집중할 수 있는 '15~20분'을 넘기지 않길 권한다. 서로가 이야기를 이어나가서 길어지는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지만, 이쪽에서 대화를 주도하느라 통화가 길어진다면 초과되는 시간만큼 '마이너스'가 될 위험이 있다. 한 주에 영어를 4시간 배워야 할 경우, 시간표에는 하루에 4시간을 몰아서 넣는 것이 아니라, 왜 요일별로 나눠 넣는지를 잘 생각해 보면 답 나온다.
예전 매뉴얼에서 점심시간마다 '식단'을 보내주는 것으로 접근했던 남자사람의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그 매뉴얼을 본 어느 여자대원이 남자사람에게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보내준다는 사연을 보내온 적 있다. 답장은 없지만 꾸준히 일기예보를 보내다 보면 가까워지지 않겠냐는 물음이 담겨있었는데,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
그 쓸데 없는 짓을 왜 하고 있는가? "오늘은 황사라서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네요. 조심하시구 좋은 하루 되세요~ ^^" 이런 짓 하면 상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식단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 그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구실'이었기 때문이지, 막연히 스팸처럼 매일 전송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정도의 정성이라면 분명 감동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한국에서 땅을 열심히 파다보면 언젠간 아르헨티나로 뚫고 나오게 될 거라 생각한다면 계속 파도 좋다. '연락'은 '정성'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남자대원들에게 제발 어디서 무료로 제공하는 이모티콘 받아서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 것 처럼, 여자대원들에게도 그저 한 번의 대답을 듣기 위한 '아무 의미없는' 문자는 보내지 말라고 얘기 해 주고 싶다. 문자나 통화의 파워는 '만남'의 절반정도 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헐값에 넘기지 말란 얘기다. 짧은 상대의 물음에 MMS로 넘어가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연결이 안 된다고 '부재중전화'를 3통 이상 남겨 놓는 것은 피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감정의 토로'는 피하길 권한다. 전화나 문자를 통해 조금씩 묻어나는 것들이 모여 당신의 '이미지'가 된다. 사실 이건 '성격'과 관련된 부분이라 '알면서도 하게 되는 실수'가 되겠지만, 남자들이 삼척(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금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만 상대가 리액션을 해 줘도 결국 해 버리는 것 처럼 여성들 역시 통화가 길어지거나 상대의 리액션이 있으면 정신줄을 놔 버리거나 '부담녀'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말길 바란다.
이번 매뉴얼에서는 '조건반사'부분과 '궁금증유발'부분을 제외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기도 하고, 공식을 세워 '매일 8시 30분에 전화, 8일 후 2일 쉴 것'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둘의 리듬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방법 보다는 '내 생활 돌보기'를 더 추천한다. 당신도 친구나 지인들과 어울리며 '약속'을 잡고, 업무 외에 자신의 취미생활을 가지며, 자신의 삶에 더욱 밀착해서 살아가는 것 말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전화를 걸면 시간 관계없이 언제든 연락 가능하고, 만나자고 약속을 잡으면 어디든 나오는 사람은 분명 매력없다. 그 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그러한 상황이 그렇게 만들 수 있단 얘기다.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다른 옷들과 섞어 매대에 내 놔서 안 팔리던 옷을, 마네킹에 입혀두었더니 바로 판매되었다는 얘기를 잊지 말자.
소개팅에서 알게 된 괜찮은 남자와 통화를 하는데, 남자도 말이 별로 없고 자신도 주로 듣는 스타일이라 대화진행이 힘들다는 여자대원이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지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주제'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긴장한 상태에서 무슨 말을 꺼내든 세 마디를 넘지 못하고 또 서먹서먹 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전화가 오면, 로또 2등에 당첨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반가움과 기쁨을 표시하자. (1등이라고 생각하면 오버할 가능성이 크니 주의) 뭘 더 찾을 필요 없이 이미 그는 당신의 귀여운 수다쟁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매뉴얼을 통해 함께 살펴보고 싶은 (노멀로그에 공개되어도 좋은)주제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라며 개별 메일 상담이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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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저보고 너무 '철벽녀'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남자들이 쉽게 못 다가오는 것 같다고...
제가 어딜 가든 남자들이 쪽지를 주거나 연락처를 묻거나..뭐..
그런 적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다닐 때에도
친구들에게는 그런 남자들이 접근하는데, 저한테는 못 오더라구요.
오늘도 도서관에서 어떤 남자가 저한테 캔커피 주려는 것 같던데,
못 주고 그냥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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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딜 가든 남자들이 쪽지를 주거나 연락처를 묻거나..뭐..
그런 적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다닐 때에도
친구들에게는 그런 남자들이 접근하는데, 저한테는 못 오더라구요.
오늘도 도서관에서 어떤 남자가 저한테 캔커피 주려는 것 같던데,
못 주고 그냥 가더라구요.
만나서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사주며 토닥토닥 해 주고 싶은 사연이다. 이 사연을 댓글로 비웃는 솔로부대원이 있을 지 모르지만, 여러분 중에 샤워 마치고 거울 보며 "그래도 내가 보통 이상은 되는 외모ㅋ" 라며 즤랄꾸러기의 모습을 보인 적 없는 대원들만 돌을 던지길(응?) 바란다.
읽다보면 쓸개즙이 분비되는 사연들이 참 많다. 특히 남자사람이 이름만 불러줘도 왈칵 눈물을 쏟을 정도로 외로움에 질린 솔로부대원들은 "의사가 보통 가족관계까지 묻진 않잖아요? 그런데 부모님 중에 혹시 당뇨 있는 분 있냐고 묻기도 하고, 커피는 하루 몇 잔 정도 마시냐고 묻기도 하고... 이거 저한테 관심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사연을 보내기도 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라는 얘기에 "저를요?" 라고 대답 하지 말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 각설하고 오늘은 '전화통화의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매뉴얼 중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심각하게 읽어도 좋지만 '기술'이라는 부분은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는 기분으로 읽기를 권한다. 읽으며 자신의 실수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그게 또 당신의 매력일 지 모르니 말이다.
아, 그리고 매뉴얼에 종종 죽자고 달려드는 댓글이 달리는데, 그 댓글에는 그냥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넘어가길 바란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은 당연히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음 핼리혜성이 찾아오는 2061년에 우리가 지구에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는데 사소한 일에 목숨 걸며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달려보자.
1. 전화통화에는 6/8박자를 사용하자
음악 얘기 나왔다고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좋다. 라르고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 뭐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아주 쉬운 '셈여림'과 관련된 얘기니 말이다. "셈여림이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이런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해도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친절한 무한씨 아니던가.
강 약 약 중강 약 약
대략 이정도의 느낌으로 가는 거다. 대부분 "약 -> 중강 -> 강" 이런 형태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진행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혼자 하얗게 불태울 위험이 크단 거다. 더군다나 컨트롤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전화통화의 횟수나 시간이 줄어들면 걱정이 싹트고, 며칠 연락이라도 안 되면 손톱 물어 뜯으며 핸드폰만 바라보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사랑에 빠지는 건 쉽다.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거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찾아오는 감정들로 인해 사랑이 가속화 되는 것 역시 둘의 마음만 맞다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거다. 오늘 만나서 내일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고 모레 함께 여행가는 거, 운전면허 필기시험보다 쉬운 일이다. 정말 '최악의 예'를 들자면, 오늘 밤 채팅사이트에 접속해 몇 시간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짧은 시간에도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원하던 것이 '가까워 지는 것'이었는데, 빨리 가까워 지면 좋지 않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그렇게 감정 하나만 붙잡고 달린 대원들은, 그 감정에서 손을 놓는 순간 자신이 어디로 얼마나 왔는지도 모른 채 낯선 곳에서 방황할 위험이 있다. 당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이 '셈여림'이다. 그를 자신의 판타지에 빠지게 하거나 전력질주 후 지쳐버린 모습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마음의 고삐를 꽉 잡길 바란다.
2. 당신은 시간표를 가지고 있는가?
전화나 문자를 할 때에는 항상 '상대가 여유로운 시간인가'를 생각하자. 정말 기본적인 거지만, 이런 건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답장이 늦다고 불평하거나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고 방바닥에 동그라미 그리는 대원들이 있다. 특히 남자들은 다른 일을 하며 전화하는 일에 그닥 소질없는 경우가 많으니, 대화가 중간중간 끊기거나 방금 한 이야기를 잘 기억 못한다면 다른 일과 병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 역시 남자인 까닭에 여자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통화를 하면서 커피 주문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거다. 남자가 다 이렇다는 게 아니고, 이정도로 다를 수도 있단 얘기다.
또 하나, 이미 널리 알려진 '남자들이 TV채널을 계속 바꾸는 이유'와 관련해 이야기 하자면 상대가 이쪽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가 아닐 경우 긴 대화는 '공포'가 될 수 있고, 계속되는 질문은 '스트레스'가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통화 시간은 성인들이 집중할 수 있는 '15~20분'을 넘기지 않길 권한다. 서로가 이야기를 이어나가서 길어지는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지만, 이쪽에서 대화를 주도하느라 통화가 길어진다면 초과되는 시간만큼 '마이너스'가 될 위험이 있다. 한 주에 영어를 4시간 배워야 할 경우, 시간표에는 하루에 4시간을 몰아서 넣는 것이 아니라, 왜 요일별로 나눠 넣는지를 잘 생각해 보면 답 나온다.
3. 실수하기 쉬운 문자의 사례들
예전 매뉴얼에서 점심시간마다 '식단'을 보내주는 것으로 접근했던 남자사람의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그 매뉴얼을 본 어느 여자대원이 남자사람에게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보내준다는 사연을 보내온 적 있다. 답장은 없지만 꾸준히 일기예보를 보내다 보면 가까워지지 않겠냐는 물음이 담겨있었는데,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
그 쓸데 없는 짓을 왜 하고 있는가? "오늘은 황사라서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네요. 조심하시구 좋은 하루 되세요~ ^^" 이런 짓 하면 상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식단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 그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구실'이었기 때문이지, 막연히 스팸처럼 매일 전송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정도의 정성이라면 분명 감동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한국에서 땅을 열심히 파다보면 언젠간 아르헨티나로 뚫고 나오게 될 거라 생각한다면 계속 파도 좋다. '연락'은 '정성'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남자대원들에게 제발 어디서 무료로 제공하는 이모티콘 받아서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 것 처럼, 여자대원들에게도 그저 한 번의 대답을 듣기 위한 '아무 의미없는' 문자는 보내지 말라고 얘기 해 주고 싶다. 문자나 통화의 파워는 '만남'의 절반정도 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헐값에 넘기지 말란 얘기다. 짧은 상대의 물음에 MMS로 넘어가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연결이 안 된다고 '부재중전화'를 3통 이상 남겨 놓는 것은 피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감정의 토로'는 피하길 권한다. 전화나 문자를 통해 조금씩 묻어나는 것들이 모여 당신의 '이미지'가 된다. 사실 이건 '성격'과 관련된 부분이라 '알면서도 하게 되는 실수'가 되겠지만, 남자들이 삼척(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금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만 상대가 리액션을 해 줘도 결국 해 버리는 것 처럼 여성들 역시 통화가 길어지거나 상대의 리액션이 있으면 정신줄을 놔 버리거나 '부담녀'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말길 바란다.
이번 매뉴얼에서는 '조건반사'부분과 '궁금증유발'부분을 제외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기도 하고, 공식을 세워 '매일 8시 30분에 전화, 8일 후 2일 쉴 것'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둘의 리듬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방법 보다는 '내 생활 돌보기'를 더 추천한다. 당신도 친구나 지인들과 어울리며 '약속'을 잡고, 업무 외에 자신의 취미생활을 가지며, 자신의 삶에 더욱 밀착해서 살아가는 것 말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전화를 걸면 시간 관계없이 언제든 연락 가능하고, 만나자고 약속을 잡으면 어디든 나오는 사람은 분명 매력없다. 그 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그러한 상황이 그렇게 만들 수 있단 얘기다.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다른 옷들과 섞어 매대에 내 놔서 안 팔리던 옷을, 마네킹에 입혀두었더니 바로 판매되었다는 얘기를 잊지 말자.
소개팅에서 알게 된 괜찮은 남자와 통화를 하는데, 남자도 말이 별로 없고 자신도 주로 듣는 스타일이라 대화진행이 힘들다는 여자대원이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지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주제'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긴장한 상태에서 무슨 말을 꺼내든 세 마디를 넘지 못하고 또 서먹서먹 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전화가 오면, 로또 2등에 당첨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반가움과 기쁨을 표시하자. (1등이라고 생각하면 오버할 가능성이 크니 주의) 뭘 더 찾을 필요 없이 이미 그는 당신의 귀여운 수다쟁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매뉴얼을 통해 함께 살펴보고 싶은 (노멀로그에 공개되어도 좋은)주제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라며 개별 메일 상담이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 다음 매뉴얼을 부르는 추천 버튼들을 눌러주세요. 추천은 무료. 로그인도 필요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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