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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by 무한 2011. 1. 6.
몽롱했던 월요병이 이제 좀 가시는 것 같은 목요일이다. 하룻밤만 더 자면 정신이 완전히 맑아지는 금요일이니, 매뉴얼을 읽는 솔로부대원 및 커플부대원들은 조금만 더 힘을 내시기 바라며, 오늘은 하루에 한 통 이상 빠지지 않고 도착하는 '인기 없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좀 나눠 보자. 

"무한님, 저처럼 못 생긴 외모를 가진 여자에 대한 매뉴얼도 꼭 좀 부탁드려요."


외모에 대해서라면 나에게 메일을 보내기 보단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하라는 건 훼이크고, 스스로 '외모가 문제'라며 메일을 보내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실제 문제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부분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머지 80%는, 그간 '인기 없음'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당신을 '겁쟁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든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습관이 들었기에 발생한 문제다. 그건 마치 면허를 딴 지 10년이 된 J양(34세, 회사원)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J양은 면허를 딴 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새로 산 중고차를 몰고 출근을 했다. 회사로 가는 도중 4차선 도로에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차의 시동이 꺼졌다. 그렇게 멈춰 선 J양의 차는 견인차가 오기 전까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하면 별 거 아닌 일 같지만, 출근 길 좌회전을 하려는 그 수 많은 차들이 울렸을 경적을 생각해 보자. 자신의 차 때문에 막히기 시작하는 도로와 그 사람들이 보내는 짜증의 눈빛, 차는 왜 가지고 나와서 이 난리냐는 욕설, 견인차가 5분 만에 오긴 했지만 J양에겐 그 순간이 5년 처럼 느껴졌다. 그 일 이후 J양에게 '운전공포증'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남의 차를 타더라도 이 차가 멈춰서진 않을까 하는 '불안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J양의 이야기를 살펴봤으니, 이제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일들을 살펴보자.


1. 이성에 대한 예민한 촉, 하지만 무딘 감각


잠이 잘 오지 않는 밤, 그건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시계 초침 소리며 밖에서 나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등이 유난히 크게 들리듯, 오랜시간 솔로의 시간을 가졌거나 이성의 관심과 친절을 받지 못했던 대원들은 이성에 대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 이성에 대해 길고 예민한 더듬이가 하나 돋는다는 얘기다.

그 더듬이는 일반적인 경우 '패스' 할 만한 사항들도 캐치해 낸다. 예를 들어, 채팅방에서 "시간 되시면 술 한잔 하실래요? 지역이 저와 같으시던데."라는 쪽지를 보내는 날파리들의 '투망'에도 '이런게 인연인 건가? 배추도사가 1월에 연애운이 있다고 하던데.'라며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을 하다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남친 없으시면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보낸 쪽지에 가슴이 쿵쾅쿵쾅거려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는 사연과, 미니홈피 방명록에 "사진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만나고 싶습니다. 지역이 어디신가요?"라는 글을 남긴 남자를 만나도 되냐고 묻는 사연에 내가 아주 그냥 가슴이 미어진다. 

이렇듯 '탐색'에는 민감하지만, 이성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거나 그가 예의상 하는 말들을 거르는 감각은 제로에 가깝다.

"우리 처음 만나는 날, 기념으로 족욕을 해주고 싶어."
"전 여자 얼굴은 전혀 안 봐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사진 보내 주세요."
"날 믿어주는 너에게 천사가 되어줄게."



아 내 손발. 내 꼬꼬마 시절의 흑역사(차마 말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인 역사)를 살펴봐도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들은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상대의 저 말을 듣고 '설렘모드'에 돌입하는 대원들 때문에 또 난 슬프다. 스물 다섯 살 땐가, 드디어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며 "절대 이건 다단계가 아니야. 구조만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는 거지, 다단계는 아니야. 월 500씩 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라고 말하던 친구와 술을 마실 때 보다 더 슬프다. 상호야 잘 지내냐.(응?)

족욕을 해 주겠단 얘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 추운데 어디 약수터나 학교 수돗가에 가서 발을 씻겨 줄 수 있겠는가? 그럼 자연히 온수가 나오고 단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얘긴데, 더 얘길 하지 않아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사진을 보내달라면서 얼굴은 안 본다고 하는 것은, 채식주의자라면서 갈비탕을 시키는 것과 같은 행위 아닌가.

아는 거라곤 이름하고 연락처 밖에 없으면서 천사 어쩌구 하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선 길게 얘기하지도 말자.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면, 상대에 대해서 '아는 남자'정도로만 생각하길 권하고 싶다. 아무리 상대가 친절하고, 당신을 향해 엄청난 구애를 한다고 해도 연애를 시작하거나 그가 의도하는 대로 쉽게 따라가진 말란 얘기다. 당신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그는 당신에게 실망했다든지, 인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든지 별 괴상한 소리를 다 할 테지만, 절대 거기에 휘둘리지 말고 "딴 데 가서 놀아라 꼬마야. 여긴 위험하거든." 정도의 대답만 해 주자.


2. 대안이 없기에 끌려 다니는 연애
  

군대에 있을 때, 진짜 드럽게 못된 고참이 하나 있었다. 사회로 치자면 슈퍼마켓인 PX를 담당하는 PX병이었는데, PX에서 물품을 무료로 주는 것도 아니고 다들 각자 돈 내고 사는 것임에 불구하고 PX병이라는 것이 대단한 권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 고참은 '일, 이등병에겐 라면판매 금지' 따위의 규칙을 만들거나,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병사가 물건을 살 때면 "고참도 그거 필요한데, 고참 하나 안 사줘?"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대 놓고 뭔 갈 사주길 요구했다.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지금 그거 안 팔 거야. 사고 싶으면 내일 와." 라며 약을 올리기도 했다. 근데, 이걸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니, 내가 미워했었나 보네?(응?)

아무튼, 그냥 딱 봐도 죄송하게 생긴 얼굴을 한 그 고참은 주말에 면회객들이 오면, 계급이 낮은 부대원들에겐 면회 온 친구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고, 친구들이 면회를 와 피자나 치킨 등을 시켜먹으면 자기 몫을 챙겨서 주지 않을 경우 두고두고 그 일을 트집 잡아 못되게 굴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에선 생필품이나 먹거리를 사기 위해, 또는 면회실을 이용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PX를 이용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그 고참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소제목 1번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상황이 진행된 후, 종종 그 상대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대원들이 있다. 그리고 그 대원들은 바로 위의 '드럽게 못된 PX병'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쨌든 자신을 외로움 속에서 구해준 그 사람이 '백마 탄 왕자'이긴 한데, 그 왕자는 변태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신을 겁주는 일을 벌인다는 얘기다.

그 상대와 이별하고 나면 다시 혼자여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여성대원들이 상대의 말도 되지 않는 요구를 따른다. 일부 대원들은 상대에게 욕설을 듣거나, 심한 경우 맞으면서 까지도 그 만신창이가 된 연애를 놓지 못한다. 그 외에 이쪽에서는 둘의 관계를 '연애'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둘의 관계에 대해 '엔조이'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상대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하더라도, 이쪽에서는 이성에게 오는 연락이 그것 하나 밖에 없기에 인연의 끈을 자르지 못하고 계속 휘둘림을 당한다.

그대가 '이 사람 말고는 나에게 관심을 주는 남자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한, 대안은 없다. 그리고 상대를 잘라내지 않는 한, 당신의 마음을 흙 묻은 발로 아무렇게나 짓밟는 그 행동은 계속 될 것이다. 


당장 당신의 수동적인 모습을 버리라는 얘길 해 주고 싶다. 상대가 만들어 놓은 우스꽝스런 판에 들어가 삼보일배 하지 말자. 지금 당신이 잠깐 상대에게 허리를 숙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건 '잠깐'이 아니다. 조만간 상대는 당신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요구를 할 것이다. 

그리고 거절을 어려워하지 말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연애의 터닝포인트는 '거절'이다. 운전으로 치자면 거절은 'R'이다. 그간 당신은 직진만 해 왔기에 그 어둡고 습한 지하주차장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게 된 것 아닌가. 후진을 하지 않는 한, 그 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다. 

마지막으로, 어제 저녁 나에게 사연을 보낸 H양에게는 이번 주말에 절대 그 남자를 만나러 나가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연에 적힌 그 남자의 행동은 순간적인 그대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졌기 때문도 아니고, 그대에게 콩깍지가 씌인 것도 아니다. 그냥 '빨간모자'를 잡아먹고 싶은 늑대가 하는 말이다. 

다 괜찮고, 다 좋고, 일이 힘들어서 요즘 피곤하니 주말에 만나면 여행가자는 얘기를 하고, 지금 사귀는 게 싫으면 나중에 사귀고 싶을 때 얘길 하라는 얼빠진 소리를 하고, 만나서 얼굴 보고 후회하거나 그런 일 없을 거라 하고, 아 진짜 이건 아무리 정신줄을 놨다고 해도 눈치 챌 수 있는 얘기 아닌가.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해도 연락할 이성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두렵고 아쉬운 까닭에 나갈지도 모르니, 좀 무서운 얘기를 적어놔야 겠다. 만약 그 남자가 연쇄살인범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를 유인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도 주말에 만날 것인가? 어린 시절, 사탕 사준다는 아저씨를 따라가지 말라고 했던 부모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당신의 방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면 놀러 온 친구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휴지통을 찾지만,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고 쓰레기투성이라면 놀러 온 친구도 부담 없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법이다. 당신 스스로 당신에 대해 하찮고 인기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연애를 꿈꾸거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먼저 소중하게 생각하자. 그럼 자연히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소중히 생각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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