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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나쁜 남자만 만나게 되는 여자, 그 이유는?

by 무한 2011. 1. 12.
만나는 순간에는 당신을 백설공주처럼 대해주던 그 남자, 왜 집에만 돌아가면 왕자와 일곱 난쟁이의 관계처럼 데면데면해질까?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나무꾼처럼 당신의 날개옷을 훔치려 당신에게 다가왔던 그 남자는 왜 날개옷을 훔친 뒤 아무 연락도 없이 혼자서 금도끼 은도끼를 찾으러 떠났을까?

오늘은 이 크고 아름다운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한다. 당신의 마음에 집을 짓길래 들어와서 살 줄 알았더니,

"아, 제 집은 따로 있고요. 여긴 그냥 별장입니다. 휴가 때나 뵈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상황. 근데 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상대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진 못하고 "언제 오실 건데요? 여기서 사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여기 바다도 보이는데."라며 못내 아쉬워 상대가 남긴 '여지'를 신앙처럼 붙들고 있는 그대. 이젠 그 신앙을 그만 내려두길 바라며, 이 끈적끈적하고 흐리멍덩한 상황이 더 반복되지 않도록 '나쁜 남자만 만나게 되는 여자'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보자.


1.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


그저 인생의 목표를 즐기는 것에만 두고 살아가는 '나쁜 남자'가 있는 반면, 계속 되는 당신의 배려와 양보에 길들여져 '나쁜 남자'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옛 말에도 있듯,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내 보따리는? 그게 얼마짜린데!"


라고 말하는 경우도 생긴단 얘기다. 이런 '나쁜 남자'들에게 가장 쉬운 상대는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지저분하게 들이대도 싫은 소리 안하고, 아주 큰 실수를 저질러도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면 해결이 되는 상대. 게다가 언제든 '연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비추기만 하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있다가도 한 걸음에 달려오니, 평소엔 돌보지 않아도 원할 때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이성의 친절과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여성대원들이 '거절'을 어려워 한다. 그리고 여린 마음이라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대원들 역시 이 '거절'에 소질이 없다. 그저 노래방에서 "내가 그렇게-렇게 만만하니, 사랑이 그렇게 넌 만만하니" 뭐 이런 노래만 부를 뿐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거절은 기울어져 있는 둘의 관계를 돌릴 수 있는 '터닝 포인트'이며, 늘 거절하지 않고 상대에게 수동적으로 끌려갔던 대원들에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믿기 어렵다면, 늘 약속 없이 충동적으로 연락해 만나자고 하는 상대에게 "오늘은 선약이 있어. 미안" 정도의 말로 거절을 해 보길 바란다.

꼬꼬마라면, "누구 만나는데? 남자? 여자?"라거나 "약속 끝나고 만나면 안 돼?(어차피 얜 만남이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따위의 이야기를 할 것이란 걸 미리 적어둔다. 그리고 그저 당신 마음에 자신의 우선순위가 궁금해 "그 약속 취소하고 만나면 안 돼? 나 오랜만에 그 동네 가는 건데." 라고 말하더라도, "응, 미안. 다음에 보자." 정도의 대답만 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거절 시, "오늘은 좀 그렇고, 금요일은 어때?"따위의 말을 해 아쉬움을 드러내 보여선 절대 안 된다는 것도 기억하자.


2. 사랑에 쉽게 빠지는 여자


갑갑하고 지겨운 일상의 도피처로 '연애'를 선택하는 대원들이 있다. 연애가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으며 크게는 일생의 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연애'만 시작하면 모든 것이 싹 다 좋게 바뀔 거라는 맹목적인 희망은 위험하다.

여성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 낚시를 예로 들어서 미안하지만, 낚시를 가서 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 방금 저게 움직인 것 같은데? 살짝 움직인 건가?'


라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냥 바람이 불어 찌가 흔들리기만 해도 '오..온건가?'라며 온 신경을 찌에 집중하게 된다. 방울을 달아 놓고 하는 릴낚시의 경우도, 분명 방금 방울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온통 거기에 가 있기에, 아주 작은 반응에도 민감해 진 것이다.

당신의 모든 관심이 '연애'에 집중되어 있다면, 상대의 작은 호의나 친절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기 쉽다. 당신이 탈 수 있게 잠시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 준 상대에게,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만 하지 말고 근육운동도 하라는 이야기를 한 트레이너에게, 또는 "누나 뭐해요?"라고 문자를 보낸 남자 후배에게 무작정 '사랑'을 읽어내는 것이다.

나 좋다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더 호의적으로 변하는 법이니, 상대는 당신에게 더욱 친절하게 대하며 연락은 더 잦아질 수 있다. 며칠 전 내게 도착한 "여자친구 있는 남자 후배"의 사연만 보더라도, 그냥 '인맥'으로 생각해 전송한 남자 후배의 메시지들을 사연의 주인공은 '사랑'으로 읽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연애할 생각이 없었다면 왜 그 후배가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겠냐며 나름의 '증거'를 제시해 주셨는데, 그렇다면 우리 동네 '눈까리확 안경점'은 나와 연애가 하고 싶어서 자꾸 안부를 물어대는 걸까?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여성대원이 '누구라도 좋으니 연애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를 만나면 둘이 사귀는 건 시간문제다. 물고기 얘기를 하며 잠시 소개했던 '바보고기'처럼, 빈 바늘만 물에 넣어도 먹이인 줄 알고 덥석 물기 때문이다. 잡은 고기를 놔주고 다시 빈 바늘을 집어넣으면 또 다시 그 녀석이 그 빈 바늘을 물고 올라온다. 그저 낚시가 좋아서 빈 바늘을 넣었던 것이지, 그 고기가 잡고 싶었던 것이 아니기에 입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빈 바늘을 무는 그 고기를, 결국 다시 놓아준다. 

고기의 입장에서 빈 바늘은 '먹이를 찾았다'는 행복이다. 이처럼 사랑에 쉽게 빠지는 여자는 쉽게 행복해 질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그 고기가 빈 바늘을 물고 올라와 호흡 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듯 그만큼 쉽게 불행해 질 수도 있다는 거다.

종종 "정말 필 받는 연애는 못 해보신 것 같군요. 필 받는 연애엔 이런 글이 필요 없죠."라는 댓글이 달리는데, 그런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는 "새해 필 많이 받으세요." 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다. 감정 하나에만 의지한 채 시작한 연애의 마지막은 어떤가? 불장난의 희열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라면, 결국 남는 건 매캐한 냄새와 거무스름한 그을음, 그리고 재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마시길 바란다. 


좀 특별한 경우지만, 여성대원이 스튜어디스, 간호조무사, 헤어디자이너, 의류샵점원 등 '서비스'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나쁜 남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직업상의 친절을 본인에 대한 호감이라고 오해한 상대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쉽게 들이대는 경우도 많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상대가 기대했던 것은 늘 복종적인 태도의 서비스이기에 결국 상대는 기대와 다른 연애를 끝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대원들에겐 가해지는 모든 자극에 진지하게 반응하진 말길 우선 권한다. 옥석은 당장 상대가 보내는 메시지나 고백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상대가 보이는 행동의 변화로 가려진다. 머리 몇 번 깎았을 뿐인데 당신이 자기 삶의 이유라고 이야기 하는 상대라면, 그가 고백을 하고 있는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그 자신이 만든 당신의 이미지다. 금방 달궈진 것은 금방 식기 마련이니, 무작정 상대의 불장난에 뛰어들어 위에서 말한 매캐한 냄새와 거무스름한 그을음만 뒤집어쓰지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자.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훑어보면 연락하기 뻘쭘해진 사람들이 많고, 메신저에 로그인 되어 있는 사람들은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먼저 말 걸자니 별로 할 말이 없고, 말 걸어봐야 형식적인 인사와 언제 한 번 보자는 얘기만 나눈 채 또 졸업앨범처럼 서로 먼지만 쌓이는 관계가 되고, 이렇듯 외로움이 축적될수록 스스로는 점점 더 작아지는 것 같고, 이 거미줄에 묶여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왕자탄백마(응?)님이 나타나 해결해주길 바라게 된다.

근데, 그거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메신저의 저 사람들도 알고 보면 죄다 자신이라는 독방에 살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내 가재 이야기에 "ㅋㅋㅋㅋ 가재들 너무 귀여워요."라고 댓글을 달지만, 솔직히 별로 웃기지도 않고, 속으론 '가재 따위 뭐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다들 그렇단 얘기다.

그런 당신에게 '헤이, 여기 당신 같은 사람 하나 더 있음.'이라는 생존 신호를 보내느라 이렇게 계속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 아닌가. 그걸 잊지 마시고, 이 지구별 여행하는 동안 당신의 마음이 방전 되었을 때 에너지를 그득그득 채워줄 수 있도록 난 여기서 계속 생존 신호를 보낼 거라 약속드린다. 에너지를 엄한 곳에서 받으려고 하지 말고, 에너지는 여기서 채워드릴 테니, 당신은 '사랑'에 에너지를 '쓰라는' 얘기다.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속기 쉽고 당하기 쉬운 법이지만, 주려고 하는 사람은 속거나 당할 일 없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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