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 오늘 원래 다른 매뉴얼을 올리려고 했는데, 형이 부탁하니 이렇게 형을 위한 매뉴얼을 먼저 적을게. 형의 그 빽빽한 메일을 읽고 있자니 그냥 있을 수가 없잖아. 새벽 내내 메일을 쓰며 갈수록 말줄임표가 늘어나는 걸 보니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 그게 미치는 일이지. 하루에 그 잠깐 통화하기를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자야하니 전화 끊자고 하고, 대화를 좀 나눠 보려면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진지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며 미루는,
내 사랑이 무너져 가는 걸 손도 쓰지 못하고 두 눈으로 목격해야 하는 일.
근데, 권태도 좋고 목격도 좋고 다 좋은데, 형, 우리 메일을 보낼 땐 문단과 문단을 좀 띄어 쓰자. 한 문단에 다 몰아넣은 그 사연 읽다가 나 눈 빠질 뻔 했잖아. 상대의 권태를 목격하고 있는 형의 눈이 소중한 만큼, 내 눈도 소중하니까 좀 생각해 줘. 엔터 치는 거 공짜잖아. 아무튼,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하자.
이건 뭐 길게 말하지 않아도 형도 잘 알잖아. 과시욕은 뭔갈 감추고 싶을 때 입는 옷이야. 이 옷은 누구나 한 벌쯤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걸 유난히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몸에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라는 문신이 새겨진 사람이지. 그걸 가리려면 한 여름에도 두꺼운 과시욕을 입고 돌아다녀야 하거든.
뭐, 우린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는 최면에 걸려 살아가고 있는 거지만, 그걸 자꾸 표출하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 조심해야해. 그걸 표출하려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감정의 기복이 심하거든. 이런 사람들은 아침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해 하다가, 저녁엔 세상을 저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형이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그녀의 장단에 맞추긴 어려울 거야. 그녀는 같이 연주 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의 신들린 엇박자를 듣고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한 거거든.
모든 남자가 자신만 보면 반한다거나, 자신과 사귀었던 사람들은 자신을 잊지 못한다는 얘기를, 농담이 아니라 간증처럼 털어 놓는 상대라면, 심각한 마음의 병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픈 게 많아서 그럴 거야.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 본 적이 꽤 있는데, '과시욕'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나면 상처 가득한 몸으로 떨고 있는 사람이 많았거든. 자꾸 '그런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무슨 외계인 얘기하는 것 같네. 형이나 나도 과시욕 한 벌씩 있으니까 그거 벗었을 때를 돌아보면 알 수 있잖아. 얼마나 초라하고 연약한지.
근데, 그런 과시욕을 아무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많이 구입(응?)할 순 없거든. 분명 거기엔 뭔가가 있어. 그리고 난 그녀의 "나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나를 잊지 못한다."라는 부분에서 이 이야기의 복선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어. 나 영화나 소설 보다가 이런 복선 정말 잘 맞추는데, 이번엔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아는 오빠, 동네 오빠, 첫 사랑, 아는 동생, 전 남친, 아니, 무슨 예비군 종합훈련장이야? 살면서 옷깃만 스친 남자라면 다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이게 이해심으로 커버 될 일이야? 백 번 양보해서 그 이성간의 '우정'에 백기를 들어 준다 쳐. 근데 새벽까지 그 '우정' 때문에 술 마시곤 다음 날 까지 연락이 안 되는데, 그게 이해심 운운할 일이야?
그런 상대에게 "너에게 난 어떤 존재니?"라는 얘기를 하는 형 덕분에 내 역류성 식도염이 더 심해질 것 같아.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빵상 깨랑깨랑 존재를 찾고 있어? 그나마 "그럼 나랑 헤어지고 그 사람 만나."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좀 박력 있었어. 근데 그것도 '제발 날 버리지 마.'라는 다른 의미가, 혹시 자신을 못 볼까봐 고개를 들고 손 까지 흔들고 있잖아.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지? 그녀의 저 대답은 그 선택이'차선책'이란 얘기야. 축하하긴 커녕, 오히려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 할 슬픈 운명에 한탄한 일이 가득 남은 거지. 이로써 앞으로 형은 저 공주님의 '하인'이 된 거야. 착각 하지마. 절대 '왕자'가 아니야.
참 신기한 게,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대부분 답이 거기에 들어 있어. 왜? 자신의 얘기는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쨌든 난 형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들만 써 놓은 그 이야기들을 토대로 매뉴얼을 작성하기에 형의 화살표와 내 화살표는 별로 다르지 않아.
오래 전부터 그래왔던 거 아니야? 한 쪽 바퀴가 없이 다른 한 쪽으로 겨우 버티며 질질 끌어오던 거 아니었어? 두 바퀴로 굴러온 거라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거야.
참 미안한 얘기지만, 형의 방식대로 얘기하자면, 그녀는 절대 형이 '커버'할 수 없는 여자야. 형은 자꾸 그녀를 '길들이기 어렵다'라고 얘기하는데, 그거 정말 엄청난 착각이라니까. 부킹대학 동물학연구소의 분류표에 따르면, 형은 '낭만적인 외골수 사슴'이고, 그녀는 '배고프면 풀도 먹는 호랑이'야. 같은 초원에서 잠시 풀을 뜯은 것뿐이지, 같은 초식동물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형, 우리끼리니까 좀 더 솔직해지자. 위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좋은 이유가 '생각을 충족시켜줘서'라고 했는데, 그게 '생각의 충족'맞아? '욕구의 충족'이 아니고? 편한 시간도 없다고 하고, 길게 통화하는 거 싫다고 하고, 뭔가 거슬린다 싶으면 그만 만나자는 얘기를 하는데 대체 뭐가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지 난 정말 모르겠어.
둘의 관계에 대해선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 이라고 이미 그녀가 자기 진심도 말해 줬잖아. 무슨 얘길 더 듣고 싶은 거야? 난 형이 남자친구라는 자리에 바지사장으로 앉아 있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나를 잊지 못한다."라고 말한 그녀의 예언에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말야.
이렇게 적어 놓으면, 형이 원한대로 형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주인공이 되고, 그녀는 지조도 없고 개념도 없는 여자가 되기 마련이지.
근데 형, 내 생각은 그래. 사람이란 게 딱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잖아.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보고, '저 사람은 박규형(응?) 인간이구나.'할 순 없는 거잖아. 운이 좋지 않아서 이번엔 그 가운데 손가락밖에 볼 수 없었지만, 누군가 그 상대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면 서로 평생을 함께 할 '약속'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서로 맞는 부분이 거의 없는데, 뭔가를 충족받기 때문에 사귀는 건 연애가 아니야. 그건 거래지. 갑과 을의 관계에 놓이게 되면, 계속해서 을은 갑이 원하는 대로 밖에 할 수 없잖아. 지금 둘에게 정말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나, 서로 영혼으로 대화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어? 그게 아니라면 오기나 환상만으로 땅을 파지마. 더 깊게 팠다간 누군가의 도움 없인 나오기 힘든 상황이 찾아올 테니까. 지금 바로, 삽을 내려놔.
▲ 전국의 모든 최형들이 하루 속히 그 삽을 내려놓길 바라며.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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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미치는 일이지. 하루에 그 잠깐 통화하기를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자야하니 전화 끊자고 하고, 대화를 좀 나눠 보려면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진지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며 미루는,
내 사랑이 무너져 가는 걸 손도 쓰지 못하고 두 눈으로 목격해야 하는 일.
근데, 권태도 좋고 목격도 좋고 다 좋은데, 형, 우리 메일을 보낼 땐 문단과 문단을 좀 띄어 쓰자. 한 문단에 다 몰아넣은 그 사연 읽다가 나 눈 빠질 뻔 했잖아. 상대의 권태를 목격하고 있는 형의 눈이 소중한 만큼, 내 눈도 소중하니까 좀 생각해 줘. 엔터 치는 거 공짜잖아. 아무튼,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하자.
1. 과시욕 뒤엔 뭐가 있을까?
이건 뭐 길게 말하지 않아도 형도 잘 알잖아. 과시욕은 뭔갈 감추고 싶을 때 입는 옷이야. 이 옷은 누구나 한 벌쯤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걸 유난히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몸에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라는 문신이 새겨진 사람이지. 그걸 가리려면 한 여름에도 두꺼운 과시욕을 입고 돌아다녀야 하거든.
뭐, 우린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는 최면에 걸려 살아가고 있는 거지만, 그걸 자꾸 표출하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 조심해야해. 그걸 표출하려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감정의 기복이 심하거든. 이런 사람들은 아침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해 하다가, 저녁엔 세상을 저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형이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그녀의 장단에 맞추긴 어려울 거야. 그녀는 같이 연주 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의 신들린 엇박자를 듣고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한 거거든.
모든 남자가 자신만 보면 반한다거나, 자신과 사귀었던 사람들은 자신을 잊지 못한다는 얘기를, 농담이 아니라 간증처럼 털어 놓는 상대라면, 심각한 마음의 병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픈 게 많아서 그럴 거야.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 본 적이 꽤 있는데, '과시욕'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나면 상처 가득한 몸으로 떨고 있는 사람이 많았거든. 자꾸 '그런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무슨 외계인 얘기하는 것 같네. 형이나 나도 과시욕 한 벌씩 있으니까 그거 벗었을 때를 돌아보면 알 수 있잖아. 얼마나 초라하고 연약한지.
근데, 그런 과시욕을 아무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많이 구입(응?)할 순 없거든. 분명 거기엔 뭔가가 있어. 그리고 난 그녀의 "나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나를 잊지 못한다."라는 부분에서 이 이야기의 복선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어. 나 영화나 소설 보다가 이런 복선 정말 잘 맞추는데, 이번엔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2. 이해심 말입니까?
아는 오빠, 동네 오빠, 첫 사랑, 아는 동생, 전 남친, 아니, 무슨 예비군 종합훈련장이야? 살면서 옷깃만 스친 남자라면 다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이게 이해심으로 커버 될 일이야? 백 번 양보해서 그 이성간의 '우정'에 백기를 들어 준다 쳐. 근데 새벽까지 그 '우정' 때문에 술 마시곤 다음 날 까지 연락이 안 되는데, 그게 이해심 운운할 일이야?
그런 상대에게 "너에게 난 어떤 존재니?"라는 얘기를 하는 형 덕분에 내 역류성 식도염이 더 심해질 것 같아.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빵상 깨랑깨랑 존재를 찾고 있어? 그나마 "그럼 나랑 헤어지고 그 사람 만나."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좀 박력 있었어. 근데 그것도 '제발 날 버리지 마.'라는 다른 의미가, 혹시 자신을 못 볼까봐 고개를 들고 손 까지 흔들고 있잖아.
"나, 그 사람 말고 널 선택하기로 했어."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지? 그녀의 저 대답은 그 선택이'차선책'이란 얘기야. 축하하긴 커녕, 오히려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 할 슬픈 운명에 한탄한 일이 가득 남은 거지. 이로써 앞으로 형은 저 공주님의 '하인'이 된 거야. 착각 하지마. 절대 '왕자'가 아니야.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신기한 게,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대부분 답이 거기에 들어 있어. 왜? 자신의 얘기는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쨌든 난 형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들만 써 놓은 그 이야기들을 토대로 매뉴얼을 작성하기에 형의 화살표와 내 화살표는 별로 다르지 않아.
"제가 붙잡고 있어서... 그냥 저를 만나주는 걸까요?"
오래 전부터 그래왔던 거 아니야? 한 쪽 바퀴가 없이 다른 한 쪽으로 겨우 버티며 질질 끌어오던 거 아니었어? 두 바퀴로 굴러온 거라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거야.
참 미안한 얘기지만, 형의 방식대로 얘기하자면, 그녀는 절대 형이 '커버'할 수 없는 여자야. 형은 자꾸 그녀를 '길들이기 어렵다'라고 얘기하는데, 그거 정말 엄청난 착각이라니까. 부킹대학 동물학연구소의 분류표에 따르면, 형은 '낭만적인 외골수 사슴'이고, 그녀는 '배고프면 풀도 먹는 호랑이'야. 같은 초원에서 잠시 풀을 뜯은 것뿐이지, 같은 초식동물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형, 우리끼리니까 좀 더 솔직해지자. 위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좋은 이유가 '생각을 충족시켜줘서'라고 했는데, 그게 '생각의 충족'맞아? '욕구의 충족'이 아니고? 편한 시간도 없다고 하고, 길게 통화하는 거 싫다고 하고, 뭔가 거슬린다 싶으면 그만 만나자는 얘기를 하는데 대체 뭐가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지 난 정말 모르겠어.
둘의 관계에 대해선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 이라고 이미 그녀가 자기 진심도 말해 줬잖아. 무슨 얘길 더 듣고 싶은 거야? 난 형이 남자친구라는 자리에 바지사장으로 앉아 있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나를 잊지 못한다."라고 말한 그녀의 예언에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말야.
이렇게 적어 놓으면, 형이 원한대로 형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주인공이 되고, 그녀는 지조도 없고 개념도 없는 여자가 되기 마련이지.
근데 형, 내 생각은 그래. 사람이란 게 딱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잖아.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보고, '저 사람은 박규형(응?) 인간이구나.'할 순 없는 거잖아. 운이 좋지 않아서 이번엔 그 가운데 손가락밖에 볼 수 없었지만, 누군가 그 상대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면 서로 평생을 함께 할 '약속'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서로 맞는 부분이 거의 없는데, 뭔가를 충족받기 때문에 사귀는 건 연애가 아니야. 그건 거래지. 갑과 을의 관계에 놓이게 되면, 계속해서 을은 갑이 원하는 대로 밖에 할 수 없잖아. 지금 둘에게 정말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나, 서로 영혼으로 대화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어? 그게 아니라면 오기나 환상만으로 땅을 파지마. 더 깊게 팠다간 누군가의 도움 없인 나오기 힘든 상황이 찾아올 테니까. 지금 바로, 삽을 내려놔.
▲ 전국의 모든 최형들이 하루 속히 그 삽을 내려놓길 바라며.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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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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