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부대원들이 메일로 보내는 '소개팅 소감문'은 항상 잘 받아 보고 있다. 난 소감문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는데,
"숙희씨가 너무 많이 배우신 것 같아요. 저랑은 안 맞으실 듯 해요."
이런 사연을 읽을 때면, 오카방고에서 수컷 버팔로를 쫓는 암사자가 떠오른다. 애프터 신청까지 해 놓고는 5주째 연락없는 남자의 사연을 읽을 때면, 에콰도르 열대우림의 나무늘보가 떠오르고 말이다.
"제 사연을 그런 식으로 읽으시나요? 기분 나쁘네요."
웃자고 한 얘기에 또 한 번 해보자고 팔 걷지 말고, 이런 날에는 에메랄드 빛 지중해에서 막 건져올린 다시마를 초장에 찍어 먹어보자. 별 뜻은 없다. 그냥, 변비에 좋다.
자, 그러니까 이 매뉴얼은 "저와 소개팅 한 남자가 저보고 과분하대요. 마음에 안 드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닌데 과분하다고만 얘기 하더라구요."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을 위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 처했다면 긍정의 답이든 부정의 답이든 확률은 같다. 정말 마음에 들긴 하는데 당신의 연봉이 두배이상 많기에 세속적인 시각으로 판단을 내린 걸 수도 있다. 길거리 음식은 먹지 않고, 좌석버스 타듯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여자는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건 남자가 마음이 없다는 뜻이지.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과분한 게 어딨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사랑에 빠지겠지."라고 얘기하는 대원들도 있을 것이다. 뭐, 그 말도 맞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쨋든 '착한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적당히 둘러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멘트를 친 다음 날, 그리고 또 그 다음 날도 그 남자에게 연락이 왔으니 '마음이 없다'라고는 못할 것 같다. 그럼 도대체 왜 그럴까? 바로 이런 식의 이야기를 오늘 매뉴얼에서 한단 얘기다. '과분남'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알아보기로 하며, 오늘도 달려보자.
재미있는 사연이 많았다. 소개팅에서 처음만난 남자가 술을 계속 먹이더니 갑자기 키스를 했다는 사연도 있었고, 길을 걷다 갑자기 손을 잡곤 "손이 차갑네요. 손이 차가우면 마음이 따뜻하죠."라는 진부한 멘트로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키스사연을 보내주신 여자분은, 상대의 따귀를 기습키스 때문에 때린 게 아니라, 상대가 키스를 너무 못해서 때렸다고 적어주셔서 좀 놀랐다.
아무튼 '손 잡자는 남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녀석의 본능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코멘트를 적어 주셨다. 실제로 손 잡기를 원한 남자들 중 대부분이 만남을 마치고 헤어질 때 '굿나잇 키스'를 시도하는 애정겹핍 증상도 보였고 말이다. 진짜 이대로 그냥 집에 들어 갈거냐며 상대가 담배만 뻑뻑 피웠다는 사연을 읽을 때면, "쟨 소개팅을 뭐라고 생각하고 나온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꼭 '손 잡자는 남자'가 본능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남자들의 경우 '손 잡는 것'을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는 행위'로 생각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절대 권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발 없이 돌아다니는 몇몇 글에서는 "여자가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마음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때문에 밥 먹고 나와서 "손 잡을까요?"라는 얘기를 하고, 영화보고 나와서 "손 잡아도 돼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열대야라 땀나는데도 밤거리에서 "춥지 않아요? 손 잡아 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손 잡자는 남자에겐 앞으로 "손 말고, 발 잡아주세요. 전 발이 차요."라고 얘기하라는 건 훼이크고, '손 잡자는 남자'가 꼭 당신을 쉽게 봐서 그런 행동을 하거나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렇다고 소개팅 하고 나선 무조건 손 잡으라는 얘긴 아니다. "제가 치킨 중에 제일 좋아하는 부위를 맞추셔야 손 잡을 수 있어요." 정도의 멘트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은가.
"저 날개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맞추면 잡아야 하나요?"
치킨에 어찌 날개밖에 없겠는가.
전에 발행한 '조급증'에 관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소개팅 당일 상대의 연락이 없거나 애프터 신청이 없다고 불안해하는 대원들이 많다. 심한 경우, 소개팅을 마치고 들어와 상대의 연락을 새벽까지 기다리다,
"우리 인연이 아닌 것 같죠? 좋은 분 만나세요."
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대원도 있었다. 생각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위의 문자를 받은 상대는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삼일이 넘어간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아닌가. 게다가 위의 문자에 상심과 분노와 빈정상함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건 초등학생인 내 조카가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왜 그렇게 연애에 절박함을 느끼는 지 잘 모르겠지만, 그 절박함을 그대로 상대에게 보이는 건 절대로 연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대원들이 문자 하나만 씹혀도, 또는 상대가 전화 한 통만 안 보내도 종말이 찾아온 듯 장송곡을 불러댄다. 그러면서 점점 더 상대를 떠보기 위한 이상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이다.
상대의 연락을 자신에 대한 '평가'로 생각하는 것, 상대도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곤 핸드폰만 들여다 볼 수 있다. 남성대원들이 보내는 사연에도 "소개팅 한 여자분 마음에 들었는데.. 이틀째 연락이 없네요.. 이대로 접어야 하는 건가요?"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다면 먼저 연락해도 좋다. 먼저 연락한다고 지구의 종말이 찾아오는 거 아니다. 연락하다보면, 상대의 진심을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연애는 시험이나 면접이 아니다. 여름 밤 배드민턴 치듯, 같이 치면 되는 거다.
소개팅으로 만나 친해진 상대가, 기다리던 고백은 커녕 소개팅 시켜달란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뭐,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실제로 이쪽에는 별 관심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소개팅'이야기를 꺼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는 이쪽에선 당연히 저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혹시 떠보는 건가 싶어 "그럼, 나도 소개팅 시켜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맞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곤 진짜 서로 소개팅을 시켜주는 재미있는 일이 발생한다.
뭐, 인연이야 알 수 없는 일이니 이처럼 돌고 돌다가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상황에서 가슴앓이만 하는 대원들 때문에 발생한다. 서로 소개팅까지 시켜주고도 현실을 부정한 채,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만한 증거들 수집을 나서는데,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땐 전혀 맞지도 않는 퍼즐들을 들고와 맞는 것 같다며 손을 떤다.
"저도 이거 놓아야 한다는 것 아는데, 힘드네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는가. 난 분양받은 햄스터와 친해지려고 2주째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아직도 내 손으로 다가올 생각을 안한다. 어제는 햄스터에게 "기다리다가 지친다."(응?)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햄스터는 햄스터고, 정리할 건 정리하자.
소개팅 시켜달라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 혹시 그 사람이 떠보려고 한 말이면 어떻게 하냐고 묻고 싶은가? 대답은 마찬가지다. 정리할 건 정리하자. 숨어서 돌 던지는 것은, 아직 누군가와 함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니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잠시 기억에서 사라졌을 '과분남'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끼리니까 좀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만약 그 '과분남'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과분하다'는 이야기는 밑밥이 될 수 있다. 미리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 해,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초석을 놓는 거다. 마치 한 벌짜리 옷을 살 때처럼, 바지만 사면 얼마냐고 물어본 뒤 티를 사는 것이다. 바지값을 물으면, 당연히 상인은 바지에 더 값을 붙여서 말할 거고, 그럼 총 액수에서 바지 값을 빼 티 값을 구하는 것과 비슷한 건데, 솔직히 이렇게 까지 계산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자. 이런 저런 추측들을 다 빼고 나면, 그가 과분하다고 얘기한 것만 남는다.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만약 그가 당신에게 자신감을 확인받기 위해 꺼낸 이야기라면, 역시 시간이 그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마음이 있다면, 당신이 주지 않은 자신감을 스스로라도 키워 다시 당신에게 연락할테니 말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락'을 어려워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밥'을 이용하길 바란다. 밥 먹었는 지 물으며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고, 안 먹었다고 하면 식사약속을 잡아 만남의 계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뭐해요?"라는 진부한 물음 말고, 새벽시간에 "주무세요?"같은 얘기만 하지 말고 '밥'으로 공략하란 얘기다. 나도 햄스터를 '밥'으로 공략중이다.(응?)
블링블링한 그대의 후라이데이가 되길 바라며!
▲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를 데려오면, 햄스터의 심장이 얼어 붙는다. 녀석, 긴장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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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씨가 너무 많이 배우신 것 같아요. 저랑은 안 맞으실 듯 해요."
이런 사연을 읽을 때면, 오카방고에서 수컷 버팔로를 쫓는 암사자가 떠오른다. 애프터 신청까지 해 놓고는 5주째 연락없는 남자의 사연을 읽을 때면, 에콰도르 열대우림의 나무늘보가 떠오르고 말이다.
"제 사연을 그런 식으로 읽으시나요? 기분 나쁘네요."
웃자고 한 얘기에 또 한 번 해보자고 팔 걷지 말고, 이런 날에는 에메랄드 빛 지중해에서 막 건져올린 다시마를 초장에 찍어 먹어보자. 별 뜻은 없다. 그냥, 변비에 좋다.
자, 그러니까 이 매뉴얼은 "저와 소개팅 한 남자가 저보고 과분하대요. 마음에 안 드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닌데 과분하다고만 얘기 하더라구요."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을 위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 처했다면 긍정의 답이든 부정의 답이든 확률은 같다. 정말 마음에 들긴 하는데 당신의 연봉이 두배이상 많기에 세속적인 시각으로 판단을 내린 걸 수도 있다. 길거리 음식은 먹지 않고, 좌석버스 타듯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여자는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건 남자가 마음이 없다는 뜻이지.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과분한 게 어딨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사랑에 빠지겠지."라고 얘기하는 대원들도 있을 것이다. 뭐, 그 말도 맞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쨋든 '착한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적당히 둘러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멘트를 친 다음 날, 그리고 또 그 다음 날도 그 남자에게 연락이 왔으니 '마음이 없다'라고는 못할 것 같다. 그럼 도대체 왜 그럴까? 바로 이런 식의 이야기를 오늘 매뉴얼에서 한단 얘기다. '과분남'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알아보기로 하며, 오늘도 달려보자.
1. 손 잡자는 남자
재미있는 사연이 많았다. 소개팅에서 처음만난 남자가 술을 계속 먹이더니 갑자기 키스를 했다는 사연도 있었고, 길을 걷다 갑자기 손을 잡곤 "손이 차갑네요. 손이 차가우면 마음이 따뜻하죠."라는 진부한 멘트로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키스사연을 보내주신 여자분은, 상대의 따귀를 기습키스 때문에 때린 게 아니라, 상대가 키스를 너무 못해서 때렸다고 적어주셔서 좀 놀랐다.
아무튼 '손 잡자는 남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녀석의 본능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코멘트를 적어 주셨다. 실제로 손 잡기를 원한 남자들 중 대부분이 만남을 마치고 헤어질 때 '굿나잇 키스'를 시도하는 애정겹핍 증상도 보였고 말이다. 진짜 이대로 그냥 집에 들어 갈거냐며 상대가 담배만 뻑뻑 피웠다는 사연을 읽을 때면, "쟨 소개팅을 뭐라고 생각하고 나온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꼭 '손 잡자는 남자'가 본능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남자들의 경우 '손 잡는 것'을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는 행위'로 생각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절대 권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발 없이 돌아다니는 몇몇 글에서는 "여자가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마음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때문에 밥 먹고 나와서 "손 잡을까요?"라는 얘기를 하고, 영화보고 나와서 "손 잡아도 돼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열대야라 땀나는데도 밤거리에서 "춥지 않아요? 손 잡아 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손 잡자는 남자에겐 앞으로 "손 말고, 발 잡아주세요. 전 발이 차요."라고 얘기하라는 건 훼이크고, '손 잡자는 남자'가 꼭 당신을 쉽게 봐서 그런 행동을 하거나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렇다고 소개팅 하고 나선 무조건 손 잡으라는 얘긴 아니다. "제가 치킨 중에 제일 좋아하는 부위를 맞추셔야 손 잡을 수 있어요." 정도의 멘트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은가.
"저 날개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맞추면 잡아야 하나요?"
치킨에 어찌 날개밖에 없겠는가.
2. 소개팅 당일 연락없는 남자
전에 발행한 '조급증'에 관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소개팅 당일 상대의 연락이 없거나 애프터 신청이 없다고 불안해하는 대원들이 많다. 심한 경우, 소개팅을 마치고 들어와 상대의 연락을 새벽까지 기다리다,
"우리 인연이 아닌 것 같죠? 좋은 분 만나세요."
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대원도 있었다. 생각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위의 문자를 받은 상대는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삼일이 넘어간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아닌가. 게다가 위의 문자에 상심과 분노와 빈정상함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건 초등학생인 내 조카가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왜 그렇게 연애에 절박함을 느끼는 지 잘 모르겠지만, 그 절박함을 그대로 상대에게 보이는 건 절대로 연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대원들이 문자 하나만 씹혀도, 또는 상대가 전화 한 통만 안 보내도 종말이 찾아온 듯 장송곡을 불러댄다. 그러면서 점점 더 상대를 떠보기 위한 이상한 말들을 쏟아내고 말이다.
상대의 연락을 자신에 대한 '평가'로 생각하는 것, 상대도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곤 핸드폰만 들여다 볼 수 있다. 남성대원들이 보내는 사연에도 "소개팅 한 여자분 마음에 들었는데.. 이틀째 연락이 없네요.. 이대로 접어야 하는 건가요?"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다면 먼저 연락해도 좋다. 먼저 연락한다고 지구의 종말이 찾아오는 거 아니다. 연락하다보면, 상대의 진심을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연애는 시험이나 면접이 아니다. 여름 밤 배드민턴 치듯, 같이 치면 되는 거다.
3. 소개팅으로 만나서 소개팅 시켜달라는 남자
소개팅으로 만나 친해진 상대가, 기다리던 고백은 커녕 소개팅 시켜달란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뭐,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실제로 이쪽에는 별 관심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소개팅'이야기를 꺼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는 이쪽에선 당연히 저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혹시 떠보는 건가 싶어 "그럼, 나도 소개팅 시켜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맞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곤 진짜 서로 소개팅을 시켜주는 재미있는 일이 발생한다.
뭐, 인연이야 알 수 없는 일이니 이처럼 돌고 돌다가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상황에서 가슴앓이만 하는 대원들 때문에 발생한다. 서로 소개팅까지 시켜주고도 현실을 부정한 채,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만한 증거들 수집을 나서는데,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땐 전혀 맞지도 않는 퍼즐들을 들고와 맞는 것 같다며 손을 떤다.
"저도 이거 놓아야 한다는 것 아는데, 힘드네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는가. 난 분양받은 햄스터와 친해지려고 2주째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아직도 내 손으로 다가올 생각을 안한다. 어제는 햄스터에게 "기다리다가 지친다."(응?)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햄스터는 햄스터고, 정리할 건 정리하자.
소개팅 시켜달라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 혹시 그 사람이 떠보려고 한 말이면 어떻게 하냐고 묻고 싶은가? 대답은 마찬가지다. 정리할 건 정리하자. 숨어서 돌 던지는 것은, 아직 누군가와 함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니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잠시 기억에서 사라졌을 '과분남'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끼리니까 좀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만약 그 '과분남'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과분하다'는 이야기는 밑밥이 될 수 있다. 미리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 해,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초석을 놓는 거다. 마치 한 벌짜리 옷을 살 때처럼, 바지만 사면 얼마냐고 물어본 뒤 티를 사는 것이다. 바지값을 물으면, 당연히 상인은 바지에 더 값을 붙여서 말할 거고, 그럼 총 액수에서 바지 값을 빼 티 값을 구하는 것과 비슷한 건데, 솔직히 이렇게 까지 계산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자. 이런 저런 추측들을 다 빼고 나면, 그가 과분하다고 얘기한 것만 남는다.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만약 그가 당신에게 자신감을 확인받기 위해 꺼낸 이야기라면, 역시 시간이 그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마음이 있다면, 당신이 주지 않은 자신감을 스스로라도 키워 다시 당신에게 연락할테니 말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락'을 어려워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밥'을 이용하길 바란다. 밥 먹었는 지 물으며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고, 안 먹었다고 하면 식사약속을 잡아 만남의 계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뭐해요?"라는 진부한 물음 말고, 새벽시간에 "주무세요?"같은 얘기만 하지 말고 '밥'으로 공략하란 얘기다. 나도 햄스터를 '밥'으로 공략중이다.(응?)
블링블링한 그대의 후라이데이가 되길 바라며!
▲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를 데려오면, 햄스터의 심장이 얼어 붙는다. 녀석, 긴장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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