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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모르면 연애하기 힘든 세 가지 헛발질

by 무한 2010. 7. 15.
자, 또 슬슬 주말이 다가오고 있다. "주말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이라며 직장에 고스란히 주말을 바치고 있는 대원들이 있어서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주말은 관심있는 상대에게 영화 보자는 얘기를 꺼내 볼 수 있고, 새로운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무한님, 전 백수라 매일 매일이 주말 같아요ㅋㅋ"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아무튼 오늘은 주말에 당신이 관심있는 상대, 혹은 새로 만나게 되는 상대에게 벌일 지도 모르는 실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소심남이나 착각녀 등에 대한 매뉴얼은 이미 여러편 발행되어 있으니 지난 매뉴얼을 참고해 주시기 바라며, 이번엔 그동안 매뉴얼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들에 대해 알아보자.


1. 리드 강박증


남자대원들중 많은 수가 가지고 있는 증상으로, 이 증상을 보이는 대원들은 첫 만남에서 상대를 의식해 어떻게든 썰렁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노력들은 결국 혼자 쩔쩔매는 상황만 만들 뿐이다.

이 증상을 앓는 대원들이 주로 쓰는 멘트는 "아, 죄송해요."가 있다. 대화를 이끌어 가려다가 막히면 즉시 "아, 죄송해요."로 땜질을 하고 다음 주제를 꺼낸다. 뭐, 이런 상황이야 소개팅 자리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 상황이 심할경우 5분 주기로 일어난다는 거다. '대화'라기 보다는 솔로생활에 대한 간증으로 이어지거나, 상대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자음퀴즈를 해 본 적 있는가? 영화제목의 자음만 알려주고, 상대방이 전체 제목을 맞추는 놀이다. 예를 들어, 'ㅇㅇㅇ ㅎㄱ'라고 알려주면, '여인의 향기'라고 말하면 정답이다. 이 문제를 당신이 낸다고 가정했을 때, 문제를 낸 당신에게 그 정답을 맞추는 일은 정말 쉬운 일로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받아 든 상대의 입장에선 다양한 영화제목을 떠올리며 궁리해야 한다.

갑자기 자음퀴즈 이야기를 꺼낸 것은, 리드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경우 어느 대화주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이 이야기를 꺼냈다가 별로다 싶으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카드게임에 비유하면, 자신이 손에 쥔 카드를 죄다 펼쳐놓는 것과 같다. '분위기를 주도 하느냐, 못 하느냐'라는 강박증 때문에 자신의 카드를 계속 꺼내놓는다. 어느 여성대원이 보낸 사연에 등장한 한 남자대원은 소개팅 자리에서 유년기, 친구, 게임, 자동차, 사진, 낚시, 아파트, 정치, 군대, 사회, 연예계 소식 등의 이야기를 2시간 동안 풀어 놓았다. 소개팅 후, 그녀의 머릿속엔 그 남자 이름도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이게 꼭 이쪽의 문제 때문은 아니다. 상대가 별다른 리액션을 보이지 않거나 이쪽의 얘기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증세가 드러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증상을 앓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찾아올 수 있는 '어색한 침묵'을 너무 두려워 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펄프픽션>이라는 영화에서 미아 웰러스(우마 서먼)가 빈센트 베가(존 트라볼타)와 록큰롤바에서 어색한 분위기로 앉아 있다가 이런 대사를 한다.

"왜 어색하지 않으려면 수다를 떨어야 할까요?"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상대에게 '수다쟁이'가 되어 버리는 '리드 강박증'을 앓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한 템포 낮추길 권한다. 당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알맞은 건, 댄스곡이 아니라 발라드일 수 있으니 말이다.


2. 표현을 못하는 상상연애


이와 관련된 많은 사연이 있었다. 미용실 디자이너 오빠, 신발가게 오빠, 헬스장 오빠, 커피숍 오빠, 빵집 오빠, 동네 오빠, 학교 오빠 등등 대부분 '짝사랑'과 관련있는 여성대원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이 사연들에서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얘기는,

"제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라는 거였다. 이게 참 난감하다. 무작정 상대를 이쪽으로 다가오게 만들 만한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는다. 빵집 오빠의 경우라면 일정한 시간에 빵을 사보라는 얘기라도 하겠지만, 신발가게 오빠의 경우는 매일 신발을 사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어렵다.

뭐,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상황이 지나고 나면 스스로 키우던 마음이 '고백해. 바보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던 이 대원들은 용기를 내 다가가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스무고개로 치자면 상대는 이제 1번 질문을 시작한 상황인데, 이쪽은 답을 얘기해 버린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후 상대와 자신의 관계를 교주와 신도의 관계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의 종교가 탄생한 것이다.

종종 이런 상황에 처한 대원들이 "전 무한님이 얘기한 조급증 같은 거 내지 않았어요."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조급증이나 상상연애나 연애에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조급증이 축구경기 전후반 내내 0-0으로 비기는 가운데 경기를 리드하다 루즈타임에 한 골 먹히는 거라면, 상상연애는 전후반 내내 완벽한 수비를 하다가 루즈타임에 한 골 먹히는 것이다. 결론은 같다. 0-1 패.

해결책을 하나 권하자면, 혼자 '상상연애'할 때의 상대와 '현실'의 상대의 격차를 줄이라는 거다. 격차가 커질수록 당신은 점점 '비굴모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심한경우 "오빠 뭐해요?"와 같은 문자만 예배드리듯 정기적으로 보낼 위험이 있다. 상대와 연락이 이어진다면 "나 완전 반했어요."같은 속마음을 문자에 숨겨 바르거나 메신저 대화명에 암호로 만들어 걸어둘 수 있고 말이다. 그거,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눈치챈다.

이런 불균형을 극복하고 커플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어장으로 직행한다. 거기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밀양아리랑(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조오옴 보오오소오오)을 부르고 말이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기 전에 상대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보자. 친구에게 속마음을 보여주거나 친해지고 싶다고 고백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게 포인트다.


3. 단정짓다 잘려나가는 경우


주로 나이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소개팅자리에서 자주 벌이는 일로, 고정관념과 삶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이 문제가 되는 경우다.

우선, 매사에 부정적인 모습을 소개팅자리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를 보자. 앞에 있는 상대에겐 집중하지 않고 괜히 주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오지랖을 펼치며,

"저쪽 테이블에 있는 두 사람, 저런 사람들은 알고보면 부적절한 관계죠."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함께 길거리를 걷다 나이차이가 나는 커플을 보면 불륜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하거나, 좀 튀는 행동을 하는 행인이 있으면 저런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해 댄다. 이야기를 듣던 상대가, 왜 꼭 그렇게만 생각하냐고 묻기라도 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들을 펼쳐가며 자신의 말이 맞음을 입증하려 노력한다. 약간의 리액션이라도 해주면, 범위를 점점 넓혀가다 자멸한다.

위의 경우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며 끝까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잘잘못만 가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계속 그렇게 생각 하세요."
"제가 한 얘기는 이미 검증된 얘기라니까요?"
"그건 그냥 예외일 뿐이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을 봐야죠."


소개팅 나간 거지 100분 토론 하러 나간 거 아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상대는 웃음으로 넘기겠지만, 속으로는 '이뭐병..'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나에게 도착한 사연에서도 그 한심한 얘기들을 다 받아주고 있느라 고통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많고 말이다.

소개팅자리에서 상대와 나 사이에는 '티슈'가 하나 있다고 생각하자. 아무리 텐션이 올라도 폭풍같은 입바람으로 티슈를 날려버리지 말라는 얘기다. 또한 서로 다르게 살아온 시간이 적어도 이십년 이상인데 생각이 일치하길 바라지 말자. 상대의 생각을 몇 시간 만에 말 몇마디로 바꾸려는 무모한 짓도 그만 두고 말이다.

혼자 눈사람 다 만들 거면 앞에 앉은 사람은 왜 불렀는가. 내가 몸통을 만들 거면 상대가 머리를 만들게 하든가, 내가 몸통과 머리를 만들거면 나머지는 상대가 장식하게 놔두자. 내가 얼마나 눈사람을 잘 만드는 가 보여주면 상대가 반할 것 같은가? 반하긴 커녕 상대는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어질 뿐이다.


헛발질 얘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내일은 후라이데이 특집으로 좀 더 디테일한 소개팅 공략방법을 알아보자. 소개팅이 회사 면접보다 어렵다는 대원들을 위해 하얗게 불태울 예정이다. 자, 그럼 내일 또 만나기로 하고, 지금 사랑하고 싶은,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대원이 있다면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런 미소를 지금 지어보길 바란다.

그것은 흐뭇한 엄마미소(응?). 하루 종일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지 말고, 그렇게 웃자.





▲ 엄마미소 하신 분들은 위의 버튼들 한번씩 살포시 눌러주세요. 드라마 보는 엄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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