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매뉴얼을 통해 내리막에서 언제, 어떻게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지는 충분히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는 오르막에서 언제 기어를 변속해야 하고, 어떤 자세로 페달을 밟아야 하는지 살펴보자.
사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개개인의 상황을 들어가며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어린 여자사람에게 너무 진지한 태도로 다가가고 있는 남자사람은 어깨에 힘을 빼고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남자사람에게 채무자처럼 질질 끌려가고 있는 여자사람에게는 '거절'이라는 도구가 필요한 것처럼 그 상황, 사람, 사연에 최적화 된 대응이 필요하단 얘기다.
라고 말하는 대원이 있다면,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데, 마음만 있다고 오르막이 올라가 질까요?" 라는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사연에 대한 첨삭 매뉴얼은 '연애오답노트'를 통해 연재하고 있으니, 그 코너를 참조하길 바라며, 이번 시간에는 '진심'을 '진상'으로 바꿔 들이대고 있는 대원들을 위해 아주 기본적인 '다가감의 방법'을 살펴보자.
상대에게 그대를 먼저 드러내라고 말하면, 먼저 연락을 하라거나, 만날 약속을 잡으라는 것으로 오해하는 대원들이 많은데, 분명히 하자. 난 '드러내라'고 얘기했지, '들이대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둘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면, 간단한 비유로 살펴보자. 그대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한 것은 드러낸 것이고, "돌솥비빔밥 무시해요? 왜 설렁탕만 깍두기 주고, 난 안줘요?"라고 한 것은 들이댄 것이다.
자, 그대의 '보낸 메시지함'을 열어보자.
순간순간, 말을 걸고 싶어서 보낸 메시지들이지만, 한 곳에 보아놓고 보니 대부분 비슷비슷한 얘기를 비슷비슷한 시간대에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대는 '보내는 사람'의 입장이니 별 이상함을 못 느꼈겠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인 상대는 그 '비슷비슷'에 어떤 감정을 느꼈겠는가?
내 지인 중 그 '비슷비슷'에 질린 한 여자사람은, 상대의 이름을 휴대폰에 '데자뷰'라고 저장해 두었다. 아침엔 '좋은 하루', 점신엔 '점심 뭐 먹었어요?', 저녁엔 '퇴근 했어요?'라는 문자를 늘 반복해서 보내던 그 남자사람은 훗날 '스팸'으로 지정되어 버렸다는 슬픈 뒷얘기가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점은 '너'에 대해 묻지만 말고, '나'를 드러내자는 거다.
단순히 '뭐해?'라고 묻지 말고, 오늘 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날씨 얘기를 꺼내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자는 거다. 그럼 상대방이 지금 뭘 하고 있는 지는 다음 문자나 다다음 문자에서 자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대가 뭘 하고 있는 지 별 얘기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뭐해?'라는 문자는 상대가 뭘 하고 있나 정말 궁금해서 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나'를 먼저 드러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자.
새벽에 전화를 걸어 "나 너희 집 앞이야. 잠깐만 내려와 봐. 잠깐이면 돼. 끊지 말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라고 말하는 수준의 드러냄이 아니라면, 분명 이 드러냄은 들이댐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늘 너, 너, 너, 만 궁금해 했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 보자.
그렇게 두드리기만 하다간 돌다리도 무너질 수 있다. 그만 두드리자. 문자로만 그렇게 연락하다간 그냥 '문자친구'가 될 수 있으며, 전에도 이야기 했듯 '문자'만 활용해 의사전달을 하는 건 오해와 착각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화를 하자. 그리고 만나자. 통화나 만남이 어렵고 어색하다 하더라도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자전거를 못 탄다고 말하며 안장에 앉지 않는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나도 자전거를 못타는 것처럼, 통화나 만남도 계속 미루면 언제까지든 '어려운 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종종 "그렇게 만나면 돈이 들잖아요. 전 지금 누구랑 커피숍 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돈이 없는데, 이럴 땐 어쩌죠?"라고 묻는 대원들이 있는데, 간단하다. 그런 상황이라면 연애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알바를 하자. 돈이 없으면 연애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만나서 밥 한 끼 먹을 생각도 없으면서 감정적으로 즐기려고만 하지 말란 얘기다. 문제를 해결 할 생각은 안하고 문제를 앞에 둔 채 징징거리기만 할 거라면, 괜히 다른 사람까지 끼어 들이지 말고 혼자 징징 거리자.
통화나 만남을 권하는 게, 무작정 전화를 하거나 만나자고 떼를 쓰라는 건 아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통화나 만남의 시점은 상대가 당신에게 궁금함이나 관심을 보일 때다. 상대는 절대 그대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는데, 거기에 대고 '부재중 36통'의 발신을 하거나, 회사 앞인데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식의 막무가내 접근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전거에 가속이 붙어 패달질이 헐거워지면 기어를 올리듯, 문자나 카톡으로 같은 얘기만 계속 나누는 것 같다 싶을 때 전화를 걸길 권한다.
그리고 하나 더, 통화를 하거나 만날 약속을 잡을 때에는 '태연함'이라는 선에 최대한 붙어서 달리길 권한다. 전화를 걸 때에는 집에 전화를 건다고 생각하며 걸자. 그렇지 않으면 신호대기음이 울릴 때마다 마음이 널뛰기를 해 정신줄을 놓게 될 것이다. 만날 약속 역시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와 비오는날 파전에 막걸리 마실 약속을 잡듯 잡으면 된다. 당연히 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듯 통화하며 마음속으로 수백 번 기도를 하는 것보다, 그대가 '태연함'이라는 최면에 먼저 걸린 뒤 상대도 자연스레 최면에 걸리게 만드는 편이 낫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다가가다 포기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며 벌이는 헛발질 때문이다. 이미 '조급증'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매뉴얼을 작성한 적 있는데, 이 '조급증'이 안개처럼 그대를 뒤덮으면 그대는 '용기'를 내야 할 타이밍을 알 수 없게 되고, 사랑에 대한 그대의 '도전'을 '도박'으로 바꿔 버린다.
다가가다 보면, 상대가 날 그냥 좋은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고민이 들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며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다가가다 넘어지는 일은 그렇게 기죽거나 감정상해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넘어졌다고, 상대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유치한 짓을 벌이는 대원이나 상대가 '진상'으로 볼 것을 스스로도 알면서 끝내 그 '진상짓'을 벌이고 마는 대원들은 얼마나 많은가. 다들 그 넘어짐을 '끝'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붙여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왜 많은 체중감량 전문가들이 "체중계에 매일 올라가지 마세요."라고 하는 줄 아는가?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열심히 운동하고 적게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변하지 않는 정체기가 찾아오기도 하고, 체중은 일정하게 매일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줄어드는데 체중을 매일 재다보면 그 변화가 없는 시기에 초조함과 지겨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애 역시 머릿속에 '언제쯤 고백을 하지?'라든가 '빨리 사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있다면, 그대는 미용실을 두 번 가기도 전에 초조함과 지겨움의 노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말 '실망을 덕지덕지 바른 이야기'를 전하거나, '감정적 대응'이라는 헛발질을 해 버릴 거고 말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고, 내일이 아니면 모레가 있고, 모레가 아니면 다음 주가 있고, 다음 주가 아니면 다음 달이 있고, 다음 달이 아니면 내년이 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뭔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계속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는 사람은, 그대가 생각해도 매력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과는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말이다. 친구를 사귈 때, '언제까지 저 친구랑 얼마마큼 친해져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처럼, 기회가 닿는 대로, 또 기회를 만들어 가며, 그렇게 친해지면 된다. 세상 모든 걱정을 혼자 다 하고 있는 것 같은 그 표정은 이제 벗어버리자.
마지막으로,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 생각을 어느 순간에도 놓지 말라는 이야기를 적어두고 싶다. 그대 스스로가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에게 위로 받아야만 용기가 채워지는 그 나약한 모습을 벗어 버리자. 마음에 비밀번호를 걸어둔 뒤 '확인'이 되어야만 한 발짝 앞으로 내미는 못된 습관도 버리자.
남들이 만난 지 몇 주 만에 사귄다고 얘길 하든, 마음이 있으면 상대가 뭐라고 대답을 할 거라고 얘길 하든, 그대가 지금의 그 감정을 '진심'이라 생각하고, 상대에게 그 진심을 전하길 원한다면, 맹목적인 헌신이나 성물공세, 감정의 구걸이 아닌 '진심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 표현에 성공하면 무조건 연애가 시작된다는 약속은 할 수 없지만, 그대를 존중하는 상대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다. 당신을 존중하는 그 사람, 만나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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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개개인의 상황을 들어가며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어린 여자사람에게 너무 진지한 태도로 다가가고 있는 남자사람은 어깨에 힘을 빼고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남자사람에게 채무자처럼 질질 끌려가고 있는 여자사람에게는 '거절'이라는 도구가 필요한 것처럼 그 상황, 사람, 사연에 최적화 된 대응이 필요하단 얘기다.
"그런 기술 같은 거 말고, 진심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는 대원이 있다면,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데, 마음만 있다고 오르막이 올라가 질까요?" 라는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사연에 대한 첨삭 매뉴얼은 '연애오답노트'를 통해 연재하고 있으니, 그 코너를 참조하길 바라며, 이번 시간에는 '진심'을 '진상'으로 바꿔 들이대고 있는 대원들을 위해 아주 기본적인 '다가감의 방법'을 살펴보자.
1. '나'를 드러내자.
상대에게 그대를 먼저 드러내라고 말하면, 먼저 연락을 하라거나, 만날 약속을 잡으라는 것으로 오해하는 대원들이 많은데, 분명히 하자. 난 '드러내라'고 얘기했지, '들이대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둘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면, 간단한 비유로 살펴보자. 그대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한 것은 드러낸 것이고, "돌솥비빔밥 무시해요? 왜 설렁탕만 깍두기 주고, 난 안줘요?"라고 한 것은 들이댄 것이다.
자, 그대의 '보낸 메시지함'을 열어보자.
"뭐해?"
"자?"
"밥 먹었어?"
"자?"
"밥 먹었어?"
순간순간, 말을 걸고 싶어서 보낸 메시지들이지만, 한 곳에 보아놓고 보니 대부분 비슷비슷한 얘기를 비슷비슷한 시간대에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대는 '보내는 사람'의 입장이니 별 이상함을 못 느꼈겠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인 상대는 그 '비슷비슷'에 어떤 감정을 느꼈겠는가?
내 지인 중 그 '비슷비슷'에 질린 한 여자사람은, 상대의 이름을 휴대폰에 '데자뷰'라고 저장해 두었다. 아침엔 '좋은 하루', 점신엔 '점심 뭐 먹었어요?', 저녁엔 '퇴근 했어요?'라는 문자를 늘 반복해서 보내던 그 남자사람은 훗날 '스팸'으로 지정되어 버렸다는 슬픈 뒷얘기가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점은 '너'에 대해 묻지만 말고, '나'를 드러내자는 거다.
단순히 '뭐해?'라고 묻지 말고, 오늘 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날씨 얘기를 꺼내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자는 거다. 그럼 상대방이 지금 뭘 하고 있는 지는 다음 문자나 다다음 문자에서 자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대가 뭘 하고 있는 지 별 얘기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뭐해?'라는 문자는 상대가 뭘 하고 있나 정말 궁금해서 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나'를 먼저 드러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자.
새벽에 전화를 걸어 "나 너희 집 앞이야. 잠깐만 내려와 봐. 잠깐이면 돼. 끊지 말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라고 말하는 수준의 드러냄이 아니라면, 분명 이 드러냄은 들이댐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늘 너, 너, 너, 만 궁금해 했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 보자.
2. 통화를 하자. 그리고 만나자.
그렇게 두드리기만 하다간 돌다리도 무너질 수 있다. 그만 두드리자. 문자로만 그렇게 연락하다간 그냥 '문자친구'가 될 수 있으며, 전에도 이야기 했듯 '문자'만 활용해 의사전달을 하는 건 오해와 착각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화를 하자. 그리고 만나자. 통화나 만남이 어렵고 어색하다 하더라도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자전거를 못 탄다고 말하며 안장에 앉지 않는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나도 자전거를 못타는 것처럼, 통화나 만남도 계속 미루면 언제까지든 '어려운 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종종 "그렇게 만나면 돈이 들잖아요. 전 지금 누구랑 커피숍 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돈이 없는데, 이럴 땐 어쩌죠?"라고 묻는 대원들이 있는데, 간단하다. 그런 상황이라면 연애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알바를 하자. 돈이 없으면 연애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만나서 밥 한 끼 먹을 생각도 없으면서 감정적으로 즐기려고만 하지 말란 얘기다. 문제를 해결 할 생각은 안하고 문제를 앞에 둔 채 징징거리기만 할 거라면, 괜히 다른 사람까지 끼어 들이지 말고 혼자 징징 거리자.
통화나 만남을 권하는 게, 무작정 전화를 하거나 만나자고 떼를 쓰라는 건 아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통화나 만남의 시점은 상대가 당신에게 궁금함이나 관심을 보일 때다. 상대는 절대 그대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는데, 거기에 대고 '부재중 36통'의 발신을 하거나, 회사 앞인데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식의 막무가내 접근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전거에 가속이 붙어 패달질이 헐거워지면 기어를 올리듯, 문자나 카톡으로 같은 얘기만 계속 나누는 것 같다 싶을 때 전화를 걸길 권한다.
그리고 하나 더, 통화를 하거나 만날 약속을 잡을 때에는 '태연함'이라는 선에 최대한 붙어서 달리길 권한다. 전화를 걸 때에는 집에 전화를 건다고 생각하며 걸자. 그렇지 않으면 신호대기음이 울릴 때마다 마음이 널뛰기를 해 정신줄을 놓게 될 것이다. 만날 약속 역시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와 비오는날 파전에 막걸리 마실 약속을 잡듯 잡으면 된다. 당연히 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듯 통화하며 마음속으로 수백 번 기도를 하는 것보다, 그대가 '태연함'이라는 최면에 먼저 걸린 뒤 상대도 자연스레 최면에 걸리게 만드는 편이 낫다.
3.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자.
관심 있는 상대에게 다가가다 포기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며 벌이는 헛발질 때문이다. 이미 '조급증'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매뉴얼을 작성한 적 있는데, 이 '조급증'이 안개처럼 그대를 뒤덮으면 그대는 '용기'를 내야 할 타이밍을 알 수 없게 되고, 사랑에 대한 그대의 '도전'을 '도박'으로 바꿔 버린다.
다가가다 보면, 상대가 날 그냥 좋은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고민이 들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며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다가가다 넘어지는 일은 그렇게 기죽거나 감정상해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넘어졌다고, 상대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유치한 짓을 벌이는 대원이나 상대가 '진상'으로 볼 것을 스스로도 알면서 끝내 그 '진상짓'을 벌이고 마는 대원들은 얼마나 많은가. 다들 그 넘어짐을 '끝'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붙여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왜 많은 체중감량 전문가들이 "체중계에 매일 올라가지 마세요."라고 하는 줄 아는가?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열심히 운동하고 적게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변하지 않는 정체기가 찾아오기도 하고, 체중은 일정하게 매일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줄어드는데 체중을 매일 재다보면 그 변화가 없는 시기에 초조함과 지겨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애 역시 머릿속에 '언제쯤 고백을 하지?'라든가 '빨리 사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있다면, 그대는 미용실을 두 번 가기도 전에 초조함과 지겨움의 노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말 '실망을 덕지덕지 바른 이야기'를 전하거나, '감정적 대응'이라는 헛발질을 해 버릴 거고 말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고, 내일이 아니면 모레가 있고, 모레가 아니면 다음 주가 있고, 다음 주가 아니면 다음 달이 있고, 다음 달이 아니면 내년이 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뭔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계속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는 사람은, 그대가 생각해도 매력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과는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말이다. 친구를 사귈 때, '언제까지 저 친구랑 얼마마큼 친해져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처럼, 기회가 닿는 대로, 또 기회를 만들어 가며, 그렇게 친해지면 된다. 세상 모든 걱정을 혼자 다 하고 있는 것 같은 그 표정은 이제 벗어버리자.
마지막으로,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 생각을 어느 순간에도 놓지 말라는 이야기를 적어두고 싶다. 그대 스스로가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에게 위로 받아야만 용기가 채워지는 그 나약한 모습을 벗어 버리자. 마음에 비밀번호를 걸어둔 뒤 '확인'이 되어야만 한 발짝 앞으로 내미는 못된 습관도 버리자.
남들이 만난 지 몇 주 만에 사귄다고 얘길 하든, 마음이 있으면 상대가 뭐라고 대답을 할 거라고 얘길 하든, 그대가 지금의 그 감정을 '진심'이라 생각하고, 상대에게 그 진심을 전하길 원한다면, 맹목적인 헌신이나 성물공세, 감정의 구걸이 아닌 '진심의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 표현에 성공하면 무조건 연애가 시작된다는 약속은 할 수 없지만, 그대를 존중하는 상대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다. 당신을 존중하는 그 사람, 만나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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