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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걘 정말 별로인데, 왜 남자들은 열광할까?

by 무한 2011. 5. 23.
솔로부대 여성대원들의 질투와 시기와 억울함이 담긴 이 끊임없는 질문.

"걘 정말 별로인데, 왜 남자들은 걔한테 그렇게 빠지죠?"


이 질문을 받는 것도 이제 지겨우니, 오늘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좀 내볼까 한다. 사실, 이 해답은 '남자를 어장관리 하는 방법'에 가까운데, 다음엔 남성대원들을 위해서 '어장관리 하는 여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도 발행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진 말길 바란다.

자, 그럼 출발하자.


1. 만나는 이성마다 '여지' 남겨두기
 

의존명사로 쓰인 '여지'는 아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여지 -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


그것의 시작이 착각이든, 오해든 일단 '나와 당신'사이에 연애가 꽃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거다. 일반적인 솔로부대원들은 '호감 가는 사람'에게 '고백'이나 '행동'을 통해 마음을 알리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을 어장에 가두고 있는 여성대원의 경우 '고백'이나 '행동'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만나게 되는 남자들에게 '여지'만 남겨 둘 뿐이다.

남자에게 '어? 얘가 나한테 관심 있나?'라는 생각을 심었다면, 그 이후로는 물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그 착각이 무럭무럭 자란다. 그 착각은 선인장과 같다. 물을 꼬박꼬박 챙겨서 주면 오히려 살지 못한다. 시들 즈음 되면 죽지 않을 만큼만 물을 주는 것이다. 그럼 남자는 선인장에 빙의되어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전자파를 온 몸으로 흡수한다.

쉽게 말해, 남자의 '추격본능'과 '사냥본능'을 눈 뜨게 만드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슴 농장에 가서 사슴을 잡고 싶어 하는 남자는 없다. 사냥을 나왔다가, 저 멀리서 잠깐 사슴 같은 것이 휙 지나갔을 때, 남자는 목숨을 걸고 그 사슴을 쫓아 간다. 사슴이라는 확신도 없으면서 일단 쫓아가는 것이다.

이 '여지'를 남겨두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친절'이다. 남자들은 유독 '친절'에 약하다. 그간 이성으로부터 친절한 대우를 받아본 적 없는 남자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남자가 이성의 친절을 '관심'으로 생각한다. 친절은 방금 눈앞에 휙, 지나간 사슴이다.

못 믿겠다면, 오늘 바로 자신이 아는 이성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보길 바란다. 직장 동료도 좋고, 동창도 좋고, 거래처 직원도 좋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좋고, 누구든 다 좋다. 지난 설 날, 홀로 아파트를 지키고 계신 경비 아저씨가 마음에 걸려 이것저것 음식을 좀 챙겨다 드리고 꼬박꼬박 인사를 했더니, 어느 날 경비 아저씨가 시간 있으면 부모님한테 말하지 말고 여행이나 같이 가자고 했다는 어느 사연이 있었다. 이처럼 나이와 관계없이 남자는 '여지'만 있으면 미친 듯이 달리기 마련인 거다. 아, 가끔 진짜 미친 사람들도 있으니 주의는 해야 한다.


2. 남자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여자가 바라는 판타지가 '공주'인 까닭에, 많은 여성대원들이 남자가 원하는 판타지를 '왕자'라고 생각하겠지만, 남자가 바라는 판타지는 '기사'다. 그런 까닭에 호감 가는 남자를 '왕자'대접 했다간, 그냥 가슴 아픈 짝사랑으로 흘러가 버릴 위험이 크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부탁'을 활용하라고 이야기 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주말에 시간 있냐고 물어 보거나 날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묻는 것보다, 노트북이 고장났는데 포맷 좀 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상대가 사진 찍는 취미가 있다면, 카메라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어느 회사 제품의 어떤 모델을 사야 하는지 물어보면 된다. 그럼 그는, 어디서 사야 하고, 렌즈는 뭘 사야 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괜찮은 지 까지 알려줄 것이다. 똑똑한 대원들은, 그 다음 '출사지'를 물어봐야 한다는 걸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그대가

'어려움에 빠진 공주'

여야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까지 상대가 그대를 구하러 간단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기는 커녕, 당신과 아무 상관 없이 며칠 지나면 쓰지도 않을 어플을 스마트폰 가득 다운이나 받고 있을 것이다.

남자들이 열광하는 여자들의 경우, '엄살'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 그 엄살들로, 지금 막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해줘야 할 것 같은 판타지를 남자에게 들이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엄살에 반응한 남자에겐 '칭찬'이라는 달콤한 경험치가 부여된다. 이러한 사이클이 몇 회 반복되고 나면, 파블로프의 이론대로 남자는 '칭찬'만 들어도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강한 의무감을 가지게 된다.

판타지를 자극하고 싶다면, '부탁'과 '칭찬'을 늘 호주머니에 가득 가지고 다녀야 한다. 시집살이를 하던 한 커플부대 여성대원이, 시아버지에게 '부탁'과 '칭찬'을 드렸더니, 시아버지가 고래와 함께 문워크를 췄다는 사연을 잊지 말길 바란다. 칭찬은 고래와 남자를 춤추게 만든다.


3. 사랑 말고도 할 게 많은 여자


위의 두 가지 이야기가 집의 '외부'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건 집의 '내부'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다. 상대에게 '사은품'이 되지 말라는 얘기, 그리고 상대가 누구든 '올인'하지 말라는 얘기를 계속해서 한 까닭은, 바로 이 '사랑 말고도 할 게 많은 여자'가 되기 위해서다. 

꽃피는 봄이 와도 계속해서 가슴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는 대원들은 왜 그럴까? 그 해답은 BMK의 노래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찾을 수 있다.

기다리는 이에겐 사랑 말곤 할게 없나봐

- BMK, <꽃피는 봄이 오면> 중에서


다시 돌아올까, 네가 내 곁으로 올까, 이러고 있다간 봄만 다 가버린다. 왕년에 어마어마 했던 짝사랑이나 연애는 추억 속에 영원 하라고 두자. 무기력함과 의욕없음에 젖어 있다간 이 짧은 청춘이 다 가 버린다. 옛날 얘기는 나중에 손주들이 들려달라고 하면 그 때 들려주고, 지금은 지금의 삶을 살자. 현재를 번외편처럼 살지 말자. 바로 이 순간이 그대의 본편이다.

사랑 밖에 할 게 없는 여자는 감정이라는 외줄을 타는 것과 같다. '생활'이라는 줄을 하나 더 잡으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하루하루를 왜 감정에만 의지해 위태롭게 보내는가. 남자들이 열광하는 여자는 선약, 친구, 집안 일, 공부 등 사랑 말고도 할 게 많다.

그리고 그녀들은 사랑 때문에 다른 모든 것들을 접어 두거나 미루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절대 맹목적인 희생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는 더 목말라 하고, 목이 마르니 우물을 파는 것 아닌가. 호감 가는 사람이 생겼다고 모든 애정을 콸콸콸 쏟아 붓는다면, 상대는 우물을 파긴 커녕 그 물의 소중함을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콸콸콸 정책을 쓰고 있으면서, 상대가 목말라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사연은 이제 그만 보내자.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방식대로 이성을 대하다보면 '주변에 연락하고 지내는 남자사람이 없어요.'라는 암흑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행복한 연애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은 '포장'에 가깝다. 상대로 하여금 '내 선물인가? 뜯어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친절과 칭찬, 사랑에 대한 여유로운 태도로 상대를 사로잡았지만 막상 사귄 후엔 상대가 포장을 뜯고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직에 있는 여성들이 유난히 남성들의 대시를 많이 받지만, 그 연애가 길게 가지 못하는 것이 좋은 예다. 남자가 그 '서비스'에 혼자 여지를 느끼고, 판타지를 가져 열심히 쫓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1년 365일 내내 '친절모드'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내가 꿈꾸던 연애가 아니야.'라든가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야.'라며 바이바이 하는 것이다.

쉽게 연애한다고 해서, 혹은 남자들이 그 사람에게 열광한다고 해서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쉽게 시작된 연애는 그만큼 쉽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쉬워 보이는 여자'도 남자들의 많은 대시를 받기 마련이다. '매력적인 여자' 앞에서 남자들이 전전긍긍하는 것과 달리 말이다. 오늘의 이 '여우짓 매뉴얼'은 그간 그대가 궁금해 했던 "걘 정말 별로인데, 왜 남자들은 걔한테 그렇게 빠지죠?"라는 의문의 해답으로만 참고하길 바란다. 아, 물론 그대가 그간 '그리즐리 베어'와 비슷하게 살아왔다면, 위의 '여우짓'을 참고해 좀 개선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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