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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고백하기 전 꼭 살펴봐야 할 세 가지

by 무한 2011. 1. 28.
"제 말에 조금 부담을 느낀 것처럼 보이더군요."라니! 부담은 마치 빙산과 같아서 당신이 상대의 부담을 눈치 챘을 때, 이미 그 아래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부담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결국 상대는 당신의 문자에 답을 하지 않는 일이 많아졌으며, 당신이 권유한 일들을 모두 약속 핑계로 거절하며, 자신과 당신의 선을 더욱 분명하게 긋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그런 상대에게 "요즘 호감 가는 사람은 없어?"라는 질문이나 하고 있으니 이건 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다. 제발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가랑비처럼 스며들어 보려 합니다."라거나 "결과가 어떻든 고백할래요. 힘을 주세요."라는 얘긴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빙산을 우습게보고 돌진한 타이타닉호는 어떻게 되었는가? 미안하지만, 그렇게 당신도 침몰할 것이 뻔하단 얘기다.

이렇게 얘기 했다고 또 주눅 들어서 멍한 표정 짓지 말고, 허리랑 어깨 펴고, 눈도 좀 크게 뜨자.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은 지금껏 당신이 멍한 표정으로 당신의 감정에만 의지해 '스피드 퀴즈' 풀듯이 연애를 대했기 때문이다. 이젠 연애의 뒤만 쫓는 일을 그만하고, 연애보다 한 발 앞서서 걸어보자. 당신의 든든한 지원군인 내가 여기 있지 않은가. 엉망으로 얽힌 실타래 같은 상황, 이 매뉴얼로 싹둑, 잘라보자.


1. 고백을 비명처럼 지르려는 것은 아닌가?

최선을 다한 것이 맞는가? 상대를 향한 마음을 '절제'하는 것에도 노력했는가? "나 너에게 마음 있음."이라고 대놓고 말만 안 했을 뿐이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간판 달고 들이대진 않았는가? 많은 대원들이 '고백'에 버금가는 일들을 이미 벌여 놓곤, 그 일들이 처참한 실패로 끝나자 이제와 고백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건 문제를 '푸는' 것이라기 보단, 그냥 답을 '찍는'것에 가깝다.

"전, 느낌이 오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인데요?"

시험장에 앉아서, 문제도 읽지 않고 그냥 느낌이 오는 대로 이건 4번, 저건 1번 이렇게 푸는가? 상대방도 이미 당신을 향해 마음을 키우고 있는 상태라 보기가 하나 밖에 없다면 그 숫자만 적어도 정답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느낌'만을 믿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상대에게 많은 부담을 준 까닭에 더 이상 친해질 방법은 없는 것 같고,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고백'을 선택했다면, 당신도 느끼고 있을 그 '불길한 예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 발짝 물러나자. 지금 둘의 사이를 조금이나마 복원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절제'라는 프로그램이다.


2. 지금이 고백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가?

스스로 만든 급한 마음에 쫓겨 아침에 눈 뜨자마자 택배 영업소에 전화해 "물건 언제 오나요?"라고 묻듯 연애에서도 조급증이 찾아올 수 있다. 조급증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타이밍'을 놓치게 만든다는 거다. 게다가 자신의 조급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변해 상대에게 날선 말을 던지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시도하게 만들기도 한다.

남자 - 우리 <글러브> 볼까?
여자 - 그래. 애들한테도 연락해 볼게.
남자 - 난 너랑 단둘이 보고 싶은데.
여자 - 애들하고 다 같이 보자. 언제 볼까?
남자 - 아냐, 됐다. 일 열심히 해.



위와 같은 대화로 인해 당신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상대로 하여금 당신의 마음속이 어떤가 궁금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함께 영화 볼 수 있는 자리를 놓쳤으며, 꼬인 마음으로 내뱉은 말 때문에 대화 리듬을 놓쳤다.

저 대화를 나눈 이후 상대에게 다시 다가가려면, 뭔가 새로운 '구실'이 있어야 하고, "우리 <글러브> 볼까?"따위의 말로 다시 출발선상에 서야 하며, 이미 한 번 거절을 당한 까닭에 소멸된 자신감을 더 채워 넣어야 한다. 완벽한 손해다. 이런 상황을 오랜 시간 겪어 온 대원들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이젠 사귀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그녀에게 제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만 알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알려야 어색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상대는 이미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상한 핑계를 대가며 고백하지 말잔 얘기다. 그간 당신의 말, 행동, 표정에서 당신의 마음은 모두 드러났으니, 괜히 지인들 동원해가며 상대의 속마음을 떠보려 하거나 알리네 어쩌네 하며 찔러보지 말길 권한다. 지금 그 이상한 방향으로 더 걸어가 버리면, 정말 한참을 다시 돌아와야 한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타이밍'이란 없기에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최소한 30분 이상 서로 전화통화를 한다거나, 단 둘이 만나자는 당신의 제안을 상대가 전혀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또 지금 바로 연락을 해 단 둘이 만나자는 얘기는 하며 둘의 관계를 판정하려 들진 말길 권한다.


3. 거절당해도 이러지 않을 자신 있는가?

고백이 거절당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자꾸 훼이크를 쓰는 대원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후회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은 아래와 같은 일들을 하지 않을 자신 있는가?

A.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 좋은 친구하자."라고 이야기 한 뒤, 혼자 '좋은 친구'를 빌미로 이런 저런 요구하며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행동.

B. "난 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마."라고 이야기 한 뒤, 대놓고 아프다느니, 힘들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에게 징징거리는 행동.

C. "사귀자고 한 고백은 아니야. 그냥 내 마음을 알리고 싶었어."라고 이야기 한 뒤, 지인을 동원해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하는 전화를 걸게 하거나 사생활을 캐물으며 발목 잡는 행동.



찌질이 3종 세트를 실행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고백을 말리진 않겠다. 그저, 앞서 고백이 거절당한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평소에는 오버페이스, 중요한 순간엔 소심남, 거절당하면 찌질이 3종 세트를 사용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고백하기 전에 자신의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살피자. 살다 나온 그 '전과'말고, 연애와 관련된 '전과' 말이다. 한 단체 내에서 그간 A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대원이 B에게 고백을 하는 경우나, A에게 고백한지 몇 달 되지 않아 B에게 다시 고백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마음의 변동폭이 빠른 대원이라면, '순간'에만 목숨을 걸지 말고 자신도 알기 어려운 스스로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더 가져보자.

매뉴얼을 읽고도 마음속에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다면,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최대한 자세히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란다. 보내주신 사연 중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은 본인도 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각색해 매뉴얼을 통해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겠다.

자 그럼, 용기를 택배로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용기를 달라거나, 물부터 데워야 할 문젠데 커피를 몇 스푼 넣어야 되냐는 질문만 계속 하거나, 미리 겁을 먹곤 실패할 거라 생각하며 고백을 준비하는 대원들이 좀 줄었길 바라며, 바삭바삭한 후라이데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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