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59.3%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대답하는(2010, 통계청 사회조사) 오늘날 이 시점에, 동거에 대해 'UFO는 있다, 없다.' 따위의 이야길 하긴 지겹고, 동거 중인 커플부대원 및 동거 경험이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보내온 사연과 부킹대학 파리 연구소에서 보내온 자료들을 가지고 '동거'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좀 나눠보자.
뭐,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가치관의 변화'라든가 '서구의 개방적인 성문화 유입' 등이 있겠지만 이런 건 꼬꼬마들 대학 리포트 쓸 때 적으라고 하고, 우린 좀 피부에 와 닿는 얘기들을 해보자. 우선, 동거와 관련된 사연을 정리해 보면, 그들이 동거를 하게 된 계기는 아래와 같다.
개인적으로, 부모님 세대와 달리 온 가족이 한 집에 살지 않고 대학, 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타지 생활을 하거나 원룸과 오피스텔 등 '1인 가구'를 쉽게 형성할 수 있으니 필연적으로 '동거'가 크게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동거'를 위해 짐을 싸들고 '야반도주'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 주문하듯 쉽게 동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단 얘기다. 실제로, 동거 할 이성을 구하는 커뮤니티에서 상대를 구해 동거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동거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동거'를 달콤한 것으로 연출해 보여주니, 당장 같이 살기만 하면 <우리 동거 했어요(응?)>같은 프로그램 하나 찍을 거란 착각을 하기 쉽다. 이 외에 결혼 시 발생할 수 문제들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나, 결혼 전 상대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들며 동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리포트 쓰는 거 아니니 '동거 발생 추이'는 여기까지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어 보자.
결혼 시 발생하는 '집안'관련 문제라든가, 결혼제도가 주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동거의 장점으로 꼽히곤 하는데, 이 자유로움은 책임과 의무에서 멀어지면 '방종'으로 변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소설가 김훈의 인터뷰를 일단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쉽게 말해, 상대가 자신을 돌볼 줄 알고 당신을 존중하며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동거가 '난장판'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얘기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그거다. 그간 '결혼'의 문제라고 말해왔던 것들이 대부분 '결혼'이 아닌 '사람'의 문제였단 거다. 결혼을 '형식'으로 생각해 생략하고 '동거'를 하며 당신과 진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몰라도, 책임과 의무가 싫어 '동거'를 선택한 것이라면 그 무책임과 방종의 화살표는 곧 당신을 향할 위험이 크다.
동거에 대한 장점으로 '결혼을 통한 관계보다 민주적이고 평등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때의 얘기다.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라면, 결혼이든 동거든 머지않아 '마지막'이 찾아온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도착한 사연이 '노는 남친'과 '백조 여친'에 대한 이야기다. '콩깍지 모드'인 상태에서는 이러한 부분도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고, 상대를 격려하거나 용기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비폭력주의자인 간디도 주먹을 쥘 수 있는 법이다. 상대는 상대대로 일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니 어딘가에 이력서를 내는 것조차 두려워 지고, 이쪽에서는 늘 대답만 잘하는 상대에 대해 점점 미움이 싹트는 것이다.
가사의 분담으로 인한 갈등도 쉽게 발생한다. 청소, 설거지, 빨래 등 기본적인 가사노동을 늘 하는 사람이 하게 되고, 그 짜증은 계속 축적되며 몸을 불린다. 돈은 돈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일은 일대로, 이게 연애를 하는 건지 파출부를 하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 찾아오면, 결국 폭발한다. 이 상황에서 가사에 게으름을 피우던 상대가 '백수' 상태라면, 그 게으름의 지적에 '내가 지금 집에서 놀고 있으니까 날 무시하는 거지?'라며 비뚤어진 마음을 갖기도 한다.
현재 동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서로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한 쪽은 동거를 '결혼의 리허설'로 생각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동거를 '결혼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우, '결혼의 리허설'로 생각한 쪽에서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관계에 지치게 된다. 반대로 상대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이쪽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이 커지게 되고 말이다. 서로 명확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일단 시작하는 동거는, 큰 상처만 남기고 끝을 맺을 위험이 있다.
동거 상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며, 동거에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문제가 바로 '동거'의 가장 큰 약점이 된다. 함께 살다가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그 부분 말이다. 게다가 사회 통념상 동거는 쉬쉬하며 숨겨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책임감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닌, 비밀리에 시작해야 하는 일인 경우가 많단 얘기다.
'동거'와 '결혼'을 가지고 가타부타 하는 것 보다, 당신과 함께 할 그 '사람'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결국은 '결혼'이나 '동거'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니 말이다.
그저 감정에 이끌리거나 쉽다는 이유로 시작한 동거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시작하는 일은 언제든 포기하기 쉬운 법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거를 생각하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지금의 감정만으로 무작정 함께 살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2년 후' 모습까지 충분히 생각해보길 권하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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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가치관의 변화'라든가 '서구의 개방적인 성문화 유입' 등이 있겠지만 이런 건 꼬꼬마들 대학 리포트 쓸 때 적으라고 하고, 우린 좀 피부에 와 닿는 얘기들을 해보자. 우선, 동거와 관련된 사연을 정리해 보면, 그들이 동거를 하게 된 계기는 아래와 같다.
● 혼자 살고 있다가 연애를 시작하게 되어서 자연스레 동거
● 같이 살고 싶지만 돈이 없어 결혼이 어려운 까닭에 동거
● 애인과 이중 지출을 줄이고자 살림을 합치며 동거
● 해 보고 싶어서 동거
● 같이 살고 싶지만 돈이 없어 결혼이 어려운 까닭에 동거
● 애인과 이중 지출을 줄이고자 살림을 합치며 동거
● 해 보고 싶어서 동거
개인적으로, 부모님 세대와 달리 온 가족이 한 집에 살지 않고 대학, 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타지 생활을 하거나 원룸과 오피스텔 등 '1인 가구'를 쉽게 형성할 수 있으니 필연적으로 '동거'가 크게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동거'를 위해 짐을 싸들고 '야반도주'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 주문하듯 쉽게 동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단 얘기다. 실제로, 동거 할 이성을 구하는 커뮤니티에서 상대를 구해 동거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동거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동거'를 달콤한 것으로 연출해 보여주니, 당장 같이 살기만 하면 <우리 동거 했어요(응?)>같은 프로그램 하나 찍을 거란 착각을 하기 쉽다. 이 외에 결혼 시 발생할 수 문제들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나, 결혼 전 상대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들며 동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리포트 쓰는 거 아니니 '동거 발생 추이'는 여기까지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어 보자.
1. 결혼제도를 거부하며 동거하는 경우
결혼 시 발생하는 '집안'관련 문제라든가, 결혼제도가 주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동거의 장점으로 꼽히곤 하는데, 이 자유로움은 책임과 의무에서 멀어지면 '방종'으로 변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소설가 김훈의 인터뷰를 일단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스스로에게)엄격한 질서가 있어야 돼요.
이 기율(도덕상으로 여러 사람에게 행위의 표전이 될 만한 질서)이 무너지면
나는 건달밖에 안 되는 것이죠.
남들은 날 자유롭다고 그러죠, 물론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요 나한테.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기율이 또한 있는 거예요.
그런 기율이 없으면,
그냥 날라리 건달 되는 거예요.
-김훈, <MBC 인사이드 라이프 - 작가 김훈을 만나다> 중에서
이 기율(도덕상으로 여러 사람에게 행위의 표전이 될 만한 질서)이 무너지면
나는 건달밖에 안 되는 것이죠.
남들은 날 자유롭다고 그러죠, 물론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요 나한테.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기율이 또한 있는 거예요.
그런 기율이 없으면,
그냥 날라리 건달 되는 거예요.
-김훈, <MBC 인사이드 라이프 - 작가 김훈을 만나다> 중에서
쉽게 말해, 상대가 자신을 돌볼 줄 알고 당신을 존중하며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동거가 '난장판'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얘기다.
"그건 결혼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그거다. 그간 '결혼'의 문제라고 말해왔던 것들이 대부분 '결혼'이 아닌 '사람'의 문제였단 거다. 결혼을 '형식'으로 생각해 생략하고 '동거'를 하며 당신과 진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몰라도, 책임과 의무가 싫어 '동거'를 선택한 것이라면 그 무책임과 방종의 화살표는 곧 당신을 향할 위험이 크다.
2. 동거를 위협하는 문제
동거에 대한 장점으로 '결혼을 통한 관계보다 민주적이고 평등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때의 얘기다.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라면, 결혼이든 동거든 머지않아 '마지막'이 찾아온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도착한 사연이 '노는 남친'과 '백조 여친'에 대한 이야기다. '콩깍지 모드'인 상태에서는 이러한 부분도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고, 상대를 격려하거나 용기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비폭력주의자인 간디도 주먹을 쥘 수 있는 법이다. 상대는 상대대로 일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니 어딘가에 이력서를 내는 것조차 두려워 지고, 이쪽에서는 늘 대답만 잘하는 상대에 대해 점점 미움이 싹트는 것이다.
가사의 분담으로 인한 갈등도 쉽게 발생한다. 청소, 설거지, 빨래 등 기본적인 가사노동을 늘 하는 사람이 하게 되고, 그 짜증은 계속 축적되며 몸을 불린다. 돈은 돈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일은 일대로, 이게 연애를 하는 건지 파출부를 하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 찾아오면, 결국 폭발한다. 이 상황에서 가사에 게으름을 피우던 상대가 '백수' 상태라면, 그 게으름의 지적에 '내가 지금 집에서 놀고 있으니까 날 무시하는 거지?'라며 비뚤어진 마음을 갖기도 한다.
현재 동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서로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한 쪽은 동거를 '결혼의 리허설'로 생각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동거를 '결혼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우, '결혼의 리허설'로 생각한 쪽에서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관계에 지치게 된다. 반대로 상대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이쪽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이 커지게 되고 말이다. 서로 명확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일단 시작하는 동거는, 큰 상처만 남기고 끝을 맺을 위험이 있다.
동거 상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며, 동거에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문제가 바로 '동거'의 가장 큰 약점이 된다. 함께 살다가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그 부분 말이다. 게다가 사회 통념상 동거는 쉬쉬하며 숨겨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책임감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닌, 비밀리에 시작해야 하는 일인 경우가 많단 얘기다.
'동거'와 '결혼'을 가지고 가타부타 하는 것 보다, 당신과 함께 할 그 '사람'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결국은 '결혼'이나 '동거'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니 말이다.
그저 감정에 이끌리거나 쉽다는 이유로 시작한 동거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시작하는 일은 언제든 포기하기 쉬운 법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거를 생각하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지금의 감정만으로 무작정 함께 살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2년 후' 모습까지 충분히 생각해보길 권하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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