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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부모님이 반대하는 연애 또는 결혼, 해결책은?

by 무한 2010. 8. 26.
매뉴얼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연애나 결혼에 대해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대원에게는 이 글을 읽지 말기를 권한다. 상대에 대한 확신도 없고, 별다른 의지도 없이 그저 부모님의 반대를 '걸림돌'로 생각해 '그래, 어른들 말씀 틀린 것 없다는데.'라거나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까지 이 연애를 계속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냥 이쯤에서 접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달질을 할 다리근육도 없고, 그냥 목적지까지 쉽게 가고 싶은 사람에게 '자전거 추천코스'를 알려줘봐야 몇 번 페달질을 하다 중간에 욕이나 하기 마련이다. 작은 갈등이 찾아와도 '역시, 그때 부모님 말씀을 들었어야 하는데.'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후회를 늘어놓게 된다.

두 갈래 길이 있다면, 어느 길을 택하든 훗날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가지는 것 아닌가. 확신없이 팔랑귀 때문에 한 선택이라면, 반대를 무릅쓰고 연애를 지속하든 반대 때문에 연애를 접든 훗날 미련과 후회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단순히 반항심으로 인해 이 '반대'를 극복하려는 대원이나, 친구나 지인들에게 힘들다는 노래를 부르고 짙은 회색의 우울한 글을 여기저기 남기지만 실제로 해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대원, 마음에 찾아온 찜찜함이 커져 연애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대원 등, 문제를 풀기보다 해답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큰 대원들은 이 페이지를 닫고, 그저 자기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갈 길 갈 것을 권한다. 이 문제를 정말 목숨걸고 풀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대원들은, 똥꼬에 힘 꽉 주고 함께 출발해 보자.


1. '맞는 답을 두개 고르시오'라고 생각하자.


답이 두 가지 인데, 하나의 답만 고르려고 하니 머리 터지는 것 아닌가. '부모님이냐, 연인이냐.'라는 두 가지 답을 놓고 괴로워 하는 일은 그만하고, 두 가지 답을 모두 고르도록 하자. 부모님은 부모님 나름대로의 생각과 철학과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당신의 연애나 결혼을 반대하신다. 부모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일단 듣자.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경청하자.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작정 짜증을 부리거나 부모님과의 단절을 선택하면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부모님이 둘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안하고, 상대를 재고 따지고 계산하는 이야기를 하신다고 해도 끝까지 듣자. 아무런 반발도 하지 말고 차분히 듣는 거다. 이게 첫번째다.


2. 어설픈 소개가 화를 불렀음을 깨닫자.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갈등이 시작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당신의 어설픈 소개' 때문임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많은 문제가 되는 '집안'에 대한 부분만 보더라도 나에게 '집안문제로 인한 부모님의 반대' 사연을 보낸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를 무슨 장발장이나, 성냥팔이 소녀처럼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저보다 학력이 낮거든요.. 엄마는 그것 때문에.. 비전이 없다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대학 다닐 때에도 알바해서 등록금 댄 걸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셔서.. 그녀가 가장 역할을 해 왔거든요.."

"부도 때문에 오빠 부모님은 월세로 사시고.. 오빠가 집세 내고 있어요.."


종종 "저보다 훨씬 형편도 안 좋고 학력도 안 좋은 상대지만,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사귀고 있습니다."라며 캥거루 널뛰는 소리까지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연애와 자원봉사, 사랑과 동정심을 착각하지 말자. 뇌에서 도파민의 분비가 끝나고 나면 '사랑'은 '정'으로 치환되는데, 그땐 상대가 그저 '형편도 안 좋고 학력도 안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자연히 갈등이 찾아왔을 때 "넌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라거나 "너랑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따위의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꺼내게 된다.

다시 '소개' 이야기로 돌아와서, 같은 사람이라도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왜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에는 돈 들여 대필하거나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부모님에게 상대를 소개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정신질환, 알콜 중독을 앓던 아버지
15세 학업중단
20세 우편배달부, 점원, 직공 등의 직업을 전전
29세 은행 출납계원, 그러나 은행공금횡령 혐의로 기소
법정으로 가던 중 탈옥, 34세의 도망자
다시 체포, 출소 7년 후인 48세
폐결핵, 간경화, 당뇨병으로 사망


- 지식채널e, <통속소설> 중에서


위에서 인용한 소개를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세 줄 정도만 읽어도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럼 같은 사람을 다르게 소개한 글을 보자.

<마지막 잎새>를 쓴 미국 소설가.
10년 남짓한 작가활동 기간 동안 300편 가까운 단편소설을 썼다.
그는 순수한 단편작가로, 따뜻한 유머와 깊은 페이소스를 작품에 풍겼다.
특히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줄거리의 결말은 기교적으로 뛰어나다.

- 네이버 백과사전, <오 헨리> 요약설명


인용문에서 이름이 밝혀져 버렸는데,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등으로 알려진 '오 헨리'에 대한 소개글이다. 부모님이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당신이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엄마 - "뭐 전공한 아이니?"

아들 - "전공이 뭐가 중요해요? 그냥 지금 회사 다니고 있어요."



이처럼 상대를 형편없이 소개하지 말고, 입사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정도의 공을 들여 설명하라는 얘기다. 자기소개서 '성장과정'란에 "그냥 학교 잘 다녔고, 취업할 나이 되어서 원서 집어 넣음."이라고 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3. 판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라고 열 번쯤 말했다.


"엄마가 우리 궁합을 보셨는데 별로 좋지 않데.."
"사실, 부모님이 너 만나지 말라고 하셔.. 걱정은 하지마. 내가 설득할거니까."
"우리.. 결혼이 쉽진 않을 것 같다. 집에서 반대가 너무 심해."


자신이 아는 사실이라고 해도, 상대에게 말해야 할 것이 있고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라면 당신은 상대에게 그 사실을 '통보'를 하거나 '판결문'을 낭독해 줄 것이 아니라 상대의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거다.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 없는 상대를 옆에 두고 혼자만 우산을 쓰지 말란 얘기다. 사랑하는 상대를 지키고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보이지 않는 손'으로 따귀를 후려친다면 둘이 헤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4. '연애'에 신경 쓰는 만큼 '생활'에도 신경 쓰자.


연애를 하게 되면, 방금 보고 들어왔어도 또 보고 싶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으며, 전화기를 쥐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주말에는 항상 외출중이며, 늦은 시간까지 전화기를 붙들고 있고, 그러다 잠깐 집 앞에 나갔다 온다는 일이 많아지며, 가족끼리 시간을 갖기로 한 날도 연인과의 약속을 우선으로 여겨 불참한다면 그 연애를 좋게 생각할 부모님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과 관련된 일 뿐만 아니라,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공부는 안 하고 연애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허파에 바람 들어간 듯 어디어디 놀러 간다는 이야기만 꺼내거나, 연인과 싸운 날에는 집에서 있는 대로 짜증을 다 내며 좋지 않은 소리들만 늘어놓는다면, 주변 사람들은 당신의 '연애'가 '생활'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공식적으로 하는 연애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하얀 거짓말'은 필요한 법이다. 노파심이 있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연애사를 모두 '보고'하진 말길 바란다. 지금은 숙희 끝날 시간이라 데리러 가야하고, 내일은 숙희랑 기념일이라 외식 할 거고, 주말에는 숙희랑 여행가기로 했다고 하면 숙희는 '학창시절, 착한 우리 아들과 어울리는 나쁜 친구'의 느낌으로 다가올 위험이 있다. 청춘 남녀의 연애는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연애의 정석'보다 언제나 뜨겁기 마련이니, 그 둘의 차이를 잘 조율하길 권한다.


5. 투쟁하지 말고 설득하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에 최적화 되어 있는 정수기판매원이나 옥장판판매원 등에게서 배우자. 그들이, 
 
"물건 좋다는데 왜 그래? 안 산다고 해도 나 물건 여기 놓고 갈 거야."
 

이런 식으로 물건을 팔진 않지 않는가. 부모님이,

"너, 허숙희라는 애하고 정리하고 다른 여자 만나봐."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다른 여자 다 필요 없고, 난 숙희 아니면 평생 독신으로 살 거예요. 부모님이 말리셔도 난 숙희랑 결혼 할 거고, 숙희랑 시베리아 가서 월세부터 시작할 거예요. 시베리아 허숙희!"


이렇게 투쟁하진 말란 얘기다. 정수기판매원이나 옥장판판매원등이 어떻게 설득을 하는가? 판매원을 만나본 적 없다면 TV홈쇼핑을 떠올려 보자.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인데도 5분 정도 홈쇼핑 화면을 보고 있으면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그들의 방법을 사용하는 거다.

"그냥 보여 지는 조건만 놓고 보면, 숙희가 별로라고 생각될 수도 있어요. 근데, 저도 다른 여자들 안 만나 본 것도 아니고 주변에 있는 여자들만 보더라도 요즘 숙희같은 애 또 없어요. 우리 둘 그냥 눈에 뭐 씌어서 만나는 거 아니고, 진지하게 미래 계획도 세워놓고 나중에 부모님은 어떻게 모실지, 재미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도 나누고, 아무튼 허영심 많고 개념 없는 그런 여자들하고 달라요. 그러니까 만나는 거지, 그냥 연애 하려고 만나는 거 아니에요. 조건 좋은 사람 만나서 회사생활 하듯이 같이 사는 것 보다, 숙희랑 사는 게 훨씬 행복할 것 같아요."


당신이 상대에게 느낀 매력을 부모님께도 설명하고, 당신이 어린애 투정처럼 징징거리는 게 아니라 어른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라는 걸 알려드리란 얘기다. 이것저것 다 생략하고 "내 인생 내가 선택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나오면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당신이 결혼까지 생각한 상대라면 정말 괜찮은 상대일 텐데, 왜 그 '정말 괜찮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투쟁만 하려 하는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당신의 뜻이 확고하다면 둘이 시베리아 월세방 부터 시작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다만, 차분히 속마음을 꺼내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축복 속에 사랑의 서약을 할 수 있는 일을, 청소년기 가출하듯 뛰쳐나가진 말잔 거다. 투쟁이 아닌 설득, 잊지 말자.


이 매뉴얼을 발행하며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아직 부모님으로 부터 경제적인 독립이 되지 않았다면,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할 생각을 하기보다 경제적인 독립을 먼저하길 권한다. 신혼부부들이 보내는 사연 메일 중, 둘의 문제가 아닌 '외부요인'으로 인한 문제 대부분이 이 '경제적 독립'이 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부모님이 주시는 '생활비' 때문에, 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님의 원하는 대로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저녁식사는 무조건 온 가족이 다 모여서 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것 등등의 조건이 붙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한 쪽에서는 불만이 쌓이게 되고, 그 불만을 표출하면 다른 쪽은 "그거 하나 못 맞춰줘?"라거나 "그냥 네가 좀 참으면 되잖아."라며 기름을 붓기 마련이다. 그러니 '결혼'에 앞서 '경제적 독립'을 하길 권한다.  

아주 극히, 부모님이 세상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기자식을 박해하는 까닭에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식이 잘 되고, 잘 살길 원하는 까닭에 더욱 엄격한 잣대로 상대를 바라보다 반대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기 싸움 하듯 '허락'만을 놓고 대치하지 말고, 부모님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잣대로 본 상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남의 눈'이 아닌 '행복'을 기준으로 한 당신의 잣대에 부모님도 고개를 끄덕이실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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