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지나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며 솔로부대원들의 마음이 다급해 진 것 같다. 2010년에는 꼭 연애를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5월이라는 메일이나, 심남이(관심있는 남자)들은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다 떠나가 버렸다는 메일 등등, 좌절감이 뚝뚝 묻어나는 메일이 꽤 많이 도착하고 있다.
그 중 최근 일주일간 가장 많이 도착한 사연은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심남이 때문에 힘들다."라는 거였다. 기본적으로 '관심'을 구별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전 매뉴얼들에서 설명한 적 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은 '사연'을 중심으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남자에 대한 완벽 대처법'을 알아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게 정말 어려운 거다. 마음이 넘어가 있으면 상대의 이 물음에 "응"이라고 대답하는 일이 벌어진다. 물론, "응"이라고 대답한 후에 블링블링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이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난 뒤에는 '어장관리'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희망고문'상태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쉽게 얘기하자면, "너 내가 만든 치즈케이크 먹고 싶지?" 라는 대답에 "응."이라고 대답했는데, 치즈케이크를 만들어 주기는 커녕, 이제 연락도 잘 되지 않는 상태로 변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성격이 급한 솔로부대원들은,
"그럼 자기한테 관심있냐고 물어보는 남자들은 '아웃'처리 하면 되나요?"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나도 명쾌하게 대답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거기에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없기에 앞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물음은 애매모호한 상황을 더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는 안개를 걷히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여린마음 동호회 남자들이 이 물음을 던져 놓고는 빠져들게 되는 '궁상의 늪'은 이미 유명하지 않은가.
"난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 내 착각이었나봐... 잘지내..."
뭐, 이게 더 싫다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감을 얻게 되는 남자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어느정도 타협된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너 나한테 관심있지?'라는 질문에는 분명 마음이 있더라도 되도록 '확답'하지 말기를 권한다. 최악의 경우 "나도 관심이 있으니 우리 사귀자. 우리 사귀는 거니까 우선, DVD보러 가야지." 이런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일이 발생하니 말이다.
부킹대학 위스콘신 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의 물음에 대해 '확답'을 받은 경우,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마음상태가 될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답을 미리 알 때의 마음상태가 뭔지 궁금한가? 아래의 문제를 풀어보길 바란다.
답은 3번이다. 힌트로 답을 맞춘 뒤에도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
메일로 도착한 사연들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운 기분이 들 때는 "저는 남자한테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 아니거든요."라는 부분을 읽을 때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라 남자울렁증 등의 증상 때문에 다가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자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거나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자랑'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뭐, 남자들도 군인시절엔 민간인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전투화에 '이게 바로 불광이지.. ㅋㅋㅋ'라며 밤새 불로 녹인 구두약을 문지르곤 휴가 나가면 사람들이 주목할 거라 생각할 때가 있으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제가 남자에게 먼저 다가간 적은 한 번도 없어요."라고 도도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울먹이는 이유는 무언가?
잘 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면 괜히 감정낭비는 하기 싫고, 괜찮은 사람인 것 같지만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면 나도 마음을 접을까 생각중이고, 연애는 하고 싶지만 혹시나 거절을 당하게 된다면 참을 수 없기에 뭐라고 말은 하기 싫고, 양쪽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너 먼저 해."의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나이가 들어가며 작은 마음으로 남부끄럽지 않은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대원들이 자주 보이는 증상으로 심한경우 "양치질을 하고 싶지만 화장실에 가는 건 귀찮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쪽에서는 별다른 리액션을 취하지도 않으면서 "무한님.. 그 남자가 이러이러한데 저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없다면 저도 마음 접으려구요."따위의 말만 해 댄다. 며칠 전에 도착한 사연에서 이 상태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본다.
이건 자존심을 떠나서 그냥 이기적인 거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여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반대하지만, 그 얘기와 위의 사연은 별 관계가 없지 않은가. 위의 사연에는 옮겨적지 않았지만 '예전 남자친구에게 당했던 기억 때문에'라는 이유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매번 내려오라는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남자쪽에서도 당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한 번 내려오면 안되겠냐고 물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오는 것만 있고 가는 게 없다면, 상대가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지속되기 힘든 관계가 될 거라 생각한다.
좀 강한 얘기를 할 예정이니, 너무 충격받진 말길 바란다. 위에서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마이 했다 아이가, 고마해라.'라는 이야기를 좀 꺼내야겠다. 남자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라는 말이 나오듯, 여자대원들도 이 '문자연애'를 그만두길 바란다. 문자는 둘의 관계에서 3할(30%) 정도만 사용하란 얘기다.
이야기를 꺼내려 했지만 솔로부대원들이 마음 다칠 것이 걱정되어 도무지 직접적으로는 말을 못하겠다. 나에게 온 사연 중 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여기까지만 옮겨도 무슨 얘긴지 감을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문자, 메신저, 메일, 채팅'으로 가까워질 수는 있지만,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저 4개 밖에 없다면 곤란하단 얘기다. 마음이 여린 대원들은 직접 만나자고는 못하고 저런 식의 접근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지려 할 테지만, 저건 그냥 삼계탕에서 대추, 인삼, 마늘, 찹쌀 같은 거다. 닭을 빼 놓고 무슨 삼계탕을 하겠는가.
단순히 '연애'가 목적이라면 위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긴 하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만남이 고프고 당장 연애에 목마른 사람과 오늘밤 채팅을 하면, 첫 닭이 울기 전에 사랑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머릿속에 지은 집을 여전히 글자들로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흐지부지한 사이가 되거나 한 여름밤의 꿈을 꾼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음지를 찾아간 솔로부대원들이 한국의 편의점 숫자보다 많다.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둘의 약속을 잡는 것에 '센스'를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상대와 '영화'라는 공통점을 찾았다고 해 보자. 아무래도 만만한 시간이 토요일 오전이니 낮에 같이 영화를 보고 저녁엔 치맥(치킨에 맥주)을 섭취할 계획을 잡았다. 이 정도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약속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승낙'하고 보는 남자사람들이 꽤 많기에 그도 이 약속을 승낙했지만, 금요일은 그의 회사 회식이었다. 연락은 금요일 저녁에 끊겨 토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사과를 앞세워 잠 덜 깬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 앞 뒤 상황을 살펴야 한단 얘기다.
매뉴얼을 정리하며, 좀 수위가 높은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남자'와 관련한 사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술김에...'라는 사연이었다. 말줄임표에 포함되어있는 단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으며, 그 중 가장 수위가 낮은 '뽀뽀'로 정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술이 깬 다음날 상대를 찾아가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상대'에 대부분의 솔로부대원들이 놀란다. 이쪽에서는 '뭔가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상대는 맥주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는 것 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거다. 그런 어색함을 느끼며 이쪽에서는 어제 일을 기억하는지, 무슨 생각에서 그런 건지 등을 묻게 되고 상대에게 별반 대수롭지 않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듣게 된다.
혹시나 고백을 듣게 되거나 둘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사라져 버리고, 이쪽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거나 그건 분명 실수였다는 이야기를 꺼내 상대의 표정을 살피지만 '어, 그래.'정도의 반응을 듣게 된다. 최악의 경우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장담은 못하겠는데?"라는 대답을 듣고도 이쪽에선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거리다가 어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된 사연에서 나왔던 문구를 옮기자면,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응?) 어장에 들어가고 나면 결국 느는 건 주름살밖에 없다. 이 얘기를 적어놓는 까닭은, 남자가 어떻고 여자가 어떻고의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제는 당신이 휘둘리던 불편하고 거슬리는 상대가 아닌, 당신을 아껴주고 설레게 만드는 그런 사람과 행복한 연애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심을 말해달라고 애원해도 "네가 원한다면 내가 연락 안 할게. 그러면 되는 거지?"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질질질질, 그만 끌려다니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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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최근 일주일간 가장 많이 도착한 사연은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심남이 때문에 힘들다."라는 거였다. 기본적으로 '관심'을 구별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전 매뉴얼들에서 설명한 적 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라며, 오늘은 '사연'을 중심으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남자에 대한 완벽 대처법'을 알아보자.
1. '너 나한테 관심있지?' 라는 떡밥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게 정말 어려운 거다. 마음이 넘어가 있으면 상대의 이 물음에 "응"이라고 대답하는 일이 벌어진다. 물론, "응"이라고 대답한 후에 블링블링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이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난 뒤에는 '어장관리'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희망고문'상태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쉽게 얘기하자면, "너 내가 만든 치즈케이크 먹고 싶지?" 라는 대답에 "응."이라고 대답했는데, 치즈케이크를 만들어 주기는 커녕, 이제 연락도 잘 되지 않는 상태로 변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성격이 급한 솔로부대원들은,
"그럼 자기한테 관심있냐고 물어보는 남자들은 '아웃'처리 하면 되나요?"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나도 명쾌하게 대답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거기에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없기에 앞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물음은 애매모호한 상황을 더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는 안개를 걷히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여린마음 동호회 남자들이 이 물음을 던져 놓고는 빠져들게 되는 '궁상의 늪'은 이미 유명하지 않은가.
"난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 내 착각이었나봐... 잘지내..."
뭐, 이게 더 싫다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감을 얻게 되는 남자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어느정도 타협된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너 나한테 관심있지?'라는 질문에는 분명 마음이 있더라도 되도록 '확답'하지 말기를 권한다. 최악의 경우 "나도 관심이 있으니 우리 사귀자. 우리 사귀는 거니까 우선, DVD보러 가야지." 이런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일이 발생하니 말이다.
부킹대학 위스콘신 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의 물음에 대해 '확답'을 받은 경우,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마음상태가 될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답을 미리 알 때의 마음상태가 뭔지 궁금한가? 아래의 문제를 풀어보길 바란다.
답은 3번이다. 힌트로 답을 맞춘 뒤에도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
2. 다가가지 않는 게 자랑인가?
메일로 도착한 사연들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운 기분이 들 때는 "저는 남자한테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 아니거든요."라는 부분을 읽을 때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라 남자울렁증 등의 증상 때문에 다가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자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거나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자랑'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뭐, 남자들도 군인시절엔 민간인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전투화에 '이게 바로 불광이지.. ㅋㅋㅋ'라며 밤새 불로 녹인 구두약을 문지르곤 휴가 나가면 사람들이 주목할 거라 생각할 때가 있으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제가 남자에게 먼저 다가간 적은 한 번도 없어요."라고 도도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울먹이는 이유는 무언가?
잘 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면 괜히 감정낭비는 하기 싫고, 괜찮은 사람인 것 같지만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면 나도 마음을 접을까 생각중이고, 연애는 하고 싶지만 혹시나 거절을 당하게 된다면 참을 수 없기에 뭐라고 말은 하기 싫고, 양쪽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너 먼저 해."의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나이가 들어가며 작은 마음으로 남부끄럽지 않은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대원들이 자주 보이는 증상으로 심한경우 "양치질을 하고 싶지만 화장실에 가는 건 귀찮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쪽에서는 별다른 리액션을 취하지도 않으면서 "무한님.. 그 남자가 이러이러한데 저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없다면 저도 마음 접으려구요."따위의 말만 해 댄다. 며칠 전에 도착한 사연에서 이 상태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본다.
저는 서울에 있고, 그 사람은 일 때문에 천안에 있거든요.
매일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오고.. 주말에는 만나기도 합니다..
근데 사귀자거나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더군요...
자기가 있는 천안에 한 번 내려오면 안 된냐고 묻던데.. 안 된다고 했죠..
전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여자가 되기는 싫거든요..
연락은 하지만 고백은 하지 않는 이 남자, 어장관리 일까요?
무한님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어장관리라면 저도 마음 정리 할 예정이거든요..
매일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오고.. 주말에는 만나기도 합니다..
근데 사귀자거나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더군요...
자기가 있는 천안에 한 번 내려오면 안 된냐고 묻던데.. 안 된다고 했죠..
전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여자가 되기는 싫거든요..
연락은 하지만 고백은 하지 않는 이 남자, 어장관리 일까요?
무한님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어장관리라면 저도 마음 정리 할 예정이거든요..
이건 자존심을 떠나서 그냥 이기적인 거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여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반대하지만, 그 얘기와 위의 사연은 별 관계가 없지 않은가. 위의 사연에는 옮겨적지 않았지만 '예전 남자친구에게 당했던 기억 때문에'라는 이유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매번 내려오라는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남자쪽에서도 당신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한 번 내려오면 안되겠냐고 물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오는 것만 있고 가는 게 없다면, 상대가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지속되기 힘든 관계가 될 거라 생각한다.
3. 다가감에 대한 오해와 넘어지는 이유
좀 강한 얘기를 할 예정이니, 너무 충격받진 말길 바란다. 위에서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마이 했다 아이가, 고마해라.'라는 이야기를 좀 꺼내야겠다. 남자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라는 말이 나오듯, 여자대원들도 이 '문자연애'를 그만두길 바란다. 문자는 둘의 관계에서 3할(30%) 정도만 사용하란 얘기다.
이야기를 꺼내려 했지만 솔로부대원들이 마음 다칠 것이 걱정되어 도무지 직접적으로는 말을 못하겠다. 나에게 온 사연 중 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만나잔 말도 못하면서 매번 귀찮게 문자만 하고
메신저에 로그인만 하면 지겹게 쪽지 보내고...
메신저에 로그인만 하면 지겹게 쪽지 보내고...
여기까지만 옮겨도 무슨 얘긴지 감을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문자, 메신저, 메일, 채팅'으로 가까워질 수는 있지만,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저 4개 밖에 없다면 곤란하단 얘기다. 마음이 여린 대원들은 직접 만나자고는 못하고 저런 식의 접근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지려 할 테지만, 저건 그냥 삼계탕에서 대추, 인삼, 마늘, 찹쌀 같은 거다. 닭을 빼 놓고 무슨 삼계탕을 하겠는가.
단순히 '연애'가 목적이라면 위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긴 하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만남이 고프고 당장 연애에 목마른 사람과 오늘밤 채팅을 하면, 첫 닭이 울기 전에 사랑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머릿속에 지은 집을 여전히 글자들로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흐지부지한 사이가 되거나 한 여름밤의 꿈을 꾼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음지를 찾아간 솔로부대원들이 한국의 편의점 숫자보다 많다.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둘의 약속을 잡는 것에 '센스'를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상대와 '영화'라는 공통점을 찾았다고 해 보자. 아무래도 만만한 시간이 토요일 오전이니 낮에 같이 영화를 보고 저녁엔 치맥(치킨에 맥주)을 섭취할 계획을 잡았다. 이 정도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약속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승낙'하고 보는 남자사람들이 꽤 많기에 그도 이 약속을 승낙했지만, 금요일은 그의 회사 회식이었다. 연락은 금요일 저녁에 끊겨 토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사과를 앞세워 잠 덜 깬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 앞 뒤 상황을 살펴야 한단 얘기다.
매뉴얼을 정리하며, 좀 수위가 높은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남자'와 관련한 사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술김에...'라는 사연이었다. 말줄임표에 포함되어있는 단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으며, 그 중 가장 수위가 낮은 '뽀뽀'로 정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술이 깬 다음날 상대를 찾아가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상대'에 대부분의 솔로부대원들이 놀란다. 이쪽에서는 '뭔가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상대는 맥주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는 것 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거다. 그런 어색함을 느끼며 이쪽에서는 어제 일을 기억하는지, 무슨 생각에서 그런 건지 등을 묻게 되고 상대에게 별반 대수롭지 않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듣게 된다.
혹시나 고백을 듣게 되거나 둘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사라져 버리고, 이쪽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거나 그건 분명 실수였다는 이야기를 꺼내 상대의 표정을 살피지만 '어, 그래.'정도의 반응을 듣게 된다. 최악의 경우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장담은 못하겠는데?"라는 대답을 듣고도 이쪽에선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거리다가 어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된 사연에서 나왔던 문구를 옮기자면,
그 사람은 늘 그렇듯 저를 순진한 아기 고양이 다루듯 토닥토닥...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응?) 어장에 들어가고 나면 결국 느는 건 주름살밖에 없다. 이 얘기를 적어놓는 까닭은, 남자가 어떻고 여자가 어떻고의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제는 당신이 휘둘리던 불편하고 거슬리는 상대가 아닌, 당신을 아껴주고 설레게 만드는 그런 사람과 행복한 연애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심을 말해달라고 애원해도 "네가 원한다면 내가 연락 안 할게. 그러면 되는 거지?"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질질질질, 그만 끌려다니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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