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가 좋다가도 좋지 않다. 어제 저녁,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신(辛)쭈꾸미 삼겹살'집을 갔었는데, '순한맛'으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뱃속엔 폭풍, 화장실에선 쓰나미를 경험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육사의 <절정>이라는 시 중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문장만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무튼, 이런 반 탈진상태에서 냉커피의 얼음을 씹어가며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매뉴얼을 발행한다. 하루 정도 그냥 쉬고 싶지만, 오늘 저녁 만남이 있다고 메일보낸 대원들에게 꼭 해줘야 하는 말이 있다. 누군가 내 엉덩이 사이에다 라이터를 켜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렵지만, 최대한 똥꼬에 힘 줘가며 열심히 쓸 생각이다. 달려보자.
나이 먹는 건 공짜다. 소개팅 상대가 40대라고 해도 스물 몇살의 여린 마음에서 나이만 자꾸자꾸 먹었을 수 있단 얘기다. 물론, 남자들은 30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나이와는 달리 '너구리 레벨'이라는 게 따로 올라가긴 하지만 오늘 '너구리 레벨'까지 얘기하긴 무리니 '소심남'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소심남과 소개팅 한 대원들이 보내는 사연 중, 가장 답답한 것은 상대를 '갑', 자신을 '을'로 받아들인 채 소개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부킹대학 우르과이 연구소에서는 "소심남과 소개팅 한 후,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 7%"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이유는 소개팅에 임하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갑'으로 놓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 문제는 여성대원보다는 소심남쪽에게 "갑화는 없어도 좋으니 갑이 되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낫겠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한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에게 "그건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어서 라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갑'이 되지 못해 일어난 일일 확률이 높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아 이놈의 쭈꾸미. 아, 읽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 괴로워서 독백하는 거니 너무 신경쓰지 말길 바란다. 이 부분을 쓸 때가 아침 여덟 시 였는데, 지금 열두 시가 다 되어간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퐈이어! 샤워를 벌써 네 번이나 했는데, 샤워를 왜 했는 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고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소심남과 만나게 된다면, '아, 이사람은 지금 나를 갑으로 놓았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상황에서 이쪽마저 그를 '갑'으로 놓아버리면, 극장에 영화는 없고 관객만 둘 앉아 있는 모양이 되어버린다.
알고보면 둘 다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는데, 서로를 갑으로 놓았기에 둘 다 "소개팅 나가봐야 안생겨요."라고 말하게 된다. 이때에는 이쪽에서 '갑'이 되어 보자. 방청객의 입장으로 상대의 헛발질을 다 받아내며 울적한 주말을 보내지 말고, 앞에 있는 상대가 '남동생'이라고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그럼 둘의 관계는 제대로 된 궤도로 다시 수정될 가능성도 생긴다. 당장 품평회 하듯 "뭐 저런 남자가 다 있나요?" 라며 화를 내기 보다 웃음으로 받아들이란 얘기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연애에 서툴러서 그럴 수 있으니 말이다.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져도 계속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말해주자.
"자기 스스로의 확신도 없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믿고 함께하겠어요?" 라고.
스스로 상대가 나보다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하기에 소개팅 자리에서 다른 사람 같았으면 바로 따귀를 올려 붙였을 법한 이야기를 듣고도 그저 굽신굽신 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 뭐, 사람 레벨 봐 가면서 여러가지 가면을 맞춰가는 대원들에게까지 용기를 주고 싶진 않다. 그건 그냥 자업자득이다.
첫 만남에서 "(이전 소개팅녀들과 비교한 뒤)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얘기와 "(아직 뚜렷한 결혼을 생각해 보진 않았다는 말에)여자한테 그 정도 나이면 많은 거죠." 라는 말을 듣고도 버텼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상대가 끊어 버리고, 훈화 말씀을 늘어 놓으며, 왜 사람 피곤하게 만드냐고 화까지 내는 데도 이후 세 번의 만남을 더 가졌다.
"숙희씨 성격에 장애있는 거 아니에요?"
결국 이 얘기까지 듣고도 음식값을 계산하고 나왔다. 사연에는 그 남자분이 정말 찌질하고 최악이라고 적어주셨지만, 솔직히 이쪽도 저 '최악의 소개팅'의 공범이다. 우리끼리니까 까놓고 말해보자. 상대의 연봉이 억대가 아니었어도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상대가 인격모독과 폭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세 번이나 더 만난 것일까?
사연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다. "그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 세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건 알지만"이라는 부분과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이용해서 저를 누르려고"라는 부분이다. 잘 알고 있듯, 상대가 자존심 세고 자기중심적이니 위와 같은 일들은 당연히 일어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스스로 저쪽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저 이야기를 경청하고 고개 끄덕끄덕 하며 음식값 까지 내고 나온 것 아닌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대인관계는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아는 사람과 가져야 한다. 별 볼 일 없는 녀석들과 어울리며 머리가 되는 것 보다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어울리며 시다바리를 할 지라도 그 그룹의 꼬리가 되는 게 낫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뭐, 사람마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그 색히, 대놓고 날 무시하지 않나, 내가 무슨 지 심부름 꾼이야?" 따위의 이야기를 해 댔다. 그리곤 나에게 상대가 얼마나 재수없고, 치사하고, 짜증나는 사람인지를 맥주잔이 세 번 채워질 때 까지 늘어놓았다.
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가타부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감정이 아니라 조건을 택하기로 했으면 그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스스로 책임지라는 얘기다. 택할 때만 조건이고, 그게 잘 안되면 감정으로 돌아와 긴 이야기를 늘어놓지 말자.
그게 아니라면, 집에 돌아와 열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돌려주자.
"저에 대해 자신있게 진단 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진단을 잘 하시면 스스로도 진단을 해 보세요. 어떤 병인지. 남이 어떤 지 보기는 쉬워요. 자길 보기가 어려운 거지."라고.
아 진짜 쭈꾸미. 종종 상대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대원들의 메일이 오는데, 그 때는 쭈꾸미 제일 매운맛을 대접하면 될 것 같다. 김태희처럼 예뻐진다거나, 전지현 몸매로 가꿔서 복수 할 거라고 하신 분들, 그게 좀 어렵기도 한 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리니 그냥 쭈꾸미 한 접시 대접하길 바란다.
농담이고, 정리하자면, 소개팅 나가서 쫄지 말라는 거다. 언젠가 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난 그저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문의하려고 한 것 뿐인데, 그 '상담의자'에 앉자마자 '두더지'가 된 기분을 느꼈다. 땅 밑에서 굴을 파며 살고 있다가, 햇볕 쨍한 곳에 앉혀진 느낌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위축되고 환한 조명에 눈이 부셨다. 능숙하게 제스쳐를 해 가며 설명하는 상대에게 완전히 페이스를 내 준 것이다. 네, 네, 대답만 하다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이 경험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집에 돌아와 <두더지 아빠>라는 글을 썼다. 가족을 위해 서류심사를 받아야 하는 두더지 아빠가 땅굴에서 나와 유리로 된 건물에 들어가는 내용인데 드럽게 재미없다. 아무튼, 소개팅에 나간다면 두더지처럼 위축되지 말고 여유롭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자. 그리고, 상대 역시 괜찮은 사람인데 지금 잠시 두더지가 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망할 오리너구리에겐(응?)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고 말이다.
▲ 쭈꾸미가 나의 후라이데이 발목을 잡는다. 이젠 배가 고픈건지 아픈건지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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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반 탈진상태에서 냉커피의 얼음을 씹어가며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매뉴얼을 발행한다. 하루 정도 그냥 쉬고 싶지만, 오늘 저녁 만남이 있다고 메일보낸 대원들에게 꼭 해줘야 하는 말이 있다. 누군가 내 엉덩이 사이에다 라이터를 켜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렵지만, 최대한 똥꼬에 힘 줘가며 열심히 쓸 생각이다. 달려보자.
1. 소심남에겐 화내지 말고 웃어줘라
나이 먹는 건 공짜다. 소개팅 상대가 40대라고 해도 스물 몇살의 여린 마음에서 나이만 자꾸자꾸 먹었을 수 있단 얘기다. 물론, 남자들은 30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나이와는 달리 '너구리 레벨'이라는 게 따로 올라가긴 하지만 오늘 '너구리 레벨'까지 얘기하긴 무리니 '소심남'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소심남과 소개팅 한 대원들이 보내는 사연 중, 가장 답답한 것은 상대를 '갑', 자신을 '을'로 받아들인 채 소개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부킹대학 우르과이 연구소에서는 "소심남과 소개팅 한 후,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 7%"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이유는 소개팅에 임하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갑'으로 놓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 문제는 여성대원보다는 소심남쪽에게 "갑화는 없어도 좋으니 갑이 되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낫겠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한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에게 "그건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어서 라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갑'이 되지 못해 일어난 일일 확률이 높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아 이놈의 쭈꾸미. 아, 읽는 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 괴로워서 독백하는 거니 너무 신경쓰지 말길 바란다. 이 부분을 쓸 때가 아침 여덟 시 였는데, 지금 열두 시가 다 되어간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퐈이어! 샤워를 벌써 네 번이나 했는데, 샤워를 왜 했는 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고 아무튼,
"저랑 얘기하는 거 별로 재미 없죠?"
"정말 우리 다시 만나는 거죠? 진짜 연락 주실 거죠?"
"주말 잘 보내라고 문자 보내신거.. 저랑 만나기는 싫다는 의민가요?"
"정말 우리 다시 만나는 거죠? 진짜 연락 주실 거죠?"
"주말 잘 보내라고 문자 보내신거.. 저랑 만나기는 싫다는 의민가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소심남과 만나게 된다면, '아, 이사람은 지금 나를 갑으로 놓았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상황에서 이쪽마저 그를 '갑'으로 놓아버리면, 극장에 영화는 없고 관객만 둘 앉아 있는 모양이 되어버린다.
알고보면 둘 다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는데, 서로를 갑으로 놓았기에 둘 다 "소개팅 나가봐야 안생겨요."라고 말하게 된다. 이때에는 이쪽에서 '갑'이 되어 보자. 방청객의 입장으로 상대의 헛발질을 다 받아내며 울적한 주말을 보내지 말고, 앞에 있는 상대가 '남동생'이라고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그럼 둘의 관계는 제대로 된 궤도로 다시 수정될 가능성도 생긴다. 당장 품평회 하듯 "뭐 저런 남자가 다 있나요?" 라며 화를 내기 보다 웃음으로 받아들이란 얘기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연애에 서툴러서 그럴 수 있으니 말이다.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져도 계속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말해주자.
"자기 스스로의 확신도 없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믿고 함께하겠어요?" 라고.
2. 오만남에겐 돌려줘라
스스로 상대가 나보다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하기에 소개팅 자리에서 다른 사람 같았으면 바로 따귀를 올려 붙였을 법한 이야기를 듣고도 그저 굽신굽신 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 뭐, 사람 레벨 봐 가면서 여러가지 가면을 맞춰가는 대원들에게까지 용기를 주고 싶진 않다. 그건 그냥 자업자득이다.
첫 만남에서 "(이전 소개팅녀들과 비교한 뒤)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얘기와 "(아직 뚜렷한 결혼을 생각해 보진 않았다는 말에)여자한테 그 정도 나이면 많은 거죠." 라는 말을 듣고도 버텼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상대가 끊어 버리고, 훈화 말씀을 늘어 놓으며, 왜 사람 피곤하게 만드냐고 화까지 내는 데도 이후 세 번의 만남을 더 가졌다.
"숙희씨 성격에 장애있는 거 아니에요?"
결국 이 얘기까지 듣고도 음식값을 계산하고 나왔다. 사연에는 그 남자분이 정말 찌질하고 최악이라고 적어주셨지만, 솔직히 이쪽도 저 '최악의 소개팅'의 공범이다. 우리끼리니까 까놓고 말해보자. 상대의 연봉이 억대가 아니었어도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상대가 인격모독과 폭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세 번이나 더 만난 것일까?
사연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다. "그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 세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건 알지만"이라는 부분과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이용해서 저를 누르려고"라는 부분이다. 잘 알고 있듯, 상대가 자존심 세고 자기중심적이니 위와 같은 일들은 당연히 일어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스스로 저쪽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저 이야기를 경청하고 고개 끄덕끄덕 하며 음식값 까지 내고 나온 것 아닌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대인관계는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아는 사람과 가져야 한다. 별 볼 일 없는 녀석들과 어울리며 머리가 되는 것 보다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어울리며 시다바리를 할 지라도 그 그룹의 꼬리가 되는 게 낫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뭐, 사람마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그 색히, 대놓고 날 무시하지 않나, 내가 무슨 지 심부름 꾼이야?" 따위의 이야기를 해 댔다. 그리곤 나에게 상대가 얼마나 재수없고, 치사하고, 짜증나는 사람인지를 맥주잔이 세 번 채워질 때 까지 늘어놓았다.
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가타부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감정이 아니라 조건을 택하기로 했으면 그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스스로 책임지라는 얘기다. 택할 때만 조건이고, 그게 잘 안되면 감정으로 돌아와 긴 이야기를 늘어놓지 말자.
그게 아니라면, 집에 돌아와 열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돌려주자.
"저에 대해 자신있게 진단 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진단을 잘 하시면 스스로도 진단을 해 보세요. 어떤 병인지. 남이 어떤 지 보기는 쉬워요. 자길 보기가 어려운 거지."라고.
아 진짜 쭈꾸미. 종종 상대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대원들의 메일이 오는데, 그 때는 쭈꾸미 제일 매운맛을 대접하면 될 것 같다. 김태희처럼 예뻐진다거나, 전지현 몸매로 가꿔서 복수 할 거라고 하신 분들, 그게 좀 어렵기도 한 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리니 그냥 쭈꾸미 한 접시 대접하길 바란다.
농담이고, 정리하자면, 소개팅 나가서 쫄지 말라는 거다. 언젠가 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난 그저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문의하려고 한 것 뿐인데, 그 '상담의자'에 앉자마자 '두더지'가 된 기분을 느꼈다. 땅 밑에서 굴을 파며 살고 있다가, 햇볕 쨍한 곳에 앉혀진 느낌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위축되고 환한 조명에 눈이 부셨다. 능숙하게 제스쳐를 해 가며 설명하는 상대에게 완전히 페이스를 내 준 것이다. 네, 네, 대답만 하다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이 경험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집에 돌아와 <두더지 아빠>라는 글을 썼다. 가족을 위해 서류심사를 받아야 하는 두더지 아빠가 땅굴에서 나와 유리로 된 건물에 들어가는 내용인데 드럽게 재미없다. 아무튼, 소개팅에 나간다면 두더지처럼 위축되지 말고 여유롭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자. 그리고, 상대 역시 괜찮은 사람인데 지금 잠시 두더지가 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망할 오리너구리에겐(응?)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고 말이다.
▲ 쭈꾸미가 나의 후라이데이 발목을 잡는다. 이젠 배가 고픈건지 아픈건지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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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자메시지' 공략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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